개념 풀이
생명에는 특별한 원자가 있을까 — 설계도는 평범한 원자들의 순서
생명을 이루는 원자는 돌과 공기와 똑같습니다. 그런데 설계도는 실제로 있습니다. DNA입니다. 특별한 원자 하나가 아니라 평범한 원자 수십억 개가 늘어선 순서이고, 사라지지 않아서가 아니라 끊임없이 베껴져서 이어집니다. 시리즈를 닫으며 영화 속 대사를 한 줄씩 과학과 상상으로 가려 봅니다.
감독의 질문
영화 속 파동 포집 장치도 처음에는 이 생명 원자를 모으는 장치였습니다. 몸은 흩어져도 생명 원자만 다시 모을 수 있다면, 그 사람을 다시 만날 수 있지 않을까 하고요. 돌아보면 이 상상은 잊고 싶지 않은 마음에서 나온 것 같습니다. 기억과 정보가 같지 않다는 것도, 기억이 늘 불완전하다는 것도 압니다. 그래도 사람은 기억을 붙듭니다. 저도 그렇습니다.
과학의 답 — 설계도는 평범한 원자들의 순서
생명을 이루는 원자는 특별하지 않습니다. , 수소, 산소, . 돌과 공기와 바다를 이루는 원자와 똑같습니다. 우리 몸에서 원자 하나를 꺼내 바닷속 원자와 바꿔 끼워도 아무도 알아채지 못합니다. 4편에서 본 대로, 같은 원자는 완전히 똑같으니까요.
그런데 설계도는 실제로 있습니다. 입니다. 몸을 짓는 법을 적고, 다음 세대로 넘기는 설계도. 다만 특별한 원자 하나가 아니라 평범한 원자 수십억 개가 늘어선 순서입니다. 네 가지 글자가 줄지어 선 긴 사슬이고, 그 글자의 순서가 곧 의 내용입니다. 1편에서 말한 대로 정보는 원자가 아니라 배열에 있습니다. DNA는 그 가장 확실한 예입니다.
DNA도 영원하지는 않습니다. 몸이 죽으면 흩어집니다. 대신 살아 있는 동안 스스로를 베껴 자식에게 넘깁니다. 생명의 정보는 사라지지 않아서가 아니라, 끊임없이 베껴져서 이어집니다. 처음 상상했던 사라지지 않는 원자는 없었지만, 사라지기 전에 스스로를 베끼는 배열은 있었습니다.
생명은 질서를 먹는다
6편에서 저절로 일어나는 일에서는 가 늘어난다고 했습니다. 그런데 생명은 몸속에 놀라운 질서를 지킵니다. 법칙을 어기는 걸까요. 아닙니다. 주변의 무질서를 더 크게 늘리는 대가로 몸 안의 질서를 지킵니다. 우리가 먹고, 숨 쉬고, 열을 내뿜는 것이 그 일입니다. 잘 짜인 음식을 먹고 흩어진 열과 이산화탄소를 내보내는 셈입니다. 생명은 무질서가 늘어나는 우주 한가운데서 작은 질서를 지키는 존재입니다.
여기부터 조금 더
같은 질문을 한 사람들
오래전 사람들도 생명에는 보통 물질에 없는 특별한 힘이 있다고 믿었습니다. 이 생각을 이라고 부릅니다. 생명체가 만드는 물질은 생명체만 만들 수 있다고 여겼습니다. 1828년 독일의 화학자 뵐러가 오줌 속 물질인 요소를 실험실에서 평범한 재료로 만들어 내면서 이 믿음이 흔들리기 시작했습니다. 한 번에 무너진 것은 아니고, 그 뒤 수십 년 동안 비슷한 실험이 쌓이면서 조금씩 무너졌습니다.
4편의 고양이로 유명한 슈뢰딩거는 말년에 『생명이란 무엇인가』라는 작은 책을 썼습니다. DNA가 유전 정보를 담는다는 게 밝혀지기 전에, 그는 유전 정보가 원자들이 규칙 없이 늘어선 결정 같은 구조에 적혀 있을 거라고 내다봤습니다. 그리고 생명은 음의 엔트로피를 먹고 산다고 썼습니다. 뒤에 물리학자 브리유앵이 이 말을 줄여 라고 불렀습니다.
그 책을 읽고 과학의 길로 들어선 사람 가운데 왓슨과 크릭이 있었습니다. 두 사람은 1953년 DNA가 두 가닥이 꼬인 이중 나선이라는 것을 밝혀냈습니다. 결정적 단서는 영국의 로절린드 프랭클린이 엑스선으로 찍은 사진이었습니다. 그 사진은 프랭클린이 모르는 사이에 왓슨에게 보여졌고, 프랭클린은 노벨상을 받기 전에 세상을 떠났습니다.
아직 모르는 것
평범한 원자들이 어떻게 처음으로 스스로를 베끼기 시작했는지, 생명이 어떻게 시작됐는지는 아직 모릅니다. 2편에서 남겨 둔 그 수수께끼입니다. DNA보다 먼저 스스로를 베끼는 다른 분자가 있었을 거라는 생각이 유력하지만, 아직 누구도 실험실에서 생명을 처음부터 만들어 내지는 못했습니다.
영화에서는
이 영화의 생각은 생명 원자라는 특별한 물질에서 출발해, 완성된 영화에서는 패턴과 파동으로 바뀌었습니다. 과학이 생기론에서 DNA로 간 길을, 한 사람의 머릿속에서 한 번 더 걸은 셈입니다. 영화 속 대사 「하나의 삶은 패턴을 남길 수 있어」는 그 길 끝에 도착한 문장입니다.
과학이 끝나는 자리에서 영화가 시작됐습니다. 이 시리즈를 닫으며, 영화 속 물리학자 다비드의 대사를 한 줄씩 가려 봅니다.
다비드의 대사, 어디까지가 과학일까
| 다비드의 대사 | 판정 | 한 줄 풀이 | 이어지는 편 |
|---|---|---|---|
| 양자물리에서는… 둘 다일 수도 있어 | 알갱이에게는 과학, 사람에게 대면 상상 | 두 상태가 함께 있는 건 아주 작고 차가운 세계의 일이고, 슈뢰딩거도 고양이에게 대면 말이 안 된다고 했습니다 | 4편 |
| 우리가 확실히 보기 전에는 하나로 정해져 있는 게 아니야 | 원리로는 과학, 해석은 갈림 | 작은 입자의 세계에서 실험으로 확인된 일이지만, 그게 무엇을 뜻하는지는 물리학자마다 생각이 다릅니다 | 4편 |
| 사라진 게 아니야. 퍼진 거야 | 과학 | 몸을 이루던 원자는 사라지지 않고 흩어져 나무와 바다와 다른 사람의 일부가 됩니다 | 2편, 3편 |
| 같은 에너지, 다른 형태지 | 과학 | 에너지는 없어지지 않고 모습만 바꿉니다 | 2편 |
| 완전히 사라지는 건 없단다 | 원리로는 과학 | 물리학은 정보도 사라지지 않는다고 보지만, 블랙홀을 두고는 아직 논쟁 중입니다 | 6편 |
| 하나의 삶은 패턴을 남길 수 있어. 빛 속에, 공기 속에, 돌 속에 | 흔적은 과학, 온전한 한 사람은 상상 | 사진과 숨의 탄소는 실제로 남지만, 한 사람의 기억과 마음이 온전히 남지는 않습니다 | 1편, 3편 |
| 그 패턴이 파동으로 남아 있다면… 이론적으로는 완전히 추적할 수 있단다 | 상상 | 정보는 원리로 남아도 뒤섞여 읽을 수 없고, 사람이 남긴 물결은 한 뼘만 떨어져도 묻힙니다 | 5편, 6편 |
| 이건 되살리는 게 아니야. 어디로 갔는지 보여줄 뿐이야 | 영화가 스스로 그은 선 | 과학과 상상의 경계를 인물이 직접 말합니다 | 전체 |
| 모을 수도 있지. 하지만 아직 불안정해 | 상상, 그러나 그럴듯함 | 흩어진 것을 모으는 건 엔트로피를 거스르는 일이라 불안정한 게 당연합니다 | 6편 |
과학은 실험과 관측으로 확인된 것, 원리로는 과학은 이론으로는 맞지만 실제로 해낼 수 없는 것, 상상은 과학자나 영화의 상상입니다.
남은 질문내가 남길 패턴 가운데, 누군가가 베껴서 이어 가 줄 것은 무엇일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