되감기 — 흩어진 책은 다시 모일까

거꾸로 틀어도 이상하지 않은 영상

금빛 알갱이 마흔여덟 개가 책 모양으로 모여 있습니다. 흔들면 흩어지고, 되감으면 모입니다. 그런데 판을 하나씩 내려갈수록 되감기가 어려워집니다.

판 1 · 흔들고 되감기

흔든 다음 되감기를 누르면 방금 움직임이 거꾸로 흐릅니다.

알게 되는 것 — 알갱이가 부딪히고 튕기는 장면을 거꾸로 틀어도 물리 법칙에 어긋나는 곳이 없습니다. 법칙은 앞뒤를 가리지 않습니다.

판 2 · 하나만 어긋나면

흔든 다음 알갱이 하나를 머리카락만큼 건드리고 되감습니다. 이번 되감기는 영상을 거꾸로 트는 게 아니라, 모든 알갱이의 속도를 거꾸로 뒤집어 실제로 굴립니다.

알게 되는 것 — 되감기를 막는 건 법칙이 아니라 오차입니다. 작은 어긋남이 부딪힐 때마다 불어납니다. 연기 알갱이 하나하나의 자리와 빠르기를 한 치도 틀리지 않게 알아야 불탄 책을 되감을 수 있는데, 자연은 그렇게까지 정확히 알 수 있게 해 주지 않습니다.

판 3 · 새어 나간 빛

위쪽 틈에 닿은 알갱이는 빛이 되어 상자 밖으로 날아갑니다. 흔든 다음 되감아 보세요.

알게 되는 것 — 책이 탈 때 나온 열은 빛이 되어 이미 우주로 날아갔습니다. 되감으려면 그 빛까지 모두 불러와야 합니다.

되감기 뒤에 있는 이야기

여기서 손으로 해본 것들이 글로 정리되어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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흩어진 모양은 모인 모양보다 셀 수 없이 많습니다. 그래서 저절로 흩어지기는 쉽고 저절로 모이기는 어렵습니다. 시간의 방향은 법칙이 아니라 이 가짓수의 차이가 정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