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K ATLAS· 과학 아틀라스

개념 풀이

사람이 떠나면 그 정보는 어디로 갈까 — 퍼지고 흐려져도, 사라지지는 않는다

영화 〈올리브나무 아래서〉의 처음 질문입니다. 목소리와 얼굴은 실제로 파동을 타고 떠나고, 백 년 전 방송 전파는 지금도 우주를 건너고 있습니다. 하지만 파동은 퍼질수록 흐려지고, 기억은 파동으로 새어 나오지 않습니다. 그래도 물리학은 정보가 흩어질 뿐 사라지지는 않는다고 봅니다. 스티븐 호킹이 내기에서 진 이야기까지 따라갑니다.

이 글이 꿰는 질문들 25분 분량갱신 2026-10-01

감독의 질문

얼굴과 목소리, 말버릇, 누군가를 부르던 억양. 한 사람을 이루던 이런 것들이 몸과 함께 한꺼번에 사라진다고는 믿기 어려웠습니다. 소리는 공기의 떨림이고 빛도 물결이라고 하니, 한 사람의 흔적도 물결이 되어 어딘가로 퍼져 나가고 있지 않을까. 그렇다면 그 물결을 다시 모을 수도 있지 않을까. 영화 속 파동 포집 장치는 이 상상에서 나왔습니다.

과학의 답 하나 — 정보는 정말로 파동을 타고 떠난다

여기까지는 상상이 아닙니다. 목소리는 공기가 앞뒤로 떨리며 퍼지는 입니다. 얼굴이 보이는 것도 얼굴에서 튕겨 나온 이 눈에 들어와서인데, 빛도 파동입니다. 정보는 늘 이렇게 물결을 타고 옮겨 다닙니다.

더 놀라운 일도 있습니다. 사람들이 백 년쯤 전부터 방송한 라디오와 텔레비전 전파는 지구 밖으로도 새어 나갔습니다. 전파도 빛과 같은 라서 1초에 30만 km를 달립니다. 그러니 백 년 전의 목소리는 지금 지구에서 백 떨어진 곳까지 가 있습니다. 지구는 우리 목소리로 된 커다란 거품에 싸여 있는 셈입니다.

이탈리아의 마르코니가 전선 없이 대서양 건너로 신호를 보낸 것이 1901년입니다. 그날부터 사람의 신호가 하늘로 새어 나가기 시작했습니다.

과학의 답 둘 — 그런데 퍼질수록 흐려진다

문제는 파동이 퍼진다는 것입니다. 한 점에서 나온 물결은 풍선처럼 부풀며 퍼지고, 같은 세기가 점점 넓은 면에 나뉩니다. 거리가 두 배가 되면 세기는 4분의 1, 열 배가 되면 100분의 1이 됩니다. 이것을 이라고 합니다. 그래서 지구의 방송 전파는 몇 광년만 가도 별과 은하가 내는 전파 잡음보다 약해져, 지금 우리 기술로는 알아듣기 어렵습니다. 떠나기는 했지만, 받아 적을 수 없을 만큼 흐려진 것입니다.

소리는 더 빨리 사라집니다. 방 안에서 한 말은 벽과 공기에 부딪히며 1초 남짓이면 잦아듭니다. 떨림이 없어지는 게 아니라 공기 알갱이들이 제멋대로 흔들리는 움직임, 곧 로 바뀌는 것입니다. 가지런하던 떨림이 흐트러진 떨림이 되는 이 일방통행은 6편 「시간은 왜 거꾸로 흐르지 않을까」의 이야기와 같은 이야기입니다.

과학의 답 셋 — 그래도 사라지지는 않는다

그렇다면 흩어진 정보는 없어진 걸까요. 물리학의 대답은 뜻밖에도 「아니요」에 가깝습니다. 양자역학의 법칙대로라면 정보는 원리상 없어지지 않습니다. 흩어지고 뒤섞여 읽을 수 없게 될 뿐입니다. 불탄 책의 글자가 연기와 재와 열 속에 모두 흩어져 있지만 다시 모아 읽을 방법이 없는 것과 같습니다.

이 대답을 두고 물리학자들이 실제로 내기를 건 적이 있습니다. 스티븐 호킹은 에 빠진 정보만큼은 영영 사라진다고 주장했고, 1997년에는 동료 물리학자 존 프레스킬과 내기까지 걸었습니다. 내기 문서에는 진 쪽이 이긴 쪽에게 「원하는 정보를 마음대로 꺼내 볼 수 있는 백과사전」을 주기로 적었습니다.

그 주장을 처음 내놓은 지 거의 30년 만인 2004년, 호킹은 학회장에서 자기가 틀렸다고 인정하고 약속대로 야구 백과사전을 건넸습니다. 정보가 블랙홀에서 정확히 어떻게 빠져나오는지는 지금도 연구 중이지만, 많은 물리학자가 「정보는 사라지지 않는다」 쪽에 서 있습니다.

여기부터 조금 더

아직 모르는 것

정보가 원리상 남는다는 것과, 그것을 실제로 다시 모을 수 있다는 것은 전혀 다른 이야기입니다. 흩어진 정보를 다시 모으려면 우주에 퍼진 알갱이 하나하나의 움직임을 모두 알아내 거꾸로 되짚어야 합니다. 원리로는 과학이지만, 실제로는 누구도 해낼 수 없는 일입니다. 블랙홀에서 정보가 어떻게 나오는지, 그것이 우리가 아는 물리 법칙과 어떻게 맞아떨어지는지도 아직 풀리지 않았습니다.

영화에서는

영화 속 파동 포집 장치는 흩어진 물결을 모아 떠난 사람을 다시 불러내려 합니다. 이 편의 선으로 긋자면, 정보가 파동을 타고 떠난다는 데까지는 과학, 정보가 사라지지 않는다는 데까지는 원리로는 과학, 그 물결을 모아 한 사람을 다시 만나는 데부터는 상상입니다.

이 상상은 만드는 동안 한 번 더 모양을 바꿨습니다. 흩어진 파동을 모으는 장치가, 나중에는 사라지지 않는 생명 원자를 모으는 장치가 되었습니다. 그 이야기는 1편부터 차례로 이어져 마지막 7편 「생명에는 특별한 원자가 있을까」에서 닫힙니다.

남은 질문내가 떠난 뒤에도 누군가 받아 적을 수 있을 만큼 또렷하게 남기고 싶은 물결은 무엇일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