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념 풀이
지구를 돌리는 건 누구일까 — 지금 마시는 공기는 미생물이 만들었다
숨을 한 번 쉬어 보세요. 그 산소는 원래 지구에 없었습니다. 아주 오래전 어떤 세균이 햇빛으로 밥을 지어 먹으면서 내다 버린 찌꺼기입니다. 우리 세포 안에는 그때 들어온 세균의 후손이 아직 살고 있습니다. 시리즈의 마지막, 가장 큰 이야기입니다.
햇빛으로 밥을 짓는 법
아주 오래전 바다에 어떤 세균이 살았습니다. 입니다. 이 세균이 새로운 방법을 알아냈습니다. 햇빛을 받아 물을 쪼개고, 공기 중의 이산화탄소를 붙여 밥을 짓는 것입니다.
물을 쪼개면 남는 것이 있습니다. 산소입니다. 남세균에게 산소는 먹고 남은 쓰레기였습니다. 그것을 바다에 버렸고, 바다가 차자 하늘로 넘쳤습니다. 수억 년 동안요.
산소가 하늘에 쌓이자 또 하나가 생겼습니다. 높은 곳에서 산소가 햇빛을 맞아 이 됐습니다. 자외선을 막는 지붕입니다. 그 지붕이 생기고 나서야 생물이 물 밖으로 나와 땅에서 살 수 있게 됐습니다. 우리가 땅 위에 서 있는 것도 그 세균 덕입니다.
내 세포 안에 사는 남
산소가 흔해지자 그것을 독이 아니라 연료로 쓰는 세균이 나타났습니다. 산소로 밥을 태워 힘을 얻는 방법을 익힌 것입니다. 훨씬 많은 힘이 나왔습니다.
그리고 아주 이상한 일이 벌어졌습니다. 큰 세포 하나가 그 작은 세균을 삼켰는데 소화하지 못했습니다. 세균은 안에서 눌러앉아 숨 쉬는 일을 맡았고, 큰 세포는 자리와 먹을 것을 줬습니다. 둘이 하나가 됐습니다.
그 세균의 후손이 지금 우리 세포 하나하나 안에 삽니다. 미토콘드리아입니다. 자기 유전자를 아직 따로 갖고 있고, 세균처럼 둘로 갈라져 늘어납니다. 지금 숨 쉴 때마다 그들이 일합니다.
이 생각을 처음 말한 마굴리스는 논문을 열다섯 번 넘게 거절당했습니다. 세포는 하나의 생물이지 여럿이 합쳐진 것이 아니라는 게 상식이었습니다. 유전자를 읽을 수 있게 되자 답이 나왔습니다. 미토콘드리아의 유전자는 그 세포의 유전자보다 세균의 것과 더 닮아 있었습니다. 식물의 엽록체도 마찬가지였습니다. 엽록체는 그 옛날 남세균의 후손입니다.
공기를 흙으로 옮기는 일
또 하나 있습니다. 공기의 오분의 사는 질소입니다. 생물이 몸을 만들려면 질소가 꼭 필요합니다. 그런데 공기 중의 질소는 두 개가 아주 단단히 붙어 있어서 식물도 동물도 쓰지 못합니다. 바다 한가운데서 목마른 것과 같습니다.
이 단단한 것을 풀 수 있는 것은 몇몇 세균뿐입니다. 콩과 식물의 뿌리에는 혹이 달려 있는데, 그 안에 이 세균이 삽니다. 식물은 세균에게 밥을 주고 세균은 공기에서 질소를 따다 줍니다. 콩을 심은 밭이 기름져지는 이유입니다. 옛날 농부들이 왜 그런지는 몰라도 콩을 돌려 심었던 이유이기도 합니다.
사람은 20세기 초에야 이 일을 기계로 흉내 냈습니다. 그것이 비료가 되어 오늘 세계 인구의 절반쯤을 먹입니다. 세균이 수십억 년 해 온 일을 사람이 겨우 백 년 전에 따라 한 것입니다.
죽은 것을 흙으로
2편에서 썩는 것이 없으면 세상이 멈춘다고 했지요. 그 이야기를 이제 크게 해도 되겠습니다.
가을 낙엽, 쓰러진 나무, 죽은 동물. 이것들을 잘게 부수어 흙과 공기로 되돌리는 것이 세균과 곰팡이입니다. 그 흙에서 다시 풀이 자라고, 그 풀을 짐승이 먹습니다. 만약 이 일이 멈춘다면 숲은 낙엽에 파묻히고, 갇힌 양분이 돌지 않아 새 생명이 자랄 밑천이 사라집니다.
남세균 — 물을 쪼개고 버린 쓰레기
그 산소가 하늘에서 만든 지붕
세포 안에 사는 옛 세균의 후손
콩 뿌리혹의 세균이 공기에서 따 온다
죽은 것을 부수는 세균과 곰팡이
유산균·곰팡이·효모
여기부터 조금 더
우리가 잠깐이라는 것
지구의 나이를 하루로 줄여 보겠습니다. 자정에 지구가 생기면, 남세균이 산소를 만들기 시작한 것은 아침 여섯 시쯤입니다. 우리 같은 큰 생물은 밤 아홉 시가 넘어 나타납니다. 사람은 자정 몇 초 전입니다.
미생물은 하루의 거의 전부를 살았고, 그동안 공기를 갈고 흙을 만들고 물을 돌렸습니다. 우리는 그들이 차려 놓은 집에 마지막에 들어온 세입자입니다.
1편에서 우리는 300년 전에야 이웃이 있다는 걸 알았다고 했습니다. 우리 눈에 안 보였을 뿐, 그들은 처음부터 있었고 지금도 우리를 살립니다. 이 시리즈의 제목이 그 뜻입니다. 우리는 혼자 산 적이 없습니다.
여덟 편이 끝났습니다. 물 한 방울에서 시작해 지구까지 왔습니다. 그런데 아직 못 본 것이 남아 있습니다. 바다 밑 뜨거운 구멍에서 햇빛 없이 사는 무리, 소금 호수와 남극 얼음 속에서 사는 무리, 그리고 아직 이름도 못 붙인 수많은 무리. 미생물의 대부분은 실험실에서 키울 수 없어서, 우리는 아직 그들 얼굴을 거의 모릅니다.
남은 질문지구를 돌리는 일을 사실은 그들이 하고 있다면 — 이 별의 주인은 누구일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