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념 풀이
시간은 왜 거꾸로 흐르지 않을까 — 법칙이 아니라 확률이 막는다
당구공 영상을 거꾸로 틀어도 이상한 점이 없습니다. 물리 법칙은 시간을 가리지 않습니다. 불탄 책이 다시 모이지 않는 것은 흩어진 모양이 모인 모양보다 셀 수 없이 많아서입니다. 되감기를 막는 세 개의 벽과, 반대 방향으로 흐르는 우주를 상상한 물리학자들.
감독의 질문
우리가 사는 우주는 시간이 흐를수록 흐트러지는 쪽으로 갑니다. 과학은 이 흐트러짐의 정도를 라고 부릅니다. 그렇다면 풍선의 다른 쪽에는 거꾸로 가지런해지는 쪽, 곧 로 흐르는 우주가 있지 않을까 상상했습니다. 블랙홀이 무언가를 빨아들여 저편으로 내보내는 통로가 아니라는 건 알지만, 그 너머 어딘가에요.
그런 곳이라면 노인이 아기로 돌아가고, 불타 흩어진 책이 연기에서 다시 모여 한 권이 되지 않을까요. 연기 알갱이 하나하나가 왔던 길을 정확히 거꾸로 되짚는다면요. 원인과 결과의 순서를 뒤집는 이야기라 지금의 물리학으로는 받아들이기 어렵다는 것도 압니다. 그래도 두 우주가 본래 한 풍선이었다면, 하는 생각을 쉽게 내려놓을 수 없었습니다.
과학의 답 — 법칙은 시간을 가리지 않는다
당구공 두 개가 부딪히는 영상을 거꾸로 틀어 보세요. 이상한 점이 하나도 없습니다. 뉴턴의 운동 법칙도, 전기와 자기의 법칙도, 양자역학의 기본 방정식도 시간을 거꾸로 돌려도 똑같이 성립합니다. 연기 알갱이가 정확히 반대로 움직여 책이 되는 것을 법칙은 막지 않습니다.
그럼 무엇이 막을까요. 확률입니다. 맞춘 퍼즐을 상자에 넣고 흔들면 흩어지지만, 흩어진 퍼즐을 아무리 흔들어도 저절로 맞춰지지는 않습니다. 흩어진 모양의 가짓수가 맞춰진 모양보다 셀 수 없이 많아서입니다. 흔들 때마다 거의 언제나 흩어진 쪽 어딘가에 떨어집니다. 이 흩어진 정도를 라고 부르고, 저절로 일어나는 일에서 엔트로피는 늘어납니다. 입니다.
도구 되감기 놀이판 — 흩어진 책은 다시 모일까 금빛 알갱이 마흔여덟 개를 흔들어 흩뜨리고 되감아 봅니다. 영상을 거꾸로 틀면 제자리로 모이지만, 하나만 머리카락만큼 건드려도 다시는 모이지 않고, 빛이 되어 빠져나간 것은 돌아오지 않습니다. 법칙은 시간을 가리지 않는데 왜 시간은 한쪽으로만 흐르는지를 손으로 봅니다.사라지지 않지만 읽을 수 없는 정보
그래서 물리학은 정보가 사라지지 않는다고 봅니다. 불탄 책의 내용도 원리로는 연기와 재와 열 속에 뒤섞여 남아 있습니다. 1편의 사진과 기억이 읽을 수 있지만 사라지는 정보였다면, 이건 사라지지 않지만 읽을 수 없는 정보입니다. 원리로는 과학이고, 실제로 읽어 내는 것은 불가능합니다.
실제로 되감으려면 벽을 셋 넘어야 합니다. 하나, 책이 탈 때 나온 열은 빛이 되어 이미 우주로 날아갔습니다. 둘, 때문에 알갱이의 자리와 빠르기를 동시에 딱 맞게 알 수 없습니다. 셋, 알갱이 하나만 조금 어긋나도 그 오차가 부딪힐 때마다 몇 배로 불어납니다. 되감기 놀이판의 세 판이 이 세 벽입니다.
그래도 작은 되감기는 매일 일어납니다. 병원의 MRI는 몸속 원자들이 가진 작은 자석들이 제각각 흩어지면, 전파를 쏘아 한 번 뒤집어서 다시 한데 모읍니다. 흩어졌던 것이 잠깐 되감기는 순간을 신호로 잡아 사진을 만듭니다. 이 일을 이라고 합니다.
여기부터 조금 더
반대편 우주의 사람은 어떻게 느낄까
많은 물리학자는 우리가 시간이 앞으로 흐른다고 느끼는 것 자체가 엔트로피가 늘어나는 방향이라고 봅니다. 컵이 깨지는 걸 보고 시간이 흐른다고 느끼고, 기억도 그 방향으로만 쌓입니다. 그렇다면 엔트로피가 줄어드는 우주가 있어도 그 안의 사람은 거꾸로 산다고 느끼지 않습니다. 그 사람에게는 그쪽이 앞입니다. 노인이 아기가 되는 건 밖에서 보는 우리 눈에만 그렇습니다.
피츠제럴드의 단편소설 「벤자민 버튼의 시간은 거꾸로 간다」가 이상하게 느껴지는 것도 그래서입니다. 세상은 앞으로 가는데 한 사람의 몸만 거꾸로 가니까요. 시간의 방향은 한 사람이 아니라 세상 전체가 함께 정합니다. 이것을 이라고 부릅니다.
같은 질문을 한 사람들
오스트리아의 물리학자 볼츠만은 엔트로피가 흩어진 모양의 가짓수라는 것을 밝혀, 시간의 방향을 확률로 설명했습니다. 그의 묘비에는 그 식이 새겨져 있습니다.
풍선 상상과 닮은 생각을 한 물리학자들도 있습니다. 영국의 줄리언 바버는 우주가 가장 단순했던 한 점에서 양쪽으로 뻗어 나간다고 보고, 그 점을 앞뒤로 얼굴이 둘인 로마 신의 이름을 따 야누스 점이라 불렀습니다. 미국의 션 캐럴과 제니퍼 첸도 한 지점에서 서로 반대 방향으로 시간이 흐르는 두 우주가 생길 수 있다는 모형을 냈습니다. 이들의 그림에서는 양쪽 모두 자기 쪽이 앞으로 간다고 느낍니다. 한쪽이 쪼그라드는 대신 양쪽이 다 부푸는 풍선인 셈입니다.
미국의 물리학자 로런스 슐먼은 시간의 방향이 반대인 두 계가 한 공간에 함께 있을 수 있는지를 계산했습니다. 서로 거의 영향을 주지 않으면 함께 있을 수 있지만, 강하게 얽히면 한쪽의 방향이 무너진다는 결과였습니다.
미국의 리 스몰린은 블랙홀마다 그 안에서 새 우주가 태어난다는 가설을 세웠습니다. 블랙홀을 시간 거꾸로 돌린 화이트홀도 아인슈타인의 방정식이 허락하는 답이지만 한 번도 관측된 적은 없습니다. 영국의 스티븐 호킹은 블랙홀에 빠진 정보가 정말 사라지는지를 두고 다른 물리학자들과 오래 논쟁했습니다.
모두 증명된 과학이 아니라 물리학자들의 큰 상상입니다. 앞의 풍선 상상과 같은 층에 놓여 있습니다. 다만 실제 우주가 부푸는 것은 누가 한쪽을 눌러서가 아니라 공간이 모든 곳에서 고르게 늘어나는 것입니다.
아직 모르는 것
법칙은 양쪽을 다 허락하는데 우리 세상은 왜 한쪽으로만 흐를까요. 우주가 아주 질서정연한 상태, 엔트로피가 아주 낮은 상태로 시작했기 때문이라고 봅니다. 그런데 왜 그렇게 시작했는지는 아무도 모릅니다. 블랙홀에 빠진 정보가 어떻게 되는지도 아직 결론이 나지 않았습니다.
영화에서는
다비드의 장치는 흩어진 것을 다시 모아 하나로 되돌리는 기계입니다. 불탄 백과사전을 다시 모으는 기계, 엔트로피를 거스르는 기계입니다. 그래서 그가 아직 불안정하다고 말하는 건 과학으로 봐도 맞는 대사입니다. 되감기 놀이판의 판 2에서 보듯, 거스르는 일은 머리카락만 한 어긋남에도 무너지니까요. 그리고 그는 스스로 선을 긋습니다. 이건 되살리는 게 아니야, 어디로 갔는지 보여줄 뿐이야.
남은 질문흩어진 것이 사라지지 않는다면, 우리가 잃었다고 말하는 것은 사라진 것일까요, 읽을 수 없게 된 것일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