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K ATLAS· 과학 아틀라스

용어집 261개의 용어

카드와 자료실에서 그냥 지나간 말들을 여기서 붙잡습니다.

ㄱ

가설 Hypothesis #

방법·도구

감기에 걸렸습니다. 왜 걸렸을까요? '어제 비 맞아서'일 수도, '지하철에서 옮았을'수도, '요즘 잠을 못 자서'일 수도 있습니다.

이 셋은 다 그럴듯합니다. 그런데 그냥 그럴듯한 이야기는 가설이 아닙니다. 틀렸는지 확인할 방법이 있어야 가설입니다.

'비를 맞으면 감기에 걸린다'는 확인할 수 있습니다. 비 맞은 사람과 안 맞은 사람을 견주면 되니까요(대조군). 반면 '운이 나빠서'는 확인할 방법이 없습니다. 무슨 일이 일어나든 설명이 되거든요.

무엇이든 설명하는 이야기는 아무것도 설명하지 못합니다. 이게 반증 이야기로 이어집니다.

함께 읽기반증대조군증명

간섭 Interference #

물리

잔잔한 물에 돌 두 개를 동시에 던집니다. 물결이 겹치는 자리마다 더 크게 일렁이기도 하고, 아예 잔잔해지기도 합니다.

마루와 마루가 만나면 커지고, 마루와 골이 만나면 서로를 지웁니다.

둘이 겹쳤는데 오히려 아무것도 없어지는 자리가 생긴다 — 이것이 파동의 결정적인 증거입니다. 알갱이는 이럴 수 없습니다. 모래 두 줌을 같은 자리에 부으면 더 많아지지 덜해지지 않으니까요.

그래서 이중슬릿에서 전자가 줄무늬를 만들었다는 것이 그토록 충격이었습니다. 알갱이인 줄 알았던 것이 알갱이라면 할 수 없는 일을 한 겁니다.

1801빛이 알갱이라면, 구멍 두 개를 지날 때 왜 줄무늬가 생길까?지도에서 보기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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간섭계 Interferometer #

물리

1억분의 1초의 차이를 어떻게 잴까요. 그런 시계는 없습니다. 그런데 빛을 빛과 겨루게 하면 잴 수 있습니다.

빛 한 줄기를 반투명 거울로 둘로 가릅니다. 직각인 두 방향으로 보냈다가 거울로 되돌려 다시 겹칩니다. 두 길에 걸린 시간이 조금이라도 다르면 마루와 골이 어긋나 간섭무늬가 생깁니다.

시간을 재는 대신 무늬가 몇 칸 밀렸는지를 봅니다. 빛의 파장이 워낙 짧기 때문에 상상하기 어려울 만큼 작은 차이가 눈에 보이는 무늬로 확대됩니다.

마이컬슨이 에테르를 찾으려고 만든 장치입니다. 에테르는 찾지 못했지만 장치는 남았고, 2015년 중력파를 처음 검출한 LIGO가 바로 이 구조입니다. 팔 길이만 4킬로미터로 늘어났을 뿐입니다.

1887빛이 지나가는 바다는 정말 있을까?지도에서 보기 →

함께 읽기간섭에테르중력파이중슬릿

강한 핵력 Strong nuclear force #

물리

양성자는 모두 플러스라 서로 밀어냅니다. 그런데도 원자핵은 흩어지지 않습니다.

아주 가까운 거리에서만 작동하는 대신 전기의 밀어내는 힘을 이길 만큼 셉니다. 그래서 원자핵은 작고 단단합니다. 중성자가 양성자 사이에 끼어 이 힘을 보태 주기 때문에 흔히 중성자를 원자핵의 접착제라고 부릅니다.

원자와 원자를 붙이는 힘은 이것이 아니라 전기의 힘입니다.

함께 읽기원자핵중성자양성자

결어긋남 Decoherence #

물리

전자는 중첩이 되는데 고양이는 왜 안 될까요. 크기가 문제라면 그 경계는 어디쯤일까요.

고양이만 한 것은 공기 분자와 빛 알갱이와 제 몸의 원자들에 끊임없이 부딪힙니다. 부딪힐 때마다 경로 정보가 바깥으로 새어 나가고, 정보가 새면 간섭은 사라집니다.

그 시간이 상상할 수 없이 짧습니다. 중첩이 유지될 틈이 없는 겁니다. 양자컴퓨터를 극저온에 두고 바깥과 차단하는 이유도 이것입니다.

다만 이것은 절반의 답입니다. 결어긋남은 왜 중첩이 안 보이는지는 설명하지만, 왜 하필 하나의 결과만 남는지는 설명하지 않습니다(측정 문제).

1982아인슈타인이 옳은지 실험으로 가릴 수 있을까?지도에서 보기 →

함께 읽기경로 정보측정 문제중첩

경로 정보 Which-path information #

물리

이중슬릿에 장치를 붙여 전자가 어느 틈으로 갔는지 알 수 있게 하면 줄무늬가 사라집니다. 흔히 '사람이 봐서 그렇다'고들 합니다.

아닙니다. 사람이 그 기록을 읽든 안 읽든, 실험실에 아무도 없든 결과는 같습니다.

중요한 것은 누가 보느냐가 아니라 흔적이 남느냐입니다. 장치에, 공기 분자에, 광자 하나에라도 경로가 기록되면 간섭은 사라집니다. 남지 않으면 남습니다.

'관측'이라는 말이 오해를 키웠습니다. 여기서 관측은 눈으로 보는 일이 아니라 다른 것과 얽혀 흔적을 남기는 일입니다. 사람의 의식은 이 이야기 어디에도 들어가지 않습니다.

1801빛이 알갱이라면, 구멍 두 개를 지날 때 왜 줄무늬가 생길까?지도에서 보기 →

함께 읽기간섭중첩얽힘

고분자 Polymer #

화학

구슬 하나는 구슬입니다. 그런데 구슬 수만 개를 실에 꿰면 목걸이가 아니라 밧줄이 됩니다.

분자 하나를 수천 수만 개 이어 붙이면 성질이 아예 달라집니다. 무르던 것이 질겨지고, 흐르던 것이 굳습니다.

플라스틱, 고무, 나일론이 다 이런 것입니다. 우리 몸의 단백질과 DNA도 마찬가지입니다.

그래서 고분자 연구는 무엇을 이어 붙일지, 얼마나 길게 이을지, 어떤 모양으로 이을지를 다룹니다. 잘 썩는 플라스틱을 만드는 일도 여기 들어갑니다.

함께 읽기분자단백질촉매

곰팡이 Fungus #

생물·의학

빵을 며칠 두면 솜털이 핍니다. 그 솜털 하나하나가 실처럼 뻗은 곰팡이입니다.

세균과 달리 세포 안에 설계도 방(핵)이 따로 있습니다. 그 점에서 세균보다 사람에 가깝습니다. 그래서 곰팡이 병은 고치기가 더 어렵습니다. 곰팡이를 죽이는 약이 우리 세포도 건드리기 쉽기 때문입니다.

막걸리의 누룩, 된장의 메주, 페니실린을 만든 푸른곰팡이, 발가락의 무좀이 다 곰팡이입니다. 효모는 실을 안 뻗는 한 칸짜리 곰팡이입니다.

1928실수로 오염된 접시에서, 무엇을 발견할까?지도에서 보기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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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개키 암호 Public-key cryptography #

방법·도구

우체국에 열린 자물쇠를 잔뜩 쌓아 두고 누구든 가져가라고 합니다. 그 자물쇠를 채울 수는 있지만, 여는 열쇠는 제 주머니에만 있습니다.

그러면 처음 보는 사람도 나에게 비밀을 보낼 수 있습니다. 자물쇠를 미리 나눠 줄 필요도, 만나서 약속할 필요도 없습니다.

이것이 인터넷에서 매일 일어나는 일입니다. 은행 사이트에 접속하면 그 은행의 자물쇠를 받아다가 잠가서 보냅니다. 중간에서 누가 다 보고 있어도 열지 못합니다.

어떻게 이런 자물쇠를 만들까요. 한쪽 방향은 쉽고 반대 방향은 어려운 계산을 씁니다.

큰 소수 두 개를 곱하는 것은 쉽습니다. 반대로 그 곱만 보고 원래 두 수를 찾아내는 일은, 수가 충분히 크면 세상의 컴퓨터를 다 붙여도 오래 걸립니다. 곱하기가 잠그는 일이고 되찾기가 여는 일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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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리 Axiom #

수학

어떤 주장을 왜냐고 물으면 이유를 댑니다. 그 이유를 또 왜냐고 물으면 또 이유를 댑니다. 이걸 계속하면 어디서 끝날까요?

끝이 없으면 아무것도 증명할 수 없습니다. 그래서 어딘가에서는 '이건 그냥 받아들이자'고 정해야 합니다. 그 출발점이 공리입니다.

유클리드는 다섯 개로 시작했습니다. 두 점을 지나는 직선은 하나다, 같은 것끼리는 같다 같은 것들이죠. 그리고 거기서 465개의 명제를 끌어냈습니다.

중요한 건 공리가 '너무 당연해서 참'인 게 아니라는 점입니다. 골라잡은 출발점입니다. 다섯 번째 공리(평행선)를 다르게 잡으면 다른 기하학이 나오는데, 그것도 모순이 없습니다. 우리 우주에 맞는 것이 어느 쪽인지는 수학이 아니라 물리학이 정합니다.

BC 300증명이란 무엇일까?지도에서 보기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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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유결합 Covalent bond #

화학

물 분자에서 수소의 전자는 산소 쪽으로 넘어가지 않습니다. 두 집이 벽을 트고 방을 같이 씁니다.

두 원자의 전자 구름이 겹치면 그 겹친 자리의 전자를 양쪽이 같이 셉니다. 그래서 양쪽 다 맨 위층이 꽉 찬 셈이 됩니다. 나눠 쓰는 자리는 어느 한쪽 것이 아니라 두 원자 사이에 걸쳐 있습니다.

소금처럼 한쪽이 전자를 아예 내주고 다른 쪽이 받는 결합은 이온결합이라 따로 부릅니다. 물, 설탕, 몸속 단백질과 DNA는 대부분 공유결합으로 이어져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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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성 Inertia #

물리

버스가 갑자기 출발하면 몸이 뒤로 쏠리고, 갑자기 서면 앞으로 쏠립니다. 아무도 나를 밀지 않았는데요.

버스는 움직이기 시작했는데 내 몸은 아직 멈춰 있으려 하기 때문입니다. 이 '하던 대로 있으려는 성질'이 관성입니다.

2000년 동안 사람들은 반대로 생각했습니다. 움직이려면 계속 밀어줘야 한다고요. 수레를 밀다 멈추면 수레도 멈추니까요. 그런데 그건 마찰이라는 힘이 붙잡기 때문이지, 원래 그런 게 아니었습니다. 마찰이 없으면 한 번 민 것이 영원히 갑니다.

1610망원경을 하늘로 돌리면 무엇이 보일까?지도에서 보기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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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년 Light-year #

천문·우주

이름에 해(年)가 들어 있어서 시간처럼 들리지만, 광년은 거리입니다. 킬로미터와 같은 식구입니다.

우주가 너무 넓어서 킬로미터로 적으면 0이 너무 많이 붙습니다. 그래서 빛이 얼마나 오래 갔는지로 거리를 셉니다.\n\n여기에 덤이 하나 붙습니다. 10광년 떨어진 별을 본다는 것은 10년 전에 출발한 빛을 본다는 뜻입니다. 거리를 재면 자동으로 과거를 보는 셈이 됩니다.\n\n그래서 멀리 볼수록 옛날이 보입니다. 먼 우주를 관측하는 일이 곧 우주의 옛 모습을 보는 일인 이유입니다.

함께 읽기빛시차표준촛불

광속 불변 The constancy of light speed #

물리

달리는 기차 위에서 앞으로 공을 던지면, 땅에서 보는 사람에게는 기차 속도만큼 더 빠릅니다. 그런데 손전등을 켜면? 빛은 더 빨라지지 않습니다.

이게 말이 안 되는 것 같지만 사실입니다. 누가 얼마나 빠르게 달리면서 재든 빛의 속도는 같습니다.

그렇다면 무언가 다른 것이 양보해야 합니다. 속도는 거리를 시간으로 나눈 값이니, 속도가 고정이라면 거리와 시간이 관측자마다 달라져야 합니다. 빠르게 움직이는 사람의 시계가 느리게 간다는 이야기가 여기서 나옵니다.

1905시간은 모두에게 똑같이 흐를까?지도에서 보기 →

함께 읽기빛특수상대성이론에테르

광전효과 The photoelectric effect #

물리

금속판에 빛을 쬐면 전자가 튀어나옵니다. 빛을 더 세게 비추면 더 힘차게 튀어나올 것 같죠. 그런데 아닙니다.

빨간빛은 아무리 세게 비춰도 전자가 안 나옵니다. 파란빛은 아주 약하게 비춰도 바로 나옵니다. 세기가 아니라 색이 문제였습니다.

파동으로는 설명이 안 됩니다. 파동이라면 약한 빛도 오래 쬐면 에너지가 쌓여 결국 튀어나와야 하니까요. 아인슈타인의 답은 빛이 덩어리로 온다는 것이었습니다. 덩어리 하나의 크기가 색으로 정해지고, 그 크기가 모자라면 아무리 많이 와도 소용없습니다. 이것이 양자가 실재한다는 첫 증거가 됩니다.

1905빛을 세게 비추면 왜 전자가 더 빨라지지 않을까?지도에서 보기 →

함께 읽기빛양자파동

광합성 Photosynthesis #

생물·의학

커다란 나무는 흙을 먹고 자란 것 같지만, 몸의 대부분은 공기에서 왔습니다.

잎의 작은 구멍으로 이산화탄소를 들이마시고, 뿌리로 물을 올립니다. 햇빛의 힘으로 둘을 쪼개 다시 짜 맞추면 당이 되고, 남은 산소는 내보냅니다. 이 당으로 식물은 몸을 짓고 살아갑니다.

지구 공기 속 산소는 대부분 이렇게 생겼습니다. 처음 이 일을 시작한 것은 식물이 아니라 바다의 남세균이었습니다.

함께 읽기이산화탄소남세균식물성 플랑크톤

국소성 Locality #

물리

서울에서 스위치를 눌렀는데 부산 전등이 '즉시' 켜지는 일은 없습니다. 아무리 빨라도 신호가 가는 시간이 걸립니다.

이게 당연해 보이지만 물리학이 지켜야 할 원칙입니다. 상대성이론이 빛보다 빠른 것은 없다고 하니까요.

아인슈타인이 얽힘을 받아들일 수 없었던 이유가 이것입니다. 한쪽을 재는 순간 저쪽이 정해진다면 국소성이 깨지는 것처럼 보이거든요. 그는 이걸 '유령 같은 원격작용'이라 불렀습니다. 지금의 답은 이렇습니다 — 얽힘으로 정보를 빛보다 빠르게 보낼 수는 없으니 상대성이론은 깨지지 않습니다. 다만 '값이 미리 정해져 있다'는 쪽을 포기해야 합니다.

1935멀리 떨어진 두 입자가 서로를 알고 있을까?지도에서 보기 →

함께 읽기얽힘특수상대성이론광속 불변

군론 Group theory #

수학

루빅스 큐브를 돌립니다. 한 면을 돌리고, 또 돌리고, 되돌립니다. 어떻게 돌리든 큐브는 여전히 큐브입니다. 그리고 두 번 돌린 것도 결국 '한 가지 돌리기'로 볼 수 있습니다.

이렇게 조작들을 모아놓으면 그 모음 자체가 규칙을 갖습니다. 두 개를 연달아 해도 여전히 그 모음 안에 있고, 되돌리는 것도 그 안에 있고, 아무것도 안 하는 것도 하나로 칩니다. 이런 모음을 군이라고 합니다.

갈루아가 스무 살에 이걸 만들었습니다. 5차 방정식에 근의 공식이 없는 이유를 밝히려고요. 그런데 이 개념은 방정식을 훌쩍 넘어섰습니다. 대칭을 말로 설명하는 대신 계산할 수 있게 만든 것이거든요. 뇌터가 이 언어로 보존법칙을 끌어냈고, 겔만이 이 언어로 100가지 넘는 입자를 정리했습니다.

18325차 방정식에는 왜 근의 공식이 없을까?지도에서 보기 →

함께 읽기대칭과 뇌터 정리대수학공리

궤도 Orbit #

천문·우주

공을 아주 세게 던지면 멀리 가서 떨어집니다. 더 세게 던지면 더 멀리 가서 떨어집니다.

지구는 둥급니다. 공이 떨어지는 동안 그 아래 땅도 함께 휘어져 내려갑니다. 충분히 세게 던지면 떨어지는 만큼 땅이 달아나서 영영 닿지 않습니다.

그러니까 궤도를 돈다는 것은 떠 있는 것이 아니라 계속 떨어지면서 계속 빗나가는 상태입니다.

우주정거장 안에서 사람이 둥둥 뜨는 것도 중력이 없어서가 아닙니다. 사람과 정거장이 같이 떨어지고 있어서 서로에게 눌리지 않을 뿐입니다.

1687사과와 달은 같은 법칙으로 떨어질까?지도에서 보기 →

함께 읽기만유인력질량

극한 Limit #

수학

방의 절반을 걸어갑니다. 남은 거리의 절반을 또 걷습니다. 또 절반. 이걸 계속하면 벽에 닿을까요?

영원히 닿지 못합니다. 그런데 걸은 거리를 다 더하면 방의 폭에 한없이 가까워집니다. 도착하지는 않는데 어디로 가는지는 분명합니다.

그 '어디로 가는지'가 극한입니다. 도착한 값을 계산하는 게 아니라 다가가는 자리를 읽는 거죠. 0으로 나눌 수 없는데도 순간의 속도를 말할 수 있는 이유가 이것입니다.

1360움직임을 그림으로 그릴 수 있을까?지도에서 보기 →

함께 읽기무한함수무리수

기압 Air pressure #

지구과학

과자 봉지를 들고 높은 산에 올라가면 봉지가 빵빵해집니다. 봉지 안의 공기가 늘어난 것이 아니라, 밖에서 누르던 힘이 줄어든 것입니다.

공기는 아무것도 아닌 것 같지만 무게가 있습니다. 우리 머리 위에는 하늘 끝까지 공기가 쌓여 있고, 그 기둥의 무게가 우리를 누르고 있습니다. 손바닥만 한 넓이에 어른 한 명 몸무게쯤이 얹혀 있는 셈입니다. 그런데도 안 찌그러지는 것은 몸 안에서도 같은 힘으로 밀어내고 있기 때문입니다.\n\n날씨 이야기의 거의 전부가 여기서 시작됩니다. 어딘가는 공기가 더 무겁게 쌓이고 어딘가는 덜 쌓입니다. 그러면 공기는 많은 쪽에서 적은 쪽으로 흘러갑니다. 그 흐름이 바람입니다.\n\n일기도에 그려진 동그란 줄이 이것입니다. 같은 기압인 자리를 이어 놓은 선이고, 줄이 촘촘할수록 바람이 셉니다. 기울기가 가파르면 물이 빨리 흐르는 것과 같습니다.

1643물은 왜 100도에서 끓을까?지도에서 보기 →

함께 읽기밀도대류전향력

기준틀 Frame of reference #

물리

달리는 기차 안에서 통로를 걸어갑니다. 기차 안 사람이 보기에 시속 4킬로미터입니다. 밖에서 보면 시속 304킬로미터고요. 둘 중 어느 쪽이 맞을까요?

둘 다 맞습니다. 속도는 늘 무엇에 대한 속도이고, 그 무엇이 기준틀입니다. 기준틀을 말하지 않은 속도는 반쪽짜리 말입니다.

오래된 물리학은 이걸 알면서도 어딘가에 진짜 정지한 기준틀이 있다고 여겼습니다. 우주 전체가 그것에 대해 움직이는 절대적인 바탕이요. 에테르가 바로 그 자리를 맡을 물질이었습니다.

그 바탕이 없다는 것을 받아들이면 어떻게 되는가 — 그 답이 특수상대성이론입니다. 특별한 기준틀은 없고, 어느 기준틀에서 재도 물리 법칙은 같은 모양이며, 빛의 속도도 같습니다. 대신 시간과 길이가 기준틀마다 달라집니다.

1905시간은 모두에게 똑같이 흐를까?지도에서 보기 →

함께 읽기특수상대성이론광속 불변에테르관성

기초연구와 응용연구 Basic and applied research #

방법·도구

약을 만드는 일과, 세포 안에서 무슨 일이 벌어지는지 알아내는 일이 있습니다. 둘 다 과학인데 성격이 다릅니다.

응용연구는 목표가 먼저 있습니다. 이 병을 고칠 약, 더 오래 가는 배터리처럼요. 성공과 실패가 분명하고 기한이 있습니다.

기초연구는 질문이 먼저 있습니다. 왜 이렇게 되는가. 답이 어디에 쓰일지는 대개 모릅니다.

쓸모를 무시한다는 뜻이 아니라 쓸모를 미리 정하지 않는다는 뜻입니다. 이 차이가 중요합니다.

둘은 서로를 먹여 살립니다. 소수는 오래도록 쓸 데 없는 순수한 수학이었는데 지금 인터넷 암호의 기둥입니다. 자기공명은 원자핵의 성질을 알아보던 일이었는데 병원의 MRI가 되었습니다.

다만 대부분의 기초연구는 그런 열매로 이어지지 않습니다. 어느 씨앗이 될지 미리 알 수 없어서 여럿 심는 것이고, 이것이 이 분야를 두고 늘 논쟁이 있는 이유이기도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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깊은 시간 Deep time #

지구과학

지구의 나이 46억 년을 하루 24시간으로 줄여봅시다. 생명은 새벽 4시쯤 나타납니다. 공룡은 밤 10시 40분에 나와 11시 40분에 사라집니다. 인류는 자정 2초 전에 등장합니다.

우리 감각으로는 이 규모가 잡히지 않습니다. 백 년도 길게 느껴지는데 억 년은 그냥 큰 숫자일 뿐이죠.

그런데 이 시간이 있어야 설명되는 것들이 있습니다. 강물이 협곡을 파고(동일과정설), 대륙이 갈라져 대서양이 생기고(대륙이동), 아주 작은 차이가 쌓여 종이 갈라지는 일(자연선택)이 그렇습니다.

허턴은 스코틀랜드의 한 절벽에서 각도가 다른 두 지층이 맞닿은 것을 보고 이 규모를 처음 실감했습니다. 아래층이 쌓이고, 기울어지고, 깎이고, 그 위에 다시 쌓이는 데 걸린 시간을요. 그는 '시작의 흔적도, 끝의 전망도 보이지 않는다'고 적었습니다.

1788산은 얼마나 오래된 걸까?지도에서 보기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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ㄴ

나노미터와 나노 크기 Nanometre and the nanoscale #

방법·도구

머리카락 한 올을 봅니다. 가늘어 보이지만 이것도 십만 개로 쪼개야 나노 하나가 됩니다.

미터를 십억으로 나눈 것이 1나노미터입니다. 감이 잘 안 오는 크기라 견주어 보는 것이 낫습니다.

원자 하나가 대략 0.1나노미터입니다. 그러니 나노미터는 원자 몇 개를 늘어놓은 폭입니다. DNA 한 가닥이 2나노미터쯤 되고, 바이러스가 100나노미터 안팎입니다.

이 크기가 특별한 이유는 작아서가 아닙니다. 여기서부터 물질의 성질이 달라지기 시작하기 때문입니다.

덩어리일 때는 속에 있던 원자들이, 알갱이가 나노 크기로 작아지면 거의 다 겉에 나앉게 됩니다(표면적). 겉에 있는 원자는 속에 있는 원자와 다르게 행동합니다. 그래서 같은 금이라도 덩어리는 노랗고 나노 알갱이는 붉습니다.

나노기술은 작은 것을 다루는 기술이라기보다 크기를 바꿔 성질을 바꾸는 기술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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난수 Random number #

방법·도구

주사위를 굴립니다. 다음에 무엇이 나올지 아무도 모릅니다. 그런데 컴퓨터에게 아무 수나 하나 대보라고 하면, 컴퓨터는 규칙대로만 움직이는 기계입니다.

여기에 곤란한 점이 있습니다. 규칙으로 만든 수는 규칙을 아는 사람에게는 예측됩니다.

그래서 보통 컴퓨터가 만드는 난수는 진짜 난수가 아니라 난수처럼 보이는 수입니다. 게임에는 충분하지만 암호에는 위험합니다. 암호에서 열쇠를 예측할 수 있다면 자물쇠는 아무 소용이 없습니다.

실제로 뚫린 사고들이 이 대목에서 여러 번 났습니다. 암호 방식이 약해서가 아니라 열쇠를 뽑는 방식이 뻔했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예측할 수 없는 자연의 현상을 끌어다 씁니다. 전자 회로의 잡음, 마우스가 움직인 시각, 방사능 붕괴처럼 언제 일어날지 정해지지 않은 일들입니다. 우연을 만들 수 없으니 자연에서 빌려 오는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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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세균 Cyanobacteria #

생물·의학

여름에 강물이 초록으로 뒤덮이는 녹조, 그 주인공이 이 세균입니다. 같은 무리가 24억 년 전 하늘을 산소로 채웠습니다.

햇빛을 받아 물을 쪼개고 공기 중의 이산화탄소를 붙여 밥을 만듭니다. 물을 쪼개면 산소가 남는데, 이들에게 산소는 먹고 남은 쓰레기였습니다.

수억 년 동안 버린 그 쓰레기가 바다의 철을 다 녹슬리고 하늘로 넘쳤습니다. 당시 생물 대부분에게는 독이라 아주 많이 죽었지만, 그 덕에 오존층이 생겨 생물이 땅으로 올라왔습니다. 식물 세포 안의 엽록체가 이들의 후손입니다.

1965지구의 공기는 처음부터 이랬을까?지도에서 보기 →

함께 읽기세균오존층미생물

네겐트로피 Negentropy #

물리

부엌 냉장고 안쪽은 점점 차가워집니다. 어질러져 있던 열이 빠져나가고 안쪽은 정돈됩니다. 냉장고 안의 엔트로피는 줄어듭니다.

공짜는 아닙니다. 뒤쪽이 뜨거워지고 전기를 씁니다. 안에서 줄인 것보다 밖에서 더 많이 늘렸으니 세상 전체로는 여전히 늘어납니다.

생명도 같습니다. 흩어진 재료를 모아 몸을 만드는 일은 엔트로피를 줄이는 일이고, 그 값을 먹고 숨 쉬며 치릅니다. 슈뢰딩거는 1944년에 생명이 음의 엔트로피를 먹는다고 표현했습니다.

여기서 꼭 짚을 것이 있습니다. 냉장고 안에서 엔트로피가 줄어드는 동안에도 냉장고 안의 시간은 앞으로 갑니다. 우유는 하루만큼 오래됐죠. 엔트로피가 줄어드는 것과 시간이 거꾸로 가는 것은 같은 말이 아닙니다.

1865왜 열은 한쪽으로만 흐를까?지도에서 보기 →

함께 읽기엔트로피시간의 화살열역학 제2법칙

ㄷ

단백질 Protein #

생물·의학

몸을 이루는 것도 단백질이고, 몸속에서 일하는 것도 단백질입니다. 근육도 단백질이고 소화를 돕는 것도 단백질입니다.

어떻게 한 가지가 이렇게 여러 일을 할까요. 모양 때문입니다.

아미노산이 길게 이어진 뒤 저마다 다른 모양으로 접힙니다. 접힌 모양이 하는 일을 정합니다. 자물쇠처럼 생긴 것도 있고 통로처럼 생긴 것도 있습니다.

약이 듣는다는 것도 결국 모양 이야기입니다. 몸속 단백질에 딱 들어맞는 열쇠를 찾는 일이 신약 연구입니다. 어떤 단백질을 만들지 적어 둔 것이 유전자입니다.

1953생명의 설계도는 어떤 모양일까?지도에서 보기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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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위 Unit #

방법·도구

이 방은 몇 걸음입니까? 사람마다 다릅니다. 그래서 걸음으로는 거래를 할 수 없습니다.

그래서 사람들은 기준을 하나 정하고 거기에 이름을 붙였습니다. 미터, 킬로그램, 초 같은 것들입니다.

오랫동안 그 기준은 물건이었습니다. 금고에 백금 막대 하나를 넣어 두고 그것이 1미터였습니다. 그런데 물건은 변합니다. 게다가 기준 자신은 잴 방법이 없습니다.

그래서 지금은 기준을 자연에 맡깁니다. 1미터는 빛이 정해진 시간 동안 간 거리이고, 1초는 원자가 정해진 횟수만큼 떨리는 시간입니다. 어디서 재도 같습니다.

BC 2600멀리 떨어진 두 도시가, 어떻게 같은 무게를 쓸까?지도에서 보기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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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층 Fault #

지구과학

두 손바닥을 맞대고 서로 반대로 밀어 보세요. 처음에는 안 밀립니다. 그러다 갑자기 미끄러집니다.

땅에서도 같은 일이 벌어집니다. 판이 서로 밀면서 힘이 쌓이는데, 마찰이 버티는 동안은 아무 일도 없습니다. 버티다 못해 미끄러지는 순간이 지진입니다.\n\n그러니 지진은 갈라진 자리에서 납니다. 그 자리가 단층입니다. 한 번 미끄러진 곳은 다음에도 미끄러지기 쉬워서, 어디에 단층이 있는지를 찾아 두는 일이 대비의 시작입니다.\n\n다만 언제 미끄러질지는 알 수 없습니다. 손바닥을 밀 때 언제 미끄러질지 미리 못 아는 것과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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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각선 논법 The diagonal argument #

수학

자연수도 무한하고 소수(0.xxx…)도 무한합니다. 둘 중 어느 쪽이 더 많을까요? 둘 다 끝이 없는데 '더 많다'는 말이 성립할까요?

칸토어의 방법은 이렇습니다. 0과 1 사이의 소수를 전부 적은 목록이 있다고 쳐봅시다. 1번, 2번, 3번… 끝없이요.

이제 새 숫자를 하나 만듭니다. 첫째 자리는 1번 숫자의 첫째 자리와 다르게, 둘째 자리는 2번 숫자의 둘째 자리와 다르게, 셋째 자리는 3번과 다르게… 이렇게 대각선을 따라가며 전부 다르게 씁니다.

이 숫자는 목록의 어느 것과도 다릅니다. 1번과는 첫째 자리가, 2번과는 둘째 자리가 다르니까요. 전부 적었다고 했는데 빠진 것이 나왔습니다. 그러니 처음 가정이 틀린 겁니다.

무한에도 크기가 다른 무한이 있다는 뜻입니다. 칸토어는 이 결과 때문에 학계에서 심하게 공격받았습니다.

1891무한에도 큰 무한과 작은 무한이 있을까?지도에서 보기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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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류 Convection #

물리

라면을 끓일 때 냄비 속을 보면 물이 가운데로 솟았다가 가장자리로 내려갑니다. 아무도 젓지 않았는데 물이 돌고 있습니다.

데워진 것은 부풀어서 밀도가 낮아집니다. 가벼워지니 위로 뜹니다. 위에서 식으면 다시 무거워져 내려옵니다. 이 되풀이가 대류입니다.\n\n난로는 바닥에 두고 에어컨은 천장에 다는 이유가 이것입니다. 찬 공기는 가라앉고 더운 공기는 뜨니까요.\n\n하늘에서도 같은 일이 벌어집니다. 해가 땅을 데우는데 고르게 데우지 않습니다. 아스팔트와 논, 산과 바다가 다 다르게 데워집니다. 더 데워진 자리의 공기가 먼저 떠오르고, 올라가면서 식고, 식으면 구름이 됩니다.\n\n여름 오후에 뭉게구름이 부풀어 오르는 것이 이 장면입니다. 땅이 하루 종일 데워진 다음이라 공기가 세게 솟구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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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륙이동설 Continental drift #

지구과학

세계지도를 펴놓고 남아메리카의 동쪽 해안과 아프리카의 서쪽 해안을 보세요. 퍼즐 조각처럼 맞아 들어갑니다. 우연일까요?

베게너는 우연이 아니라고 보고 증거를 쌓았습니다. 양쪽 대륙에서 같은 종의 화석이 나오고, 지층이 이어지고, 산맥이 맞아떨어졌습니다. 헤엄쳐 건널 수 없는 생물의 화석이 양쪽에 있었습니다.

그런데 학계는 거세게 반박했습니다. 그럴 만한 이유가 있었습니다. 그가 무엇이 대륙을 밀었는지 설명하지 못했거든요. 단단한 암반 위를 대륙이 배처럼 미끄러진다는 건 물리적으로 말이 안 됐습니다.

증거는 충분했지만 작동 방식(메커니즘)이 없었습니다. 답은 50년 뒤 바다 밑에서 나옵니다(판구조론). 베게너는 그걸 보지 못하고 그린란드 탐사 중에 죽었습니다.

1912대륙이 움직인다면, 무엇이 밀고 있을까?지도에서 보기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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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수학 Algebra #

수학

형이 나보다 다섯 살 많고, 두 사람 나이를 합치면 서른한 살입니다. 나는 몇 살일까요?

하나씩 넣어보며 맞출 수도 있습니다. 그런데 내 나이를 그냥 '□'라고 두면 어떨까요. 그러면 □ + (□+5) = 31 이 됩니다. 여기서 규칙대로 정리하면 □ = 13 이 나옵니다.

모르는 것을 모르는 채로 두고 계산에 넣는 것 — 이게 대수학입니다. 답을 찾기 전에 답을 데리고 다니는 셈이죠.

알콰리즈미의 책 제목에 있던 '알자브르'가 대수학(algebra)의 어원이고, 그의 이름 자체는 알고리즘이 되었습니다. 한 사람의 이름과 책 제목이 둘 다 오늘날 용어로 남은 드문 경우입니다.

820모르는 수를 어떻게 찾아낼까?지도에서 보기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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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조군 Control group #

방법·도구

감기약을 먹고 사흘 만에 나았습니다. 약이 들은 걸까요? 그런데 감기는 원래 사흘쯤이면 낫습니다.

약을 먹은 사람만 봐서는 알 수 없습니다. 약을 안 먹은 사람들과 견주어야 합니다. 그 안 먹은 쪽이 대조군입니다.

제멜바이스가 손 씻기의 효과를 알아낸 것도 이 구조였습니다. 같은 병원의 두 병동인데 사망률이 몇 배 차이 났고, 다른 점은 하나뿐이었거든요.

중요한 것은 다른 조건이 같아야 한다는 점입니다. 한쪽은 젊은 사람, 다른 쪽은 노인이면 비교가 안 됩니다. 여기서 맹검이 필요해집니다 — 누가 어느 쪽인지 알면 기대와 편견이 결과에 끼어드니까요.

1847손만 씻어도 사람이 살까?지도에서 보기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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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칭과 뇌터 정리 Symmetry and Noether's theorem #

수학

정삼각형을 120도 돌리면 원래와 똑같아 보입니다. 눈사람은 좌우를 바꿔도 똑같고요. 무언가를 했는데 달라지지 않는 것, 이게 대칭입니다.

뇌터가 밝혀낸 것은 이겁니다. 물리 법칙에 대칭이 하나 있으면, 그때마다 절대 변하지 않는 양이 하나씩 생긴다.

어제 실험하든 오늘 실험하든 결과가 같다면(시간을 옮겨도 법칙이 그대로라면) → 에너지가 보존됩니다.
서울에서 하든 부산에서 하든 같다면(자리를 옮겨도 같다면) → 운동량이 보존됩니다.
어느 방향으로 돌려놓고 하든 같다면 → 회전하는 양이 보존됩니다.

외우라고 배웠던 보존법칙들이 사실은 전부 대칭에서 나온 것이었습니다. 왜 에너지가 보존되느냐는 물음에 답이 생긴 겁니다.

1918보존되는 것들은, 왜 보존될까?지도에서 보기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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돌연변이 Mutation #

생물·의학

세포가 나뉠 때마다 유전 정보를 통째로 베껴 씁니다. 30억 글자쯤 되는 분량을요. 아무리 정확해도 가끔은 틀립니다.

그 틀림이 돌연변이입니다. 나쁜 것으로만 생각하기 쉬운데, 진화에서는 재료입니다.

대부분은 아무 효과가 없거나 해롭습니다. 그런데 아주 가끔 쓸모 있는 것이 나오고, 그것만 자연선택에 걸려 남습니다. 여기서 눈여겨볼 게 있습니다. 돌연변이는 목적을 갖고 일어나지 않습니다. 필요해서 생기는 게 아니라 그냥 생기고, 그중 맞는 것만 남는 겁니다. 만드는 쪽은 눈이 없고 고르는 쪽만 눈이 있습니다.

1937다윈과 멘델은 왜 서로 어긋나 보였을까?지도에서 보기 →

함께 읽기유전자자연선택전이인자

동료평가 Peer review #

방법·도구

메리 애닝은 최초의 어룡과 수장룡 골격을 찾아냈습니다. 그런데 그의 화석으로 쓴 논문들에 그의 이름은 없었습니다. 여성이라 지질학회에 들어갈 수 없었고, 학회는 그를 회원으로도 저자로도 인정하지 않았습니다.

동료평가는 좋은 제도입니다. 틀린 주장, 부실한 자료, 과장된 결론을 걸러냅니다. 혼자서는 못 보는 허점을 남이 봐주니까요.

그런데 '동료'가 누구인지에 따라 걸러지는 것도 달라집니다. 애닝이 그랬고, 매클린톡이 30년간 인정받지 못한 것도, 상식과 어긋나는 결과가 늘 늦게 받아들여지는 것도 같은 문제입니다.

제도가 완벽해서 믿을 만한 게 아닙니다. 여러 겹의 확인 장치 중 하나일 뿐이고, 재현성과 함께 작동할 때만 제대로 굴러갑니다.

1823세상에 없는 동물의 뼈가 왜 땅속에 있을까?지도에서 보기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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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위원소 Isotope #

화학

이름은 같은데 몸무게가 다른 형제가 있습니다. 원소에도 그런 형제가 있습니다.

원자핵 안에는 두 가지가 들어 있습니다. 전기를 띤 것과 중성자입니다. 이 중 전기를 띤 것의 개수가 그 원소가 무엇인지를 정합니다.

그러니 중성자만 몇 개 더 있거나 덜 있으면, 이름은 같은 원소인데 무게만 다릅니다. 이것이 동위원소입니다.

어떤 동위원소는 불안정해서 잠깐 있다가 다른 것으로 바뀝니다. 그러면서 방사선을 내놓습니다. 자연에 남아 있지 않은 짧은 것들을 일부러 만들어 보는 곳이 중이온가속기입니다.

1932전기를 띠지 않은 알갱이도 있을까?지도에서 보기 →

함께 읽기중성자원소방사선

동일과정설 Uniformitarianism #

지구과학

그랜드캐니언 같은 협곡은 어떻게 생겼을까요. 어마어마한 재앙이 한 번에 땅을 갈랐을까요, 아니면 지금 흐르는 그 강이 그냥 오래 흘렀을까요?

허턴과 라이엘의 답은 후자였습니다. 특별한 사건이 필요 없다는 것이죠. 지금 눈앞에서 일어나는 침식과 퇴적과 융기가, 상상하기 어려울 만큼 오랜 시간 동안 계속되면 그 정도는 만들어집니다.

이 관점이 중요한 이유는 시간의 규모를 요구하기 때문입니다. 수천 년으로는 안 되고 수억 년이 필요합니다. 그리고 그 긴 시간이 있어야 자연선택도 작동합니다. 다윈이 라이엘의 책을 배에 싣고 다닌 이유입니다.

다만 지금은 조금 수정되었습니다. 소행성 충돌 같은 드문 큰 사건도 실제로 있었거든요. 대체로 느리게, 가끔 갑자기가 지금의 그림입니다.

1833지금 일어나는 일로, 과거를 읽을 수 있을까?지도에서 보기 →

함께 읽기깊은 시간지층멸종

되먹임 Feedback #

방법·도구

눈을 감고 컵을 집어 보세요. 잘 안 됩니다. 눈을 뜨면 됩니다.

눈을 뜨면 손이 어디쯤 갔는지 보이고, 목표와 얼마나 어긋났는지 알 수 있습니다. 그만큼 손을 고쳐 갑니다. 이것을 아주 빠르게 되풀이하는 것이 되먹임입니다.\n\n한 번에 정확히 계산해서 딱 맞히는 것이 아닙니다. 계속 재고 계속 고치는 것입니다.\n\n로봇도, 온도를 맞추는 보일러도, 몸이 균형을 잡는 것도 다 이 방식입니다. 세상이 계산대로 안 움직이기 때문에 이 방법이 필요합니다.

함께 읽기알고리즘마찰

드레이크 방정식 The Drake equation #

천문·우주

우주에 우리 말고 누가 있을까요. 이 질문에는 답할 수가 없습니다. 그런데 1961년 프랭크 드레이크는 답 대신 질문을 쪼갰습니다.

별이 생기는 속도 × 행성을 가진 비율 × 생명이 살 만한 행성 수 × 생명이 생길 확률 × 지능이 생길 확률 × 신호를 보낼 확률 × 문명이 지속되는 기간.

이 식은 답을 주지 않습니다. 넣을 숫자를 모르니까요. 그런데도 중요한 이유는, 막연한 질문을 각각 따로 연구할 수 있는 항목들로 쪼갰기 때문입니다.

실제로 앞쪽 항목들은 채워지고 있습니다. 1995년 첫 외계행성이 확인된 뒤 지금은 수천 개를 알고 있죠. 뒤쪽 항목, 특히 마지막 것은 여전히 비어 있습니다. 우리 문명이 얼마나 갈지도 모르니까요.

1990우주에서 우리는 어떻게 보일까?지도에서 보기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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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가원리 The equivalence principle #

물리

줄이 끊어진 승강기 안에 있다고 해봅시다. 발이 바닥에서 뜨고 손에 든 물건도 함께 떠 있습니다. 안에서 보면 중력이 사라진 것과 똑같습니다.

반대도 됩니다. 우주에서 승강기를 위로 가속시키면 안에 있는 사람은 바닥에 눌립니다. 중력이 있는 것과 구분되지 않죠.

아인슈타인은 이것을 자기 인생에서 가장 행복한 생각이라고 불렀습니다. 왜 그렇게 큰일이었을까요.

가속 쪽에서 답을 구하면 중력 쪽 답도 따라 나오기 때문입니다. 가속하는 방에서는 빛도 휘어 보이는데, 그렇다면 중력도 빛을 휘게 해야 합니다(중력렌즈). 시간 지연도 같은 방식으로 따라 나옵니다. 생각 하나에서 이론 하나가 나온 셈입니다.

1915중력은 힘일까, 공간의 모양일까?지도에서 보기 →

함께 읽기일반상대성이론만유인력시간 지연

뜻밖의 발견 Serendipity #

방법·도구

휴가를 다녀온 실험실 접시에 곰팡이가 피어 있었습니다. 보통은 버립니다. 그런데 곰팡이 둘레만 세균이 자라지 않은 것이 눈에 들어왔습니다.

항생물질은 이렇게 나왔습니다. 찾고 있던 것이 아니었습니다.

이런 일이 과학사에 놀랄 만큼 많습니다. 전자레인지는 레이더를 만지다가, 접착이 잘 안 되는 풀은 강한 접착제를 만들려다 나왔습니다.

다만 우연이 전부는 아닙니다. 그 접시를 본 사람이 수천 명이었어도 대부분은 그냥 버렸을 것입니다. 이상한 것을 이상하다고 알아보려면 그 분야를 오래 들여다본 눈이 있어야 합니다.

그래서 우연은 운이라기보다 준비된 사람에게만 보이는 것에 가깝습니다.

이것이 기초연구를 미리 골라낼 수 없는 이유이기도 합니다. 무엇이 나올지 알면 그건 이미 발견이 아닙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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ㄹ

리만 기하학 Riemannian geometry #

수학

지구본 위 적도에서 두 사람이 나란히 북쪽으로 출발합니다. 둘은 평행하게 갔는데 북극에서 만납니다. 평행선은 만나지 않는다고 배웠는데요.

평평한 종이 위에서는 맞는 말입니다. 휘어 있는 면 위에서는 아닙니다. 바닥이 휘어 있으면 기하학이 달라집니다.

리만은 특정한 휜 면 하나를 다룬 게 아니라, 어떻게 휘었든 다룰 수 있는 일반적인 방법을 만들었습니다. 방식은 이렇습니다. 공간 전체에 하나의 자를 쓰지 않고, 지점마다 자를 따로 줍니다. 자가 지점마다 달라지는 정도가 곧 그 공간이 휜 정도입니다.

1854년의 일이고, 아무도 쓸 데를 몰랐습니다. 61년 뒤 아인슈타인이 중력을 공간의 휘어짐으로 설명하려 할 때, 그것을 적을 언어가 이미 만들어져 있었습니다.

1854공간 자체가 휘어 있다면 기하학은 어떻게 될까?지도에서 보기 →

함께 읽기일반상대성이론공리만유인력

ㅁ

마찰 Friction #

물리

얼음판 위에서는 걸을 수가 없습니다. 발을 밀어도 몸이 안 나갑니다.

우리가 걸을 수 있는 것은 발이 바닥을 뒤로 밀고 바닥이 발을 앞으로 밀어 주기 때문입니다. 그 밀어 주는 힘이 마찰입니다.\n\n흔히 없애야 할 방해물로만 생각하는데, 마찰이 없으면 걷지도 못하고 물건을 쥐지도 못하고 자동차가 서지도 못합니다.\n\n귀찮은 점은 계산하기 어렵다는 것입니다. 표면이 조금만 달라도 값이 달라져서, 중력처럼 깔끔한 식으로 정리되지 않습니다. 로봇이 미끄러운 바닥에서 넘어지는 이유이기도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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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유인력 Universal gravitation #

물리

사과는 떨어지는데 달은 왜 안 떨어질까요. 뉴턴의 답은 뜻밖이었습니다. 달도 떨어지고 있다는 것이었습니다.

공을 세게 던지면 멀리 나가 떨어집니다. 더 세게 던지면 더 멀리. 아주 세게 던지면 땅이 휘어진 만큼 떨어져서 영영 땅에 닿지 않고 돌게 됩니다. 달은 그렇게 계속 떨어지는 중입니다.

같은 힘이 사과와 달을 다룹니다. 하늘의 법칙과 땅의 법칙이 따로 있는 게 아니었다는 것 — 이게 이 법칙이 준 충격이었습니다.

1687사과와 달은 같은 법칙으로 떨어질까?지도에서 보기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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망원경 The telescope #

천문·우주

망원경은 크게 보는 도구라고 배웁니다. 그런데 천문학자들은 배율을 거의 이야기하지 않습니다. 구경만 이야기합니다.

천문학에서 망원경은 확대경이 아니라 양동이에 가깝습니다. 비를 받는 통이 넓을수록 물이 많이 모이듯, 빛을 받는 면이 넓을수록 어두운 것까지 보입니다.\n\n별은 아무리 확대해도 점입니다. 문제는 크기가 아니라 밝기입니다. 그래서 큰 망원경을 만드는 일은 곧 더 멀리, 더 옛날을 보는 일이 됩니다.\n\n눈에 보이는 빛만 모으는 것도 아닙니다. 전파를 모으는 망원경은 접시처럼 생겼고, 먼지에 가려 눈으로는 안 보이는 곳까지 들여다봅니다.

1610망원경을 하늘로 돌리면 무엇이 보일까?지도에서 보기 →

함께 읽기빛광년스펙트럼선

맥스웰 방정식 Maxwell's equations #

물리

전기와 자기는 오랫동안 별개로 여겨졌습니다. 하나는 문지르면 생기고 하나는 쇳조각을 끄는 돌이었으니까요.

그런데 둘은 한 몸이었습니다. 전기가 변하면 자기가 생기고, 자기가 변하면 전기가 생깁니다. 맥스웰이 이 관계를 식 네 개로 정리했습니다.

그리고 그 식을 풀어보니 뜻밖의 것이 나왔습니다. 전기와 자기가 서로를 만들어가며 공간을 달리는 파동이 있어야 한다는 것, 그리고 그 속도가 이미 측정된 빛의 속도와 같다는 것. 빛의 정체가 여기서 밝혀졌습니다.

1865빛도 전기와 자석의 일종일까?지도에서 보기 →

함께 읽기빛파동전자기유도

맹검 Blinding #

방법·도구

새 약이라고 하고 밀가루로 만든 알약을 줘도, 상당수의 사람은 실제로 증상이 나아집니다. 통증이 줄고 잠도 잘 잡니다.

기대가 몸에 영향을 줍니다. 그래서 참가자가 자기가 진짜 약을 먹는지 몰라야 합니다.

더 어려운 쪽은 관측자입니다. 결과를 재는 사람이 '이 사람은 진짜 약'이라는 걸 알면, 자기도 모르게 좋게 봅니다. 그래서 양쪽 다 모르게 하는 이중맹검을 씁니다.

물리학에서도 씁니다. 블랙홀 사진을 찍을 때 네 팀이 각자 따로 자료를 처리했습니다. 서로 결과를 보여주지 않은 채로요. 나중에 열어보니 넷 다 같은 그림이었습니다. 기대하는 그림에 맞춰가는 것을 막으려는 설계였습니다.

2019빛조차 빠져나오지 못하는 것을, 어떻게 찍을까?지도에서 보기 →

함께 읽기대조군재현성오차와 불확도

면역 The immune system #

생물·의학

홍역을 한 번 앓은 사람은 다시 앓지 않습니다. 몸이 그 얼굴을 외워 뒀기 때문입니다.

낯선 것이 들어오면 면역은 그 겉모습을 보고 딱 맞는 열쇠를 만들어 붙잡습니다. 처음 만나는 상대라면 며칠이 걸리고, 그 며칠 동안 우리는 앓습니다.

싸움이 끝나면 그 모양을 기억해 둡니다. 다음엔 몇 시간 만에 열쇠가 나옵니다. 백신은 진짜 병을 앓지 않고 그 기억만 얻는 방법입니다. 백신 맞은 팔이 아픈 것은 이 대응이 시작되는 소리입니다.

1796약한 병을 앓으면, 큰 병을 피할 수 있을까?지도에서 보기 →

함께 읽기백신과 종두법바이러스장내 미생물

멸종 Extinction #

지구과학

거대한 뼈가 나왔는데 지금 살아 있는 어떤 동물과도 맞지 않습니다. 그럼 이 동물은 어디 있을까요? 아직 안 가본 곳에 살고 있을까요?

18세기까지는 그렇게 생각했습니다. 완벽한 창조에서 무언가가 사라진다는 것은 있을 수 없는 일이라고 여겼거든요. 그래서 탐험이 계속되면 언젠가 발견될 거라고 믿었습니다.

그런데 지층을 따라 읽으니 분명해졌습니다. 어떤 화석은 특정 층 위로는 완전히 사라집니다. 여러 종이 같은 층에서 한꺼번에 사라지기도 하고요.

멸종은 실제로 일어납니다. 그리고 되돌릴 수 없습니다. 지구 역사에서 대규모 멸종이 다섯 번 있었고, 지금 여섯 번째가 진행 중이라는 견해가 있습니다. 앞의 다섯 번과 다른 점은 원인이 소행성이나 화산이 아니라는 것입니다.

1823세상에 없는 동물의 뼈가 왜 땅속에 있을까?지도에서 보기 →

함께 읽기화석지층깊은 시간

무리수 Irrational number #

수학

가로 1미터, 세로 1미터인 정사각형을 그리고 대각선을 재봅니다. 자로는 1.41미터쯤. 더 정밀한 자로 재면 1.414, 더 정밀하면 1.4142.

어디까지 가도 끝나지 않고, 되풀이되는 마디도 없습니다. 3분의 1이 0.333…으로 같은 숫자를 반복하는 것과도 다릅니다. 분수로는 아예 적을 수 없는 수입니다.

피타고라스 학파는 세상 모든 것이 정수의 비로 되어 있다고 믿었는데, 자기들이 증명한 정리에서 이 수가 튀어나왔습니다. 믿음을 자기 손으로 무너뜨린 셈입니다.

BC 530세상은 숫자로 되어 있을까?지도에서 보기 →

함께 읽기증명극한무한

무한 Infinity #

수학

가장 큰 수를 하나 말해보세요. 무엇을 대든 거기에 1을 더하면 더 큰 수가 됩니다. 그러니 가장 큰 수는 없습니다.

무한은 아주 큰 수가 아닙니다. '끝이 없다'는 상태입니다. 그래서 계산에 직접 넣지 않고, 끝없이 가까워질 때 어디로 가는지만 봅니다(극한).

이상한 일도 벌어집니다. 무한히 많은 조각을 더했는데 합계가 유한할 수 있습니다. 방을 반씩 걸어가는 것처럼요. 그리고 무한에도 크기가 다른 무한이 있다는 것이 19세기에 밝혀지는데, 이걸 증명한 사람은 학계에서 심하게 공격받았습니다.

1891무한에도 큰 무한과 작은 무한이 있을까?지도에서 보기 →

함께 읽기극한공리증명

물질파 Matter waves #

물리

빛은 파동인 줄 알았는데 알갱이이기도 했습니다. 그렇다면 알갱이인 전자는 파동이기도 해야 공평하지 않을까요? 드브로이의 논증은 정말 이것뿐이었습니다.

놀랍게도 맞았습니다. 전자를 결정에 쏘았더니 겹침 무늬가 나왔습니다. 알갱이라면 나올 수 없는 무늬입니다.

그럼 사람은 왜 파동으로 안 보일까요. 파장이 운동량에 반비례하기 때문입니다. 무겁고 빠를수록 파장이 짧아지는데, 사람의 파장은 원자보다 훨씬 작아서 잴 방법이 없습니다.

작은 세계에서 규칙이 달라지는 게 아닙니다. 규칙은 같고, 우리가 너무 클 뿐입니다.

1924빛이 알갱이이기도 하다면, 알갱이도 파동일까?지도에서 보기 →

함께 읽기파동정상파이중슬릿

미생물 Microorganisms #

생물·의학

레이우엔훅은 자기가 만든 렌즈로 빗물 한 방울을 들여다보았습니다. 그 안에 무언가가 헤엄치고 있었습니다.

물 한 방울, 치아에서 긁어낸 것, 후춧물 — 어디를 봐도 있었습니다. 그는 이것들을 '작은 동물'이라 불렀습니다.

세상에 우리가 못 보는 생물이 가득하다는 것 — 이것이 이후 모든 것을 바꿉니다. 병이 왜 생기는지, 음식이 왜 상하는지, 술이 어떻게 익는지가 전부 이 작은 것들의 일이었습니다. 참고로 그는 대학을 나오지 않은 포목상이었고, 렌즈 만드는 법은 끝내 아무에게도 알려주지 않았습니다.

1676물 한 방울 안에도 사는 것이 있을까?지도에서 보기 →

함께 읽기세포세균설자연발생설

미적분 Calculus #

수학

자동차 계기판은 '지금 이 순간의 속도'를 가리킵니다. 그런데 속도는 거리를 시간으로 나눈 값이고, 순간은 시간이 0입니다. 0으로 나눌 수는 없는데요.

미분은 이 모순을 피해 갑니다. 0을 넣어 계산하지 않고, 간격을 줄여갈 때 값이 어디로 다가가는지만 봅니다(극한). 1초 평균, 0.1초 평균, 0.01초 평균이 점점 60에 가까워지면 답은 60입니다.

적분은 반대입니다. 구불구불한 땅의 넓이를 구하려면 잘게 썰어 직사각형으로 만들고 다 더합니다. 잘게 썰수록 정확해지죠.

놀라운 건 이 둘이 서로를 되돌린다는 점입니다. 통장으로 보면 쉽습니다. 매일 입금액을 다 더해 잔액을 구하는 게 적분, 잔액이 오늘 얼마나 빨리 느는지 보고 입금액을 아는 게 미분. 같은 장부를 반대 방향에서 읽는 일입니다.

1687사과와 달은 같은 법칙으로 떨어질까?지도에서 보기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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밀도 Density #

물리

쇠구슬과 스티로폼 공이 같은 크기입니다. 들어 보면 무게가 전혀 다릅니다.

크기는 같은데 무게가 다르면 밀도가 다른 것입니다. 쇠는 빽빽하고 스티로폼은 성깁니다.

밀도는 무엇이 뜨고 무엇이 가라앉는지를 정합니다. 물보다 빽빽하면 가라앉고 물보다 성기면 뜹니다. 쇠는 가라앉지만 쇠로 만든 배가 뜨는 이유는 배 안에 공기가 가득해서 전체 밀도가 물보다 낮기 때문입니다(부력).

바다에서도 그렇습니다. 차갑고 짠 물은 무거워서 가라앉고 따뜻한 물은 위에 뜹니다. 극지의 차가운 바닷물이 바닥으로 가라앉아 온 지구 바다를 도는 큰 흐름이 여기서 시작됩니다.

얼음이 물에 뜨는 것은 물이 얼면 오히려 성겨지기 때문입니다. 대부분의 물질과 반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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ㅂ

바닥상태 The ground state #

물리

계단 맨 아래 칸에 서 있습니다. 더 내려가고 싶어도 내려갈 칸이 없습니다.

원자 속 전자도 같습니다. 가장 안쪽 자리보다 안쪽에는 자리 자체가 없습니다.

이것이 왜 중요하냐면, 원래 이론대로라면 전자는 원자핵으로 나선을 그리며 떨어져야 하기 때문입니다. 계산하면 1000억분의 1초 만에요. 그러면 세상에 물질이 남아 있을 수 없습니다.

책상이 손을 통과하지 않는 이유, 우리가 여기 있는 이유가 결국 이 한 칸입니다. 더 내려갈 곳이 없다는 것.

1913전자는 왜 원자핵으로 떨어지지 않을까?지도에서 보기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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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이러스 Virus #

생물·의학

감기에 걸려 병원에 갔는데 항생제를 안 줍니다. 세균 약은 바이러스에 소용이 없기 때문입니다.

집이 아니라 편지입니다. 먹지 않고 자라지 않고 혼자서는 늘어나지 못합니다. 세포에 들어가면 세포가 그 설계도대로 바이러스를 대신 만들어 줍니다. 세포는 공장, 바이러스는 주문서입니다.

세균의 백분의 일 크기. 담뱃잎 병의 즙이 세균 거르는 필터를 통과하고도 병을 옮겨서 있다는 것을 알았고, 얼굴은 1930년대 전자현미경으로 처음 봤습니다. 살아 있는가는 아직 다툼 중입니다.

1898세균을 다 걸러 냈는데 병은 왜 남을까?지도에서 보기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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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이스만 장벽 The Weismann barrier #

생물·의학

바이스만은 쥐의 꼬리를 자르고 번식시키기를 다섯 세대, 900마리 넘게 되풀이했습니다. 꼬리가 짧게 태어난 쥐는 한 마리도 없었습니다.

몸을 이루는 세포와 자손에게 전달될 생식세포는 발생 초기에 이미 갈라집니다. 그래서 살아가며 몸에 일어난 일은 그 생식세포에 적히지 않습니다. 정보는 한 방향으로만 흐릅니다.

이것이 획득형질 유전이 성립할 수 없는 이유입니다. 평생 운동해도 아이가 근육질로 태어나지 않는 것도, 여러 세대를 잘라도 꼬리 없는 쥐가 안 나오는 것도 같은 이야기입니다.

다만 이 장벽이 절대적인 벽인지는 후성유전 연구로 다시 논의되고 있습니다. 표지 일부가 다음 세대로 넘어가는 사례가 보고됐거든요. 벽에 아주 작은 틈이 있다는 것이지 문이 열렸다는 뜻은 아닙니다 — 넘어간 표지는 대개 몇 세대 안에 지워지고, 유전자 서열 자체는 그대로입니다.

1809부모가 얻은 것이 자식에게 전해질까?지도에서 보기 →

함께 읽기획득형질 유전후성유전유전자자연선택

반감기 Half-life #

물리

어떤 원자핵이 언제 무너질지는 아무도 모릅니다. 1초 뒤일 수도, 백만 년 뒤일 수도 있습니다. 그런데 백만 개를 모아두면 절반이 무너지는 데 걸리는 시간은 정확합니다.

하나하나는 모르는데 전체는 정확히 아는 것, 확률의 세계가 이렇습니다.

그리고 이 정확함이 자를 만들어줍니다. 나무나 뼈에 남은 탄소14의 양을 재면 언제 죽었는지 알 수 있고, 암석 속 원소 비율을 재면 지구의 나이가 나옵니다. 지구가 46억 살이라는 것도 이렇게 알아낸 것입니다.

1898돌이 저절로 빛을 낼 수 있을까?지도에서 보기 →

함께 읽기방사능확률깊은 시간

반도체 Semiconductor #

물리

전기가 잘 통하는 것이 있고 전혀 안 통하는 것이 있습니다. 그럼 그 중간은 어디에 쓸까요?

중간이라서 쓸모가 있습니다. 통하게 할 수도 있고 막을 수도 있으니까요. 그것도 스위치를 손으로 누르는 게 아니라 다른 전기 신호로요.

전기로 켜고 끄는 스위치, 그것이 트랜지스터입니다. 컴퓨터는 이 스위치 수십억 개로 되어 있습니다.

재료는 대개 모래에서 얻는 규소입니다. 순도를 극단으로 높인 다음, 다른 원소를 아주 조금 섞어 성질을 바꿉니다. 그 아주 조금이 전부를 바꿉니다.

1947전기 신호를 무엇으로 켜고 끌까?지도에서 보기 →

함께 읽기전류와 전지원소

반물질 Antimatter #

물리

1928년 디랙이 전자를 적는 식을 세웠더니 답이 두 개 나왔습니다. 하나는 전자였고, 다른 하나는 전자와 똑같은데 전기 부호만 반대인 무엇이었습니다.

보통은 이런 답이 나오면 버립니다. 그는 버리지 않고 실제로 있을 것이라고 주장했고, 4년 뒤 발견됐습니다.

더 이상한 것은 그다음입니다. 파인만과 스튀켈베르크는 시간을 거슬러 가는 전자가 반전자와 수학적으로 똑같다는 것을 보였습니다. 식에서 둘이 구분되지 않습니다. 그래서 파인만의 그림에서 반입자는 화살표가 거꾸로 그려집니다.

비유가 아니라 실제로 쓰는 계산 방법입니다. 다만 이것은 입자 하나 수준의 이야기이고, 사람이 통째로 시간을 거스르는 것과는 다릅니다.

1928식이 답을 두 개 내놓으면, 나머지 하나는 무엇일까?지도에서 보기 →

함께 읽기시간의 화살양자에너지

반증 Falsification #

방법·도구

'모든 백조는 희다'는 주장을 생각해봅시다. 흰 백조를 백만 마리 봐도 이 주장이 확실해지지는 않습니다. 백만 한 번째가 다를 수 있으니까요. 그런데 검은 백조 한 마리면 끝납니다.

확인은 아무리 쌓아도 증명이 안 되는데, 반박은 한 번이면 됩니다. 이 비대칭이 핵심입니다.

그래서 좋은 이론은 '이런 일이 일어나면 나는 틀린 것'이라고 미리 말해줍니다. 아인슈타인은 일식 때 별빛이 이만큼 휘어야 한다고 못 박았습니다. 안 휘었으면 그의 이론은 끝이었죠.

반대로 무슨 결과가 나와도 설명이 되는 이론은 강한 게 아니라 아무 말도 안 하는 것입니다. 이 기준으로 보면 주전원처럼 예외마다 장치를 덧붙이는 이론이 왜 약해지는지도 보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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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효 Fermentation #

생물·의학

김치통 뚜껑을 열면 뽀글 소리가 납니다. 막걸리 병을 열면 넘칩니다. 둘 다 안에서 누군가 먹고 있는 소리입니다.

발효와 부패는 다른 일이 아닙니다. 미생물이 먹는 같은 일에 사람이 붙인 다른 이름입니다. 우리가 먹을 수 있으면 발효, 못 먹으면 부패. 김치는 잘 익은 것이고 상한 우유는 잘못 익은 것입니다.

어느 미생물이 먼저 자리를 잡느냐가 갈랐을 뿐입니다. 그래서 김치는 소금으로, 막걸리는 누룩으로 원하는 손님을 먼저 들입니다.

1861썩는 것은 저절로 생기는 걸까?지도에서 보기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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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사광 Synchrotron light #

물리

젖은 우산을 빙글 돌리면 물방울이 바깥으로 튑니다. 빠를수록 세게 튑니다.

전자를 아주 빠르게 돌리면 비슷한 일이 생깁니다. 자석으로 길을 휘게 할 때마다 전자가 빛을 바깥으로 튕겨 냅니다. 이것이 방사광입니다.

처음에는 골칫거리였습니다. 가속기에서 전자 에너지가 자꾸 새는 이유가 이것이었으니까요. 그런데 그 새는 빛이 보통 빛보다 수백만 배 밝고 파장을 마음대로 고를 수 있다는 것을 알고 나서 보물이 됐습니다.

이 빛으로는 원자 하나하나의 자리를 볼 수 있습니다. 단백질이 어떻게 접혀 있는지, 배터리 안에서 무슨 일이 일어나는지, 반도체 회로가 제대로 그려졌는지를 봅니다.

포항에 두 대가 있습니다. 전자를 둥글게 돌리는 것과, 곧게 쏘아 번개 같은 X선을 내는 것입니다.

함께 읽기전자파장회절X선 결정학

방사능 Radioactivity #

물리

서랍에 넣어둔 사진 건판이 까맣게 변해 있었습니다. 햇빛도 안 들었는데요. 옆에 우라늄 광석이 놓여 있었습니다.

광석이 스스로 무언가를 내뿜고 있었던 것입니다. 아무도 건드리지 않았는데요.

어떤 원자핵은 불안정해서 가만히 두어도 저절로 무너집니다. 무너지면서 조각과 빛을 내뿜고, 다른 원소로 바뀝니다. 납으로 금을 만들려던 연금술이 실패한 것은 화학으로는 원소를 바꿀 수 없기 때문인데, 자연은 핵 수준에서 그 일을 하고 있었던 셈입니다.

1898돌이 저절로 빛을 낼 수 있을까?지도에서 보기 →

함께 읽기원자핵반감기원소

방사선 Radiation #

물리

보이지도 않고 냄새도 없습니다. 사람의 감각으로는 알아챌 방법이 전혀 없습니다.

그래서 다른 위험보다 더 무섭게 느껴집니다. 알아챌 수 없으니까요.

그런데 감각이 못 잡는다는 것은 기계로는 아주 잘 잡힌다는 뜻이기도 합니다. 방사선은 세상에서 가장 재기 쉬운 위험 축에 듭니다. 아주 적은 양도 숫자로 나옵니다.

방사능과 헷갈리기 쉬운데, 방사능은 내놓는 능력이고 방사선은 나오는 것입니다. 촛불로 치면 방사능이 초, 방사선이 빛입니다.

1898돌이 저절로 빛을 낼 수 있을까?지도에서 보기 →

함께 읽기방사능동위원소핵분열

백신과 종두법 Vaccines and inoculation #

생물·의학

천연두는 걸리면 셋 중 하나가 죽는 병이었습니다. 그런데 소젖 짜는 여성들은 잘 안 걸렸습니다. 대신 그들은 훨씬 가벼운 소의 병을 앓은 적이 있었습니다.

제너는 이 소문을 실험으로 확인했습니다. 소의 병에서 얻은 것을 사람에게 넣고, 나중에 천연두에 노출시켰더니 걸리지 않았습니다.

원리는 나중에 밝혀집니다. 몸은 한 번 만난 침입자를 기억하고, 다음에 만나면 훨씬 빨리 대응합니다. 약한 것으로 미리 연습시키는 것이 백신입니다. 그가 무엇을 하는지 모르는 채로 시작했지만, 천연두는 인류가 지구에서 완전히 없앤 유일한 감염병이 되었습니다.

1796약한 병을 앓으면, 큰 병을 피할 수 있을까?지도에서 보기 →

함께 읽기세균설미생물항생물질

벨 부등식 Bell's inequality #

물리

한 무리의 사람들에게 세 가지 특징이 있습니다. 키가 큰가, 안경을 썼는가, 왼손잡이인가. 사람마다 세 답이 이미 정해져 있다고 합시다.

그러면 이것이 반드시 성립합니다.

(키 크고 안경 안 쓴 사람) + (안경 쓰고 왼손잡이 아닌 사람) ≥ (키 크고 왼손잡이 아닌 사람)

오른쪽에 드는 사람은 안경을 썼거나 안 썼거나 둘 중 하나인데, 안 썼으면 첫 묶음에 들고 썼으면 둘째 묶음에 듭니다. 그러니 오른쪽이 클 수가 없습니다. 물리학이 아니라 산수입니다.

얽힌 입자를 세 가지 각도로 재서 같은 셈을 해봤더니 이 부등식이 깨졌습니다. 답이 미리 정해져 있지 않았다는 뜻입니다. 벨이 한 일은 철학처럼 보이던 논쟁을 실험으로 가릴 수 있는 문제로 바꾼 것입니다.

1964철학 논쟁을 실험으로 판결할 수 있을까?지도에서 보기 →

함께 읽기얽힘숨은 변수국소성

보존법칙 Conservation law #

물리

장작이 다 타고 재만 남았습니다. 무게를 재보면 재는 장작보다 훨씬 가볍습니다. 그럼 나머지는 없어진 걸까요?

아닙니다. 연기와 수증기가 되어 공기 중으로 나갔을 뿐입니다. 타기 전 장작과 공기를 전부 모아 무게를 재고, 다 탄 뒤 재와 연기와 공기를 전부 모아 재면 똑같습니다.

이렇게 모습은 바뀌어도 총합이 변하지 않는 양이 있습니다. 에너지가 그렇고, 운동량이 그렇고, 물질의 양이 그렇습니다. 어떤 계산에서 답이 안 맞으면 대개 계산이 틀린 게 아니라 우리가 빠뜨린 무언가가 있다는 신호입니다.

1843휘저으면 물이 따뜻해지는 이유는?지도에서 보기 →

함께 읽기에너지운동량대칭과 뇌터 정리

부력 Buoyancy #

물리

욕조에 들어가면 물이 올라옵니다. 그리고 몸이 가벼워집니다. 둘은 같은 일입니다.

몸이 차지한 만큼 물이 밀려납니다. 밀려난 물은 원래 자리로 돌아가려 하고, 그 힘이 몸을 위로 밉니다. 밀려난 물의 무게만큼 위로 밀립니다. 이천 년 전 목욕탕에서 나온 생각입니다.

그래서 뜨고 가라앉는 것이 정해집니다. 물체의 무게보다 밀려난 물의 무게가 크면 뜹니다.

쇳덩이는 가라앉지만 쇠로 만든 배는 뜹니다. 배는 속이 비어 있어서 아주 많은 물을 밀어내기 때문입니다. 배가 무거워지면 더 가라앉아 더 많은 물을 밀어내고, 그만큼 부력이 커집니다. 배 옆구리에 그어 둔 선이 그 한계입니다.

잠수함은 이걸 조절합니다. 물을 채우면 가라앉고 공기로 밀어내면 뜹니다.

함께 읽기밀도저항질량

부울 대수 Boolean algebra #

수학

전등 스위치는 켜짐 아니면 꺼짐입니다. 중간이 없죠. 두 개의 스위치를 나란히 놓고 '둘 다 켜야 불이 들어오게' 또는 '둘 중 하나만 켜도 들어오게' 만들 수 있습니다.

부울이 한 일은 논리를 계산처럼 다루자는 것이었습니다. 참을 1, 거짓을 0으로 놓고 '그리고'와 '또는'을 곱셈·덧셈처럼 씁니다. 그러면 말로 따지던 논리가 식이 됩니다.

1854년에 나왔을 때는 순수한 논리학 연구였습니다. 그런데 80년 뒤 섀넌이 알아챕니다. 전기 회로의 스위치가 켜짐/꺼짐 두 값이니, 부울 대수를 회로로 그대로 만들 수 있다는 것을요.

지금 모든 컴퓨터 안에서 벌어지는 일이 이것입니다. 논리가 회로가 되고, 회로가 계산이 됩니다.

1854생각을 계산할 수 있을까?지도에서 보기 →

함께 읽기비트와 정보 엔트로피알고리즘튜링 기계

분자 Molecule #

화학

물 한 컵을 반으로 나눕니다. 또 반으로. 계속 나누다 보면 언젠가 더 나눌 수 없는 지점이 옵니다. 더 나누면 물이 아니게 되는 지점이요.

그 지점의 알갱이 하나가 분자입니다. 물 분자는 원자 세 개가 붙어 있는 것인데, 이걸 떼어놓으면 물이 아니라 산소와 수소가 됩니다.

눈에는 안 보이지만 가만히 있지도 않습니다. 늘 떨리고 부딪히며 돌아다닙니다. 뜨겁다는 건 이 움직임이 활발하다는 뜻이고, 차갑다는 건 잠잠하다는 뜻입니다.

1808물질이 항상 같은 비율로 섞이는 이유는?지도에서 보기 →

함께 읽기원자원소열

불완전성 정리 The incompleteness theorems #

수학

'이 문장은 거짓이다.' 참이라면 거짓이고, 거짓이라면 참입니다. 어느 쪽으로도 안 됩니다.

괴델이 한 일은 이 말장난을 수학 안에서 정확하게 만든 것입니다. 숫자에 관한 명제로 '이 명제는 증명할 수 없다'는 뜻을 갖는 문장을 만들어냈습니다.

그러면 이렇게 됩니다. 이 문장이 증명된다면 체계에 모순이 있는 것이고, 증명되지 않는다면 이 문장은 참인데 증명은 안 되는 것입니다. 어느 쪽이든 '모든 참인 것을 증명할 수 있다'는 희망은 끝납니다.

그리고 두 번째 정리가 더 아픕니다. 어떤 체계도 자기가 모순 없다는 것을 스스로 증명할 수 없습니다. 힐베르트가 세우려던 계획이 여기서 무너졌습니다. 다만 이건 '수학이 틀렸다'는 뜻이 아닙니다. 한계가 어디인지를 정확히 알아낸 것입니다.

1931수학은 스스로 완전할 수 있을까?지도에서 보기 →

함께 읽기공리힐베르트 프로그램정지 문제

불확정성 원리 The uncertainty principle #

물리

어두운 방에서 탁구공을 찾으려면 손을 더듬어야 합니다. 그런데 손이 닿는 순간 공은 굴러가 버립니다. 어디 있었는지는 알았지만 이제 어디로 가는지는 모릅니다.

아주 작은 세계에서는 이것이 기술 문제가 아닙니다. 더 조심스럽게 만져도 안 됩니다. 위치와 운동량을 둘 다 정확히 갖는 상태가 애초에 없습니다.

한쪽을 정밀하게 정할수록 다른 쪽이 흐려집니다. 우리가 못 재는 게 아니라 자연이 그렇게 되어 있다는 것 — 그래서 이 원리는 측정 이야기가 아니라 존재 이야기입니다.

1927모든 것을 동시에 정확히 알 수 있을까?지도에서 보기 →

함께 읽기운동량양자중첩

비트와 정보 엔트로피 Bits and information #

수학

스무고개를 생각해보세요. 예/아니오로만 답하는 질문 스무 번이면 백만 가지 중 하나를 찾아낼 수 있습니다. 질문 하나가 후보를 절반으로 줄이니까요.

예/아니오 한 번이 바로 1비트입니다. 정보의 양은 '몇 번 물어야 알아낼 수 있느냐'로 잽니다.

여기서 섀넌의 뜻밖의 통찰이 나옵니다. 뻔한 말에는 정보가 없습니다. 내일 해가 뜬다는 소식은 물어볼 필요도 없으니 0비트입니다. 반대로 예측할 수 없는 것일수록 정보량이 많습니다.

그래서 압축이 가능합니다. 한국어 문장에서 '습니'라는 글자 뒤에는 거의 항상 '다'가 옵니다. 뻔한 것은 짧게 적으면 되죠. 이 원리로 사진과 음악과 영상이 압축됩니다. 참고로 이 양의 계산식이 엔트로피와 똑같이 생겨서 같은 이름을 씁니다.

1948정보의 양을 숫자로 잴 수 있을까?지도에서 보기 →

함께 읽기부울 대수엔트로피확률

빙하 코어 Ice core #

지구과학

냉동실 얼음을 자세히 보면 안에 작은 기포가 갇혀 있습니다. 얼 때 물속에 있던 공기가 빠져나가지 못한 것입니다.

남극의 얼음도 똑같습니다. 눈이 쌓이고 눌려 얼음이 될 때 그해의 공기가 기포로 갇힙니다. 해마다 한 층씩 쌓이니 아래로 갈수록 오래된 공기입니다.

그러니 얼음 기둥은 지구의 공기 일기장입니다. 깊이 뚫을수록 옛날로 갑니다. 지금까지 뚫은 가장 깊은 기둥은 80만 년 전 공기를 담고 있습니다.

그 기포를 터뜨려 재면 그때 공기에 이산화탄소가 얼마나 있었는지, 얼음의 성분을 재면 그때 기온이 어땠는지 알 수 있습니다. 온도계도 사람도 없던 시절의 기록입니다.

온실효과가 실제로 어떻게 움직여 왔는지를 이 기둥이 알려 줍니다.

함께 읽기온실효과밀도동위원소

빛 Light #

물리

프리즘에 햇빛을 통과시키면 무지개가 펼쳐집니다. 흰빛이 사실은 여러 색이 섞인 것이었다는 뜻이죠.

색을 가르는 것은 진동수입니다. 그리고 무지개 양쪽 바깥에는 눈에 안 보이는 빛이 더 있습니다. 빨강 바깥이 적외선(우리가 열로 느끼는 것), 보라 바깥이 자외선입니다.

빛의 정체를 두고 오래 다퉜습니다. 알갱이인가 파동인가. 지금의 답은 둘 다 맞다는 쪽이고, 그 이상함이 양자 이야기의 출발점입니다.

1865빛도 전기와 자석의 일종일까?지도에서 보기 →

함께 읽기파동진동수양자

ㅅ

사건지평선 The event horizon #

천문·우주

폭포 위쪽에서 물고기가 헤엄칩니다. 물살보다 빨리 헤엄칠 수 있으면 거슬러 올라갈 수 있습니다. 그런데 폭포에 가까워질수록 물살이 빨라지고, 어느 지점부터는 아무리 힘껏 헤엄쳐도 떠내려갑니다.

그 지점이 사건지평선입니다. 물살 대신 휘어진 공간이고, 물고기 대신 빛입니다. 우주에서 가장 빠른 빛조차 빠져나올 수 없는 경계죠.

이름이 '지평선'인 이유가 있습니다. 벽이 아니라 경계일 뿐이거든요. 그 자리에 특별한 것이 있지는 않습니다. 다만 그 안에서 일어난 일은 바깥에서 영영 알 수 없습니다.

2019년 사건지평선 망원경이 처음으로 사진을 찍었습니다. 블랙홀 자체는 안 보이니 그 둘레를 도는 뜨거운 물질의 고리를 찍은 것입니다. 지구만 한 망원경이 필요해서, 전 세계 여덟 곳의 전파망원경을 하나처럼 묶어 썼습니다.

2019빛조차 빠져나오지 못하는 것을, 어떻게 찍을까?지도에서 보기 →

함께 읽기일반상대성이론빛맹검

사고실험 Thought experiment #

방법·도구

빛을 타고 나란히 달리면 빛은 어떻게 보일까요? 열여섯 살의 아인슈타인이 자신에게 던진 질문입니다. 실제로 해볼 수는 없습니다.

그런데 논리로는 끝까지 갈 수 있습니다. 나란히 달리면 빛은 멈춰 보여야 합니다. 그런데 멈춘 빛이라는 건 맥스웰의 식에 존재하지 않습니다. 뭔가 잘못됐다는 뜻이죠. 이 물음이 10년 뒤 특수상대성이론이 됩니다.

사고실험은 공상이 아닙니다. 기존 이론들을 서로 부딪쳐 모순을 드러내는 도구입니다. 갈릴레오는 무거운 것이 빨리 떨어진다면 두 개를 묶으면 어떻게 되느냐고 물어 그 이론을 무너뜨렸습니다. 슈뢰딩거의 고양이도, EPR 논문도 같은 방식이었습니다.

다만 한계가 분명합니다. 사고실험은 모순을 찾을 수는 있어도 자연이 실제로 어느 쪽인지는 못 정합니다. 그건 결국 실험이 정합니다.

1905시간은 모두에게 똑같이 흐를까?지도에서 보기 →

함께 읽기반증특수상대성이론가설

사혈 Bloodletting #

생물·의학

1799년 조지 워싱턴은 목이 아파 앓다가 하루 사이 네 차례 피를 뽑혔고 그날 밤 죽었습니다. 돌팔이에게 당한 것이 아닙니다. 당시 최고의 의사들이 표준 치료를 한 것입니다.

체액설에서 병은 어느 체액이 넘친 상태입니다. 그러면 넘치는 것을 빼면 낫는다는 결론이 논리적으로 따라 나옵니다. 사혈은 미신이 아니라 이론의 처방이었습니다.

오래 살아남은 이유는 효과가 있어 보였기 때문입니다. 피를 빼면 실제로 열이 내리고 맥이 느려집니다. 그리고 나으면 사혈 덕분이고, 죽으면 너무 늦게 온 것이 됩니다. 어느 쪽이 나와도 이론이 안전한 구조입니다 — 반증 항목에서 본 그 모양이죠.

끝낸 것은 새 이론이 아니라 세어보기였습니다. 1820년대 피에르 루이가 폐렴 환자를 사혈한 쪽과 덜 한 쪽으로 나눠 결과를 숫자로 비교했고, 도움이 되지 않았습니다. 대조군이 의학에 들어온 자리입니다.

다만 완전히 사라지지는 않았습니다. 피가 지나치게 진해지는 병이나 철분이 몸에 쌓이는 병에서는 지금도 정식 치료입니다. 시술은 같고 이유가 달라졌습니다.

170동물을 갈라 보면, 사람도 알 수 있을까?지도에서 보기 →

함께 읽기체액설반증대조군쓸모 있는 오류

산화 Oxidation #

화학

쇠못을 물가에 두면 붉게 녹슬고 무거워집니다. 장작은 타면서 가벼워지는데요. 완전히 달라 보이는 두 가지가 사실은 같은 일입니다.

둘 다 공기 중의 산소가 달라붙는 일입니다. 빠져나가는 게 아니라 붙는 것이었습니다.

장작이 가벼워 보이는 건 붙은 것보다 날아간 연기와 수증기가 더 많기 때문입니다. 밀폐된 그릇에 넣고 전체 무게를 재면 변하지 않습니다. 라부아지에가 이 실험으로 플로지스톤을 끝냈습니다. 눈으로 보는 대신 저울에 올린 것이 결정적이었습니다.

참고로 우리가 숨 쉬며 밥을 에너지로 바꾸는 것도 아주 천천히 일어나는 같은 반응입니다.

1789타는 것은 무엇이 사라지는 걸까, 더해지는 걸까?지도에서 보기 →

함께 읽기질량보존의 법칙플로지스톤원소

상보성 Complementarity #

물리

이중슬릿에서 줄무늬를 볼 수도 있고, 전자가 어느 틈으로 갔는지 볼 수도 있습니다. 그런데 둘을 한꺼번에 볼 수는 없습니다.

장치를 어떻게 놓느냐가 무엇을 볼 수 있는지를 정합니다. 두 그림을 한 장에 겹쳐 놓을 방법은 없습니다.

보어는 이것을 우리 실력의 한계가 아니라 자연의 조건으로 보았습니다. 사람이 쓸 수 있는 말이 원래 두 벌뿐인데, 자연은 그 두 벌 중 어느 쪽에도 딱 들어맞지 않는다는 것입니다.

앞뒤가 다른 동전을 생각하면 가깝습니다. 앞면과 뒷면은 둘 다 그 동전인데, 한 번에 한 면만 보입니다.

1913전자는 왜 원자핵으로 떨어지지 않을까?지도에서 보기 →

함께 읽기이중슬릿불확정성 원리코펜하겐 해석

생기론 Vitalism #

생물·의학

생명체가 만드는 물질은 생명체만 만들 수 있다고 오랫동안 믿었습니다.

1828년 독일의 화학자 뵐러가 오줌 속 물질인 요소를 평범한 재료로 실험실에서 만들어 내면서 흔들리기 시작했습니다. 한 번에 무너진 것은 아니고 비슷한 실험이 쌓이며 조금씩 물러났습니다.

지금 생물학은 생명을 이루는 원자가 돌과 공기의 원자와 똑같다고 봅니다. 특별한 것은 원자가 아니라 원자들이 늘어선 순서, DNA입니다.

함께 읽기DNA 이중나선네겐트로피

생물 분류 Biological classification #

생물·의학

고래는 바다에 살고 물고기처럼 생겼지만 물고기가 아닙니다. 새끼를 낳고 젖을 먹이니까요.

무엇을 기준으로 나누느냐에 따라 결과가 완전히 달라집니다. 사는 곳으로 나누면 고래와 고등어가 한 무리가 되고, 몸의 구조와 새끼를 낳는 방식으로 나누면 고래는 사람과 같은 포유류가 됩니다.

아리스토텔레스가 처음으로 기준을 세워 생물을 나눴고, 18세기 린네가 모든 생물에 두 단어 이름을 붙이는 방식으로 틀을 다졌습니다. 오늘날에는 생김새보다 유전자가 얼마나 닮았는지를 기준으로 삼습니다.

BC 340생물을 줄 세울 수 있을까?지도에서 보기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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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균 Bacteria #

생물·의학

저녁에 밖에 둔 국이 아침에 쉬어 있습니다. 하룻밤 사이에 한 마리가 수십억이 됐습니다.

방이 하나뿐인 집입니다. 그 방 안에 먹는 일과 설계도가 다 들어 있습니다. 조건이 좋으면 20분마다 둘로 갈라집니다.

모양은 공·막대·꼬불 세 가지. 김치 유산균, 대장균, 결핵균이 다 세균입니다. 항생제는 세균의 벽을 부수는 약이라 세균에만 듣습니다. 바이러스에는 벽이 없습니다.

1882어떤 병에는 반드시 어떤 균이 있을까?지도에서 보기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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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균설 Germ theory #

생물·의학

같은 마을에서 같은 병이 번집니다. 나쁜 공기 때문일까요, 저주 때문일까요, 몸속 균형이 깨져서일까요.

코흐가 규칙을 만들어 이 물음을 판정 가능하게 했습니다. 어떤 미생물이 병의 원인이라고 말하려면 네 가지를 보여야 합니다. 병든 개체에서 그것이 발견되고, 따로 길러낼 수 있고, 건강한 개체에 넣으면 같은 병이 생기고, 거기서 같은 것이 다시 나와야 합니다.

원인이라는 말에 조건을 붙인 것입니다. 이 규칙 덕분에 병마다 범인을 하나씩 잡아낼 수 있게 되었고, 손 씻기와 소독과 항생물질이 따라 나왔습니다.

1882어떤 병에는 반드시 어떤 균이 있을까?지도에서 보기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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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페이드 변광성 Cepheid variables #

천문·우주

어떤 별들은 밝아졌다 어두워졌다를 되풀이합니다. 며칠 주기인 것도, 몇 달 주기인 것도 있습니다.

레빗은 소마젤란운의 이런 별 1,777개를 찾아내 주기를 쟀습니다. 그리고 규칙을 발견합니다. 밝은 별일수록 천천히 깜빡인다.

왜 이게 결정적이냐면, 소마젤란운의 별들은 다 비슷한 거리에 뭉쳐 있기 때문입니다. 같은 거리라면 보이는 밝기 차이가 곧 실제 밝기 차이죠. 그러니 주기와 실제 밝기가 짝지어집니다.

그러면 어디 있는 별이든 주기만 재면 실제 밝기를 알 수 있습니다. 이걸로 표준촛불이 생겼고, 우리 은하의 크기와 안드로메다까지의 거리가 밝혀졌습니다. 레빗은 망원경을 만질 수 없는 자리에서 사진 건판을 검사하던 사람이었습니다.

1912별까지의 거리를, 어떻게 잴 수 있을까?지도에서 보기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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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포 The cell #

생물·의학

코르크 조각을 현미경으로 들여다보니 벌집처럼 작은 방들이 빼곡했습니다. 훅은 수도원의 작은 방을 뜻하는 말을 빌려 이것을 셀이라고 불렀습니다.

그가 본 것은 죽은 껍데기였지만 이름은 남았습니다. 나중에 밝혀진 것은 이렇습니다. 모든 생물은 세포로 되어 있고, 세포는 세포에서만 나온다.

뒷문장이 특히 중요합니다. 세포가 갑자기 생겨나지 않는다면, 지금 내 몸의 세포는 부모의 세포에서 왔고 그건 또 그 부모에게서 왔습니다. 거슬러 올라가면 끊긴 적이 없습니다. 모든 생물이 이어져 있다는 이야기가 여기서 나옵니다.

1665아주 작은 것을 보면, 무엇이 보일까?지도에서 보기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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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수 Prime numbers #

수학

사탕 12개는 여러 방식으로 똑같이 나눌 수 있습니다. 둘씩, 셋씩, 넷씩, 여섯씩. 그런데 13개는 어떻게 해도 나눠지지 않습니다. 한 명이 다 갖거나 열세 명이 하나씩 갖거나.

이런 수가 소수입니다. 2, 3, 5, 7, 11, 13, 17… 더 쪼갤 수 없으니 수의 부품인 셈이고, 모든 수는 소수들의 곱으로 딱 한 가지 방식으로 적힙니다.

이상한 점은 나오는 자리에 규칙이 안 보인다는 것입니다. 사이가 1, 2, 2, 4, 2, 4로 들쭉날쭉하죠. 그런데 아무렇게나도 아닙니다. 유클리드는 소수가 끝없이 이어진다는 것을 증명했습니다.

무작위도 아니고 단순 반복도 아닌 것 — 그래서 외계에 보내는 첫 인사말로 뽑혔습니다. 세는 법을 아는 무언가에게만 보이는 규칙이기 때문입니다.

BC 300증명이란 무엇일까?지도에서 보기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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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치예보 Numerical forecasting #

방법·도구

하늘을 바둑판처럼 칸으로 나눕니다. 칸마다 지금의 온도와 바람과 습도를 적어 넣습니다. 그리고 물리 법칙으로 십 분 뒤의 값을 구합니다. 그걸 또 십 분 뒤로, 또 십 분 뒤로 되풀이합니다.

예보는 점을 치는 것이 아니라 계산입니다. 하늘을 칸으로 나누고 공기가 따르는 법칙을 그 칸에 적용해 앞으로 밀고 나가는 일입니다.\n\n칸을 작게 잡을수록 골짜기 하나 산등성이 하나까지 담을 수 있어 정확해집니다. 그런데 칸을 반으로 줄이면 계산할 양은 열 배 넘게 늘어납니다. 그래서 이 일에는 아주 큰 계산기가 필요합니다.\n\n그리고 혼돈 때문에 한 번만 계산하면 못 믿습니다. 그래서 오늘 아침을 잰 값을 조금씩 다르게 해서 수십 번 돌립니다. 그중 몇 번에서 비가 왔는지를 세면 그게 강수확률입니다.\n\n강수확률 60퍼센트는 그 지역의 60퍼센트에 온다는 말도, 시간의 60퍼센트 동안 온다는 말도 아닙니다. 이런 조건이 열 번 있으면 여섯 번은 비가 온다는 뜻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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숨은 변수 Hidden variables #

물리

주사위가 무작위로 보이는 것은 손의 힘과 각도와 공기 흐름을 우리가 모르기 때문입니다. 다 알면 결과를 계산할 수 있습니다. 주사위 자체가 확률로 구르는 건 아니죠.

양자의 확률도 그런 것 아니냐는 생각입니다. 아직 우리가 못 본 무언가가 있고, 그걸 알면 다 설명된다는 것이죠. 아인슈타인이 이 쪽이었습니다.

오랫동안 취향 문제로 여겨졌습니다. 어느 쪽이든 실험 결과가 똑같이 나왔으니까요. 그런데 존 벨이 두 입장이 서로 다른 숫자를 내놓는 상황을 찾아냈고, 실제로 재보니 숨은 변수 쪽이 아니었습니다. 철학 논쟁이 실험으로 판정된 드문 사례입니다.

1964철학 논쟁을 실험으로 판결할 수 있을까?지도에서 보기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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슈뢰딩거의 고양이 Schrödinger's cat #

물리

상자 안에 고양이와 방사성 원자 하나, 그리고 원자가 붕괴하면 깨지는 독병을 넣습니다. 한 시간 뒤 붕괴했을 확률은 반반입니다.

가장 흔한 오해부터 바로잡아야 합니다. 슈뢰딩거는 고양이로 중첩을 설명한 것이 아니라 조롱한 것입니다.

그의 말은 이런 뜻이었습니다. 당신들 규칙대로면 원자는 붕괴한 상태와 안 한 상태의 중첩인데, 고양이의 생사가 그 원자에 묶여 있으니 고양이도 산 것과 죽은 것의 중첩이 된다. 그게 말이 되는가.

반례로 내놓은 것이 백 년 동안 양자역학의 상징이 되었습니다. 그가 겨눈 자리는 정확했습니다. 어디까지가 양자이고 어디부터가 고전인가(측정 문제) — 그 선은 지금도 이론 어디에도 없습니다.

1926전자가 물결이라면, 어디에 있는 걸까?지도에서 보기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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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펙트럼선 Spectral lines #

천문·우주

프리즘에 햇빛을 통과시키면 무지개가 펼쳐집니다. 그런데 자세히 보면 그 무지개 안에 가느다란 검은 줄들이 나 있습니다. 프라운호퍼는 574개를 세었습니다.

왜 생길까요. 원자 속 전자는 정해진 칸 사이만 오갑니다(양자도약). 칸 사이의 차이가 정해져 있으니 주고받는 빛의 색도 정해집니다. 원소마다 자기만의 색 조합을 갖는 셈입니다.

태양빛이 태양 바깥층을 지날 때 그곳의 원소들이 자기 색을 빼앗아 갑니다. 빼앗긴 자리가 검은 줄로 남습니다.

그러면 줄의 위치를 읽어 가보지 않고 성분을 알 수 있습니다. 1835년 콩트는 별의 화학 조성을 인간이 결코 알 수 없는 것의 예로 들었다고 전해집니다. 그가 그렇게 쓸 때 답은 이미 20년 전 프라운호퍼의 공책에 있었습니다.

1814태양 빛 속의 검은 줄무늬는 무엇일까?지도에서 보기 →

함께 읽기원자양자도약적색편이

스핀 Spin #

물리

이름은 '돈다'는 뜻입니다. 팽이처럼요. 그런데 실제로 도는 것은 아닙니다.

왜 아니냐면, 값이 절반 단위로 나오기 때문입니다. 도는 물체로는 나올 수 없는 값이죠. 그렇다고 아무 뜻 없는 것도 아닙니다. 자석에 반응하고, 방향이 있고, 두 개를 합치면 규칙대로 더해집니다.

실험에 맞추려고 손으로 집어넣은 성질이었는데, 나중에 디랙이 상대성이론과 양자를 합친 식을 세우자 거기서 저절로 튀어나왔습니다. 그때야 제자리를 찾았습니다. 이 성질 때문에 전자들이 같은 자리에 겹쳐 앉지 못하고, 그래서 물질이 부피를 갖습니다.

전자의 스핀은 두 가지 값뿐입니다. 원소 도구 판 6에서 왼돌이와 오른돌이라고 부르는 것이 이 둘입니다. 한 칸에 둘까지 앉는 까닭은 파울리 배타원리에 있습니다.

1925왜 모든 전자가 가장 낮은 자리로 떨어지지 않을까?지도에서 보기 →

함께 읽기양자양자도약주기율표

습도 Humidity #

지구과학

여름에는 빨래가 종일 널어도 눅눅한데 겨울에는 금세 마릅니다. 겨울 공기가 더 따뜻해서가 아닙니다. 오히려 더 춥습니다.

물은 끓이지 않아도 조금씩 공기 속으로 날아갑니다. 눈에 안 보이는 기체가 된 물, 이게 수증기입니다.\n\n공기가 수증기를 담는 데는 한계가 있는데, 따뜻할수록 더 많이 담습니다. 그래서 같은 양의 수증기라도 여름 공기에는 여유가 있고 겨울 공기에는 이미 꽉 찹니다.\n\n일기예보에서 말하는 습도는 절대량이 아니라 한계에 견준 비율입니다. 습도 60퍼센트는 지금 이 공기가 담을 수 있는 양의 60퍼센트를 담고 있다는 뜻입니다. 빨래가 안 마르는 것은 공기에 더 받아 줄 자리가 없어서입니다.\n\n담을 수 있는 한계를 넘으면 물이 다시 나타납니다. 그 이야기가 응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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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간 지연 Time dilation #

물리

휴대폰 지도가 내 위치를 제대로 찍습니다. 그 위성의 시계는 지구 표면보다 하루에 38마이크로초 빠르게 갑니다. 보정하지 않으면 위치가 하루에 10킬로미터씩 어긋납니다.

느려진다는 것은 시계가 고장 난다는 얘기가 아닙니다. 그곳에서는 모든 것이 느립니다. 시계도, 심장 박동도, 늙는 속도도요.

그래서 그 안에 있는 사람은 아무것도 못 느낍니다. 나중에 만나 견줘봐야 압니다.

두 가지 원인이 있습니다. 빠르게 움직이면 느려지고(특수상대성), 중력이 강한 곳에서도 느려집니다(일반상대성). 위성은 빨라서 느려지고 높아서 빨라지는데, 높이 쪽이 더 큽니다.

1915중력은 힘일까, 공간의 모양일까?지도에서 보기 →

함께 읽기일반상대성이론특수상대성이론등가원리

시간의 화살 The arrow of time #

물리

당구공 두 개가 부딪히는 영상을 거꾸로 틀어도 이상하지 않습니다. 그런데 컵이 깨지는 영상을 거꾸로 틀면 즉시 이상합니다. 같은 법칙을 따르는데 왜 하나만 이상할까요?

뉴턴의 법칙에 시간을 거꾸로 넣어도 식은 그대로 성립합니다. 전기와 자기도, 상대성이론도 그렇습니다. 기본 법칙에는 과거와 미래의 구분이 없습니다.

방향을 가진 법칙은 열역학 제2법칙 하나뿐이고, 그것도 근본 법칙이라기보다 셈입니다. 컵으로 있는 방법은 몇 가지 안 되고 조각으로 흩어지는 방법은 셀 수 없이 많으니까요(엔트로피).

그래서 알갱이가 적으면 방향이 흐려지고 많아지면 또렷해집니다. 당구공 두 개에는 화살이 없고, 컵 조각 수억 개에는 있습니다.

1877시간은 왜 한쪽으로만 흐를까?지도에서 보기 →

함께 읽기엔트로피열역학 제2법칙네겐트로피

시뮬레이션 Simulation #

방법·도구

은하 두 개가 부딪히면 어떻게 될까요. 실험을 해볼 수는 없습니다. 십억 년이 걸리고, 부딪힐 은하도 없습니다.

그래서 계산으로 해봅니다. 서로 당기는 규칙을 넣고, 아주 짧은 시간만큼 움직인 결과를 구하고, 그것을 다시 시작점으로 삼아 또 조금 움직입니다. 이것을 수없이 되풀이하면 십억 년이 지나갑니다.\n\n생각해 보는 것(이론)과 해보는 것(실험) 다음에 온 세 번째 방법입니다. 실험할 수 없는 것을 다루려고 생겼습니다.\n\n다만 넣은 규칙이 틀렸으면 결과도 틀립니다. 계산이 정확한 것과 결과가 옳은 것은 다른 이야기입니다.

함께 읽기알고리즘확률

시차 Parallax #

천문·우주

손가락 하나를 눈앞에 세우고 한쪽 눈씩 번갈아 감아보세요. 손가락이 배경에 대해 좌우로 톡톡 튑니다. 팔을 쭉 뻗으면 튀는 폭이 줄어듭니다.

두 눈 사이가 밑변이고, 튀는 폭이 각도입니다. 멀수록 각도가 작아지니, 각도를 재면 거리를 알 수 있습니다.

별에도 같은 방법을 씁니다. 다만 두 눈으로는 어림도 없어서, 지구가 반년 동안 이동한 거리(궤도 지름)를 밑변으로 씁니다. 그런데도 각도가 1초각이 안 됩니다.

티코가 이걸 못 찾아 지동설을 거부했습니다. 그의 논리는 정확했습니다 — 시차가 안 보이면 지구가 안 돌거나 별이 상상할 수 없이 멀거나 둘 중 하나. 1838년 베셀이 마침내 찾아냈고, 티코는 틀리지 않았습니다. 별이 정말로 그만큼 멀었을 뿐입니다.

BC 270중심에 있는 것은 지구일까, 태양일까?지도에서 보기 →

함께 읽기지동설표준촛불오차와 불확도

식물성 플랑크톤 Phytoplankton #

생물·의학

눈에 보이지도 않지만, 지구 산소의 절반쯤을 이들이 만듭니다.

육지에 숲이 있다면 바다에는 이들이 있습니다. 햇빛이 드는 얕은 물에서 이산화탄소를 먹고 산소를 내놓습니다. 작은 동물이 이들을 먹고, 물고기가 그 동물을 먹고, 고래와 사람이 물고기를 먹습니다. 바다 먹이의 맨 밑바닥입니다.

죽으면 탄소를 품은 채 깊은 바다로 가라앉아, 공기 속 탄소를 바다 밑에 오래 묻어 두는 일도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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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성과 초신성 Novae and supernovae #

천문·우주

1572년 카시오페이아 자리에 없던 별이 나타났습니다. 금성만큼 밝아서 낮에도 보였습니다. 그리고 열여덟 달 뒤 사라졌습니다.

이게 왜 큰일이었냐면, 당시 하늘은 완전하고 변하지 않는 곳이어야 했기 때문입니다. 변하는 것은 달 아래, 즉 지상의 일이라고 여겼거든요.

티코는 이 별의 시차를 재보았습니다. 가까이 있는 것이라면 지구가 자전하는 동안 위치가 조금 달라져야 합니다. 아무리 정밀하게 재도 움직이지 않았습니다. 달보다 훨씬 멀리 있다는 뜻입니다.

하늘도 변합니다. 지금은 이것이 별이 수명을 다해 터지는 일이라는 것을 알고, 그 폭발에서 나온 원소들이 우리 몸을 이루고 있다는 것도 압니다.

1572변하지 않는다던 하늘에, 새 별이 나타나면?지도에서 보기 →

함께 읽기시차오차와 불확도원소

신호 불가 No-signalling #

물리

얽힌 입자를 하나씩 나눠 가지면, 한쪽을 재는 순간 저쪽 값이 정해집니다. 그러면 빛보다 빠른 통신이 되는 것 아닐까요?

안 됩니다. 재서 나오는 결과는 완전히 무작위입니다. 내가 원하는 값이 나오게 할 방법이 없으니 보낼 내용을 실을 수가 없습니다.

저쪽 사람이 보는 것도 무작위 결과의 나열뿐입니다. 둘이 묶여 있다는 것은 두 기록을 나중에 맞춰봐야 드러나고, 그 기록을 주고받으려면 전화든 이메일이든 보통 방법을 써야 합니다.

그래서 '얽힘으로 순간이동'이나 '의식이 얽혀 있다' 같은 이야기는 이 실험이 말한 것이 아닙니다. 얽힘은 두 결과의 상관관계이지 무언가를 보내는 일이 아닙니다.

1982아인슈타인이 옳은지 실험으로 가릴 수 있을까?지도에서 보기 →

함께 읽기얽힘국소성광속 불변

쓸모 있는 오류 Useful wrongs #

방법·도구

플로지스톤은 없습니다. 에테르도 없습니다. 천동설도 틀렸습니다. 그런데 이 이론들을 그냥 '틀린 것'으로 치우면 놓치는 게 있습니다.

천동설은 1400년 동안 쓸 만한 예측표를 만들어냈습니다. 플로지스톤설은 타는 것을 저울로 재는 습관을 남겼고, 그 습관이 자신을 무너뜨렸습니다. 에테르를 찾으려던 실험은 아무것도 못 찾았지만 그 '못 찾음'이 상대성이론의 발판이 되었습니다. 라마르크는 틀렸지만 생물이 시간에 따라 변한다고 처음 말했습니다.

틀린 이론은 대개 아무것도 아닌 게 아니라, 다음 이론이 딛고 설 무언가를 남깁니다. 그래서 과학사는 승자 명단이 아닙니다. 어떤 길이 막다른 길이었는지도 함께 알아야 지금 우리가 어디 서 있는지 알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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ㅇ

아미노산 Amino acid #

생물·의학

레고 블록은 스무 가지쯤 됩니다. 그 스무 가지로 성도 만들고 배도 만듭니다.

우리 몸이 쓰는 아미노산도 스무 가지쯤입니다. 이것을 어떤 순서로 길게 이어 붙이느냐에 따라 전혀 다른 단백질이 됩니다.

순서가 정해지면 사슬이 저절로 접힙니다. 접힌 모양이 하는 일을 정합니다.

그 순서를 적어 둔 것이 유전자입니다. 유전자를 설명서라고 부르는 이유가 이것입니다. 정말로 순서를 적어 둔 글이거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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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보가드로 수 Avogadro's number #

화학

달걀은 열두 개를 한 판으로 셉니다. 원자는 너무 작아서 한 판이 이만큼입니다.

탄소 12그램에 든 탄소 원자 수가 딱 한 묶음입니다. 물 18그램, 한 모금 남짓에도 물 분자가 한 묶음 들어 있습니다.

이 수가 얼마나 큰지는 숨 한 번으로 느낄 수 있습니다. 숨 한 번에 든 공기 분자는 1 뒤에 0이 스물두 개쯤이라, 수백 년 전 사람이 내쉰 숨의 분자가 지금 내 숨에 수억 개씩 섞여 있을 만큼입니다.

함께 읽기원자분자

알고리즘 Algorithm #

수학

라면 봉지 뒤의 조리법을 생각해보세요. 물 550ml를 끓인다, 면과 스프를 넣는다, 4분 30초 더 끓인다. 요리를 몰라도 그대로만 하면 라면이 됩니다.

알고리즘이 이런 것입니다. 이해하지 않아도, 순서대로만 하면 답이 나오는 절차.

세로셈으로 나눗셈하는 법도 알고리즘입니다. 왜 그렇게 되는지 몰라도 절차만 따르면 답이 맞습니다. 그래서 사람이 아니라 기계에게 시킬 수 있습니다. 컴퓨터가 하는 일은 결국 알고리즘을 아주 빠르게 따라가는 것뿐입니다.

그러면 이런 물음이 생깁니다. 모든 문제에 알고리즘이 있을까? 답은 아니오였고, 그걸 밝히는 과정에서 컴퓨터라는 개념이 나왔습니다.

1936기계가 계산할 수 없는 것도 있을까?지도에서 보기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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암호화 Encryption #

방법·도구

어릴 때 친구와 쪽지를 주고받으며 글자를 한 칸씩 밀어 적어 본 적이 있을 겁니다. ㄱ은 ㄴ으로, ㄴ은 ㄷ으로.

이것도 어엿한 암호입니다. 이천 년 전 로마에서 쓰던 방법과 같습니다.

여기에 두 가지가 들어 있습니다. 방법과 열쇠입니다. 한 칸씩 민다는 것이 방법이고, 몇 칸을 미느냐가 열쇠입니다.

오랫동안 사람들은 방법을 숨기려 했습니다. 그런데 방법은 반드시 새어 나갑니다. 기계를 빼앗기거나 사람이 말해 버립니다.

그래서 지금은 거꾸로 합니다. 방법은 온 세상에 공개하고 열쇠만 감춥니다. 공개하면 전 세계가 대신 약점을 찾아 줍니다. 숨긴 자물쇠보다 모두가 두드려 본 자물쇠가 더 튼튼합니다.

열쇠를 어떻게 상대에게 건네느냐가 남는 문제였고, 그 답이 공개키 암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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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성자 Proton #

물리

1번 수소는 양성자 하나, 6번 탄소는 여섯, 118번은 118개입니다.

양성자 수가 원소의 이름을 정합니다. 하나 더하면 다른 원소가 됩니다. 중성자나 전자는 바뀌어도 이름이 그대로지만 양성자는 아닙니다. 그래서 주기율표는 순위표가 아니라 양성자를 센 표입니다.

양성자는 모두 플러스라 서로 밀어내는데, 원자핵 안에서는 중성자와 함께 강한 핵력으로 붙어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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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자 Quantum #

물리

수도꼭지의 물은 얼마든지 조금씩 조절할 수 있습니다. 그런데 계단은 다릅니다. 반 칸에 설 수는 없죠. 한 칸 아니면 두 칸입니다.

아주 작은 세계는 수도꼭지가 아니라 계단이었습니다. 에너지를 아무렇게나 조금씩 주고받는 게 아니라, 정해진 크기의 덩어리 단위로만 주고받습니다. 그 덩어리 하나가 양자입니다.

왜 그런지는 아무도 몰랐습니다. 처음 이 가정을 세운 플랑크 자신도 계산을 맞추려고 억지로 넣은 것이라 여겨 여러 해 동안 되돌리려 했습니다. 그런데 그게 자연의 진짜 모습이었습니다.

1900에너지도 낱개로 셀 수 있을까?지도에서 보기 →

함께 읽기에너지빛중첩

양자도약 The quantum jump #

물리

계단을 오를 때는 한 칸 아니면 두 칸입니다. 반 칸에 서 있을 수는 없죠. 그런데 적어도 발이 중간을 지나가기는 합니다.

전자는 그 중간도 없습니다. 안쪽 궤도에 있다가 바깥 궤도로 옮겨 갈 때, 사이를 지나가는 게 아니라 그냥 저쪽에 있게 됩니다.

옮겨 갈 때 그 차이만큼의 에너지를 빛으로 내놓습니다. 정해진 칸 사이의 차이는 정해져 있으니 나오는 빛의 색도 정해집니다. 원소마다 고유한 스펙트럼선이 생기는 이유가 이것입니다.

1913전자는 왜 원자핵으로 떨어지지 않을까?지도에서 보기 →

함께 읽기양자빛스펙트럼선

양자화 Quantisation #

물리

수돗물은 얼마든지 조금씩 틀 수 있습니다. 그런데 자판기는 다릅니다. 100원짜리가 최소 단위라면 150원짜리 음료는 팔 수 없습니다.

작은 세계의 에너지는 수도꼭지가 아니라 자판기입니다. 아무 크기로나 주고받는 게 아니라 정해진 낱개 단위로만 오갑니다. 이렇게 되어 있는 것을 양자화되어 있다고 합니다.

중요한 결과가 하나 따라옵니다. 낱개 하나 값을 치를 수 없으면 거래가 아예 일어나지 않습니다. 조금이라도 일어나는 게 아니라 안 일어납니다. 뜨거운 난로에서 자외선이 쏟아지지 않는 이유가 이것입니다.

낱개 하나의 크기는 진동수에 플랑크 상수를 곱한 값입니다.

1900에너지도 낱개로 셀 수 있을까?지도에서 보기 →

함께 읽기양자플랑크 상수양자도약

얽힘 Entanglement #

물리

장갑 한 켤레를 상자 두 개에 나눠 담아 하나는 서울에, 하나는 부산에 보냅니다. 서울에서 열어 왼쪽 장갑이 나오면 부산 것은 오른쪽입니다. 당연하죠. 처음부터 그렇게 정해져 있었으니까요.

얽힌 입자는 다릅니다. 보내는 순간에는 왼쪽인지 오른쪽인지 정해져 있지 않았습니다. 서울에서 여는 순간 양쪽이 함께 정해집니다.

말장난처럼 들리지만 실험으로 가릴 수 있습니다. 미리 정해져 있는 경우와 그렇지 않은 경우는 여러 각도에서 잰 결과의 통계가 다르게 나오거든요. 실제로 재봤더니 미리 정해져 있지 않은 쪽이었습니다. 이 성질을 지금은 양자암호와 양자컴퓨터가 재료로 씁니다.

1935멀리 떨어진 두 입자가 서로를 알고 있을까?지도에서 보기 →

함께 읽기중첩국소성숨은 변수

에너지 Energy #

물리

높은 곳에 올려둔 공은 아직 아무 일도 하지 않았지만, 놓으면 떨어지며 바닥을 칩니다. 올려두는 동안 무언가가 공에 쌓였다가, 떨어지면서 쓰인 셈입니다.

그 '무언가'가 에너지입니다. 높이에 쌓이기도 하고, 움직임이 되기도 하고, 열이 되기도 하고, 빛이 되기도 합니다.

중요한 건 모습만 바뀔 뿐 없어지지 않는다는 것입니다. 공이 바닥에 부딪혀 멈춰도 에너지가 사라진 게 아니라, 소리와 열이 되어 흩어진 것입니다. 다만 흩어진 뒤에는 다시 모아 쓰기가 어렵습니다.

1843휘저으면 물이 따뜻해지는 이유는?지도에서 보기 →

함께 읽기열보존법칙열역학 제2법칙

에테르 The aether #

물리

소리는 공기가 있어야 들립니다. 물결은 물이 있어야 생기고요. 그럼 빛은 무엇을 타고 오는 걸까요?

당연히 무언가 있어야 한다고 여겨졌습니다. 온 우주에 가득 찬 보이지 않는 물질, 에테르라고 이름 붙였죠.

마이컬슨과 몰리는 이걸 확인하려 했습니다. 지구가 에테르 속을 달린다면 진행 방향과 옆 방향에서 빛의 속도가 달라야 하니까요. 아무리 정밀하게 재도 차이가 없었습니다. 아름다운 실패입니다. 없다는 것을 확실히 보여준 이 결과 위에서 특수상대성이론이 세워집니다.

1887빛이 지나가는 바다는 정말 있을까?지도에서 보기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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엔트로피 Entropy #

물리

책상 위 컵이 바닥에 떨어져 산산조각 났습니다. 그 조각들이 저절로 다시 모여 컵이 되는 일은 없습니다.

뜨거운 물을 방에 두면 식습니다. 식은 물이 저절로 다시 뜨거워지는 일도 없습니다.

왜 한쪽으로만 갈까요. 컵의 모습으로 있는 방법은 몇 가지 안 되지만, 조각으로 흩어지는 방법은 셀 수 없이 많기 때문입니다. 우연에 맡기면 가짓수가 많은 쪽으로 갑니다.

뜨거운 물도 같습니다. 물 분자의 활발한 움직임이 방 안 공기 전체로 퍼지는 방법은 많고, 그 움직임이 다시 컵 안으로만 모이는 방법은 거의 없습니다.

엔트로피는 이 '흩어진 정도'를 숫자로 잰 것입니다. 그래서 늘 커지는 쪽으로만 갑니다. 시간이 한쪽으로만 흐르는 것처럼 보이는 이유이기도 합니다.

1865왜 열은 한쪽으로만 흐를까?지도에서 보기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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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행운동 Retrograde motion #

천문·우주

화성을 몇 달 동안 같은 시각에 찾아보면 조금씩 동쪽으로 옮겨 갑니다. 그런데 2년쯤에 한 번, 화성이 멈추더니 서쪽으로 되돌아갑니다. 몇 주 뒤 다시 멈추고 원래 방향으로 갑니다.

하늘에 고리 모양의 자국을 그리는 셈입니다. 고대 천문학이 풀어야 했던 가장 어려운 문제였습니다.

지구가 중심에 멈춰 있고 행성이 그 둘레를 한 방향으로 돈다면 이런 일은 일어날 수 없습니다. 그래서 주전원이라는 장치가 필요했습니다.

지동설에서는 장치가 필요 없습니다. 안쪽 트랙을 도는 지구가 바깥쪽 화성을 추월할 때, 화성이 잠시 뒤로 가는 것처럼 보일 뿐입니다. 고속도로에서 옆 차선의 느린 차를 추월할 때 그 차가 뒤로 가는 것처럼 보이는 것과 같습니다.

같은 현상인데 한쪽은 장치를 붙여야 하고 다른 쪽은 그냥 따라 나옵니다. 정확도가 비슷할 때 무엇으로 이론을 고르는가 하는 물음이 여기서 나왔습니다.

150틀린 모형도 정확히 맞힐 수 있을까?지도에서 보기 →

함께 읽기주전원천동설지동설시차

열 Heat #

물리

뜨거운 국그릇에 숟가락을 꽂아두면 잠시 뒤 숟가락 손잡이까지 뜨거워집니다. 국의 뜨거움이 숟가락으로 옮겨간 것이죠. 반대로 숟가락의 차가움이 국으로 옮겨가지는 않습니다.

열은 물질이 아니라 움직임이 옮겨가는 일입니다. 국물 분자가 활발하게 떨면서 숟가락 분자를 때리고, 맞은 분자가 떨기 시작하고, 그게 손잡이까지 줄줄이 이어집니다.

그리고 방향이 있습니다. 활발한 쪽에서 잠잠한 쪽으로만 갑니다. 왜 반대로는 안 가는지가 열역학 제2법칙 이야기입니다.

1843휘저으면 물이 따뜻해지는 이유는?지도에서 보기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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열역학 법칙 The laws of thermodynamics #

물리

증기기관이 먼저 나왔고 이론이 나중에 나왔습니다. 기계는 돌아가는데 왜 돌아가는지는 몰랐던 셈입니다.

정리하면 두 문장입니다.

제1법칙 — 에너지는 사라지지도 생기지도 않는다. 모습만 바뀐다.
제2법칙 — 그런데 쓸 수 있는 형태는 계속 줄어든다.

이 둘 때문에 영원히 도는 기계는 두 가지 이유로 불가능합니다. 없는 에너지를 만들 수도 없고, 있는 에너지를 100% 다시 쓸 수도 없습니다.

1824열을 100% 힘으로 바꿀 수 있을까?지도에서 보기 →

함께 읽기에너지열열역학 제2법칙

열역학 제2법칙 The second law of thermodynamics #

물리

식은 커피의 열은 어디로 갔을까요. 사라지지 않았습니다. 방 안 공기로 옮겨가 그대로 있습니다.

그런데 그 열을 다시 모아 커피를 데울 수는 없습니다.

이게 이 법칙의 핵심입니다. 에너지는 사라지지 않지만 쓸 수 있는 형태는 계속 줄어든다.

제1법칙이 '총량은 그대로'라고 말하고, 제2법칙이 '그런데 점점 쓸 수 없게 된다'고 말합니다. 그래서 영원히 도는 기계는 만들 수 없고, 발전소는 아무리 잘 만들어도 연료의 절반 정도는 열로 버리게 됩니다.

엔트로피는 이 '쓸 수 없게 된 정도'를 재는 값입니다.

1865왜 열은 한쪽으로만 흐를까?지도에서 보기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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염색체 Chromosome #

생물·의학

초파리를 기르다 눈이 흰 수컷 한 마리가 나왔습니다. 교배시켜보니 흰 눈은 수컷에게만 나타났습니다. 왜 성별을 따라다닐까요?

성별을 정하는 것도 염색체이기 때문입니다. 어떤 특징이 성별을 따라다닌다면, 그 유전자는 성을 정하는 염색체에 얹혀 있다는 뜻입니다.

염색체는 유전자를 낱개로 흩어놓지 않고 한 줄에 꿴 실이라고 보면 됩니다. 같은 줄에 있는 것들은 웬만하면 함께 물려받습니다. 그리고 가끔 떨어지는데, 가까이 붙어 있을수록 덜 떨어집니다. 떨어지는 빈도를 재면 거리가 나오고, 그래서 유전자 지도를 그릴 수 있게 되었습니다.

1915유전자가 몸속 어디에 있는지 짚을 수 있을까?지도에서 보기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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염초 Saltpetre #

화학

촛불에 유리컵을 덮으면 곧 꺼집니다. 산소가 떨어지니까요. 그런데 화약은 물속에서도, 밀폐된 총열 안에서도 터집니다.

바깥 공기 없이도 탈 수 있기 때문입니다. 산소를 자기 안에 품고 있는 것이죠. 그 산소를 대주는 재료가 염초입니다.

숯과 유황은 구하기 쉽지만 염초가 문제였습니다. 캐내는 광물이 아니거든요. 오래된 집 마루 밑이나 가축 우리 바닥 흙에 조금씩 쌓인 것을 모아, 물에 우리고 졸이고 걸러 결정을 얻어야 합니다. 어느 흙을 고를지, 몇 번 우릴지가 전부 요령이라 만드는 법 자체가 국가 기밀이었습니다.

1377만드는 법을 알려주지 않는 것을 어떻게 알아낼까?지도에서 보기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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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0) Zero #

수학

205와 25를 생각해봅시다. 0이 없으면 둘을 어떻게 구분해 적을까요? '2와 5' 사이에 빈칸을 둘 수는 있지만, 빈칸이 하나인지 둘인지 헷갈립니다.

0은 '여기 자리는 있는데 아무것도 없다'는 표시입니다. 이게 있어야 자릿수 체계가 작동합니다.

그런데 브라마굽타는 한 걸음 더 갔습니다. 0을 표시가 아니라 계산에 참여하는 수로 다뤘습니다. 어떤 수에서 자기 자신을 빼면 0이다, 0을 더하면 그대로다, 0을 곱하면 0이다. 음수도 함께 정리했고요, 빚이라는 뜻으로요.

딱 하나 매듭짓지 못한 것이 0으로 나누기입니다. 이건 지금도 답이 없습니다. 6을 0으로 나누면 몇일까요. 0을 몇 번 더해야 6이 될까요. 아무리 더해도 안 됩니다.

628아무것도 없는 것을, 숫자로 쓸 수 있을까?지도에서 보기 →

함께 읽기위치기수법대수학무한

영점에너지 Zero-point energy #

물리

온도를 절대영도까지 내리면 모든 움직임이 멈출 것 같습니다. 그런데 멈추지 않습니다. 완전히 멈추면 위치와 운동량이 둘 다 정해져 버리기 때문입니다.

불확정성 원리가 그것을 금지합니다. 그래서 가장 차가운 상태에서도 떨림이 남습니다. 헬륨이 절대영도 근처에서도 얼지 않고 액체로 남는 이유가 이 떨림입니다.

여기서 조심할 것이 있습니다. 빈 공간에 에너지가 가득하니 공짜로 무한히 뽑아 쓸 수 있다는 주장이 널리 팔립니다.

영점이라는 말이 곧 '가장 낮은'이라는 뜻입니다(바닥상태). 에너지를 꺼내려면 더 낮은 곳으로 떨어뜨려야 하는데, 더 낮은 곳이 없습니다. 이름 자체가 꺼낼 수 없다는 뜻입니다.

1927모든 것을 동시에 정확히 알 수 있을까?지도에서 보기 →

함께 읽기불확정성 원리바닥상태에너지

오비탈 Orbital #

화학

교과서에 나오는 원자 그림은 대개 전자가 핵 둘레를 도는 태양계 모양입니다. 그런데 화학책 뒤쪽에는 아령이나 도넛처럼 생긴 이상한 그림들이 또 나옵니다.

원소 도구 판 6에서 말하는 칸이 이것입니다. 벽이 있는 방이 아니라 전자가 놓이는 모양입니다.

뒤쪽 그림이 맞습니다. 전자는 궤도를 돌지 않습니다.

파동함수를 풀면 전자가 어디서 발견될지 확률로 나오는데, 그 확률이 짙게 퍼져 있는 영역을 그린 것이 오비탈입니다. 도는 길이 아니라 있을 법한 자리의 구름입니다.

모양이 여러 가지인 것이 화학의 출발점입니다. 아령이 어느 쪽으로 뻗어 있느냐가 화학결합의 각도를 정하고, 그 각도가 물 분자의 모양을 정하고, 그 모양이 물의 성질을 정합니다.

1926전자가 물결이라면, 어디에 있는 걸까?지도에서 보기 →

함께 읽기파동함수원자화학결합

오존층 The ozone layer #

지구과학

이 층을 지표에 모아놓으면 두께가 3밀리미터쯤밖에 안 됩니다. 동전 하나 두께도 안 되는 셈이죠. 그런데 그게 없으면 육상 생물이 살 수 없습니다.

1974년 몰리나와 롤런드가 계산을 해봤습니다. 냉장고와 스프레이에 쓰는 프레온은 아무것과도 반응하지 않아서 안전한 기체로 여겨졌는데, 반응하지 않는다는 건 분해되지도 않는다는 뜻입니다. 그러니 지상에서 사라지지 않고 계속 위로 올라갑니다.

성층권에는 강한 자외선이 있어서 거기서는 프레온도 쪼개집니다. 쪼개지면 염소가 나오고, 염소 원자 하나가 오존 수만 개를 깨뜨립니다.

1985년 남극 상공에서 실제로 확인됐습니다. 흥미로운 건 위성이 이미 몇 년 전부터 같은 값을 재고 있었는데, 처리 프로그램이 너무 낮은 값을 오류로 걸러내고 있었다는 점입니다. 기계가 사실을 이상값으로 분류해 버려온 것이죠.

1985냉장고에 쓰는 기체가 하늘에 구멍을 낼 수 있을까?지도에서 보기 →

함께 읽기온실효과빛오차와 불확도

오차와 불확도 Error and uncertainty #

방법·도구

몸무게를 쟀더니 68.4kg입니다. 그런데 저울을 내려왔다 다시 올라가면 68.2가 나오기도 하고 68.5가 나오기도 합니다. 어느 게 진짜일까요?

어느 것도 정확히 진짜는 아닙니다. 모든 측정에는 폭이 있습니다. 그래서 과학에서는 '68.4kg'이라고만 쓰지 않고 '68.4 ± 0.2kg'처럼 폭을 함께 적습니다.

이 폭을 밝히는 게 왜 중요하냐면, 차이가 의미 있는지를 판단할 수 있게 해주기 때문입니다. 두 값이 68.4와 68.5인데 폭이 ±0.2라면 이건 같은 값입니다. 폭이 ±0.01이라면 다른 값이고요.

케플러가 원 궤도를 버린 것도 이 판단이었습니다. 어긋남이 8분각이었는데, 티코의 관측은 그보다 정밀했거든요. 오차의 폭보다 큰 어긋남은 오차가 아니라 신호입니다.

1572변하지 않는다던 하늘에, 새 별이 나타나면?지도에서 보기 →

함께 읽기표준화케플러 법칙확률

온실효과 The greenhouse effect #

지구과학

겨울에 차를 햇볕에 세워두면 안이 후끈해집니다. 유리가 햇빛은 들여보내는데 안에서 데워진 열은 잘 안 내보내기 때문입니다.

대기도 비슷하게 작동합니다. 햇빛은 통과해 땅을 데우고, 데워진 땅이 내보내는 열(적외선)은 이산화탄소 같은 기체가 붙잡습니다. 들어오는 건 통과, 나가는 건 붙잡음. 한쪽 방향 담요인 셈이죠.

이 효과가 아예 없으면 지구 평균기온은 영하 18도쯤 됩니다. 그러니 문제는 있고 없고가 아니라 두께입니다.

아레니우스가 1896년에 손으로 계산해 이산화탄소가 두 배가 되면 5~6도 오른다는 값을 얻었습니다. 그는 이걸 좋은 소식으로 봤고, 석탄 소비 속도로 3천 년 걸릴 거라고 여겼습니다. 실제로는 백 년 남짓 걸렸습니다.

1896공기의 조성이 바뀌면 지구의 온도가 달라질까?지도에서 보기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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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계행성 Exoplanets #

천문·우주

행성은 스스로 빛을 내지 않습니다. 옆에 있는 별은 어마어마하게 밝고요. 서치라이트 옆의 반딧불이를 찾는 격입니다. 그러니 직접 보고 찾는 건 거의 불가능합니다.

그래서 행성이 아니라 별을 봅니다. 두 가지 방법이 있습니다.

첫째, 행성이 별을 끌어당기기 때문에 별도 아주 조금 흔들립니다. 별이 우리 쪽으로 왔다 갔다 하면 빛이 붉은 쪽과 푸른 쪽으로 번갈아 밀립니다. 그 주기를 재면 행성이 있다는 것을 압니다.

둘째, 행성이 별 앞을 지나가면 별빛이 아주 조금 어두워집니다. 규칙적으로 어두워졌다 밝아지면 행성이 도는 것이죠.

1995년 첫 발견 이후 지금은 수천 개가 알려져 있습니다. 별에는 대개 행성이 딸려 있다는 것이 밝혀진 셈입니다.

1995다른 별에도 행성이 있을까?지도에서 보기 →

함께 읽기적색편이스펙트럼선표준촛불

용불용설 Use and disuse #

생물·의학

팔굽혀펴기를 날마다 하면 팔 근육이 굵어지고, 깁스를 오래 하면 그 다리가 가늘어집니다.

여기까지는 맞는 말입니다. 몸은 쓰는 만큼 변합니다.

라마르크는 한 걸음 더 나아가, 이렇게 얻은 변화가 자식에게 전해진다고 했습니다. 이 뒷부분이 획득형질 유전이고, 틀린 쪽은 이 뒷부분입니다. 몸에 일어난 일은 유전자에 적히지 않습니다.

1809부모가 얻은 것이 자식에게 전해질까?지도에서 보기 →

함께 읽기획득형질 유전자연선택유전자

우주배경복사 The cosmic microwave background #

천문·우주

1964년, 두 연구원이 전파 안테나에서 없어지지 않는 잡음을 발견했습니다. 어디로 돌려도 똑같이 들렸습니다. 안테나에 앉은 비둘기를 쫓아내고 배설물까지 닦아냈는데도 남았습니다.

잡음이 아니었습니다. 우주 전체에서 오는 빛이었습니다.

초기 우주는 너무 뜨거워서 빛이 곧장 나아가지 못했습니다. 그러다 38만 년쯤 지나 충분히 식자 빛이 자유로워졌습니다. 그때 풀려난 빛이 아직도 우주를 돌아다니고 있는 것입니다. 그동안 우주가 팽창하면서 그 빛도 늘어나(적색편이) 지금은 아주 차가운 전파가 되었습니다.

이것이 대폭발 이론의 결정적 증거입니다. 그리고 이 빛의 아주 작은 얼룩이 나중에 은하가 되는 씨앗이었습니다. 참고로 아날로그 TV의 지지직거리는 화면 중 일부가 이 빛이었습니다.

1965안테나의 잡음이 우주의 소리일 수 있을까?지도에서 보기 →

함께 읽기적색편이빛깊은 시간

운동량 Momentum #

물리

당구공이 멈춰 있는 다른 공을 정면으로 맞히면, 친 공은 서고 맞은 공이 굴러갑니다. 움직임이 통째로 넘어간 것처럼요.

넘어간 그 '움직임의 양'이 운동량입니다. 얼마나 무거운가(질량)와 얼마나 빠른가를 곱한 값이죠.

중요한 건 부딪히기 전과 후의 총합이 같다는 것입니다. 그래서 트럭과 자전거가 부딪히면 결과가 뻔합니다. 트럭 쪽 운동량이 압도적으로 크니까요. 로켓이 나아가는 것도 같은 이유입니다. 뒤로 뿜은 만큼 앞으로 갑니다.

1687사과와 달은 같은 법칙으로 떨어질까?지도에서 보기 →

함께 읽기질량힘보존법칙

운동에너지 Kinetic energy #

물리

자전거로 두 배 빠르게 달리다 넘어지면 두 배가 아니라 네 배쯤 세게 부딪힙니다.

같은 물체라도 빠를수록 가진 에너지가 커지는데, 속도에 그대로 비례하지 않고 속도의 제곱에 비례합니다. 속도가 두 배면 에너지는 네 배, 세 배면 아홉 배입니다.

자동차가 빨리 달릴수록 멈추는 데 필요한 거리가 훨씬 길어지는 까닭이 이것입니다. 브레이크가 없애야 할 에너지가 제곱으로 늘어나니까요. 18세기에는 이 양이 속도에 비례하는지 제곱에 비례하는지를 두고 오래 다퉜고, 뒤 샤틀레가 제곱 쪽이 옳다는 증거를 정리했습니다.

1740빠를수록 힘이 세지는 건, 얼마나 세질까?지도에서 보기 →

함께 읽기에너지

원소 Element #

화학

물을 끓이면 김이 되고 식히면 다시 물이 됩니다. 물은 그대로죠. 그런데 물에 전기를 흘리면 기체 두 가지로 갈라지고, 이건 다시 물로 안 돌아옵니다.

쪼개지는 것과 안 쪼개지는 것이 있다는 뜻입니다. 더는 쪼갤 수 없는 것이 원소입니다.

옛사람들은 흙·물·공기·불 넷이라고 했습니다. 지금은 118가지가 알려져 있고, 그중 90여 가지가 자연에 있습니다. 세상의 모든 물질이 이 90여 가지의 조합입니다. 나무도 사람도 바위도 별도요. 다만 화학으로는 원소를 다른 원소로 바꿀 수 없습니다. 연금술이 실패한 이유이고, 그 벽은 원자핵 수준에서만 넘을 수 있습니다.

1662공기를 누르면 무슨 일이 생길까?지도에서 보기 →

함께 읽기원자분자주기율표

원자 Atom #

화학

물이 산소와 수소로 갈라진다는 건 알겠습니다. 그런데 갈라질 때마다 늘 같은 비율입니다. 무게로 재면 언제나 수소 1에 산소 8. 조금 더도 덜도 아닙니다.

물이 죽처럼 연속된 것이라면 비율이 아무렇게나 나와도 됩니다. 딱 떨어진 비율로만 갈라진다는 건 알갱이 단위로 붙어 있다는 뜻입니다. 돌턴이 이 논증으로 원자를 주장했습니다.

원자 하나는 상상하기 어려울 만큼 작습니다. 물 한 방울에 든 원자 수가 지구 위 모든 모래알보다 많습니다. 그리고 그 안은 거의 텅 비어 있습니다. 가운데 원자핵이 있고 나머지는 빈 공간입니다.

1808물질이 항상 같은 비율로 섞이는 이유는?지도에서 보기 →

함께 읽기원소분자원자핵

원자가 Valence #

화학

원소 도구 판 4에서는 이것을 손이라고 부릅니다. 수소는 손이 하나, 산소는 둘, 탄소는 넷.

원자는 맨 위층이 꽉 차기를 바랍니다. 빈자리가 적으면 남의 전자를 끌어와 채우고, 위층 전자가 적으면 내주고, 비슷하면 이웃과 나눠 씁니다. 그 개수가 원자가입니다. 맨 위층 전자 수와 빈자리 수 가운데 적은 쪽이라고 보면 첫 스무 원소는 거의 다 맞습니다.

맨 위층이 이미 꽉 찬 헬륨과 네온은 원자가가 0이라 아무와도 결합하지 않습니다.

함께 읽기공유결합이온전자껍질

원자핵 The atomic nucleus #

물리

얇은 금박에 알파입자를 쏘았습니다. 대부분은 그냥 통과했는데, 아주 가끔 하나가 뒤로 튕겨 나왔습니다.

러더퍼드는 이걸 두고 휴지에 대포알을 쐈는데 되돌아온 격이라고 했습니다.

대부분 통과한다는 건 원자 속이 거의 텅 비어 있다는 뜻이고, 가끔 튕긴다는 건 아주 작고 단단한 무언가가 한가운데 있다는 뜻입니다. 그게 원자핵입니다. 원자를 축구경기장 크기로 키우면 핵은 가운데 놓인 완두콩 한 알만 합니다. 나머지는 전부 빈 공간입니다.

1911원자 속은 꽉 차 있을까, 텅 비어 있을까?지도에서 보기 →

함께 읽기원자중성자방사능

웜홀 Wormhole #

천문·우주

종이 위에 점 두 개를 찍습니다. 종이 위를 기어가면 멉니다. 그런데 종이를 접어 두 점을 맞대면 아주 가깝습니다.

일반상대성이론에서 중력은 힘이 아니라 공간이 휜 모양입니다. 공간이 휠 수 있다면 이런 접힘도 방정식이 허용합니다.

허용된다는 것과 존재한다는 것은 다릅니다. 문제는 그 구멍이 만들어지자마자 닫혀버린다는 것입니다. 열어두려면 보통 물질과 반대로 밀어내는 성질을 가진 무언가가 필요한데, 그런 것이 자연에 있는지 아무도 모릅니다.

있다고 밝혀진 적도, 없다고 밝혀진 적도 없습니다. 과학에서 가장 흔한 상태, 즉 판단 보류입니다.

1915중력은 힘일까, 공간의 모양일까?지도에서 보기 →

함께 읽기일반상대성이론사건지평선만유인력

웨이퍼 Wafer #

물리

공장 사진에 사람이 거울처럼 반짝이는 둥근 판을 들고 있는 장면이 나옵니다. 저 판 한 장이 무엇일까요.

모래에서 뽑아낸 규소를 아주 순수한 결정 덩어리로 키운 다음, 그것을 무처럼 얇게 저민 것입니다.

중요한 것은 칩을 한 개씩 만들지 않는다는 점입니다. 이 둥근 판 한 장에 같은 회로를 수백 개 한꺼번에 찍고, 다 만든 다음에 잘라 냅니다. 사진 한 장을 인화하듯 여러 장을 한 번에 뽑는 것입니다.

그래서 판이 클수록 유리합니다. 같은 수고로 더 많이 나오니까요. 판이 점점 커져 온 것이 이 때문입니다.

결정에 흠이 있거나 먼지가 앉으면 그 자리의 칩만 버립니다. 몇 개가 살아남느냐가 이 산업의 성적표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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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치기수법 Place-value notation #

수학

로마 숫자로 3888을 적으면 MMMDCCCLXXXVIII 입니다. 열다섯 자입니다. 그리고 이걸로 곱셈을 해보세요. 거의 불가능합니다.

우리가 쓰는 방식은 다릅니다. 같은 '3'이라도 어디에 놓이느냐에 따라 3이 되기도 30이 되기도 300이 되기도 합니다. 자리가 값을 정합니다.

덕분에 자리만 맞춰 쓰면 세로셈이 됩니다. 곱셈도 나눗셈도 규칙만 알면 누구나 할 수 있습니다. 로마 숫자로는 계산 전문가가 필요했지만, 이 방식에서는 초등학생도 합니다.

계산이 재능에서 절차로 바뀐 것 — 이게 이 표기법이 한 일입니다. 그리고 이게 되려면 0이 반드시 있어야 합니다.

12020은 어떻게 유럽에 왔을까?지도에서 보기 →

함께 읽기영(0)대수학알고리즘

유산균 Lactic bacteria #

생물·의학

김치가 익으면 시어집니다. 우유에 요구르트 한 숟갈을 넣고 하루 두면 굳고 시어집니다. 신맛은 이 세균이 먹고 남긴 것입니다.

짠 곳과 신 곳에서 잘 버팁니다. 그래서 배추를 소금에 절이면 다른 미생물은 물러나고 유산균만 남아 김치를 익힙니다. 자기가 만든 신맛이 다른 세균을 또 막아 줍니다.

장 속에도 삽니다. 유익균이라고 불리지만 원래 좋은 균이 따로 있는 것은 아닙니다. 어디에 있고 무엇을 먹느냐에 따라 같은 세균이 도움도 되고 말썽도 됩니다. 이 이야기는 「우리는 혼자 산 적이 없다」 시리즈에서 합니다.

1907요구르트를 먹으면 오래 살까?지도에서 보기 →

함께 읽기발효미생물

유전자 Gene #

생물·의학

완두콩을 8년 동안 세어보니 규칙이 보였습니다. 키 큰 것과 작은 것을 교배하면 다음 세대는 전부 큽니다. 그런데 그것들끼리 교배하면 작은 것이 다시 나옵니다. 정확히 넷 중 하나꼴로요.

섞였다면 이럴 수 없습니다. 물감을 섞으면 원래 색이 다시 나오지 않으니까요. 알갱이처럼 통째로 전해지기 때문에 숨었다가 다시 나올 수 있습니다. 그 알갱이 하나가 유전자입니다.

멘델은 이것이 무엇으로 되어 있는지 몰랐습니다. 그저 그렇게 행동하는 무언가가 있다는 것만 알았죠. 그것이 염색체 위에 있다는 것은 50년 뒤, 그 정체가 DNA라는 것은 80년 뒤에 밝혀집니다.

1865부모를 안 닮은 아이는 어디서 왔을까?지도에서 보기 →

함께 읽기형질과 우성·열성염색체DNA 이중나선

유전체 Genome #

생물·의학

사람의 유전 정보를 전부 글자로 적으면 30억 자쯤 됩니다. 책으로 치면 수천 권 분량입니다.

그걸 처음부터 끝까지 읽어낸 것이 인간유전체계획입니다. 13년이 걸렸고, 지금은 하루면 됩니다.

다 읽고 나서 뜻밖의 것들이 나왔습니다. 유전자 개수가 예상보다 훨씬 적었습니다. 2만 개 남짓인데, 이건 벼보다도 적습니다. 그리고 전체의 대부분은 단백질을 만들지 않는 구간이었습니다. 한때 '쓰레기'라 불렸지만 지금은 그 상당 부분이 조절 역할을 한다는 것이 밝혀지는 중입니다. 글자를 다 읽었다고 뜻을 다 아는 것은 아니었습니다.

2003사람 전체를 글자로 옮겨 적을 수 있을까?지도에서 보기 →

함께 읽기DNA 이중나선유전자크리스퍼

응결 Condensation #

지구과학

찬 음료를 따라 두면 컵 바깥에 물방울이 맺힙니다. 컵에서 물이 새어 나온 것이 아닙니다. 그 물은 방 안 공기에 있던 것입니다.

공기가 식으면 수증기를 담아 둘 여유가 줄어듭니다. 넘치는 만큼은 다시 물방울이 되어 나옵니다. 컵 옆의 물방울, 새벽의 이슬, 안경에 서리는 김이 전부 같은 일입니다.\n\n구름도 같은 일이 하늘에서 벌어진 것입니다. 공기가 위로 올라가면 식습니다. 식다가 한계를 넘으면 수증기가 아주 작은 물방울로 맺히고, 그 방울들이 모여 눈에 보이는 것이 구름입니다.\n\n그러니 구름은 하늘에 떠 있는 물이지 연기가 아닙니다. 방울이 너무 작아서 떨어지지 않을 뿐입니다. 방울끼리 자꾸 부딪쳐 커지면 더는 못 버티고 떨어집니다. 그게 비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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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산화탄소 Carbon dioxide #

화학

우리가 내쉬는 숨에는 들이쉰 공기보다 이산화탄소가 백 배쯤 많습니다.

공기 속에는 아주 조금, 천 개 가운데 하나도 안 됩니다. 그런데도 두 가지 큰일을 합니다. 식물이 몸을 짓는 재료가 되고, 땅에서 나가는 열을 붙잡아 지구를 따뜻하게 합니다. 너무 많아지면 그 이불이 두꺼워져 기후가 바뀝니다.

공기 속 이산화탄소는 봄여름에 숲이 들이마시면 줄고 가을겨울에 늘어납니다. 지구가 통째로 숨을 쉬는 셈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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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온 Ion #

화학

소금을 물에 넣으면 사라진 것처럼 보입니다. 그런데 그 물에는 전기가 통합니다. 깨끗한 물은 잘 안 통하는데요.

소금이 사라진 것이 아니라 둘로 갈라진 것입니다. 한쪽은 전자 하나를 내주고 다른 쪽이 받아 갑니다. 그러면 내준 쪽은 플러스, 받은 쪽은 마이너스 전기를 띱니다. 이렇게 전기를 띠게 된 것이 이온입니다.

원자는 원래 플러스와 마이너스가 같은 수라서 전기적으로 조용합니다. 전자 하나가 드나들면 그 균형이 깨집니다.

이온이 되면 비로소 전기로 밀고 당길 수 있습니다. 이것이 실험실에서 대단히 요긴합니다. 알갱이 하나를 손으로 집을 수는 없지만, 전기를 띠게 만들면 전기장으로 밀고 자석으로 휘게 할 수 있으니까요.

무게를 재는 질량분석도, 원자핵을 빛에 가깝게 미는 가속기도 먼저 이온으로 만드는 일부터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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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중슬릿 The double slit #

물리

잔잔한 물에 돌 두 개를 동시에 던지면 물결이 겹칩니다. 겹치는 자리마다 물결이 더 커지기도, 서로 지워져 잔잔해지기도 합니다.

빛으로 같은 걸 해봅니다. 좁은 틈 두 개를 지난 빛이 벽에 줄무늬를 만듭니다. 밝고 어두운 줄이 번갈아 나옵니다. 빛이 알갱이라면 틈 두 개 뒤에 밝은 자국 두 개가 나와야 하는데, 그게 아닙니다. 빛은 파동이었습니다.

그런데 100년 뒤 진짜 이상한 일이 벌어집니다. 전자를 한 개씩, 한참 간격을 두고 쏴도 줄무늬가 생깁니다. 하나뿐인데 무엇과 겹친 걸까요. 이 질문이 중첩 이야기로 이어집니다.

1801빛이 알갱이라면, 구멍 두 개를 지날 때 왜 줄무늬가 생길까?지도에서 보기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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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반상대성이론 General relativity #

물리

고무판 위에 무거운 공을 올려놓으면 판이 움푹 들어갑니다. 그 옆에 구슬을 굴리면 구슬은 움푹한 쪽으로 휘어 갑니다.

공이 구슬을 끌어당긴 게 아닙니다. 바닥이 휘어 있었을 뿐입니다.

중력이 이렇다는 것입니다. 지구가 태양 둘레를 도는 것은 태양이 줄로 당겨서가 아니라, 태양이 만든 휘어짐을 따라 똑바로 가고 있기 때문입니다.

검증은 1919년 개기일식 때 이루어졌습니다. 태양 뒤편 별에서 온 빛이 태양 옆을 지나며 휘어지는 각도를 쟀는데, 예측과 맞았습니다. 참고로 이 이론이 쓰는 기하학은 60년 전에 리만이 쓸 데도 모른 채 만들어둔 것이었습니다.

1915중력은 힘일까, 공간의 모양일까?지도에서 보기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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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시방편 가설 Ad hoc hypothesis #

방법·도구

플로지스톤설은 금속이 타면 무거워진다는 사실에 걸렸습니다. 빠져나갔는데 무거워질 수는 없으니까요. 그래서 나온 대답이 이것이었습니다. 플로지스톤은 음의 무게를 가진다.

덧붙이는 것 자체가 나쁜 건 아닙니다. 그렇게 살아남아 옳은 것으로 밝혀진 이론도 있습니다. 천왕성의 궤도가 뉴턴 역학과 어긋났을 때 사람들은 '아직 못 본 행성이 있을 것'이라 가정했고, 해왕성은 실제로 거기 있었습니다.

갈림길은 이겁니다. 덧붙인 가정이 새로운 예측을 내놓는가.

해왕성 가설은 '저 자리를 보라'고 말했고 거기 있었습니다. 음의 무게는 아무것도 새로 말해주지 않았습니다. 이미 아는 것을 덮으려고만 있었죠. 이런 가정이 늘어나기만 하고 시험할 거리를 못 내놓으면, 그 이론은 죽어가는 중입니다.

1703타는 물질에서 무엇이 빠져나갈까?지도에서 보기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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ㅈ

자기공명 Magnetic resonance #

물리

그네를 밀 때 아무 때나 밀면 오히려 멈춥니다. 돌아오는 박자에 맞춰 밀어야 점점 높이 올라갑니다.

박자가 맞을 때만 힘이 전해지는 것, 이것이 공명입니다.

원자핵 중에는 팽이처럼 도는 성질(스핀)을 가진 것들이 있습니다. 이런 핵을 아주 강한 자석 안에 넣으면 팽이가 비스듬히 서서 도는 것처럼 일정한 박자로 흔들립니다. 그 박자에 딱 맞는 전파를 쏘면 핵이 반응하고, 어긋난 전파에는 아무 반응이 없습니다.

여기서부터가 쓸모입니다. 그 박자는 핵 주변에 무엇이 붙어 있느냐에 따라 아주 조금씩 달라집니다. 그래서 되돌아오는 신호를 읽으면 분자 안에서 원자들이 어떻게 이어져 있는지를 알 수 있습니다. 보지 않고 배치를 알아내는 것입니다.

병원의 MRI가 같은 원리입니다. 몸속 물에 들어 있는 수소의 핵을 봅니다. 원래 이름은 핵자기공명인데 핵이라는 말이 무섭게 들려서 뺐습니다. 방사선을 쓰지 않습니다.

함께 읽기스핀원자핵진동수

자기일관성 원리 The self-consistency principle #

물리

과거로 가서 자기 할아버지를 해치면 어떻게 될까요. 그러면 자기가 태어나지 못하고, 태어나지 못하면 과거로 갈 수도 없습니다.

이 역설에 대한 한 가지 대답이 자기일관성 원리입니다. 요점은 이렇습니다.

과거를 바꾸는 일이 금지된 것이 아니라, 애초에 앞뒤가 맞는 역사만 일어납니다. 할아버지를 해치러 간 사람은 반드시 총이 걸리거나 길을 잃거나 엉뚱한 사람을 만납니다. 우연히 막히는 게 아니라, 막히지 않는 역사는 처음부터 있을 수 없습니다.

그러면 과거로 간 사람은 역사를 바꾸는 것이 아니라 원래 자기가 한 일을 하러 가는 셈이 됩니다. 이 입장이 옳은지는 정해지지 않았습니다. 애초에 과거로 갈 수 있는지부터 모르니까요.

1915중력은 힘일까, 공간의 모양일까?지도에서 보기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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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기장 Magnetic field #

물리

자석 위에 종이를 얹고 철가루를 뿌리면 줄무늬가 생깁니다. 자석이 철가루에 닿지도 않았는데 말이지요.

자석과 철가루 사이에는 아무것도 없어 보입니다. 그런데 사실은 그 빈 공간 자체가 성질을 띠고 있습니다. 그 성질이 자기장입니다. 철가루는 그것을 눈에 보이게 해 준 것뿐입니다.

힘이 두 물체 사이를 건너뛰는 것이 아니라 공간이 먼저 바뀌어 있다는 생각인데, 수학을 배우지 못한 패러데이가 그림으로 떠올린 것입니다(전자기유도).

전기를 띤 알갱이는 이 선을 스프링처럼 감고 돌면서 선을 따라 흘러갑니다. 선을 벗어나지 못하는 셈이지요. 핵융합 장치가 이 성질을 씁니다. 선을 도넛 모양으로 둥글게 닫아 두면 플라스마는 끝없이 돌기만 하고 벽에 닿지 못합니다.

1831자석을 움직이면 전기가 생길까?지도에서 보기 →

함께 읽기전자기유도플라스마전하

자연발생설 Spontaneous generation #

생물·의학

고기를 며칠 놔두면 구더기가 생깁니다. 곡식 자루를 오래 두면 쥐가 생기고요. 아무도 넣지 않았는데 생깁니다.

그러니 생물이 저절로 생겨난다고 믿을 만했습니다. 눈에 보이는 대로였으니까요.

파스퇴르가 이걸 끝냅니다. 목이 백조처럼 구부러진 플라스크를 만들어 고기즙을 끓인 뒤 그대로 두었습니다. 공기는 드나들 수 있지만 미생물은 굽은 목에 걸려 못 들어갑니다. 몇 달이 지나도 아무것도 생기지 않았습니다. 목을 자르자 하루 만에 상했습니다.

저절로 생긴 게 아니라 밖에서 들어온 것이었습니다.

1861썩는 것은 저절로 생기는 걸까?지도에서 보기 →

함께 읽기미생물세균설세포

자연선택 Natural selection #

생물·의학

항생제를 쓰면 대부분의 세균이 죽습니다. 그런데 우연히 그 약을 견디는 세균이 몇 마리 있었다면, 걔들만 남아 번식합니다. 몇 세대 지나면 그 약이 안 듣습니다.

자연선택이 이것입니다. 누가 의도한 것이 아닙니다. 살아남은 것이 남고, 남은 것이 늘어날 뿐입니다.

필요한 조건은 셋뿐입니다. 개체마다 조금씩 다를 것, 그 차이가 자손에게 전해질 것, 그리고 다 살아남지는 못할 것. 이 셋만 있으면 방향은 저절로 생깁니다. 다윈이 '적자생존'이라는 말을 즐겨 쓰지 않은 이유가 있습니다. 강한 것이 아니라 그 환경에 맞았던 것이 남는 것이고, 환경이 바뀌면 답도 바뀝니다.

1859생물은 왜 이렇게 다양할까?지도에서 보기 →

함께 읽기돌연변이형질과 우성·열성현대적 종합

장내 미생물 Gut microbiota #

생물·의학

콩을 먹고 방귀가 늘었습니다. 우리가 소화 못 한 것을 대장 이웃들이 먹고 낸 소리입니다.

세입자지만 집세를 냅니다. 우리가 소화 못 하는 섬유질을 대신 먹고, 비타민을 만들고, 면역을 훈련시키고, 무엇보다 자리를 차지해서 나쁜 손님이 들어올 방을 없앱니다.

조합은 지문처럼 사람마다 다르고 세 살까지 누굴 만났느냐가 거의 정합니다. 유익균·유해균이 따로 있는 것이 아니라 같은 균도 자리와 수에 따라 이웃이 되고 병균이 됩니다. 이들을 키우는 것은 유산균 알약이 아니라 그들의 밥, 채소의 섬유질입니다.

1907요구르트를 먹으면 오래 살까?지도에서 보기 →

함께 읽기유산균세균미생물

재현성 Reproducibility #

방법·도구

레이우엔훅이 물방울 속에 헤엄치는 것들이 있다고 편지를 보냈을 때, 왕립학회는 믿지 않았습니다. 아무도 그런 걸 본 적이 없었으니까요. 그래서 사람을 보내 직접 확인하게 했습니다.

한 사람이 봤다는 것만으로는 부족합니다. 잘못 봤을 수도, 장비가 이상했을 수도, 거짓말일 수도 있으니까요.

그래서 과학은 결과만 발표하지 않고 방법을 함께 발표합니다. 남이 따라 해볼 수 있게요. 따라 했는데 같은 결과가 안 나오면 그 주장은 흔들립니다.

이건 지금도 현안입니다. 심리학과 의학의 유명한 연구들을 다시 해봤더니 절반 남짓만 같은 결과가 나온 일이 있었습니다. 결과가 잘 나온 연구만 발표되는 관행 때문이기도 합니다. 안 나온 실험도 발표되어야 전체 그림이 맞습니다.

1676물 한 방울 안에도 사는 것이 있을까?지도에서 보기 →

함께 읽기동료평가대조군표준화

저항 Drag #

물리

물속에서 손바닥을 세워 밀면 힘들고, 손날로 밀면 쉽습니다. 같은 손인데요.

움직이는 물체는 앞의 물을 밀어내고 옆의 물과 비벼야 합니다. 그 값이 저항입니다.

저항은 셋으로 나뉩니다. 물과 비비는 마찰, 앞뒤의 압력 차이, 그리고 배에만 있는 것 하나. 배는 파도를 만드는 데도 힘을 씁니다. 배가 지나간 자리에 남는 물결이 전부 배가 낸 에너지입니다. 빠르게 달릴수록 이 몫이 급격히 커집니다.

그래서 배 앞머리 물속에 둥근 혹을 붙입니다. 혹이 만드는 파도와 뱃머리가 만드는 파도가 서로 지워지게 하는 것입니다. 그것만으로 연료가 십 퍼센트 넘게 줄었습니다.

비행기도 물고기도 같은 문제를 풉니다. 앞은 뭉툭하고 뒤는 뾰족한 물방울 모양이 답인 경우가 많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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적색편이 Redshift #

천문·우주

구급차가 다가올 때는 사이렌이 높게 들리고, 지나쳐 멀어지면 낮게 들립니다. 같은 사이렌인데요.

소리가 다가오면 파동이 앞쪽으로 눌려 촘촘해지고(진동수가 올라가고), 멀어지면 늘어나 성겨집니다. 빛도 파동이니 같은 일이 일어납니다. 멀어지는 별의 빛은 늘어나 붉은 쪽으로 밀립니다.

측정 방법이 영리합니다. 별빛의 스펙트럼선은 원소마다 위치가 정해져 있습니다. 그 무늬가 통째로 붉은 쪽으로 밀려 있으면 밀린 만큼이 멀어지는 속도입니다.

허블이 이걸 여러 은하에서 재보니, 멀리 있는 은하일수록 더 빨리 멀어지고 있었습니다. 우주가 팽창하고 있다는 뜻입니다. 그리고 시간을 거꾸로 돌리면 한 점에서 시작했다는 결론이 따라 나옵니다.

1929우주는 가만히 있을까?지도에서 보기 →

함께 읽기스펙트럼선우주배경복사표준촛불

적외선 Infrared #

물리

열화상 카메라로 보면 어둠 속에서도 사람이 환하게 빛납니다.

우리 몸은 늘 적외선을 내뿜습니다. 눈에는 안 보이지만 손을 볼에 가까이 대면 느껴지는 따스함이 그것입니다. 리모컨 신호, 난로의 열기도 적외선입니다.

지구도 햇빛에 데워진 뒤 적외선으로 열을 우주에 내보내는데, 이산화탄소가 그 일부를 붙잡아 지구를 따뜻하게 합니다.

함께 읽기전자기파온실효과

전기분해 Electrolysis #

화학

물에 전지를 담그고 전기를 흘리면 양쪽 전극에서 거품이 올라옵니다. 한쪽은 수소, 다른 쪽은 산소입니다.

붙어 있던 것을 전기가 떼어낸 것입니다. 화학결합이 전기의 힘으로 붙어 있는 것이니, 전기로 뗄 수도 있는 셈이죠.

전지가 나온 직후 이 방법으로 새 원소가 쏟아져 나왔습니다. 나트륨, 칼륨, 칼슘, 마그네슘 — 화합물 안에 갇혀 있어 그전까지 아무도 순수한 상태로 본 적이 없던 것들입니다. 도구 하나가 생기자 6년 만에 원소 여섯 개가 발견됐습니다.

지금도 알루미늄은 전부 이 방법으로 만듭니다. 그래서 알루미늄 값의 대부분은 전기 값입니다.

1800전기를 저장해 둘 수 있을까?지도에서 보기 →

함께 읽기전류와 전지원소화학결합

전류와 전지 Current and the battery #

물리

정전기는 따끔하고 끝입니다. 한 번에 다 흘러버리니까요. 그런데 손전등은 몇 시간씩 켜져 있습니다.

차이는 계속 밀어주는 것이 있느냐입니다. 볼타는 서로 다른 두 금속을 소금물에 적신 천으로 겹겹이 쌓아 이 '계속'을 만들어냈습니다. 화학반응이 전하를 한쪽으로 계속 밀어주는 겁니다.

이것이 전지입니다. 그전까지 전기는 번개나 정전기처럼 한순간 터지는 것이었는데, 이제 흐르는 것이 되었습니다. 흐르게 되자 연구가 가능해졌고, 20년 만에 전자기학 전체가 세워집니다.

1800전기를 저장해 둘 수 있을까?지도에서 보기 →

함께 읽기전하전자기유도에너지

전선 Weather front #

지구과학

어제까지 반팔을 입었는데 오늘 아침에는 겉옷을 꺼냅니다. 하룻밤 사이에 계절이 바뀐 것이 아니라, 다른 공기가 밀고 들어온 것입니다.

공기는 한 덩어리씩 움직입니다. 시베리아에서 내려온 공기는 차고 메마르고, 남쪽 바다에서 올라온 공기는 따뜻하고 축축합니다. 각자 오래 머문 자리의 성질을 그대로 지니고 옵니다.\n\n이 둘이 만나면 섞이지 않고 밀칩니다. 따뜻한 쪽이 찬 쪽 위로 올라탑니다. 가벼우니까요. 올라가면 식고, 식으면 구름이 되고, 그래서 전선을 따라 비가 옵니다.\n\n일기도에 그려진 삼각형과 반원이 붙은 선이 이것입니다. 삼각형은 찬 공기가 밀고 들어오는 쪽, 반원은 따뜻한 공기가 밀고 오는 쪽입니다.\n\n여름 장마도 이 경계가 우리나라 위에 오래 머무는 일입니다. 남쪽 공기와 북쪽 공기가 힘이 비슷해서 밀리지 않고 버티는 동안, 그 자리에 비가 계속 내립니다.

함께 읽기기압응결대류

전이인자 Transposable elements #

생물·의학

옥수수 알갱이의 색이 알마다 다르고, 한 알 안에서도 얼룩덜룩합니다. 유전자가 자리에 고정되어 있다면 이럴 수가 없습니다.

매클린톡은 유전자가 자리를 옮겨 다닌다는 결론을 냈습니다. 옮겨 다니면서 다른 유전자를 켜고 끄기 때문에 얼룩이 생긴다는 것이죠.

1940년대에는 아무도 믿지 않았습니다. 유전자는 염색체 위 정해진 자리에 있는 것이 상식이었으니까요. 그는 발표를 접고 30년을 혼자 계속했습니다. 나중에 다른 생물에서도 같은 일이 확인되면서 옳았음이 드러났고, 여든한 살에 노벨상을 받았습니다.

1983유전자가 제자리에 가만히 있지 않는다면?지도에서 보기 →

함께 읽기유전자DNA 이중나선돌연변이

전자 The electron #

물리

겨울에 문손잡이를 잡다가 따끔했던 적이 있을 겁니다. 무언가가 옮겨 간 것입니다.

옮겨 간 것이 전자입니다. 원자의 바깥쪽에 붙어 있는데, 안쪽의 원자핵과 달리 비교적 쉽게 떨어져 나가고 옮겨 다닙니다.\n\n전기가 흐른다는 것은 이 전자가 줄줄이 옮겨 가는 일입니다(전류). 물질이 서로 달라붙는 것도, 빛이 물질에 흡수되는 것도 전자가 하는 일입니다.\n\n원자핵이 그 원자가 무엇인지를 정한다면, 전자는 그 원자가 무엇을 할 수 있는지를 정합니다. 화학은 사실상 전자 이야기입니다.

함께 읽기원자원자핵전류와 전지

전자기력 Electromagnetic force #

물리

손으로 책상을 누르면 손이 책상을 통과하지 않습니다. 부딪치는 건 원자핵이 아니라 전자들입니다.

플러스와 마이너스는 당기고, 같은 것끼리는 밀어냅니다. 전자가 원자핵에 붙잡혀 원자가 되고, 원자들이 전자를 나눠 쥐어 분자가 되고, 손과 벽의 전자가 서로 밀어내 우리가 벽을 뚫지 못하는 것이 모두 이 힘입니다. 화학은 거의 전부 이 힘의 일입니다.

전기와 자기가 한 힘의 두 얼굴이라는 것을 보인 사람이 맥스웰입니다.

함께 읽기전자공유결합중력

전자기유도 Electromagnetic induction #

물리

자전거 라이트는 배터리 없이도 켜집니다. 페달을 밟는 동안만요. 멈추면 꺼집니다.

바퀴가 돌면서 자석을 돌리고, 자석이 움직이면 옆의 도선에 전류가 생깁니다. 가만히 놔두면 아무 일도 안 일어납니다. 움직여야 생긴다는 것이 핵심입니다.

패러데이가 이걸 발견했을 때 무슨 쓸모가 있느냐는 질문을 받았다고 전해집니다. 지금 세상의 전기는 거의 전부 이 원리로 만듭니다. 발전소가 하는 일은 무언가를 태우거나 떨어뜨려 자석을 돌리는 것뿐입니다.

1831자석을 움직이면 전기가 생길까?지도에서 보기 →

함께 읽기전류와 전지전하맥스웰 방정식

전자기장 Electromagnetic field #

물리

자석 둘레에는 아무것도 없어 보이지만 쇳가루를 뿌리면 줄무늬가 생깁니다.

날씨 지도의 기온처럼 공간의 어느 점에도 값이 있습니다. 무언가가 채워져 있는 것이 아니라 공간이 원래 지닌 성질입니다. 가장 텅 빈 진공에서도 사라지지 않고 미세하게 떨립니다.

이 장이 출렁이면서 퍼져 나가는 물결이 전자기파이고, 빛도 그중 하나입니다. 맥스웰이 이것을 수식으로 보였습니다.

함께 읽기전자기파진공에테르

전자기파 Electromagnetic wave #

물리

라디오 전파와 햇빛과 병원의 엑스선은 전혀 달라 보이지만 같은 물결입니다. 물결의 촘촘함만 다릅니다.

물결이 성기면 전파, 조금 촘촘하면 적외선, 더 촘촘하면 눈에 보이는 빛, 더 촘촘하면 자외선과 엑스선입니다. 모두 1초에 30만 킬로미터로 달립니다.

소리와 달리 타고 갈 물질이 필요 없어서, 텅 빈 우주를 건너 별빛이 우리 눈까지 옵니다.

함께 읽기전자기장빛적외선

전자껍질 Electron shell #

화학

원소 도구 판 6에서는 이것을 아파트의 층이라고 부릅니다.

층마다 들어갈 수 있는 전자 수가 정해져 있습니다. 1층은 2, 2층은 8, 3층은 18, 4층은 32. 층 번호를 두 번 곱해 두 배 한 수입니다.

층 안은 다시 모양이 다른 방 무리로 나뉘고, 방 하나하나가 오비탈입니다. 주기율표 줄이 바뀌는 것은 층 전체가 찰 때가 아니라 맨 위층의 공 모양 방과 아령 모양 방이 찰 때입니다.

함께 읽기오비탈파울리 배타원리원자가

전하 Electric charge #

물리

겨울에 스웨터를 벗다가 따끔합니다. 풍선을 머리에 문지르면 머리카락이 따라 일어섭니다.

문지르는 동안 아주 작은 알갱이(전자)가 한쪽에서 다른 쪽으로 옮겨간 것입니다. 한쪽은 넘치고 한쪽은 모자라게 되죠. 이 넘침과 모자람이 전하입니다.

같은 쪽끼리는 밀어내고 다른 쪽끼리는 끌어당깁니다. 그리고 전하는 없어지지 않습니다. 옮겨 다닐 뿐입니다. 이름을 양과 음으로 붙인 사람이 프랭클린인데, 그가 방향을 반대로 찍는 바람에 지금도 전류는 실제 전자가 가는 방향과 반대로 표기합니다.

1752번개는 하늘의 분노일까, 전기일까?지도에서 보기 →

함께 읽기전류와 전지원자전자기유도

전향력 The Coriolis effect #

지구과학

돌아가는 회전목마 위에서 맞은편 친구에게 공을 던지면 공이 옆으로 휘어 갑니다. 공은 곧게 갔는데 발밑이 돌아간 것입니다.

지구는 하루에 한 바퀴 돕니다. 우리는 그 위에 서서 함께 돌기 때문에 못 느낍니다. 그런데 오래 멀리 움직이는 것은 이야기가 다릅니다.\n\n남쪽으로 부는 바람은 곧게 가는데 그동안 땅이 돌아가 버립니다. 그래서 북반구에서는 오른쪽으로 휘어 보입니다.\n\n기압이 낮은 자리로 공기가 곧장 빨려 들어가지 않고 빙글빙글 돌며 감겨 드는 이유가 이것입니다. 태풍이 소용돌이 모양인 것도, 우리나라에 오는 태풍이 하나같이 오른쪽으로 휘며 올라오는 것도 같은 힘 때문입니다.\n\n흔한 오해 하나. 세면대 물이 빠지는 방향은 이것과 상관없습니다. 그 정도로 작고 짧은 움직임에는 이 힘이 너무 약합니다.

함께 읽기기압혼돈

절대온도와 절대영도 Absolute temperature and absolute zero #

물리

온도를 계속 내리면 어디까지 내려갈까요. 영하 100도, 영하 200도, 그다음은요?

온도는 알갱이가 얼마나 활발히 움직이는지를 나타내는 값입니다. 그러니 식힌다는 것은 움직임을 빼앗는 일이고, 언젠가 더 뺄 것이 없는 지점에 닿습니다. 그곳이 영하 273.15도, 절대영도입니다.\n\n섭씨는 물이 얼고 끓는 온도를 기준으로 삼은 사람의 눈금이지만, 절대온도는 자연이 정한 바닥에서 셉니다. 그래서 과학에서는 이쪽을 씁니다. 켈빈이라고 부르고 영하 표시가 아예 없습니다. 단위의 기준을 물건에서 자연으로 옮긴 이야기와 같은 방향입니다.\n\n한 가지 조심할 것이 있습니다. 절대영도에서 모든 것이 완전히 멈추는 것은 아닙니다. 더 낮아질 수 없는 가장 낮은 상태(바닥상태)에 있을 뿐이고, 그 상태에도 남아 있는 떨림이 있습니다(영점에너지). 가장 안정된 상태이지 정지 상태는 아닙니다.

1851가장 차가운 온도는 있을까?지도에서 보기 →

함께 읽기열바닥상태영점에너지

점화 Ignition #

물리

모닥불을 피울 때 처음에는 신문지와 잔가지를 계속 넣어 줍니다. 그러다 어느 순간 장작 자체가 타기 시작하면 더 넣지 않아도 됩니다.

핵융합도 같습니다. 1억 도를 만들려면 밖에서 전기를 써서 데워야 합니다.

그런데 핵융합이 일어나면 헬륨이 생깁니다. 헬륨은 전기를 띠고 있어서 자기장에 붙잡혀 밖으로 못 나갑니다. 안에 남아 플라스마를 계속 데웁니다. 안에 켜 둔 난로인 셈입니다.

이 안쪽 난로가 충분히 커져서 밖에서 데우지 않아도 스스로 타는 상태가 점화입니다. 성냥을 치워도 되는 순간이지요.

자석으로 가두는 방식에서는 아직 아무도 여기에 이르지 못했습니다. 그래서 뉴스에 나오는 다툼이 온도가 아니라 얼마나 오래 붙잡느냐인 것입니다.

함께 읽기핵융합플라스마터널 효과

정상파 A standing wave #

물리

기타 줄을 튕기면 아무 소리나 나지 않습니다. 그 줄에 맞는 음만 납니다. 줄을 짧게 잡으면 다른 음이 나고요.

양끝이 고정된 줄에는 아무 파동이나 실릴 수 없습니다. 줄 길이에 딱 맞아떨어지는 파장만 살아남고, 어중간한 것은 되돌아온 파동과 어긋나 서로를 지웁니다.

여기서 정수라는 것이 나옵니다. 연속된 세상에 갑자기 1, 2, 3이 등장하는 겁니다.

원자 속 전자의 자리가 정해져 있는 이유도 같습니다. 궤도를 한 바퀴 돈 물질파가 자기 자신과 이어져야 하니, 파장이 정수배로 맞는 자리만 남습니다.

1748서로 상관없어 보이는 수들이 사실 한 식 안에 있을까?지도에서 보기 →

함께 읽기파동진동수물질파

정지 문제 The halting problem #

수학

프로그램을 돌렸는데 30분째 답이 안 나옵니다. 오래 걸리는 걸까요, 아니면 무한 반복에 빠진 걸까요? 기다려야 할까요 꺼야 할까요?

이걸 미리 알려주는 프로그램이 있으면 좋겠습니다. 어떤 프로그램이든 넣으면 '멈춥니다' 또는 '안 멈춥니다'를 알려주는 검사기요.

튜링이 그런 것은 만들 수 없다는 것을 증명했습니다. 방법은 이렇습니다. 그런 검사기가 있다고 쳐봅시다. 그러면 이런 심술궂은 프로그램을 만들 수 있습니다 — 검사기에게 '나 자신'을 물어보고, 멈춘다고 하면 무한 반복하고, 안 멈춘다고 하면 즉시 멈추는 프로그램. 어느 쪽이든 검사기가 틀립니다.

불완전성 정리와 같은 모양의 논증입니다. 자기를 가리키게 만들어 모순을 끌어내는 것이죠. 컴퓨터에게 물어서는 답을 얻을 수 없는 질문이 있다는 뜻입니다.

1936기계가 계산할 수 없는 것도 있을까?지도에서 보기 →

함께 읽기튜링 기계불완전성 정리알고리즘

조석력 Tidal force #

물리

바닷물이 하루 두 번 들어왔다 나갑니다. 달이 바닷물을 통째로 끌어당기는 것이라면 한 번이어야 할 텐데, 왜 두 번일까요?

중력은 가까울수록 셉니다. 그래서 달 쪽 바닷물은 지구보다 더 세게, 반대쪽 바닷물은 지구보다 덜 세게 당겨집니다.

지구 전체를 함께 움직이는 몫을 빼고 나면, 달 쪽은 달 쪽으로 부풀고 반대쪽은 뒤로 처집니다. 양쪽이 함께 부풀어서 하루 두 번입니다.

결국 조석력은 당기는 힘이 아니라 늘이는 힘입니다. 지구에서는 바다를 몇 미터 부풀리는 정도지만, 블랙홀 옆에서는 물을 킬로미터 높이로 세우고 더 가까이 가면 물체를 국수처럼 늘여버립니다.

1687사과와 달은 같은 법칙으로 떨어질까?지도에서 보기 →

함께 읽기만유인력사건지평선힘

주기율표 The periodic table #

화학

원소들을 가벼운 것부터 무거운 순으로 죽 늘어놓아 봅니다. 그러면 성질이 비슷한 것들이 일정한 간격을 두고 되풀이해서 나타납니다.

그래서 그 간격마다 줄을 바꿔 아래로 내려 쓰면, 성질이 비슷한 것들이 세로로 한 줄에 모입니다. 이게 주기율표입니다. 성질이 되풀이된다는 것을 표의 모양으로 만든 것이죠.

멘델레예프가 대단했던 건 표를 만든 게 아니라 빈칸을 남긴 것입니다. 순서대로 놓다가 성질이 안 맞으면 자리를 비워두고 넘어갔습니다. 그리고 그 빈칸에 들어갈 원소의 무게와 성질까지 예측했습니다. 몇 년 뒤 예측대로 발견되면서 이 표는 목록이 아니라 이론이 되었습니다.

1869원소를 늘어놓으면 무늬가 보일까?지도에서 보기 →

함께 읽기원소원자스펙트럼선

주전원 Epicycles #

천문·우주

화성을 여러 달 지켜보면 이상한 일이 벌어집니다. 동쪽으로 가던 화성이 어느 날 멈추더니 서쪽으로 되돌아갑니다. 그러다 다시 방향을 바꿔 동쪽으로 갑니다.

지구가 중심에 멈춰 있고 행성이 그 둘레를 원으로 돈다면 이럴 수가 없습니다. 그래서 원 위에 작은 원을 얹었습니다. 큰 원을 따라가면서 동시에 작은 원을 돌면, 가끔 뒤로 가는 것처럼 보이거든요.

흔히 관측이 정밀해질수록 주전원이 수백 개로 불어나 스스로 무너졌다고들 합니다. 그렇지 않습니다. 프톨레마이오스 체계 전체가 쓴 원은 마흔 개 남짓이고, 중세 내내 그 수가 계속 불어난 것도 아닙니다. 원 위에 원을 얹는 방식은 되풀이되는 운동이라면 무엇이든 원하는 만큼 가깝게 흉내 낼 수 있는 정밀한 도구였고, 그래서 예측표가 1400년 동안 쓸모 있었습니다.

지동설로 보면 이 되돌아감은 그냥 지구가 화성을 안쪽 트랙에서 추월하는 것입니다. 장치가 하나도 필요 없습니다.

150틀린 모형도 정확히 맞힐 수 있을까?지도에서 보기 →

함께 읽기역행운동천동설지동설케플러 법칙

중력 Gravity #

물리

사과를 떨어뜨리고 달을 붙잡아 두는 힘인데, 원자 하나하나 사이에서는 거의 아무 일도 하지 않습니다.

자연의 네 힘 가운데 가장 약합니다. 양성자 두 개 사이의 중력은 그 둘이 전기로 밀어내는 힘보다 수를 셀 수 없을 만큼 작습니다. 그런데도 우리가 가장 먼저 느끼는 것은, 중력은 끌어당기기만 하고 지구처럼 큰 덩어리가 모두 한편으로 당기기 때문입니다.

원자와 분자의 세계는 전기의 힘이, 별과 은하의 세계는 중력이 다스립니다.

함께 읽기전자기력중력상수 G

중력렌즈 Gravitational lensing #

천문·우주

1919년 일식 때, 태양 뒤에 있어야 할 별이 옆으로 살짝 비켜나 보였습니다. 태양이 별빛을 휘게 한 것입니다.

일반상대성이론에서 중력은 힘이 아니라 휜 공간입니다. 빛은 그 휜 공간을 따라 곧게 가려 하는데, 바깥에서 보면 휘어진 것으로 보입니다.

그래서 무거운 것 뒤에 있는 것이 가려지지 않고 어긋나 보이거나, 여러 개로 보이거나, 고리 모양으로 늘어나 보입니다.

지금은 이것이 도구가 되었습니다. 휜 정도를 재면 앞에 있는 것의 질량을 알 수 있는데, 이 방법으로 눈에 보이지 않는 질량이 은하마다 잔뜩 있다는 것이 드러났습니다. 암흑물질 이야기의 증거 한 축이 여기입니다.

1915중력은 힘일까, 공간의 모양일까?지도에서 보기 →

함께 읽기일반상대성이론빛사건지평선

중력상수 G The gravitational constant G #

물리

뉴턴의 식은 '무거울수록 세게 끈다'고만 말합니다. 그런데 얼마나 세게인지는 말해주지 않습니다.

그 '얼마나'를 채워주는 숫자가 G입니다. 이것만 알면 사과가 떨어지는 것으로부터 지구의 질량을 계산해낼 수 있습니다.

그런데 이 값을 재기가 지독히 어렵습니다. 중력이 너무 약해서, 실험실에서 두 납덩이 사이의 끌림을 재려면 먼지 한 톨 무게보다 작은 힘을 잡아내야 합니다. 그래서 G는 지금도 물리 상수 가운데 가장 부정확하게 알려진 축에 듭니다.

1798지구의 무게를 잴 수 있을까?지도에서 보기 →

함께 읽기만유인력질량오차와 불확도

중력파 Gravitational waves #

물리

고무판 위의 무거운 공을 흔들면 판 전체가 출렁입니다. 그 출렁임이 바깥으로 퍼져 나갑니다.

일반상대성이론대로 중력이 공간의 휘어짐이라면, 무거운 것이 격렬하게 움직일 때 그 휘어짐도 파동으로 퍼져야 합니다. 아인슈타인이 1916년에 예측했지만 본인도 검출은 불가능하다고 여겼습니다.

너무 약하기 때문입니다. 블랙홀 두 개가 충돌해 만든 파동이 지구에 도착했을 때, 4킬로미터짜리 장치의 길이가 양성자 지름의 1만분의 1만큼 늘었다 줄었습니다. 그걸 실제로 잡아낸 것이 2015년입니다. 100년 걸렸습니다.

2015공간이 흔들리는 것을 들을 수 있을까?지도에서 보기 →

함께 읽기일반상대성이론파동질량

중성자 The neutron #

물리

원자핵의 무게를 재보면 이상합니다. 들어 있다고 알려진 것들의 무게를 다 더해도 실제 무게의 절반밖에 안 됩니다.

나머지 절반은 무엇일까요. 무게는 있는데 전기를 띠지 않아 눈에 안 띄는 무언가가 있었습니다. 그게 중성자입니다.

전기를 안 띤다는 게 나중에 결정적으로 중요해집니다. 전하가 없으니 원자핵에 밀려나지 않고 곧장 들어갈 수 있거든요. 원자핵을 쪼개는 핵분열이 가능해진 이유입니다.

1932전기를 띠지 않은 알갱이도 있을까?지도에서 보기 →

함께 읽기원자핵원자핵분열

중첩 Superposition #

물리

주머니 속 동전은 이미 앞이거나 뒤입니다. 내가 모를 뿐이죠. 꺼내 보는 순간 '정해지는' 게 아니라 '알게 되는' 겁니다.

아주 작은 세계는 다릅니다. 재기 전에는 아직 정해지지 않은 상태입니다. 모르는 게 아니라 정해지지 않은 것이죠.

이게 말장난 같지만 차이가 실험으로 드러납니다. 정해져 있는데 모르는 경우와, 아직 정해지지 않은 경우는 결과의 통계가 다르게 나옵니다. 그 차이를 실제로 재본 실험이 2022년 노벨상을 받았습니다.

1927모든 것을 동시에 정확히 알 수 있을까?지도에서 보기 →

함께 읽기양자파동함수얽힘

증명 Proof #

수학

직각삼각형을 백 개 재봤더니 전부 피타고라스의 정리가 맞았습니다. 그럼 '모든 직각삼각형이 그렇다'고 말해도 될까요?

안 됩니다. 백한 번째가 다를 수도 있으니까요. 세상의 삼각형을 다 재볼 수는 없습니다.

증명은 재보지 않고 그것을 말할 수 있게 해줍니다. 몇 개의 출발점(공리)에서 논리만으로 끌어내면, 아직 그려보지 않은 삼각형에 대해서도 확실하게 말할 수 있습니다.

수학이 측량술과 갈라지는 자리가 여기입니다. 이집트 사람들은 3-4-5로 직각을 냈지만 왜 그런지는 묻지 않았습니다. 쓸 줄 아는 것과 왜 그런지 아는 것 사이에 증명이 있습니다. 그리고 증명은 반대 방향으로도 씁니다 — 무리수처럼 '있을 수 없다'를 보이는 데도요.

BC 300증명이란 무엇일까?지도에서 보기 →

함께 읽기공리불완전성 정리무리수

지동설 Heliocentrism #

천문·우주

코페르니쿠스가 태양을 가운데 놓아본 이유는 관측 자료가 새로 나와서가 아닙니다. 주전원이 너무 많아 보기 흉했기 때문입니다.

태양을 가운데 놓으면 행성의 되돌아감이 저절로 설명됩니다. 장치를 덧붙일 필요가 없어집니다.

그런데 처음에는 정확도가 더 좋지도 않았습니다. 코페르니쿠스도 원 궤도를 고집해서 오차가 남았거든요. 궤도가 타원이라는 케플러의 수정이 있고 나서야 확실히 앞섰습니다.

그리고 결정적 증거인 시차는 1838년에야 관측됩니다. 코페르니쿠스가 죽고 295년 뒤죠. 사람들은 증거가 나오기 훨씬 전부터 이미 믿고 있었습니다. 증거는 무엇을 위해 필요한가라는 물음이 여기서 나옵니다.

1543움직이는 건 하늘일까, 우리일까?지도에서 보기 →

함께 읽기천동설주전원시차

지문 Fingerprint #

생물·의학

유리컵을 잡았다 놓으면 손자국이 남습니다. 닦기 전에는 잘 안 보이지만 비스듬히 보면 무늬가 있습니다.

손가락 끝의 줄무늬는 태어나기 전에 정해집니다. 엄마 배 속에서 피부가 자라며 접히는 모양이라, 쌍둥이도 서로 다릅니다.

손을 대면 흔적이 남는 이유는 땀입니다. 줄무늬 위에 땀구멍이 있어 만지는 것마다 땀과 기름으로 무늬를 찍어 놓습니다. 가루를 뿌리면 그 기름에만 붙어 무늬가 드러납니다.

백 년 넘게 쓰인 방법이고 지금도 가장 많이 쓰입니다. 컴퓨터가 수천만 장 가운데서 비슷한 무늬를 골라내고, 최종 판단은 사람이 합니다.

다만 지문은 그 사람이 거기 손을 댔다는 것까지만 말합니다. 언제 댔는지는 말하지 않습니다.

함께 읽기DNA 감식세포

지진파 Seismic waves #

지구과학

수박을 두드려 보고 잘 익었는지 압니다. 안을 갈라 보지 않고도요.

소리가 속을 지나면서 성질이 바뀌기 때문입니다. 지구도 같은 방법으로 들여다봅니다.\n\n지진이 나면 파동이 지구 속을 통째로 지나갑니다. 그 파동이 어디서 빨라지고 어디서 휘고 어디서 아예 못 지나가는지를 세계 곳곳에서 받아 적으면, 지구 속이 어떤 층으로 되어 있는지가 그려집니다.\n\n종류가 둘 있는데 속도가 다릅니다. 빠른 것이 먼저 도착하고 흔드는 힘이 센 것이 나중에 옵니다. 이 시간 차가 지진 조기경보의 바탕입니다.

132먼 곳의 지진을, 앉아서 알 수 있을까?지도에서 보기 →

함께 읽기파동판구조론지층

지층 Strata #

지구과학

절벽의 단면을 보면 색과 굵기가 다른 줄무늬가 층층이 쌓여 있습니다. 시루떡 같기도 하고 책을 옆에서 본 것 같기도 합니다.

각 층은 한때 바닥에 쌓인 흙과 모래입니다. 나중에 쌓인 것이 위로 가니, 아래층이 위층보다 오래됐습니다. 너무 당연해 보이지만 이걸 원리로 적은 사람이 스테노입니다.

이 하나로 땅이 시간을 읽을 수 있는 기록이 됩니다. 아래에서 위로 읽으면 순서가 나오니까요. 층 사이에 낀 화석도 같은 순서로 읽힙니다.

그리고 층이 휘어 있거나 끊겨 있으면 그 뒤에 무슨 일이 있었다는 뜻입니다. 밀렸거나, 갈라졌거나, 통째로 뒤집혔거나. 땅은 자기 역사를 자기 몸에 적어둔 셈입니다.

1669바위의 층은 어느 것이 더 오래됐을까?지도에서 보기 →

함께 읽기화석깊은 시간동일과정설

진공 Vacuum #

물리

아무것도 없는 것이 무슨 힘을 쓸 수 있을까요. 그런데 진공 컵에 붙은 뚜껑은 좀처럼 안 열립니다.

진공 자체가 당기는 것이 아닙니다. 바깥의 공기가 누르는 것입니다. 우리는 공기 밑바닥에 살고 있어서 그 무게를 못 느낄 뿐입니다.

완전한 진공은 만들 수 없습니다. 얼마나 비웠느냐의 정도가 있을 뿐입니다.

비우는 이유는 대개 방해를 없애기 위해서입니다. 가속기 안에 공기가 조금이라도 있으면 애써 밀어 놓은 알갱이가 부딪혀 흐트러집니다. 그래서 길 전체를 비웁니다.

1654아무것도 없는 것이, 말 열여섯 마리보다 셀까?지도에서 보기 →

함께 읽기원자분자

진동수 Frequency #

물리

기타 줄을 조이면 소리가 높아집니다. 굵은 줄은 낮은 소리, 가는 줄은 높은 소리가 나고요.

높낮이를 정하는 것은 줄이 1초에 몇 번 떠느냐입니다. 이 횟수가 진동수입니다. 440번 떨면 우리가 '라'라고 부르는 소리가 납니다.

파동이라면 무엇이든 진동수가 있습니다. 빛도 그렇습니다. 빛은 진동수가 낮으면 빨강, 높으면 파랑으로 보이고, 더 높아지면 눈에 안 보이는 자외선이 됩니다.

1822아무리 복잡한 파동도 단순한 파동의 합일까?지도에서 보기 →

함께 읽기파동빛스펙트럼선

질량 Mass #

물리

빈 쇼핑카트와 가득 찬 쇼핑카트를 각각 밀어봅니다. 가득 찬 쪽이 훨씬 밀기 힘들고, 한번 굴러가면 세우기도 힘듭니다.

그 '힘든 정도'가 질량입니다. 무게와 헷갈리기 쉬운데 다릅니다. 무게는 지구가 끌어당기는 힘이라 달에 가면 6분의 1이 되지만, 질량은 달에 가도 그대로입니다.

우주정거장에서 물건이 둥둥 떠 있어도 밀면 여전히 무겁게 느껴지는 이유가 이것입니다. 무게는 없어졌지만 질량은 그대로니까요.

1687사과와 달은 같은 법칙으로 떨어질까?지도에서 보기 →

함께 읽기힘관성만유인력

질량보존의 법칙 Conservation of mass #

화학

설탕을 물에 녹이면 눈앞에서 사라집니다. 그런데 컵째 저울에 올려두고 저어보세요. 눈금이 꿈쩍도 안 합니다.

보이지 않게 되었을 뿐 없어진 게 아닙니다. 화학반응도 마찬가지입니다. 모습이 바뀌고 눈에 안 보이게 되어도 전체 무게는 그대로입니다.

이 법칙이 화학을 학문으로 만들었습니다. 저울로 재서 앞뒤가 맞아야 한다는 규칙이 생기니, 반응에 무엇이 얼마나 들어가고 나오는지를 숫자로 따질 수 있게 되었거든요. 앞이 안 맞으면 계산이 틀린 게 아니라 우리가 빠뜨린 것이 있다는 신호입니다. 대개 눈에 안 보이는 기체가 범인입니다.

1789타는 것은 무엇이 사라지는 걸까, 더해지는 걸까?지도에서 보기 →

함께 읽기산화플로지스톤보존법칙

질량분석 Mass spectrometry #

방법·도구

같은 힘으로 탁구공과 쇠구슬을 밀면 탁구공이 훨씬 멀리 날아갑니다. 밀어 본 것만으로 어느 쪽이 무거운지 알 수 있습니다.

질량분석기가 하는 일이 정확히 이것입니다.

먼저 물질을 이온으로 만듭니다. 그다음 전기로 밀어 날려 보내고 자석으로 휘게 합니다. 가벼운 것은 많이 휘고 무거운 것은 덜 휩니다. 휜 정도를 보면 무게를 알 수 있습니다.

무게를 알면 왜 무엇인지 알까요. 분자마다 무게가 다르기 때문입니다. 소수점 아래까지 정밀하게 재면 그 무게 자체가 지문 노릇을 합니다. 조각을 내서 조각들의 무게를 함께 보면 어떻게 이어져 있었는지까지 짐작할 수 있습니다.

강점은 아주 적은 양을 잡아낸다는 것입니다. 운동선수의 도핑 검사, 과일에 남은 농약, 바닷물 속 미세플라스틱, 몸속 단백질을 찾아내는 일이 모두 이 방법입니다. 눈에도 안 보이고 냄새도 안 나는 양을 숫자로 붙잡습니다.

함께 읽기이온분자동위원소

질소 Nitrogen #

화학

우리가 들이쉬는 공기는 대부분 산소가 아니라 질소입니다.

질소 원자 둘이 손 셋씩을 모두 잡고 단단히 붙어 있어서 좀처럼 다른 것과 반응하지 않습니다. 그래서 숨으로 들어왔다가 그대로 나가고, 공기 속에 아주 오래 머뭅니다.

그런데 생명에는 꼭 필요합니다. 단백질과 DNA에 질소가 들어 있습니다. 이 단단한 질소를 풀어 몸에 쓸 수 있게 바꾸는 일은 땅속의 작은 미생물과 번개, 그리고 비료 공장이 합니다.

함께 읽기분자원자가

ㅊ

천동설 Geocentrism #

천문·우주

지금 창밖을 보세요. 해가 동쪽에서 떠서 서쪽으로 집니다. 발밑의 땅은 조금도 흔들리지 않고요. 눈에 보이는 대로라면 지구는 멈춰 있고 하늘이 도는 게 맞습니다.

그래서 천동설은 무지의 산물이 아닙니다. 관찰에 충실한 이론이었습니다. 게다가 계산도 잘 맞았습니다. 프톨레마이오스의 체계는 천 년 넘게 별의 위치를 실용적인 정확도로 예측했습니다.

반론도 있었습니다. 지구가 돈다면 왜 던진 돌이 뒤로 밀리지 않는가, 왜 별의 시차가 안 보이는가. 둘 다 좋은 질문이었고, 답이 나오는 데 각각 수백 년이 걸렸습니다. 틀린 이론이 오래간 것은 사람들이 어리석어서가 아니라, 반박이 어려웠기 때문입니다.

150틀린 모형도 정확히 맞힐 수 있을까?지도에서 보기 →

함께 읽기주전원지동설시차

체액설 Humoral theory #

생물·의학

감기에 걸리면 콧물이 납니다. 상처가 곪으면 고름이 나오고요. 몸이 아플 때 몸에서 액체가 나온다는 것 — 이건 누구나 볼 수 있는 사실입니다.

그래서 옛사람들은 병이란 몸속 액체의 균형이 깨진 것이라고 보았습니다. 네 가지 액체를 놓고, 어느 하나가 넘치면 그걸 빼내야 낫는다고 생각했죠. 피를 뽑는 치료가 2000년 동안 이어진 이유입니다.

틀린 이론이었습니다. 그런데 이 이론이 한 일이 하나 있습니다. 병을 신의 벌이 아니라 몸의 문제로 본 것입니다. 원인을 몸 안에서 찾기 시작한 순간부터 의학이 시작됐습니다. 진짜 원인이 미생물이라는 것은 2000년 뒤에 밝혀집니다.

BC 400의사는 신을 대신하는 사람일까?지도에서 보기 →

함께 읽기세균설미생물쓸모 있는 오류

초전도 Superconductivity #

물리

전선에 전기를 세게 흘리면 뜨거워집니다. 더 세게 흘리면 결국 견디지 못합니다.

그런데 어떤 물질은 아주 차갑게 만들면 전기가 흐를 때 걸리적거림이 아예 사라집니다. 뜨거워지지 않으니 얼마든지 세게 흘릴 수 있습니다.

대가가 있습니다. 그 상태를 만들려면 영하 269도 근처까지 내려야 합니다.

왜 이 고생을 하느냐면 아주 센 자석이 필요하기 때문입니다. 핵융합 장치도, 가속기도, 병원의 자기공명영상 장치도 이 자석으로 돌아갑니다.

함께 읽기전류와 전지핵융합플라스마

촉매 Catalyst #

화학

두 물질이 만나면 언젠가는 반응합니다. 문제는 그 언젠가가 백 년 뒤일 수도 있다는 것입니다.

반응이 일어나려면 대개 언덕을 하나 넘어야 합니다. 촉매는 그 언덕을 낮춰 주는 것입니다. 낮아지면 같은 온도에서도 훨씬 빨리 넘어갑니다.

중요한 건 촉매 자신은 닳지 않는다는 점입니다. 도와주고 빠져나옵니다. 그래서 아주 조금만 있어도 됩니다.

우리 몸속에서 이 일을 하는 것이 효소입니다. 공장에서는 이것 하나로 만드는 값이 달라져서, 새 촉매를 찾는 일이 화학 연구의 큰 몫을 차지합니다.

함께 읽기고분자분자

최소제곱법 Method of least squares #

수학

같은 책상 길이를 다섯 번 재니 100.2, 99.8, 100.1, 100.4, 99.9센티미터가 나왔습니다. 진짜 길이는 몇일까요?

후보 값 하나를 정하고, 다섯 측정값이 그 값에서 얼마나 벗어났는지 봅니다. 벗어난 만큼을 제곱해서 모두 더합니다. 이 합이 가장 작아지는 후보가 답입니다. 이 경우엔 다섯 값의 평균이 그 답이 됩니다.

제곱을 하는 까닭은 두 가지입니다. 모자란 쪽과 넘친 쪽이 서로 지워지지 않게 하고, 크게 벗어난 값에 더 큰 벌점을 주기 위해서입니다. 가우스는 이 방법으로 사라진 소행성 세레스가 다시 나타날 자리를 맞혔습니다. 지금은 그래프에 가장 잘 맞는 직선을 긋는 일부터 인공지능 학습까지 곳곳에 쓰입니다.

1809흩어진 관측값 중, 무엇이 참에 가까울까?지도에서 보기 →

함께 읽기확률

축척과 기호 Scale and symbols #

지구과학

지도가 그림이 아니라 도구가 되려면 두 가지가 필요합니다. 재면 거리가 나와야 하고, 부호만 봐도 무엇인지 알아야 합니다.

대동여지도는 도로에 십 리마다 점을 찍었습니다. 자를 댈 필요 없이 점만 세면 거리가 나옵니다. 그리고 읍성·봉수·역참·창고를 각각 다른 부호로 정해두어, 글자로 다 쓰지 않아도 읽히게 했습니다.

여기에 하나가 더 있습니다. 목판에 새겼다는 것. 손으로 베끼면 베낄 때마다 조금씩 틀리는데, 판으로 찍으면 몇 장이든 똑같습니다. 표준화가 지도에 적용된 셈이죠.

그리고 22층으로 잘라 병풍처럼 접히게 만들었습니다. 펼치면 세로 6.7미터, 접으면 책 한 권. 지도가 관청의 물건에서 길 가는 사람의 물건이 된 것입니다.

1861지도를 접어서 들고 다닐 수 있을까?지도에서 보기 →

함께 읽기표준화지층깊은 시간

측정 문제 The measurement problem #

물리

검출기도 원자로 되어 있고, 그것을 보는 사람도 원자로 되어 있습니다. 그렇다면 검출기와 사람도 양자역학을 따라야 합니다. 그런데 왜 검출기 바늘은 두 곳을 가리키지 않을까요?

양자역학에는 규칙이 두 개 있습니다. 하나는 아무도 안 볼 때 물결이 매끄럽게 퍼져 가는 규칙(파동함수)이고, 다른 하나는 누가 보면 값 하나로 정해진다는 규칙입니다.

문제는 둘의 경계가 어디냐는 것입니다. 검출기가 닿을 때인가, 기록이 남을 때인가, 사람이 볼 때인가. 이론 어디에도 그 선이 적혀 있지 않습니다.

코펜하겐 해석은 이 물음을 묻지 말라고 했습니다. 슈뢰딩거는 그 태도를 비꼬려고 상자 속 고양이를 꺼냈고, 그 반례가 도리어 이 문제의 이름표가 되었습니다.

1926전자가 물결이라면, 어디에 있는 걸까?지도에서 보기 →

함께 읽기파동함수 붕괴코펜하겐 해석중첩

ㅋ

카르노 한계 The Carnot limit #

물리

발전소를 아무리 잘 지어도 연료의 절반 남짓은 열로 버리게 됩니다. 기술이 모자라서가 아닙니다.

카르노는 스물여덟에 이 한계를 계산해냈습니다. 놀라운 건 답에 기계 이야기가 하나도 안 나온다는 점입니다. 무엇으로 만들었든, 어떤 연료를 쓰든 상관없습니다. 오직 뜨거운 쪽과 찬 쪽의 온도차만이 상한을 정합니다.

열이 높은 데서 낮은 데로 흐르는 도중에만 일을 시킬 수 있고, 다 흐르고 나면 온도가 같아져 더는 아무것도 못 합니다.

1824열을 100% 힘으로 바꿀 수 있을까?지도에서 보기 →

함께 읽기열열역학 제2법칙엔트로피

케플러 법칙 Kepler's laws #

천문·우주

케플러는 화성 궤도를 원으로 맞추려고 몇 년을 계산했습니다. 거의 다 맞았습니다. 어긋남이 8분각뿐이었거든요. 각도로 치면 아주 작은 값입니다.

그런데 그는 그 8분각을 버리지 않았습니다. 스승 티코의 관측이 그보다는 정확하다는 것을 알았거든요. 오차가 관측의 한계보다 크면 그건 오차가 아니라 신호입니다.

그래서 원을 포기했습니다. 2000년 동안 아무도 의심하지 않던 전제를요. 답은 타원이었습니다.

세 법칙은 이렇습니다. 궤도는 타원이고 태양은 그 중심이 아니라 한쪽 초점에 있다. 태양에 가까울 때 빨리 돌고 멀 때 천천히 돈다. 그리고 멀리 있는 행성일수록 한 바퀴에 오래 걸리는데, 그 관계가 정확한 식으로 나온다. 이 세 번째가 나중에 만유인력을 끌어내는 실마리가 됩니다.

1609행성은 왜 완벽한 원으로 돌지 않을까?지도에서 보기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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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펜하겐 해석 The Copenhagen interpretation #

물리

1927년 브뤼셀에 물리학자 스물아홉 명이 모입니다. 여기서 정리된 입장에 뒷날 이 이름이 붙습니다. 정작 이 이름의 문서는 없습니다.

요점은 셋입니다. 파동함수는 실재가 아니라 예측의 목록이다. 재기 전에는 값이 없다. 왜 그런지는 묻지 않는다.

세 번째가 문제였습니다. 계산은 완벽히 맞는데 이유를 물으면 답이 없습니다. 뒷날 이 태도를 비꼬아 '닥치고 계산하라'는 말이 생깁니다.

그런데 이 태도로 반도체와 레이저와 MRI가 만들어졌습니다. 이유를 모른 채로도 세상은 잘 굴러갔습니다. 그것이 이 해석이 백 년을 버틴 이유이자, 아인슈타인과 슈뢰딩거가 끝내 받아들이지 않은 이유이기도 합니다.

1913전자는 왜 원자핵으로 떨어지지 않을까?지도에서 보기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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쿼크 Quark #

물리

1950년대에 가속기가 커지면서 새 입자가 쏟아졌습니다. 이름이 100가지를 넘어갔습니다. 페르미는 이 이름을 다 외울 거였으면 식물학자가 됐을 거라고 했다고 전해집니다.

기본 입자가 100가지라면 그건 기본이 아닙니다. 겔만은 멘델레예프가 원소를 표에 늘어놓았듯 이 입자들을 성질에 따라 배열했고, 더 작은 세 종류의 조합이면 그 표가 저절로 나온다는 것을 알아냈습니다. 그 세 종류가 쿼크입니다.

이상한 점이 있습니다. 쿼크의 전하는 3분의 1이나 3분의 2입니다. 그리고 아무도 쿼크 하나를 따로 떼어내 본 적이 없습니다. 떼어내려고 힘을 줄수록 그 힘이 새 쌍을 만들어버립니다.

1964100가지가 넘는 입자를 더 적은 것으로 줄일 수 있을까?지도에서 보기 →

함께 읽기원자핵전하원자

크리스퍼 CRISPR #

생물·의학

세균에게도 바이러스가 침입합니다. 살아남은 세균은 침입자의 DNA 조각을 자기 유전체에 기록해둡니다. 다음에 같은 놈이 오면 그 기록과 대조해 잘라버립니다.

세균의 면역 기억 장치였던 셈입니다. 연구자들이 알아챈 것은 이 장치의 '찾을 대상'을 바꿔 끼울 수 있다는 점이었습니다.

원하는 DNA 조각을 넣어주면 그 자리를 찾아가 자릅니다. 정확하고 싸고 빠릅니다. 그전까지 유전자 편집은 몇 년과 큰돈이 드는 일이었는데 이제 실험실에서 몇 주면 됩니다. 그래서 문제도 커졌습니다. 할 수 있게 된 것과 해도 되는 것은 다른 이야기니까요.

2012생명의 글자를 고쳐 써도 될까?지도에서 보기 →

함께 읽기유전체DNA 이중나선유전자

클린룸 Cleanroom #

방법·도구

창으로 들어온 햇살에 먼지가 떠다니는 것이 보입니다. 보이는 것만 그 정도이지, 보이지 않는 것은 훨씬 많습니다.

보통 방 공기에는 손톱만 한 부피 안에도 먼지가 수십만 개 떠다닙니다. 평소에는 아무 문제가 없습니다.

그런데 나노 크기의 무늬를 그리는 자리에서는 먼지 한 톨이 회로를 통째로 끊어 놓습니다. 그려 넣는 선보다 먼지가 훨씬 크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공기를 계속 걸러 위에서 아래로 흘려보내고, 그 방의 먼지 수를 세어 등급을 매깁니다.

여기서 가장 큰 오염원은 기계가 아니라 사람입니다. 사람은 가만히 있어도 피부와 옷에서 먼지를 계속 떨굽니다. 방진복을 입는 것은 사람을 지키려는 것이 아니라 방을 지키려는 것입니다.

함께 읽기웨이퍼나노미터와 나노 크기반도체

ㅌ

탄소 Carbon #

화학

연필심과 다이아몬드와 우리 몸이 모두 같은 원소로 되어 있습니다.

양성자 여섯, 전자 여섯. 맨 위층 전자 넷을 이웃과 나눠 쥐어서 손이 넷입니다. 이 네 손으로 길게 잇고, 고리를 만들고, 가지를 쳐서 지방, 단백질, DNA 같은 복잡한 분자를 짓습니다.

같은 탄소라도 어떻게 늘어서느냐에 따라 무른 흑연이 되기도 단단한 다이아몬드가 되기도 합니다. 성질은 원자보다 배열이 정합니다.

함께 읽기원자가공유결합원자

터널 효과 Quantum tunnelling #

물리

공을 굴려 언덕을 넘기려면 언덕 높이만큼의 기운이 있어야 합니다. 모자라면 올라가다 도로 내려옵니다. 백 번을 해도 똑같습니다.

그런데 아주 작은 세계에서는 그 공이 언덕 너머에 그냥 나타나는 일이 있습니다. 넘어간 것이 아니라 통과한 것도 아니고, 어느새 저쪽에 있습니다.

알갱이가 정확한 자리에 놓인 공이 아니라 번져 있는 파도 같은 것이기 때문입니다(파동함수). 언덕 너머에도 아주 옅게 번져 있고, 옅은 만큼 드물게 그쪽에서 발견됩니다.

태양이 타는 이유가 이것입니다. 태양 속 온도로는 원자핵끼리 밀어내는 힘을 넘기에 한참 모자랍니다. 계산대로라면 태양은 타면 안 됩니다. 그런데 아주 드물게 통과가 일어나고, 태양이 워낙 커서 그 드문 일이 어마어마하게 많이 모입니다.

드물다는 것이 다행이기도 합니다. 잘 통과했다면 태양은 진작 다 타고 식었을 테니까요. 핵융합이 어려운 이유와 태양이 오래 타는 이유가 같은 것입니다.

함께 읽기핵융합파동함수불확정성 원리

터빈 Turbine #

물리

바람개비를 들고 뛰면 돕니다. 흐르는 물에 물레방아를 대면 돕니다. 여기까지는 누구나 아는 이야기입니다.

발전소가 하는 일이 결국 이것입니다. 무엇을 태우든 마지막에는 물을 끓여 증기를 만들고, 그 증기로 커다란 바람개비를 돌립니다. 그 바람개비가 터빈입니다.

다만 크기와 세기가 다릅니다. 단단한 금속 날개가 축에 층층이 달려 있고, 아주 뜨겁고 빠른 증기가 그 사이를 지나면서 축을 돌립니다.

축 끝에는 발전기가 달려 있습니다. 안에서 자석과 코일이 스치면 전기가 생깁니다(전자기유도). 자전거 바퀴에 대는 발전기와 원리가 같습니다.

석탄도 가스도 원자력도 핵융합도 이 대목에서는 다 똑같습니다. 앞에서 무엇으로 물을 끓이느냐만 다릅니다. 태양광과 수력과 풍력만 이 줄에서 빠집니다.

1765열을 힘으로 바꿀 수 있을까?지도에서 보기 →

함께 읽기전자기유도카르노 한계에너지

튜링 기계 The Turing machine #

수학

'계산한다'는 게 정확히 무슨 뜻일까요. 사람이 종이에 연필로 나눗셈을 하는 장면을 아주 자세히 들여다보면, 하는 일은 단순합니다. 지금 보고 있는 칸의 기호를 읽고, 규칙에 따라 뭔가 쓰고, 옆 칸으로 옮기고.

튜링은 이것만 남기고 다 걷어냈습니다. 끝없이 긴 테이프, 칸 하나를 읽고 쓰는 장치, 그리고 규칙표. 이게 전부입니다. 종이와 연필을 든 사람의 뼈대만 남긴 셈이죠.

놀라운 것은 이 단순한 것으로 계산 가능한 모든 것을 계산할 수 있다는 점입니다. 지금 우리가 쓰는 컴퓨터도 원리상 이것과 같습니다. 빠를 뿐이죠.

그리고 계산이 무엇인지 정확히 정의했기 때문에, 계산할 수 없는 것이 무엇인지도 물을 수 있게 되었습니다. 그 물음이 정지 문제입니다.

1936기계가 계산할 수 없는 것도 있을까?지도에서 보기 →

함께 읽기알고리즘정지 문제힐베르트 프로그램

특수상대성이론 Special relativity #

물리

쌍둥이 중 한 명이 아주 빠른 우주선을 타고 다녀왔습니다. 돌아와 보니 지구에 남은 형제가 더 늙어 있었습니다.

농담이 아니라 실제로 일어나는 일입니다. 실제로 비행기에 정밀 시계를 싣고 돌아와 지상 시계와 맞춰보는 실험을 했고, 예측대로 아주 조금 어긋나 있었습니다. GPS 위성은 이 차이를 매일 보정하지 않으면 위치가 하루에 몇 킬로미터씩 틀어집니다.

출발점은 딱 하나였습니다. 빛의 속도가 누구에게나 같다는 것. 이걸 받아들이면 시간과 길이가 절대적이지 않다는 결론이 논리적으로 따라 나옵니다. 그리고 질량 자체가 에너지의 한 형태라는 것도요.

1905시간은 모두에게 똑같이 흐를까?지도에서 보기 →

함께 읽기광속 불변질량일반상대성이론

특이점 Singularity #

천문·우주

블랙홀 한가운데를 계산하면 밀도가 무한대로 나옵니다. 시공간의 휜 정도도 무한대입니다.

무한대가 나왔다는 것은 대개 그 이론이 거기서는 쓸 수 없다는 뜻입니다. 1편의 자외선 파탄에서 무한대가 나왔을 때 고전물리학이 거기서 끝났던 것과 같습니다.

그러니 특이점은 '무한히 작은 점이 실제로 있다'는 주장이 아니라 여기서부터 우리가 모른다는 표지에 가깝습니다.

제대로 다루려면 일반상대성이론과 양자 이론이 함께 필요한데, 그 둘을 잇는 이론이 아직 없습니다. 우주의 시작을 계산할 때도 같은 벽에 부딪힙니다.

1974아무것도 못 나온다는 블랙홀에서 무언가 새어 나온다면?지도에서 보기 →

함께 읽기사건지평선일반상대성이론양자

ㅍ

파동 Wave #

물리

운동장에서 사람들이 차례로 일어섰다 앉으며 파도타기 응원을 합니다. 파도는 운동장을 가로질러 갑니다. 그런데 사람은 아무도 옆으로 이동하지 않았습니다.

파동은 이런 것입니다. 움직이는 것은 물질이 아니라 흔들림입니다.

소리도 그렇습니다. 공기 분자가 제자리에서 떨릴 뿐, 입에서 나온 공기가 상대방 귀까지 날아가는 게 아닙니다. 물결도, 지진도, 빛도 마찬가지입니다. 얼마나 자주 흔들리느냐가 진동수이고, 소리로는 높낮이, 빛으로는 색이 됩니다.

1690빛은 알갱이일까, 물결일까?지도에서 보기 →

함께 읽기진동수분자빛

파동함수 The wave function #

물리

기타 줄의 파동은 줄이 실제로 위아래로 움직이는 것입니다. 물결은 물이 실제로 오르내리고요. 그럼 전자의 파동은 무엇이 움직이는 걸까요?

이 질문의 답을 아직 아무도 확실히 못 합니다.

식은 있습니다. 잘 작동합니다. 이 식을 풀면 전자가 어디서 발견될지 정확한 확률이 나오고, 그 예측은 지금껏 한 번도 틀린 적이 없습니다. 다만 그 파동이 무엇인지에 대해서는 백 년째 논쟁 중입니다. 슈뢰딩거 자신은 실제로 퍼져 있는 무언가이길 바랐지만, 계산은 확률로 읽었을 때만 맞았습니다.

1926전자가 물결이라면, 어디에 있는 걸까?지도에서 보기 →

함께 읽기확률중첩양자

파동함수 붕괴 Collapse of the wave function #

물리

전자는 온 공간에 퍼진 파동으로 기술됩니다. 그런데 스크린에 닿는 순간 점 하나로 찍힙니다. 퍼져 있던 나머지는 어디로 갔을까요?

코펜하겐 해석은 이렇게 답합니다. 재는 순간 퍼져 있던 것이 한 점으로 접힌다. 이것을 붕괴라고 부릅니다.

그런데 왜 접히는지, 언제가 '재는 순간'인지는 아무도 정하지 못했습니다. 검출기가 닿을 때인가, 기록이 남을 때인가, 사람이 볼 때인가. 이 물음이 측정 문제입니다.

붕괴를 아예 없애는 해석도 있습니다. 접히는 게 아니라 갈래가 나뉠 뿐이라는 쪽이죠. 어느 쪽이 맞는지는 백 년째 정해지지 않았습니다.

1926파동함수는 도대체 무엇을 말하는 걸까?지도에서 보기 →

함께 읽기파동함수중첩코펜하겐 해석

파울리 배타원리 Pauli exclusion principle #

물리

원소 도구 판 6에서 꽉 찬 칸을 누르면 셋째 전자가 들어가려다 튕겨 나옵니다.

한 칸, 곧 한 오비탈에 들어가면 전자의 모양과 위치와 에너지가 다 같아집니다. 다를 수 있는 것은 도는 방향, 스핀 하나뿐이고 그 방향은 두 가지뿐입니다. 그래서 한 칸에는 둘까지 앉습니다.

볼프강 파울리가 1925년에 찾았습니다. 이 규칙이 없으면 모든 전자가 맨 아래 칸으로 몰려서 원소마다 성질이 달라지지 않고, 주기율표도 생기지 않습니다.

함께 읽기스핀오비탈전자껍질

파장 Wavelength #

물리

바다에서 파도를 보면 물결 마루와 다음 마루 사이에 간격이 있습니다. 잔잔한 날은 촘촘하고 큰 파도가 오는 날은 넓습니다.

그 한 마디의 길이가 파장입니다.

파장이 중요한 이유는 따로 있습니다. 파장은 그 파동이 무엇을 알아볼 수 있는지를 정합니다.

바다에 가는 말뚝 하나가 박혀 있다고 해봅시다. 큰 파도는 말뚝을 그냥 지나갑니다. 파도 모양에 아무 흔적도 남지 않습니다. 반면 잔물결은 말뚝에 부딪혀 무늬가 흐트러집니다. 그 흐트러짐을 보면 거기 무언가 있다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빛도 파동이라 똑같습니다. 눈에 보이는 빛의 파장은 밀리미터의 이천 분의 일쯤 됩니다. 그보다 작은 것에는 빛이 걸리지 않고 지나가 버립니다. 그래서 아무리 좋은 렌즈로도 볼 수 없는 크기가 있습니다.

진동수와는 짝을 이룹니다. 파장이 짧으면 같은 시간에 더 여러 번 지나가니 진동수가 높습니다.

함께 읽기파동진동수빛해상도

판구조론 Plate tectonics #

지구과학

지진과 화산이 아무 데서나 일어나지 않습니다. 지도에 표시해보면 가느다란 띠를 따라 줄지어 있습니다. 태평양을 빙 두른 띠가 특히 뚜렷하고요.

그 띠가 판의 경계입니다. 지구 겉껍질은 통짜가 아니라 여러 조각으로 갈라져 있고, 그 조각들이 서로 밀고 벌어지고 미끄러집니다. 경계에서 부딪히니 그 자리에서 지진과 화산이 일어나는 것이죠.

베게너에게 없던 메커니즘이 여기서 나왔습니다. 대륙이 암반 위를 미끄러지는 게 아니라, 암반 자체가 판째로 움직이는 것이었습니다. 바다 밑에서 새 지각이 솟아 양쪽으로 밀려나고, 다른 쪽에서는 판이 다른 판 밑으로 들어갑니다.

결정적 증거는 해저의 자기 무늬였습니다. 지구 자기장이 가끔 뒤집히는데, 바다 밑 암석에 그 뒤집힘이 좌우 대칭 줄무늬로 기록되어 있었습니다. 바다 밑이 벌어지고 있다는 기록이었습니다.

1963바다 밑바닥은 왜 얼룩말 무늬일까?지도에서 보기 →

함께 읽기대륙이동설지층깊은 시간

패리티 깨짐 Parity violation #

물리

거울 속 세상에서도 물리 법칙은 똑같이 작동할 것 같습니다. 공이 떨어지고, 물이 흐르고, 자석이 붙고. 왼쪽 오른쪽이 바뀔 뿐이죠.

1956년까지 모두 그렇게 믿었습니다. 그런데 우젠슝이 실제로 재봤습니다. 방사성 원자핵을 아주 낮은 온도에서 한 방향으로 정렬시키고, 튀어나오는 전자가 어느 쪽으로 더 많이 나오는지를요.

한쪽이 더 많았습니다. 자연에 왼쪽 오른쪽 선호가 있었던 것입니다. 아무도 재보려 하지 않았던 것을 재서 상식 하나를 무너뜨린 실험인데, 이듬해 노벨상은 이론을 제안한 두 남성에게만 갔습니다.

1956자연은 왼쪽과 오른쪽을 구별할까?지도에서 보기 →

함께 읽기방사능대칭과 뇌터 정리보존법칙

펄서 Pulsar #

천문·우주

벨 버넬은 전파 기록지에서 1.3초마다 정확히 반복되는 신호를 발견했습니다. 너무 규칙적이라 처음에는 인공 신호를 의심했습니다. 연구실에서는 농담 삼아 LGM(작은 초록 사람들)이라고 불렀습니다.

다른 방향에서 또 하나가 발견되면서 외계 신호 가설은 접혔습니다. 두 무리가 각각 우리에게 신호를 보낼 리는 없으니까요.

정체는 이랬습니다. 큰 별이 수명을 다해 터진 뒤(초신성) 남은 핵이 어마어마하게 압축되어, 서울 크기에 태양만 한 질량이 들어찬 별이 됩니다. 그게 아주 빠르게 돌면서 등대처럼 전파를 뿜어냅니다. 그 빛줄기가 지구를 스칠 때마다 신호가 잡히는 것이죠.

1974년 노벨상은 지도교수에게 갔습니다.

1967규칙적인 신호는 누군가 보낸 걸까?지도에서 보기 →

함께 읽기신성과 초신성원자핵동료평가

페르미 역설 The Fermi paradox #

천문·우주

점심을 먹던 자리에서 엔리코 페르미가 물었다고 전해집니다. "그런데 다들 어디 있지?"

셈은 이렇습니다. 우리 은하에만 별이 수천억 개이고, 그중 상당수가 태양보다 수십억 년 먼저 생겼습니다. 그 별들 가운데 아주 적은 비율에서만 문명이 생겨도, 그들은 우리보다 수십억 년 앞서 있어야 합니다.

그런데 하늘은 조용합니다. 60년을 들었는데 아무것도 없습니다.

답이 여러 개인데 어느 것도 확인되지 않았습니다. 생명이 생기는 일 자체가 극히 드물거나, 지능까지 가는 길이 막혀 있거나, 문명이 오래 못 버티거나, 아니면 우리가 엉뚱한 방식으로 듣고 있거나. 어느 쪽이든 드레이크 방정식의 어떤 항목이 아주 작다는 뜻입니다.

1990우주에서 우리는 어떻게 보일까?지도에서 보기 →

함께 읽기드레이크 방정식외계행성멸종

표면적 Surface area #

화학

설탕 덩어리와 가루 설탕을 같은 양씩 물에 넣으면 가루 쪽이 훨씬 빨리 녹습니다. 같은 설탕인데요.

녹는 일은 물과 맞닿은 자리에서만 일어납니다. 덩어리는 속이 갇혀 있어 차례를 기다려야 하고, 가루는 거의 모든 알갱이가 물과 닿아 있습니다.

잘게 나눌수록 양은 그대로인데 겉넓이는 늘어납니다. 정육면체 하나를 반씩 잘라 여덟 개로 만들면 겉넓이가 두 배가 됩니다. 계속 자르면 계속 늘어납니다.

이 하나로 설명되는 일이 많습니다. 밀가루는 잘 안 타지만 공중에 흩날린 밀가루 먼지는 폭발합니다. 촉매를 가루로 만들어 쓰는 이유도, 우리 폐 속이 잘게 갈라져 있는 이유도 같습니다.

나노 크기까지 가면 이 효과가 극단에 이릅니다. 알갱이 속에 숨을 자리가 없어져서, 거의 모든 원자가 겉에 서게 됩니다.

함께 읽기나노미터와 나노 크기촉매분자

표준촛불 Standard candle #

천문·우주

밤에 멀리 불빛이 보입니다. 가까이 있는 손전등일까요, 멀리 있는 등대일까요? 흐리게 보이는 이유가 원래 어두워서인지 멀어서인지 알 수가 없습니다.

그런데 그게 100와트 전구라는 것을 안다면 계산이 됩니다. 100와트짜리가 이만큼 흐리다면 거리는 얼마다, 하고요.

하늘에 몇 와트인지 적힌 별은 없습니다. 그래서 스스로 알려주는 별을 찾아야 했습니다. 세페이드 변광성이 그것입니다. 깜빡이는 주기가 곧 실제 밝기를 알려주거든요.

시차는 가까운 별까지가 한계입니다. 표준촛불은 그보다 훨씬 멀리 갑니다. 가까운 것을 시차로 재고 그것으로 표준촛불의 눈금을 맞춘 다음 더 멀리 가는 식이죠. 이 사다리의 첫 칸이 틀리면 위쪽이 다 틀립니다.

1912별까지의 거리를, 어떻게 잴 수 있을까?지도에서 보기 →

함께 읽기세페이드 변광성시차적색편이

표준화 Standardisation #

방법·도구

비가 얼마나 왔는지 어떻게 잴까요. 옛날에는 비 온 뒤 땅을 파서 젖은 깊이를 쟀습니다. 그런데 모래땅과 진흙땅은 물이 스며드는 정도가 다릅니다.

그러면 이 고을 값과 저 고을 값을 견줄 수가 없습니다. 조선은 전국에 똑같은 그릇을 나눠주고 고인 물의 깊이를 재게 했습니다. 그릇이 같으니 값이 견줄 만해집니다.

표준화가 하는 일이 이겁니다. 측정을 정확하게 만드는 게 아니라 비교 가능하게 만드는 것. 견줄 수 있어야 자료가 쌓이고, 쌓여야 추세가 보입니다.

지금도 같습니다. 세계 여러 나라의 기온 자료를 합치려면 온도계와 설치 높이와 재는 시각이 같아야 합니다. 다르면 기후가 변한 건지 측정이 변한 건지 알 수 없습니다.

1441비의 양을, 왜 재기 시작했을까?지도에서 보기 →

함께 읽기오차와 불확도재현성축척과 기호

플라스마 Plasma #

물리

물은 얼음, 물, 수증기가 됩니다. 그럼 수증기를 더 뜨겁게 하면 무엇이 될까요?

더 뜨겁게 하면 원자가 부서집니다. 전자가 떨어져 나가고 남은 알맹이와 따로 흩어집니다. 이 상태가 플라스마입니다.

네 번째 상태라고 부르기도 합니다. 드물어 보이지만 사실 우주에서 눈에 보이는 것의 대부분이 플라스마입니다. 별이 그렇습니다.

전기를 띠고 있다는 것이 중요합니다. 전기를 띠면 자석으로 밀 수 있어서, 벽에 닿지 않게 공중에 붙잡아 둘 수 있습니다. 핵융합 장치가 이 성질을 씁니다.

함께 읽기핵융합원자초전도

플랑크 상수 Planck's constant #

물리

0.00000000000000000000000000000000066. 소수점 아래로 0이 서른세 개 있습니다. 이 수가 왜 중요할까요?

이 수가 작다는 것이 곧 왜 우리 눈에 양자 세계가 안 보이는가에 대한 답입니다.

놀이터 그네도 원리상으로는 계단입니다. 다만 한 칸의 크기가 이 상수만큼 작아서, 한 번 구를 때마다 조 단위의 칸을 한꺼번에 오르내립니다. 그러니 매끄러운 비탈로 보입니다.

작은 세계에서 법칙이 달라지는 게 아닙니다. 법칙은 늘 같았고, 계단이 우리 크기에 비해 너무 촘촘했을 뿐입니다. h가 만약 컸다면 야구공도 이중슬릿에서 줄무늬를 만들었을 겁니다.

1900에너지도 낱개로 셀 수 있을까?지도에서 보기 →

함께 읽기양자화양자에너지

플로지스톤 Phlogiston #

화학

장작이 타면 재만 조금 남습니다. 무언가가 빠져나간 게 분명해 보입니다. 연기와 불꽃이 되어 날아가는 것 같죠.

그 '무언가'에 이름을 붙인 것이 플로지스톤입니다. 타는 것은 곧 플로지스톤이 빠져나가는 일이라는 것이죠.

보이는 대로 만든 그럴듯한 설명이었습니다. 그런데 금속을 태우면 재가 오히려 무거워집니다. 빠져나갔는데 무거워질 수는 없죠. 그래서 플로지스톤은 음의 무게를 갖는다는 억지 설명까지 나왔습니다. 이론이 무너지기 직전에 자주 나타나는 모습입니다. 예외를 설명하려고 덧붙인 가정이 점점 늘어나는 것 말이죠.

1703타는 물질에서 무엇이 빠져나갈까?지도에서 보기 →

함께 읽기산화질량보존의 법칙쓸모 있는 오류

ㅎ

함수 Function #

수학

자판기에 1000원을 넣고 2번 버튼을 누르면 늘 같은 음료가 나옵니다. 같은 걸 넣으면 같은 게 나오고, 하나를 넣었는데 두 개가 나오지는 않습니다.

이게 함수입니다. 넣는 것 하나에 나오는 것 하나. 규칙이 정해져 있으면 됩니다.

택시 요금도 함수입니다. 거리를 넣으면 요금이 나오죠. 온도를 넣으면 아이스크림 판매량이 나오는 것도 함수고요. 이걸 그림으로 그린 것이 그래프이고, 그래프의 기울기를 묻는 것이 미분입니다.

1637도형을 숫자로 쓸 수 있을까?지도에서 보기 →

함께 읽기극한대수학확률

항생물질 Antibiotics #

생물·의학

휴가를 다녀온 플레밍의 실험실 접시에 곰팡이가 피어 있었습니다. 그런데 곰팡이 둘레만 세균이 자라지 않고 동그랗게 비어 있었습니다.

곰팡이가 세균을 죽이는 무언가를 내뿜고 있었던 것입니다. 그걸 뽑아낸 것이 페니실린입니다.

이 발견 전에는 상처가 곪으면 손쓸 방법이 거의 없었습니다. 지금은 흔한 감염으로 죽는 일이 드뭅니다. 다만 문제가 하나 생겼습니다. 약을 견뎌내는 돌연변이 세균만 살아남아 번식하면서, 약이 듣지 않는 세균이 늘고 있습니다. 자연선택이 우리 눈앞에서 벌어지고 있는 셈입니다.

1928실수로 오염된 접시에서, 무엇을 발견할까?지도에서 보기 →

함께 읽기세균설미생물돌연변이

항체 Antibody #

생물·의학

한 번 걸린 병에 다시 잘 안 걸리는 경우가 있습니다. 몸이 무언가를 기억한 것입니다.

몸은 낯선 것이 들어오면 그것의 겉모양에 딱 들어맞는 단백질을 만들어 냅니다. 그것이 항체입니다. 붙잡아 표시해 두면 면역 세포가 와서 처리합니다.

중요한 건 딱 맞게 만든다는 것입니다. 감기 항체가 홍역에는 소용이 없습니다.

백신은 이 과정을 미리 시키는 일입니다. 그리고 요즘은 항체 자체를 약으로 만들기도 합니다. 노리는 자리에만 붙는 성질을 그대로 쓰는 것입니다.

1907요구르트를 먹으면 오래 살까?지도에서 보기 →

함께 읽기면역백신과 종두법단백질

해부학 Anatomy #

생물·의학

1500년 동안 의사들은 갈레노스의 해부도를 보고 배웠습니다. 그런데 갈레노스가 해부한 것은 사람이 아니라 원숭이와 돼지였습니다. 사람 해부가 금지되어 있었거든요.

베살리우스는 직접 열어봤습니다. 그리고 책과 다른 곳을 200군데 넘게 찾아냈습니다.

중요한 건 틀린 곳을 찾아낸 게 아닙니다. 책보다 눈앞의 몸을 믿기로 한 것입니다. 그전까지 해부는 조수가 하고 교수는 단상에서 책을 읽는 방식이었는데, 그는 직접 칼을 들었습니다. 권위 있는 문헌과 실제 관찰이 어긋날 때 어느 쪽을 택할 것인가 — 과학은 이 선택에서 갈라집니다.

15431300년 된 교과서가 틀렸다면?지도에서 보기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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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상도 Resolution #

방법·도구

밤하늘의 어떤 별은 눈으로 보면 하나인데 망원경으로 보면 둘입니다. 별이 갈라진 것이 아니라 원래 둘이었습니다.

이것이 해상도입니다. 얼마나 크게 보여주느냐가 아니라, 붙어 있는 둘을 둘로 갈라 볼 수 있느냐입니다.

둘은 자주 헷갈립니다. 흐린 사진을 손가락으로 벌려 키우면 무엇이 나올까요. 큰 흐린 사진이 나옵니다. 없던 것이 생기지는 않습니다. 크기만 키우는 것을 헛배율이라고 부릅니다.

현미경도 망원경도 같습니다. 렌즈를 좋게 만들면 어느 선까지는 좋아지지만, 그 너머에는 도구 솜씨로 넘을 수 없는 벽이 있습니다. 그 벽을 정하는 것이 파장입니다.

그래서 더 작은 것을 보려는 사람들은 렌즈를 더 갈지 않고 아예 다른 것으로 봅니다. 빛 대신 전자를 쓰는 것이 그 이야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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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시 Hash #

방법·도구

과일을 갈아 주스로 만드는 것은 쉽습니다. 주스를 보고 원래 과일을 되돌리는 것은 안 됩니다.

해시가 그런 계산입니다. 한 방향으로만 갑니다.

쓸모가 두 가지 있습니다.

하나는 바뀌었는지 확인하는 일입니다. 파일 하나에서 글자 하나만 바꿔도 해시값이 완전히 달라집니다. 그래서 내려받은 파일이 도중에 손상되거나 바꿔치기되지 않았는지 이 값 하나로 확인합니다.

다른 하나는 비밀번호를 맡아 두는 일입니다. 잘 만든 서비스는 비밀번호를 그대로 저장하지 않고 해시값만 저장합니다. 그러면 저장고가 통째로 털려도 원래 비밀번호는 나오지 않습니다. 로그인할 때는 입력한 것을 다시 해시해서 값이 같은지만 봅니다.

다만 짧고 흔한 비밀번호는 미리 계산해 둔 표와 맞춰 보면 뚫립니다. 길이가 곧 안전인 이유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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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저확장 Sea-floor spreading #

지구과학

바다 밑을 훑어보니 이상한 것이 나왔습니다. 대륙에는 40억 년 된 암석이 있는데, 2억 년보다 오래된 해저는 어디에도 없었습니다. 바다 밑은 왜 이렇게 젊을까요?

계속 새로 만들어지고 있기 때문입니다. 대양 한가운데를 따라 지구를 감는 거대한 해저 산맥이 있고, 그 갈라진 틈에서 마그마가 솟아 굳으며 양쪽으로 밀려납니다. 반대쪽 끝에서는 판이 다른 판 밑으로 가라앉고요. 낡은 바닥은 지워지고 새 바닥이 깔립니다.

이것이 베게너에게 없던 엔진입니다. 대륙이 단단한 해양 지각을 헤치고 나아가는 것이 아니라, 바닥 자체가 컨베이어처럼 움직이고 대륙은 그 위에 실려 있는 것이었습니다.

확인은 자기 줄무늬에서 왔습니다. 지구 자기장은 수십만 년에 한 번씩 남북이 뒤집히고, 해령에서 갓 굳은 암석은 그때의 방향을 기록합니다. 그렇다면 해령 양쪽에 거울처럼 대칭인 줄무늬가 있어야 합니다 — 같은 때 굳어 반대로 밀려난 짝이니까요. 1963년 바인과 매튜스가 그것을 찾아냈습니다. 예측이 먼저 있었고 확인이 뒤따른, 아주 깨끗한 사례입니다.

여기서 판구조론이 완성됩니다.

1963바다 밑바닥은 왜 얼룩말 무늬일까?지도에서 보기 →

함께 읽기판구조론대륙이동설깊은 시간

핵분열 Nuclear fission #

물리

쪼개진 두 조각의 무게를 더하면 원래 핵보다 가볍습니다. 없어진 무게는 어디로 갔을까요?

에너지가 되었습니다. 특수상대성이론이 말한 대로 질량 자체가 에너지의 한 형태이기 때문입니다. 사라진 무게는 아주 작지만, 질량을 에너지로 환산하는 비율이 워낙 커서 결과는 어마어마합니다.

이 계산을 해낸 사람은 리제 마이트너입니다. 나치를 피해 스웨덴으로 망명한 상태에서 편지로 실험 결과를 전해 듣고 풀어냈고, '핵분열'이라는 이름도 붙였습니다. 1944년 노벨상은 실험을 한 동료 한 사람에게만 갔습니다.

1938원자핵을 쪼갤 수 있을까?지도에서 보기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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핵융합 Nuclear fusion #

물리

태양은 장작도 기름도 없이 46억 년째 타고 있습니다. 그렇게 오래 갈 땔감은 세상에 없습니다.

태양은 타고 있는 것이 아닙니다. 원자핵끼리 부딪혀 하나로 합쳐지고 있습니다. 합쳐지는 순간 열이 나옵니다.

핵분열과 반대 방향입니다. 무거운 핵은 쪼갤 때, 가벼운 핵은 붙일 때 에너지가 나옵니다. 가장 안정된 자리가 그 중간이기 때문입니다.

땅에서 이걸 하려면 1억 도가 필요한데, 그렇게 뜨거운 것을 담을 그릇이 없다는 것이 지금까지의 숙제입니다.

1935원자핵은 무엇으로 묶여 있을까?지도에서 보기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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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적 종합 The modern synthesis #

생물·의학

다윈이 죽고 나서 진화론은 오히려 흔들렸습니다. 멘델이 재발견되자 유전은 뚝뚝 끊긴 알갱이로 전해지는 것처럼 보였는데, 다윈은 아주 조금씩 쌓이는 변화를 말했거든요. 둘이 안 맞아 보였습니다.

답은 간단했습니다. 키를 정하는 유전자가 하나가 아니라 스무 개라면, 알갱이로 전해지더라도 사람들의 키는 매끄럽게 퍼집니다. 작은 효과가 여럿 겹치면 겉으로는 연속으로 보입니다.

두 이론은 싸우고 있던 게 아니라 다른 축척을 보고 있었던 것입니다. 여기에 야생 초파리 관찰이 더해지면서 확인됐습니다. 같은 종인데 골짜기마다 유전자 비율이 다르고 계절에 따라 오르내렸습니다. 진화는 화석 속 과거가 아니라 지금 눈앞에서 일어나는 일이었습니다.

1937다윈과 멘델은 왜 서로 어긋나 보였을까?지도에서 보기 →

함께 읽기자연선택돌연변이유전자

혈액순환 Circulation of the blood #

생물·의학

심장이 한 번 뛸 때 나가는 피의 양에 하루치 심박수를 곱해봅니다. 몸무게의 수백 배가 나옵니다.

그만큼의 피를 매일 새로 만들 수는 없습니다. 그렇다면 답은 하나뿐입니다. 같은 피가 돌고 있는 것입니다.

하비는 이 계산 하나로 1500년 된 이론을 무너뜨렸습니다. 그전까지는 간에서 피를 계속 만들어 몸이 다 쓴다고 여겼거든요. 눈으로 본 것이 아니라 숫자로 따져서 알아낸 것입니다. 심장과 정맥 사이를 잇는 아주 가는 혈관은 그가 죽고 나서 현미경으로 확인됩니다.

1628피는 어디로 가서, 어디서 돌아올까?지도에서 보기 →

함께 읽기해부학세포미생물

형질과 우성·열성 Traits, dominant and recessive #

생물·의학

부모가 둘 다 쌍꺼풀인데 아이는 없습니다. 아이가 어디서 온 걸까요? 이웃집에서 온 게 아닙니다.

부모는 각각 두 벌씩 갖고 있고 그중 한 벌씩만 아이에게 줍니다. 부모가 '쌍꺼풀 있음'과 '없음'을 하나씩 갖고 있었다면, 겉으로는 있음이 나타납니다. 이렇게 가려버리는 쪽이 우성, 가려지는 쪽이 열성입니다.

그런데 두 사람 다 '없음'을 물려주면 아이에게는 없음이 나타납니다. 열성은 사라진 게 아니라 숨어 있었을 뿐입니다. 우성이 '좋은 것'이라는 뜻은 전혀 아닙니다. 그저 겉으로 나타나는 쪽이라는 말입니다.

1865부모를 안 닮은 아이는 어디서 왔을까?지도에서 보기 →

함께 읽기유전자염색체돌연변이

형질전환 Transformation #

생물·의학

죽인 세균만 쥐에 넣으면 아무 일도 없습니다. 해가 없는 살아있는 세균만 넣어도 아무 일 없습니다. 그런데 둘을 함께 넣자 쥐가 죽었습니다.

그리고 죽은 쥐에서 살아있는 치명적 세균이 나왔습니다. 그 자손도 계속 치명적이었고요.

죽은 것 안의 무언가가 살아있는 것으로 건너가 종류를 바꿔버린 것입니다. 그리피스는 그게 무엇인지 몰라 그냥 '원리'라고 불렀습니다. 16년 뒤 에이버리가 효소로 하나씩 지워가며 확인합니다. 단백질을 없애도 일어나고, RNA를 없애도 일어나고, DNA를 없애자 멈췄습니다.

1928죽은 세균이 살아있는 세균을 바꿀 수 있을까?지도에서 보기 →

함께 읽기DNA 이중나선유전자세균설

혼돈 Chaos #

물리

당구공을 똑같이 치려고 아무리 애를 써도 세 번째 네 번째 부딪침부터는 전혀 다른 데로 갑니다. 규칙이 없어서가 아닙니다. 규칙은 아주 분명합니다.

혼돈은 뒤죽박죽이라는 뜻이 아닙니다. 법칙은 그대로인데 출발점의 티끌만 한 차이가 시간이 갈수록 커지는 것입니다.\n\n로렌즈가 날씨를 계산하다가 이걸 만났습니다. 같은 계산을 다시 돌리려고 숫자를 소수점 아래에서 조금 잘라 넣었을 뿐인데, 몇 달 뒤의 날씨가 완전히 달라졌습니다.\n\n여기서 중요한 것은 이겁니다. 더 좋은 컴퓨터를 사도 이 벽은 안 무너집니다. 처음 상태를 무한히 정확하게 잴 수는 없으니까요. 우리가 아무리 촘촘히 재도 관측소와 관측소 사이는 비어 있고, 그 빈틈의 작은 차이가 며칠 뒤에는 큰 차이가 됩니다.\n\n그래서 날씨 예보에는 한계가 있습니다. 대략 이 주쯤이면 더 멀리는 무의미해집니다. 이 한계를 인정한 다음에 나온 방법이 여러 번 계산해서 확률로 말하는 것입니다.

1963내일 날씨를 영원히 알 수 없는 이유는?지도에서 보기 →

함께 읽기수치예보확률시뮬레이션

화석 Fossils #

지구과학

산꼭대기에서 조개껍데기 모양의 돌이 나옵니다. 바다에서 수백 킬로미터 떨어진 곳인데요. 어떻게 온 걸까요?

오랫동안 답은 두 가지였습니다. 홍수가 실어 왔거나, 아니면 땅속에서 저절로 자란 돌이 우연히 조개 모양이 됐거나.

둘 다 아니었습니다. 그 자리가 예전에 바다였던 것입니다. 조개가 죽어 지층에 묻히고, 오랜 시간에 걸쳐 그 자리가 솟아올라 산이 되었습니다.

화석이 무서운 것은 여기부터입니다. 아래층의 화석과 위층의 화석이 다릅니다. 아래에는 지금 없는 생물이 있고, 위로 갈수록 지금 것과 닮아갑니다. 생물이 시간에 따라 바뀌었다는 뜻입니다. 그리고 어떤 생물은 어느 층 위로는 아예 나오지 않습니다(멸종).

1823세상에 없는 동물의 뼈가 왜 땅속에 있을까?지도에서 보기 →

함께 읽기지층멸종자연선택

화학결합 Chemical bond #

화학

수소와 산소는 둘 다 기체입니다. 그런데 붙여놓으면 물이 됩니다. 액체가요. 재료의 성질과 결과의 성질이 전혀 다릅니다.

붙는 방식이 성질을 정하기 때문입니다. 무엇이 붙었느냐만이 아니라 어떻게 붙었느냐가 중요합니다.

붙는 힘은 전자에서 나옵니다. 원자 바깥쪽 전자를 서로 나눠 쓰거나 한쪽이 넘겨주면, 둘 다 안정해지면서 떨어지지 않게 됩니다. 탄소와 다이아몬드가 같은 원소인데 하나는 무르고 하나는 가장 단단한 것도 붙는 방식이 다르기 때문입니다.

요리도 화학결합을 다루는 일입니다. 굽고 삶는 동안 결합이 끊기고 새로 생기면서 맛과 질감이 바뀝니다.

1939원자는 서로 어떻게 붙어 있을까?지도에서 보기 →

함께 읽기원자분자원소

확률 Probability #

수학

주사위를 굴리기 전에는 무엇이 나올지 모릅니다. 그런데 600번 굴리면 각 숫자가 대략 100번씩 나옵니다. 하나하나는 모르는데 전체는 알 수 있습니다.

확률은 이 '전체의 규칙'을 숫자로 적은 것입니다. 6분의 1이라는 말은 한 번 굴렸을 때 뭐가 나온다는 뜻이 아니라, 여러 번 굴리면 그 비율에 가까워진다는 뜻입니다.

보험료도, 일기예보의 강수확률도, 신약의 효과 판정도 전부 이 위에 서 있습니다. 그리고 양자의 세계에서는 확률이 우리 무지의 표시가 아니라 자연 자체의 성질이라는 것이 밝혀지면서 큰 논쟁이 벌어집니다.

1648산 위로 올라가면 공기 무게가 줄어들까?지도에서 보기 →

함께 읽기오차와 불확도양자함수

확률진폭 Probability amplitude #

물리

주사위는 길이 두 개 열리면 도착할 확률이 커집니다. 줄어들 리가 없죠. 그런데 이중슬릿에서는 틈을 하나 더 열었더니 전자가 안 오는 자리가 생깁니다.

확률에는 음수가 없습니다. 그러니 확률끼리 더하는 방식으로는 이런 상쇄가 절대 안 나옵니다.

그래서 계산을 두 단계로 합니다. 먼저 각 길에 더했다 지워질 수 있는 양을 매기고, 그것들을 다 더한 다음, 마지막에 제곱해서 확률로 바꿉니다. 이 중간 단계의 양이 확률진폭입니다.

순서가 전부입니다. 더하고 제곱하면 간섭이 나오고, 제곱하고 더하면 안 나옵니다. 양자역학과 우리가 아는 확률의 차이가 이 순서 하나에 들어 있습니다.

1948입자는 어느 길로 갈까 — 모든 길로 간다면?지도에서 보기 →

함께 읽기확률간섭파동함수

회절 Diffraction #

물리

CD 뒷면에 빛을 비추면 무지개가 뜹니다. 물감이 있어서가 아닙니다. 아주 촘촘한 홈이 빛을 갈라놓은 것입니다.

파동은 촘촘한 것을 지나면 갈라져 겹치고, 겹친 곳에서 밝고 어두운 무늬를 만듭니다. 이 무늬는 그 촘촘한 것의 간격에 따라 달라집니다.

거꾸로 쓰면 도구가 됩니다. 무늬를 보고 간격을 알아내는 것입니다.

결정 속 원자들은 아주 촘촘하게 줄지어 있습니다. 거기에 원자 간격만큼 짧은 파장의 X선을 쏘면 무늬가 생기고, 그 무늬를 거꾸로 풀면 원자들이 어떻게 놓여 있는지가 나옵니다. DNA의 이중나선이 이렇게 밝혀졌습니다(X선 결정학).

눈으로는 절대 못 보는 것을 무늬로 바꿔 읽는 방법입니다.

함께 읽기파동파장X선 결정학방사광

획득형질 유전 Inheritance of acquired characteristics #

생물·의학

기린이 높은 잎을 먹으려고 목을 늘이다 보니 목이 길어졌고, 그 긴 목이 새끼에게 전해졌다 — 라마르크의 설명입니다.

듣기에 그럴듯합니다. 그런데 아닙니다. 평생 운동해서 근육을 키워도 아이가 근육질로 태어나지 않고, 사고로 손가락을 잃어도 아이는 손가락이 다 있습니다. 몸에 일어난 일은 유전자에 적히지 않습니다.

다윈의 설명은 반대 방향입니다. 목이 긴 개체가 우연히 있었고, 그 개체가 더 잘 살아남아 자손을 남겼다는 것이죠. 노력의 결과가 아니라 선택의 결과입니다. 라마르크는 틀렸지만 중요한 것을 남겼습니다 — 생물이 시간에 따라 변한다고 처음 말한 사람입니다.

1809부모가 얻은 것이 자식에게 전해질까?지도에서 보기 →

함께 읽기바이스만 장벽후성유전자연선택유전자쓸모 있는 오류

효모 Yeast #

생물·의학

빵 반죽을 따뜻한 데 두면 부풀어 오릅니다. 막걸리는 병 안에서도 계속 뽀글거립니다. 같은 일꾼이 하는 일입니다.

효모는 당을 먹고 두 가지를 내놓습니다. 술과 기체입니다. 빵에서는 기체가 반죽을 부풀리고 술은 굽는 동안 날아갑니다. 막걸리에서는 술이 남고 기체가 톡 쏘는 맛이 됩니다.

효모는 녹말을 못 먹습니다. 그래서 쌀로 술을 만들 때는 누룩의 곰팡이가 먼저 녹말을 당으로 잘라 줘야 합니다. 막걸리가 한 항아리에서 두 번 일하는 술인 이유입니다.

1861썩는 것은 저절로 생기는 걸까?지도에서 보기 →

함께 읽기발효미생물

효소 Enzyme #

생물·의학

밥을 오래 씹으면 단맛이 납니다. 입에 설탕을 넣은 것도 아닌데요.

침 속에 든 무언가가 밥의 긴 사슬을 잘라 단맛 나는 조각으로 만든 것입니다. 그 무언가가 효소입니다.

효소는 촉매인데, 우리 몸이 단백질로 만든 촉매입니다. 자기는 닳지 않으면서 반응만 빠르게 합니다.

놀라운 것은 골라낸다는 점입니다. 효소 하나는 정해진 한 가지 일만 합니다. 모양이 맞는 것에만 달라붙기 때문입니다. 우리 몸에서 수천 가지 반응이 서로 엉키지 않고 따로 굴러가는 이유입니다.

함께 읽기단백질촉매발효

후성유전 Epigenetics #

생물·의학

몸의 모든 세포는 같은 DNA를 가지고 있습니다. 그런데 간세포와 신경세포는 전혀 다르게 생겼고 하는 일도 다릅니다. 설계도가 같은데 어떻게 다른 것이 만들어질까요?

읽을 곳과 덮어둘 곳을 정하는 표지가 DNA 위에 붙기 때문입니다. 메틸기가 붙거나, DNA를 감고 있는 단백질이 조여지거나 풀리거나 하는 식입니다. 서열은 그대로 두고 스위치만 바꾸는 것이죠.

원래 이 개념은 진화가 아니라 발생을 설명하려고 나왔습니다. 워딩턴이 1942년에 이름을 붙였습니다.

라마르크가 옳았다는 얘기에 대하여. 굶주림이나 극심한 스트레스가 표지를 바꾸고 그 일부가 다음 세대에서 발견됐다는 보고가 있습니다. 여기서 후성유전학이 라마르크를 되살렸다는 이야기가 퍼졌는데, 사실이 아닙니다.

① 방향이 없습니다. 라마르크의 핵심은 쓰면 발달하고 그 발달이 전해진다는 것입니다. 후성유전 표지는 필요에 맞춰 유리한 형질을 만들어주지 않습니다. 굶주림의 흔적은 굶주림에 강한 몸이 아니라 대사가 어긋난 몸으로 나타나는 쪽입니다

② 대개 지워집니다. 포유류는 수정 직후와 생식세포를 만들 때 두 번 대규모로 표지를 지웁니다

③ 서열이 바뀌지 않습니다. 몇 세대 만에 사라지는 표지는 진화의 원료가 되지 못합니다

④ 장치 자체가 유전자입니다. 표지를 붙이고 떼는 효소도 DNA에 적혀 있습니다. 이 시스템 전체가 자연선택의 산물입니다

가장 많이 인용되는 1944년 네덜란드 기근 사례도 조심해서 읽어야 합니다. 뱃속의 태아는 그 굶주림을 직접 겪은 당사자이고, 그 태아 안에서 다음 세대가 될 생식세포가 이미 만들어지고 있었습니다. 두 세대가 한꺼번에 노출된 것이죠. 진짜 전달이라고 말하려면 노출되지 않은 세대까지 이어져야 하는데, 포유류에서는 아직 논쟁 중입니다.

정확한 문장은 이렇습니다. 라마르크가 옳았던 것이 아니라 바이스만 장벽이 생각보다 아주 조금 느슨했을 뿐입니다.

1953생명의 설계도는 어떤 모양일까?지도에서 보기 →

함께 읽기바이스만 장벽획득형질 유전유전자DNA 이중나선쓸모 있는 오류

흑체복사 Blackbody radiation #

물리

대장간에서 쇠를 달구면 검붉게, 주황으로, 노랗게, 흰빛으로 바뀝니다. 대장장이는 온도계 없이 색만 보고 온도를 압니다.

쇠가 무슨 쇠냐는 상관이 없습니다. 같은 온도면 같은 색입니다. 재료가 아니라 온도만이 색을 정합니다.

별의 색으로 별의 온도를 아는 것도 같은 이치입니다. 붉은 별이 차갑고 푸른 별이 뜨겁습니다.

이 색의 분포를 계산해보려던 19세기 말 물리학은 무한대라는 답을 얻었습니다. 그 막다른 골목에서 양자가 나옵니다.

1900에너지도 낱개로 셀 수 있을까?지도에서 보기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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힐베르트 프로그램 Hilbert's programme #

수학

1 더하기 1이 2라는 것에 모순이 있을 리 있을까요. 그런데 19세기 말 집합론에서 역설이 잇따라 나왔습니다. 당연해 보이던 바닥이 흔들린 겁니다.

힐베르트의 계획은 이랬습니다. 수학을 뜻을 따지지 않고 기호를 규칙대로만 옮기는 체계로 다시 세운다. 그런 다음 그 체계 안에서, 이 방식이 결코 모순을 낳지 않는다는 것을 증명한다. 그러면 수학은 영원히 안전해집니다.

1930년 그는 은퇴 연설을 라디오로 방송하며 '우리는 알아야 한다, 우리는 알게 될 것이다'로 끝맺었습니다. 바로 전날, 같은 도시에서 스물네 살의 괴델이 그것이 불가능하다는 증명을 발표했습니다.

그런데 계획이 무너지면서 다른 것이 나왔습니다. '기계적인 규칙으로만'이 정확히 무슨 뜻인지 따지던 데서 튜링 기계가 나왔고, 그게 컴퓨터가 됐습니다.

1900수학이 스스로 모순 없음을 증명할 수 있을까?지도에서 보기 →

함께 읽기불완전성 정리공리튜링 기계

힘 Force #

물리

멈춰 있던 쇼핑카트를 밀면 움직이기 시작합니다. 굴러가는 카트를 붙잡으면 멈춥니다. 옆에서 밀면 방향이 꺾입니다.

이 셋이 전부 힘이 한 일입니다. 힘은 물건을 '움직이게 하는 것'이 아니라 움직임을 바꾸는 것입니다.

그래서 아무 힘도 안 받는 물체는 멈추는 게 아니라 하던 대로 계속 갑니다. 우주에서 던진 물건이 영원히 날아가는 이유죠. 지구에서 굴러가던 공이 멈추는 건 마찰이라는 힘이 붙잡기 때문입니다.

1687사과와 달은 같은 법칙으로 떨어질까?지도에서 보기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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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

DNA 감식 DNA profiling #

생물·의학

사람의 DNA는 99.9퍼센트가 서로 같습니다. 그런데 어떻게 한 사람을 콕 집어낼까요.

전체를 읽는 게 아닙니다. 그러면 너무 오래 걸립니다.

DNA에는 같은 짧은 글자가 여러 번 되풀이되는 자리들이 있습니다. 어떤 사람은 열 번, 어떤 사람은 열세 번. 이 반복 횟수가 사람마다 다르고 부모에게서 물려받습니다.

그런 자리를 스무 곳쯤 골라 반복 횟수만 셉니다. 한 곳이 같을 확률은 꽤 되지만 스무 곳이 모두 같을 확률은 지구 인구보다 훨씬 작습니다. 그래서 신분증 노릇을 합니다.

이 방법의 강점은 아주 적은 양으로도 된다는 것입니다. 머리카락 한 올, 컵에 남은 침이면 됩니다. 조각 하나를 수백만 개로 복사하는 기술 덕분입니다.

다만 한계도 분명합니다. 그 사람이 거기 있었다는 것은 알려 주지만 무엇을 했는지는 알려 주지 않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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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NA 이중나선 DNA and the double helix #

생물·의학

유전 정보를 담으려면 두 가지가 필요합니다. 정보를 적을 수 있어야 하고, 정확히 베낄 수 있어야 합니다. 그런데 DNA는 글자가 네 종류뿐이라 너무 단순해 보였습니다.

구조가 밝혀지면서 둘 다 풀렸습니다. 두 가닥이 꼬여 있는데, 한쪽 글자가 정해지면 맞은편 글자도 정해집니다. 짝이 정해져 있거든요.

그러면 가운데를 열어 각 가닥을 본으로 삼으면 똑같은 두 벌이 나옵니다. 베끼는 방법이 구조 자체에 들어 있었던 것입니다. 그리고 네 글자라도 순서를 바꾸면 조합은 사실상 무한합니다. 글자 수가 아니라 길이가 정보량을 정합니다.

이 구조를 밝히는 데 결정적이었던 X선 사진은 로절린드 프랭클린이 찍은 것이고, 그의 동의 없이 전달되었습니다.

1953생명의 설계도는 어떤 모양일까?지도에서 보기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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X

X선 결정학 X-ray crystallography #

화학

가로등을 촘촘한 커튼 너머로 보면 빛이 십자 무늬로 번집니다. 커튼 올의 간격이 그 무늬를 만듭니다. 무늬만 보고도 올 간격을 계산할 수 있습니다.

결정도 원자가 규칙적으로 늘어선 것이라 같은 일이 일어납니다. X선을 쏘면 원자 사이 간격에 따라 정해진 무늬로 튀어나옵니다.

무늬를 거꾸로 풀면 원자가 어디 있는지가 나옵니다. 원자를 눈으로 볼 수는 없지만 배치는 알아낼 수 있는 것이죠. 소금 결정에서 시작해 화학결합의 모양, 단백질의 접힌 구조, 그리고 DNA의 이중나선까지 이 방법으로 밝혀졌습니다.

계산이 어마어마해서, 초기에는 한 물질의 구조를 푸는 데 몇 년이 걸렸습니다.

1952보이지 않는 것을, 사진으로 찍을 수 있을까?지도에서 보기 →

함께 읽기화학결합DNA 이중나선원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