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념 풀이
핵융합이 되면 전기가 공짜가 된다 — 넘치는 에너지로 할 수 있는 일과 없는 일
에너지가 무한하면 무엇을 하고 싶으냐는 질문에 사람들은 금을 만들고 물질을 창조하고 망가진 자연을 되살리겠다고 답합니다. 셋 중 하나는 진짜 되고, 하나는 되지만 헛되고, 하나는 에너지로 직접 하는 일이 아닙니다. 그리고 전기가 공짜가 된다는 말은 1954년에 이미 한 번 나왔다가 틀린 말입니다.
전기가 공짜가 된다는 말
이 말은 새것이 아닙니다. 1954년 미국 원자력위원회 위원장이 원자력 발전을 두고 우리 아이들은 계량기가 필요 없을 만큼 싼 전기를 쓰게 될 거라고 했습니다. 70년이 지났고, 계량기는 아직 있습니다.
틀린 이유는 간단합니다. 전기값에서 연료값은 일부입니다. 발전소를 짓는 돈, 돌리는 사람, 전선을 깔고 지키는 돈이 나머지입니다. 원자력은 연료가 아주 싼데도 전기가 공짜가 안 됐습니다. 핵융합도 같습니다. 바닷물이 공짜여도 발전소는 공짜가 아닙니다.
그러니 이 편의 질문은 공짜가 되면이 아닙니다. 지금보다 훨씬 싸지고 훨씬 많아지면입니다. 그건 충분히 있을 수 있는 일이고, 그것만으로도 달라지는 것이 많습니다.
지금 못 하는 일의 절반은 전기값 때문이다
환경 기술 가운데 방법을 몰라서 못 하는 것은 생각보다 적습니다. 방법은 아는데 전기가 너무 들어서 못 하는 것이 훨씬 많습니다. 세 가지만 보겠습니다.
- 물. 바닷물에서 소금을 빼면 민물이 됩니다. 방법은 오래전부터 압니다. 전기가 많이 들어서 물 부족한 나라도 마음껏 못 합니다.
- 비료. 지금 비료는 천연가스를 태워 만듭니다. 그 대신 전기로 만들 수 있습니다. 방법은 있는데 전기값 때문에 가스가 더 쌉니다.
- 농사. 실내 농장은 땅이 백분의 일이면 됩니다. 햇빛 대신 전등을 쓰기 때문에 전기가 많이 듭니다. 그래서 상추 같은 것만 합니다.
공기에서 이산화탄소를 빨아들이는 장치도 있습니다. 이미 돌아가는 것이 몇 곳 있습니다. 문제는 그 장치가 먹는 전기가 빨아들이는 탄소보다 더 많은 탄소를 낼 때가 있다는 것입니다. 전기가 깨끗하고 싸야만 뜻이 있는 기술입니다.
그래서 아마존은 어떻게 되나
방송에서 자연을 되살리겠다고 한 사람의 답이 여기서 갈립니다. 에너지로 숲을 직접 되살릴 수는 없습니다. 나무는 전기로 자라지 않습니다. 그런데 숲이 베이는 이유는 없앨 수 있습니다.
아마존이 베이는 이유는 농지와 목초지입니다. 위의 세 가지, 그러니까 물과 비료와 실내 농장이 싸지면 같은 먹을거리를 훨씬 좁은 땅에서 낼 수 있습니다. 농지가 남습니다. 남는 땅은 그냥 두면 숲이 됩니다. 사람이 심지 않아도 씨가 날아와 자랍니다. 30년이면 숲의 꼴이 됩니다.
여기부터 조금 더
그러면 무엇이 진짜이고 무엇이 과장인가
1954년에 이미 틀린 말입니다. 연료가 공짜여도 발전소와 전선과 사람은 공짜가 아닙니다. 훨씬 싸질 수는 있습니다.
수은이나 납 원자를 가속기로 때리면 금 원자로 바뀝니다. 실제로 됩니다. 그런데 한 번에 원자 몇 개이고, 그 몇 개를 만드는 데 드는 돈이 금값과는 비교도 안 됩니다. 에너지가 남아도 이 셈은 안 바뀝니다.
핵융합이 질량을 에너지로 바꾸는 것이니 거꾸로도 됩니다. 가속기에서 이미 합니다. 에너지를 모아 전자와 그 짝을 만듭니다. 그런데 그렇게 만드는 것은 알갱이 하나이지 물건이 아닙니다. 컵 하나 무게만큼 알갱이를 만들려면 세계가 한 시간 넘게 쓰는 전기가 통째로 듭니다. 그리고 만든 알갱이를 컵으로 조립하는 방법도 없습니다.
에너지로 직접은 못 합니다. 농지 수요를 없애면 땅이 남고, 남는 땅은 저절로 숲이 됩니다. 에너지가 하는 일은 그 앞 단계까지입니다.
전기를 만드는 데서 나오는 탄소는 전체의 절반이 안 됩니다. 시멘트와 철과 비행기와 소는 전기가 아닙니다. 다만 그것들도 전기가 싸지면 전기로 바꿀 길이 열립니다. 풀리는 것이 아니라 풀 수 있게 됩니다.
쓴 에너지는 결국 전부 열이 되어 땅과 바다와 공기로 갑니다. 지금 문제가 되는 온실 효과와는 다른 종류의 더위인데, 에너지 쓰는 양이 지금의 수십 배가 되면 그 열만으로도 지구가 더워집니다. 그리고 물질은 안 남습니다. 구리와 리튬은 핵융합이 만들어 주지 않습니다.
이 말은 어디서 왔나
에너지가 넘치면 세상이 바뀐다는 생각은 산업혁명 때부터 있었습니다. 석탄이 그랬고 석유가 그랬습니다. 실제로 세상이 바뀌기도 했습니다. 다만 공짜가 된 적은 한 번도 없습니다.
1954년의 그 말이 특별한 것은 정부가 공식으로 한 약속이라서입니다. 원자력이 처음 나왔을 때 사람들은 원자력 자동차와 원자력 비행기를 그렸습니다. 20년 뒤인 1970년대에 석유 값이 몇 배로 뛰면서 그 그림이 접혔습니다. 에너지는 늘 있다가도 없는 것이라는 것을 그때 배웠습니다.
그리고 카르노가 1824년에 적은 것이 여기서도 걸립니다. 열을 남김없이 일로 바꾸는 기계는 없습니다. 어떤 에너지든 쓰고 나면 열로 흩어지고, 그 열은 다시 못 모읍니다. 에너지가 아무리 많아도 이 한 줄은 안 바뀝니다. 그래서 낭비해도 된다는 말이 틀립니다.
대전에서
넘치는 에너지 쪽은 유성구의 케이스타입니다. 그런데 이 편에서 본 대로 에너지가 넘쳐도 그것을 물과 비료와 농지로 바꾸는 일은 따로 있습니다. 그 일을 하는 곳이 대전에 흩어져 있습니다. 화학연구원은 전기로 화학을 하는 쪽이고, 기계연구원은 담수화와 냉각 설비 쪽입니다. 지도에서 유성구를 열면 그 자리들이 있습니다.
이 일을 하는 사람이 되려면
- 바닷물을 민물로 바꾸는 설비를 만드는 사람 — 화학공학과 기계공학 쪽입니다. 중동과 싱가포르에서 이미 큰 산업입니다.
- 전기로 비료와 연료를 만드는 사람 — 전기화학 쪽입니다. 지금 가장 빨리 크는 분야 가운데 하나입니다.
- 실내 농장을 짓고 돌리는 사람 — 농업과 설비 쪽입니다. 식물을 아는 사람과 전등과 배관을 아는 사람이 같이 필요합니다.
- 공기에서 탄소를 빨아들이는 장치를 만드는 사람 — 화학공학 쪽입니다. 전기가 싸지는 순간 뜻이 생기는 자리입니다.
- 남는 땅에 숲을 돌려놓는 사람 — 산림과 생태 복원 쪽입니다.
다섯째 줄이 이 편의 뜻밖의 자리입니다. 에너지가 넘쳐서 농지가 남아도, 그 땅이 저절로 좋은 숲이 되지는 않습니다. 어떤 나무를 어디에 심을지, 무엇을 먼저 돌려놓아야 나머지가 따라오는지를 아는 사람이 있어야 합니다. 이 시리즈의 다른 편에서는 기술의 끝에 늘 식히는 사람이 있었는데, 이 편의 끝에는 삽을 든 사람이 있습니다. 산림 관련 학과와 조경 기술 자격이 그 길입니다. 핵융합이 성공하는 날 가장 바빠질 사람 가운데 하나입니다.
그래서
에너지가 넘치면 문제가 사라지는 것이 아니라 다른 문제로 바뀝니다. 전기값이 사라진 자리에 물질과 열과 땅의 문제가 들어섭니다. 구리는 여전히 귀하고, 쓴 에너지는 여전히 열이 되고, 숲은 여전히 사람이 돌려놓아야 합니다.
그래도 하나는 분명합니다. 지금 못 하는 환경 기술의 절반은 방법을 몰라서가 아니라 전기값 때문이고, 그 절반은 에너지가 싸지는 날 한꺼번에 풀립니다. 방송에서 자연을 되살리겠다고 한 사람의 답이 셋 중에 가장 가까운 답이었습니다. 다만 그 방식이 에너지로 숲을 고치는 것이 아니라 숲을 베는 이유를 지우는 것이라는 점만 다릅니다.
남은 질문에너지가 열 배 싸지는 날, 가장 먼저 사라질 직업과 가장 먼저 생길 직업은 무엇일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