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K ATLAS· 과학 아틀라스

개념 풀이

상온 초전도체가 나오면 세상이 바뀐다 — 영하 269도가 받치는 세 기술

2023년 여름, 한국에서 상온 초전도체를 만들었다는 논문이 나왔습니다. 주식이 뛰고 세계 연구소가 달려들었고, 몇 주 뒤 아니라는 답이 나왔습니다. 그런데 그 소동이 알려 준 것이 하나 있습니다. 핵융합과 양자컴퓨터와 병원 MRI가 같은 온도에서 산다는 것, 그리고 그 온도를 만드는 일이 세 기술의 공통 병목이라는 것입니다.

이 글이 꿰는 질문들 25분 분량갱신 2026-09-14

저항이 0이라는 것

전선에 전기를 흘리면 전선이 뜨거워집니다. 전기가 지나가는 길이 막혀서, 그 막힘이 열이 되기 때문입니다. 이 막힘을 저항이라고 합니다. 전기난로는 저항을 일부러 크게 만든 것이고, 전선은 저항을 줄이려고 굵게 만든 것입니다. 그래도 0은 아닙니다.

1911년 네덜란드의 오너스가 수은을 영하 269도까지 식혔더니 저항이 갑자기 사라졌습니다. 줄어든 것이 아니라 없어졌습니다. 그 안에 한 번 흘린 전류는 밖에서 밀어 주지 않아도 계속 돕니다. 몇 년을 지켜봐도 줄지 않습니다. 이것이 입니다.

그리고 하나 더 합니다. 초전도체는 자석을 밀어냅니다. 자석 위에 초전도체를 놓으면 공중에 뜹니다. 자기부상열차 사진에서 본 그것입니다.

왜 사라지나

전기가 흐른다는 것은 전자가 금속 안을 지나가는 것입니다. 금속 안은 원자들이 빽빽해서, 전자가 혼자 지나가면 자꾸 부딪힙니다. 붐비는 복도를 혼자 헤치고 가는 것과 같습니다. 부딪힐 때마다 열이 납니다.

아주 차가워지면 이상한 일이 생깁니다. 전자들이 둘씩 짝을 짓습니다. 그리고 짝을 지은 전자들이 전부 같은 걸음으로 함께 움직입니다. 혼자 헤치고 가는 것이 아니라 손을 잡고 줄을 지어 가는 것입니다. 줄을 지어 가면 부딪히지 않습니다. 부딪히지 않으니 열이 안 나고, 열이 안 나니 저항이 0입니다.

같은 온도에서 사는 세 기술

이 시리즈에서 본 것들을 한자리에 놓아 보겠습니다.

핵융합영하 269도

케이스타의 자석이 초전도입니다. 1억 도 플라스마를 붙잡을 만큼 센 자석은 보통 구리 코일로는 열 때문에 몇 초밖에 못 버팁니다. 하루 종일 돌리려면 저항이 0이어야 합니다.

양자컴퓨터영하 273도 근처

초전도 방식 큐비트는 초전도 고리 안에서 도는 전류입니다. 게다가 파도가 흐트러지지 않게 절대영도에 더 바짝 붙여야 해서, 셋 중 가장 차갑습니다.

병원 MRI영하 269도

사람 몸 안을 찍으려면 아주 센 자석이 필요하고, 그 자석이 초전도입니다. 병원마다 한 대씩 서 있는 초전도 장치입니다. 셋 중 유일하게 이미 일상에 들어온 것입니다.

세 기술이 다른 데서 태어나 다른 일을 하는데, 병목이 하나입니다. 영하 269도를 만들고 지키는 일입니다. 그리고 그 일은 한 가지 물질에 매달려 있습니다.

헬륨

영하 269도는 헬륨을 액체로 만든 온도입니다. 헬륨은 모든 물질 가운데 가장 낮은 온도까지 액체로 남습니다. 그래서 그보다 아래로 내려가려면 다른 방법이 없습니다. 액체 헬륨에 담그는 것뿐입니다.

그런데 헬륨은 지구에 귀합니다. 땅속 천연가스에 조금 섞여 있는 것을 뽑아내는데, 나는 나라가 몇 없습니다. 우리나라는 전량 수입합니다. 그리고 한 번 새어 나가면 공기보다 가벼워서 우주로 날아가고 다시 못 잡습니다. 케이스타도 양자컴퓨터도 병원도 이 귀한 것을 새지 않게 붙잡아 두는 데 사람을 씁니다.

여기부터 조금 더

그러면 무엇이 진짜이고 무엇이 과장인가

상온 초전도체가 나오면 전기 손실이 0이 된다절반

송전선에서 새는 전기는 전체의 몇 퍼센트입니다. 크지만 세상이 뒤집힐 숫자는 아닙니다. 진짜 값은 손실이 아니라 자석입니다. 얼리지 않아도 되는 센 자석이면 핵융합로와 MRI와 열차가 통째로 싸지고 작아집니다.

2023년 한국 논문은 상온 초전도체였다아니다

세계 여러 연구소가 같은 것을 만들어 봤고, 저항이 0이 되지 않았습니다. 논문에서 저항이 떨어진 것처럼 보인 것은 섞여 든 다른 물질 때문으로 밝혀졌습니다. 다만 그렇게 빨리 검증된 것 자체는 과학이 제대로 돌아간 예입니다.

초전도는 영하 269도에서만 된다아니다

1986년에 영하 196도, 그러니까 액체 질소 온도에서 되는 물질이 나왔습니다. 액체 질소는 헬륨보다 훨씬 싸고 흔합니다. 이 물질로 만든 전선이 이미 일부 도시 땅속에 깔려 있습니다.

상온 초전도체는 불가능하다조건부

어마어마한 압력을 걸면 영상 가까이에서도 된다는 보고가 있습니다. 압력 없이 되는 것은 아직 없습니다. 불가능하다는 증명도 없습니다.

초전도 자기부상열차가 곧 다닌다조건부

일본이 도쿄와 나고야 사이에 짓고 있습니다. 개통은 여러 번 미뤄졌습니다. 기술이 안 되어서가 아니라 땅과 돈 때문입니다.

이 발견은 어디서 왔나

초전도는 찾으려고 찾은 것이 아닙니다. 1900년 무렵 유럽에서는 누가 더 낮은 온도를 만드느냐는 경쟁이 있었습니다. 절대영도라는 바닥이 있다는 것을 켈빈이 알아냈고, 거기까지 얼마나 가까이 가느냐가 자존심이었습니다.

오너스가 1908년에 헬륨을 액체로 만들어 그 경쟁에서 이겼습니다. 그리고 그 액체 헬륨에 이것저것 담가 보다가 1911년에 수은의 저항이 사라지는 것을 봤습니다. 얼음 만들기 경쟁의 부산물이었던 셈입니다. 왜 그런지는 46년 뒤인 1957년에야 설명됐습니다. 위에서 본 전자가 짝을 짓는다는 이야기가 그것입니다.

그러니 이 기술은 백 년 넘게 만드는 중입니다. 현상은 1911년, 설명은 1957년, 액체 질소 온도는 1986년, 상온은 아직입니다.

대전에서

영하 269도를 만드는 곳이 대전 유성구에 둘 있습니다. 케이스타의 초전도 자석과 한국표준과학연구원의 양자컴퓨터입니다. 케이스타가 지어질 때 초전도 자석으로 만든 토카막은 세계에 없었고, 그 자석의 선을 감은 것은 토카막을 지어 본 적 없는 국내 회사였습니다. 그 경험이 지금 표준연의 냉장고 옆에 서 있습니다.

이 일을 하는 사람이 되려면

  1. 새 초전도 물질을 찾는 사람 — 물리학과 재료공학 쪽입니다. 2023년 소동의 한가운데 있던 사람들이고, 지금도 압력 없이 되는 물질을 찾고 있습니다.
  2. 초전도 선을 만드는 사람 — 재료공학 쪽입니다. 초전도 물질은 대개 잘 부서져서, 그것을 감을 수 있는 선으로 뽑는 것이 따로 기술입니다.
  3. 그 선을 감아 자석을 만드는 사람 — 전기공학과 기계공학 쪽입니다. 케이스타 자석을 감은 사람들입니다.
  4. 영하 269도를 만들고 지키는 사람 — 극저온 설비 쪽입니다. 이 시리즈에서 세 번째 나오는 자리입니다.
  5. 헬륨을 회수하는 사람 — 설비와 안전 관리 쪽입니다. 새어 나간 헬륨은 영영 못 찾습니다.

다섯째 줄이 이 편의 뜻밖의 자리입니다. 헬륨은 귀하고 한 번 새면 우주로 날아가는데, 큰 병원과 연구소는 쓴 헬륨을 다시 모아 액체로 되돌리는 장치를 둡니다. 그 장치를 돌보는 사람이 곧 그 기관의 초전도를 지키는 사람입니다. 배관과 압력과 가스를 다루는 일이라 공업고등학교의 배관과 가스 자격이 그대로 길이 됩니다. 핵융합 편과 인공지능 편에서 본 식히는 사람과 같은 자리이고, 이 시리즈에서 세 번째로 나옵니다. 세 번 나온다는 것은 우연이 아닙니다.

그래서

상온 초전도체는 아직 없고, 2023년의 그것도 아니었습니다. 그런데 그 소동이 보여 준 것이 있습니다. 핵융합과 양자컴퓨터와 MRI가 같은 온도에 매달려 있고, 그 온도를 만드는 데 헬륨과 사람이 든다는 것입니다. 그러니 상온 초전도체가 진짜로 나오는 날은 세 기술이 한꺼번에 가벼워지는 날입니다. 그 하나가 셋을 바꿉니다. 그래서 난리가 난 것입니다.

그날까지는 영하 269도를 만들고 지키는 사람이 세 기술의 밑에 있습니다. 만드는 중입니다.

남은 질문초전도는 얼음 만들기 경쟁에서 우연히 나온 부산물이었습니다. 지금 벌어지는 경쟁 가운데, 백 년 뒤에 그런 부산물을 남길 것은 무엇일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