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념 풀이
라마르크 — 틀린 이유가 생각보다 복잡했다
기린이 목을 늘여서 목이 길어졌다고 한 사람. 학교에서 배우는 것은 대개 여기까지고, 그 뒤는 조롱입니다. 그런데 그가 처음 한 주장은 그것이 아니었고, 그가 뒤집어쓴 주장은 그만의 것도 아니었습니다. 그리고 요즘 도는 '후성유전학이 라마르크를 되살렸다'는 이야기는 사실이 아닙니다. 이 편은 양쪽으로 조심해야 하는 편입니다.
이 편은 앞의 넷과 달리 두 방향으로 조심해야 합니다. 그를 조롱하는 쪽도 사실과 다르고, 그가 결국 옳았다고 하는 쪽도 사실과 다릅니다.
그가 처음 한 말
1809년의 세계가 어떤 곳이었는지부터 봐야 합니다.
린네의 분류학이 지배하던 시절입니다. 종은 창조된 그대로 변하지 않는 것이고, 분류란 신의 설계도를 베껴 적는 일이었습니다. 종이 변한다는 말은 학문이 아니라 불경이었습니다.
라마르크는 그 자리에서 『동물철학』을 냅니다. 그가 한 주장의 첫 줄은 기린이 아닙니다. 생물은 시간에 따라 변한다는 것이었습니다. 다윈보다 50년 앞선 1809년에요.
두 법칙, 그리고 잘못 붙은 딱지
그의 설명은 두 부분입니다.
- 많이 쓰는 기관은 발달하고 안 쓰는 기관은 퇴화한다 — 용불용.
- 그렇게 살아서 얻은 변화가 자손에게 전해진다 — 획득형질 유전.
그가 고유하게 주장한 것은 오히려 첫 번째 쪽의 성격입니다. 생물에는 더 복잡해지려는 내적 경향이 있고, 환경이 바뀌면 개체가 거기에 맞추려 애쓴다는 그림이었습니다.
쥐꼬리 900마리
1880년대, 아우구스트 바이스만이 아주 단순한 실험을 합니다. 쥐의 꼬리를 자르고 번식시키고, 그 새끼의 꼬리를 자르고 다시 번식시키기를 되풀이했습니다.
다섯 세대, 900마리가 넘었습니다. 꼬리가 짧게 태어난 쥐는 한 마리도 없었습니다.
멘델이 재발견되고 모건이 유전자를 염색체 위에 앉히자 그림이 분명해집니다. 유전은 알갱이로 전해지고, 몸에서 일어난 일이 그 알갱이에 적히는 경로는 없습니다.
1937년의 에서 라마르크식 유전은 공식적으로 진화 이론에서 빠집니다.
여기부터 조금 더
그런데 왜 이름이 다시 돌아왔나
요즘 인터넷에서 이런 문장을 자주 봅니다. 후성유전학이 발견되면서 라마르크가 옳았던 것으로 밝혀졌다.
사실이 아닙니다. 다만 왜 그런 말이 나오는지는 이해할 만합니다. 먼저 후성유전학이 무엇인지부터 정확히 봐야 합니다.
그리고 실제로 관찰된 것이 있습니다. 굶주림이나 극심한 스트레스 같은 경험이 이 표지를 바꾸고, 그 표지 중 일부가 다음 세대에서도 발견된다는 보고들입니다. 식물에서는 꽤 뚜렷하고, 포유류에서도 사례가 있습니다.
여기까지만 들으면 라마르크처럼 들립니다. 그런데 아닙니다. 이유가 넷입니다.
- 방향이 없다. 라마르크의 핵심은 '쓰면 발달하고 그 발달이 전해진다'는 것이다. 후성유전 표지는 필요에 맞춰 유리한 형질을 만들어주지 않는다. 굶주림의 흔적은 굶주림에 강해지는 몸이 아니라 대사가 어긋난 몸으로 나타나는 쪽에 가깝다. 대장장이 아들은 여전히 팔이 굵게 태어나지 않는다.
- 대개 지워진다. 포유류는 수정 직후와 생식세포를 만들 때, 두 번에 걸쳐 이 표지를 대규모로 지운다. 넘어가는 것은 예외적이고 보통 몇 세대 안에 사라진다.
- 서열이 바뀌지 않는다. 진화는 집단의 유전자 구성이 오래도록 달라지는 일인데, 몇 세대 만에 지워지는 표지는 그 원료가 되지 못한다.
- 장치 자체가 유전자다. 표지를 붙이고 떼는 효소들도 DNA에 적혀 있다. 즉 후성유전 시스템 전체가 자연선택이 만들어낸 산물이다.
왜 이 이야기는 잘 퍼지는가
틀렸다고 배운 사람이 사실은 옳았다는 이야기는 언제나 매력적입니다. 억눌린 쪽에 마음이 가고, 교과서를 뒤집는 반전은 기억에 잘 남습니다.
그리고 실제로 그런 경우가 있습니다. 이 시리즈의 마지막 편이 바로 그 얘기입니다. 옳았는데 거부당한 사람이요.
리센코라는 경고
이 문제가 왜 사소하지 않은지 보여주는 예가 있습니다.
1930년대 소련에서 트로핌 리센코는 획득형질 유전을 국가 과학으로 만들었습니다. 노력하면 성질이 바뀌고 그것이 전해진다는 그림이 당대의 이념과 잘 맞았기 때문입니다. 유전자를 말하는 것은 반동으로 몰렸습니다.
무엇이 남았는가
창조된 그대로 고정되어 있다는 세계에서 시간에 따라 변한다고 공개적으로 말한 첫 사람이다
이 말을 만든 사람이고, 무척추동물 분류의 기초를 놓았다
같은 유전자라도 환경에 따라 다르게 자란다는 것은 사실이다. 다만 그렇게 얻은 것이 자손에게 넘어가지 않을 뿐이다
- 1735린네 — 종은 창조된 그대로 불변이라는 분류 체계
- 1809라마르크 — 『동물철학』, 종이 변한다고 말하다
- 1859다윈 — 방향 없는 변이와 선택 (획득형질은 그도 믿었다)
- 1865멘델 — 유전이 알갱이임을 보이다
- 1889바이스만 — 쥐꼬리 실험과 생식질 이론
- 1937현대적 종합 — 라마르크식 유전이 공식적으로 빠지다
- 1940s리센코 — 소련에서 획득형질 유전이 국가 과학이 되다
- 1942워딩턴 — 후성유전이라는 말을 만들다 (발생을 설명하려고)
- 1953왓슨·크릭 — DNA 구조
- 2000s세대를 넘는 후성유전 표지가 보고되기 시작하다
남은 질문라마르크는 부당하게 조롱당했고, 동시에 정당하게 틀렸습니다. 두 문장은 함께 참입니다. 우리가 어떤 사람을 '틀린 사람'으로 분류하고 치워둘 때, 그가 옳았던 부분까지 같이 버리고 있지는 않을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