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K ATLAS· 과학 아틀라스

개념 풀이

사람은 무엇으로 남을까 — 정보는 모르던 것을 줄여 주는 양

사진, 목소리, 글, 누군가의 기억 속 나. 과학은 이것을 모두 정보라고 부릅니다. 정보는 모르던 것을 알게 해 주는 만큼이라서, 스무고개처럼 네·아니오 질문이 몇 번 필요한지로 잴 수 있습니다. 다만 이렇게 남긴 정보는 오래가지 못합니다. 사진은 바래고, 기억은 흐려집니다.

이 글이 꿰는 질문들 14분 분량갱신 2026-09-27

감독의 질문

영화를 준비하는 동안 이 생각이 오래 머물렀습니다. 원자가 흩어진다는 건 받아들일 수 있었습니다. 탄소 원자는 누구의 몸에 있었든 그저 탄소 원자니까요. 그런데 사진 속 얼굴과 녹음된 목소리는 여전히 거기 있었습니다. 누군가를 기억하는 일도 어쩌면 그 사람이 제 안에 조금 새겨지는 일일지 모릅니다. 물리학에서도 이것을 정보라고 부를 수 있을까요.

과학의 답 — 정보는 모르던 것을 줄여 주는 것

네, 전부 정보입니다. 그리고 과학에는 정보를 재는 방법까지 있습니다.

스무고개를 떠올려 보세요. 네, 아니오로만 답하는 질문을 하나 할 때마다 가능한 답이 절반으로 줄어듭니다. 질문 스무 개면 백만 가지 넘는 후보 가운데 하나를 골라낼 수 있습니다. 동전을 던져 앞인지 뒤인지 알게 되는 것도 네·아니오 대답 하나만큼 알게 된 것입니다. 과학자들은 이 대답 하나만큼을 재는 단위를 만들고 1비트라고 이름 붙였습니다. 컴퓨터가 모든 것을 0과 1로 저장하는 것도 같은 까닭입니다. 0과 1 한 자리가 곧 네·아니오 대답 하나이기 때문입니다. 그러니 정보는 모르던 것을 줄여 주는 양입니다. 정식 이름으로는 입니다.

도구 이진법 놀이판 — 스위치 여덟 개로 세는 법 스위치 여덟 개를 직접 켜고 끕니다. +1을 누르다 보면 자리올림이 눈에 보이고, 목표 숫자를 만들어 보고, 내 이름이 켜짐과 꺼짐의 줄로 바뀝니다. 읽어서 아는 것과 눌러서 아는 것은 다릅니다.

이렇게 보면 사진도 목소리도 글도 같은 저울에 올라갑니다. 휴대폰 사진 한 장은 수백만 비트, 노래 한 곡은 수천만 비트쯤입니다. 한 사람이 남긴 것들을 비트로 세어 볼 수도 있는 셈입니다.

그런데 이 정보들에는 약점이 있습니다. 읽을 수 있는 대신 사라집니다. 사진은 바래고 녹음 테이프는 늘어지고 기억은 흐려집니다. 물리학에는 반대로 절대 사라지지 않지만 읽을 수 없는 정보도 있습니다. 그 이야기는 6편에서 합니다.

같은 질문을 한 사람들

미국의 수학자 클로드 섀넌은 전화선으로 말소리를 어떻게 하면 덜 틀리게 보낼지를 고민하다가, 정보가 무엇인지를 처음으로 수학으로 정의했습니다. 섀넌이 보기에 정보는 뜻이 아니라 놀라움의 양이었습니다. 늘 맞히던 답은 알려 줘도 새로 아는 게 없고, 전혀 몰랐던 답일수록 많은 것을 알려 줍니다.

물리학자 존 휠러는 한 걸음 더 나아가, 모든 것이 정보에서 나온다는 말을 남겼습니다. 물질이 먼저 있고 거기에 정보가 담기는 게 아니라, 정보가 먼저일 수도 있다는 큰 질문입니다. 이건 증명된 과학이 아니라 한 물리학자의 상상입니다. 과학 아틀라스는 이런 말을 늘 그렇게 구분해서 적습니다.

여기부터 조금 더

아직 모르는 것

기억이 뇌 속 어디에 어떤 모양으로 저장되는지는 아직 다 밝혀지지 않았습니다. 알려진 것은, 기억이 사진처럼 한 번 찍혀 보관되는 게 아니라는 점입니다. 떠올릴 때마다 조금씩 다시 짜여 저장됩니다. 그래서 다른 사람의 기억 속 나는 원본이 아니라 그 사람이 여러 번 다시 짠 나입니다.

영화에서는

영화 속 물리학자 다비드는 이렇게 말합니다. 「하나의 삶은 패턴을 남길 수 있어.」 패턴은 배열이고, 배열은 정보입니다. 이 문장까지는 과학과 같은 말입니다.

영화에는 두 종류의 기억이 나옵니다. 이천 년 동안 수많은 사람의 말과 글을 거치며 다시 짜인 기억, 그리고 누구의 손도 타지 않은 기억. 떠올릴 때마다 다시 짜이는 것이 기억이라면, 둘이 다를 수밖에 없다는 것이 영화의 긴장을 만듭니다.

남은 질문내가 남길 비트 가운데, 남이 다시 짜지 않고 그대로 전해질 수 있는 것은 무엇일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