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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념 풀이

세균, 바이러스, 곰팡이는 뭐가 다를까 — 감기에 항생제가 안 듣는 이유

미생물이라는 말은 그냥 '작은 생물'이라는 뜻입니다. 작다는 것 말고는 공통점이 없습니다. 세균은 한 칸짜리 집이고, 곰팡이는 실로 짠 집이고, 바이러스는 집이 아니라 편지입니다. 이 차이를 알면 감기에 항생제가 왜 안 듣는지가 저절로 보입니다.

이 글이 꿰는 질문들 14분 분량갱신 2026-09-06

이름 하나에 셋을 담았다

1편에서 만난 헤엄치는 것들, 2편에서 만난 김치의 유산균과 막걸리의 곰팡이와 효모. 우리는 이것들을 다 이라고 불렀습니다. 그런데 이 말은 그냥 '작은 생물'이라는 뜻입니다. 작다는 것 말고는 공통점이 없습니다.

미생물이라는 이름 안에는 크게 세 식구가 삽니다. 세균, 곰팡이, 바이러스. 셋은 서로 사람과 나무만큼 다릅니다. 하나씩 집을 들여다봅시다.

세균 — 한 칸짜리 집

은 세포 하나로 된 생물입니다. 방이 하나뿐인 집입니다. 그 한 방 안에 먹는 것, 숨 쉬는 것, 설계도까지 다 들어 있습니다. 먹을 것이 있으면 스스로 먹고, 커지면 둘로 갈라집니다.

갈라지는 속도가 무섭습니다. 조건이 좋으면 20분마다 두 배가 됩니다. 저녁에 한 마리가 아침에는 수십억이 될 수 있습니다. 상한 음식이 하룻밤에 못 먹게 되는 이유입니다. 물론 먹을 것이 떨어지면 멈춥니다.

모양은 세 가지입니다. 공 모양, 막대 모양, 꼬불꼬불한 모양. 김치의 유산균은 막대, 위 속 헬리코박터는 꼬불, 여드름균은 막대입니다.

곰팡이 — 실로 짠 집

는 세포 안에 따로 방이 있습니다. 설계도를 넣어 두는 방, 핵입니다. 이 점에서 곰팡이는 세균보다 오히려 사람에 가깝습니다. 사람 세포에도 핵이 있으니까요.

대개는 실처럼 길게 뻗으며 자랍니다. 빵에 핀 솜털이 그 실입니다. 그 실을 뭉치면 버섯이 됩니다. 버섯도 곰팡이 식구입니다. 막걸리의 누룩, 발가락의 무좀, 페니실린을 만든 푸른곰팡이가 다 여기 삽니다. 효모는 실을 안 뻗는 한 칸짜리 곰팡이입니다.

바이러스 — 집이 아니라 편지

는 세포가 아닙니다. 집이 아닙니다. 설계도 한 장을 껍질로 싼 것입니다. 편지에 가깝습니다. 먹지 않습니다. 자라지 않습니다. 혼자서는 늘어나지 못합니다.

그럼 어떻게 퍼질까요. 남의 집에 들어갑니다. 세포에 편지를 밀어 넣으면 세포가 그 설계도를 읽고 바이러스를 대신 만들어 줍니다. 세포는 공장이고 바이러스는 주문서입니다. 공장이 주문서대로 수천 장을 찍어 내면 세포가 터지고, 편지들이 다음 집으로 갑니다.

크기는 세균의 백분의 일쯤입니다. 세균이 축구공이면 바이러스는 완두콩입니다. 1편의 포목상 렌즈로는 볼 수 없었습니다. 1930년대 전자현미경이 나오고서야 얼굴을 봤습니다.

얼굴을 보기 전에 있다는 것을 먼저 알았습니다. 담뱃잎 병 때문이었습니다. 병든 잎의 즙을 세균이 못 지나가는 고운 필터로 걸렀는데, 거른 물이 여전히 병을 옮겼습니다. 세균보다 작은 무언가가 있다는 뜻이었습니다. 네덜란드 델프트, 포목상이 살던 그 도시에서였습니다.

세균집

방 하나. 스스로 먹고 둘로 갈라진다

곰팡이집

방이 여럿, 핵이 있다. 실처럼 뻗는다

바이러스집

집이 아니라 편지. 남의 집에서만 늘어난다

축구공크기 비유

세균

농구 골대크기 비유

곰팡이 세포

완두콩크기 비유

바이러스

세균한 칸짜리 집곰팡이실로 짠 집바이러스집이 아니라 편지공막대꼬불실과 포자효모막대형왕관형파지크기 견주기바이러스 · 완두콩세균 · 축구공곰팡이 세포 · 농구 골대
세 식구의 얼굴. 세균은 공·막대·꼬불 세 모양의 한 칸짜리 집, 곰팡이는 실을 뻗고 끝에 포자를 붓처럼 다는 집(효모는 실 없이 싹을 틔움), 바이러스는 동전을 쌓은 막대·왕관·달 착륙선 모양의 편지. 아래는 크기 견주기 — 바이러스가 완두콩이면 세균은 축구공, 곰팡이 세포는 농구 골대.

그래서 감기에 항생제가 안 듣는다

는 세균의 벽을 부수거나 세균 공장을 멈추는 약입니다. 세균에게는 벽과 공장이 있으니까 듣습니다. 바이러스에게는 벽도 공장도 없습니다. 부술 것이 없습니다.

감기, 독감, 코로나는 다 바이러스입니다. 항생제를 먹어 봐야 바이러스는 그대로고, 대신 장 속에서 밥을 나눠 먹던 이웃만 죽습니다. 그 이야기는 5편에서 합니다. 바이러스를 상대하는 약과 백신은 따로 있습니다. 7편입니다.

여기부터 조금 더

그럼 바이러스는 살아 있는 걸까

먹지 않고, 자라지 않고, 혼자서는 늘어나지 못합니다. 1930년대에 한 과학자는 바이러스를 소금처럼 결정으로 만들어 병에 담아 두었습니다. 몇 년 뒤 물에 풀었더니 다시 병을 옮겼습니다.

그래서 과학자들은 아직도 다툽니다. 바이러스는 생물 목록에 넣어야 할까, 빼야 할까. 이 질문은 사실 더 큰 질문의 문입니다. 살아 있다는 것은 무엇인가. 답은 아직 없습니다. 답이 없어도 되는 질문입니다.

이제 세 식구를 구별할 수 있게 됐습니다. 그런데 1편에서 보고 200년 동안 이들이 병을 일으킨다는 것을 몰랐다고 했지요. 그 200년의 끝에 손을 씻자고 말한 의사가 있었습니다. 아무도 안 믿었습니다. 다음 편입니다.

남은 질문먹지도 자라지도 않지만 늘어나는 것 — 살아 있다고 불러야 할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