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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념 풀이

썩는다는 건 무슨 일일까 — 김치와 막걸리는 누가 만드나

우유는 상하고 김치는 익습니다. 둘 다 그냥 두었을 뿐인데요. 사실 같은 일입니다. 미생물이 먹는 일입니다. 우리가 먹을 수 있게 되면 발효, 못 먹게 되면 부패라고 부를 뿐입니다. 김치통의 뽀글 소리와 넘치는 막걸리 이야기입니다.

이 글이 꿰는 질문들 15분 분량갱신 2026-09-05

썩는 것과 익는 것은 같은 일이다

먼저 답부터 말하면, 둘은 같은 일입니다. 1편에서 본 그 작은 이웃들이 먹는 일입니다. 우유 속 당을 먹고, 배추 속 당을 먹습니다. 먹으면서 신맛 나는 것, 냄새 나는 것, 기체를 내놓습니다.

차이는 누가 먹었느냐, 그리고 우리가 그 결과를 먹을 수 있느냐입니다. 사람이 먹어도 되는 쪽으로 가면 라고 부르고, 못 먹게 되면 부패라고 부릅니다. 미생물 입장에서는 둘 다 그냥 점심입니다.

김치통의 뽀글 소리

배추를 소금에 절입니다. 이것이 첫 번째 일입니다. 짠 곳에서는 대부분의 미생물이 못 버팁니다. 그런데 짠 것을 좋아하는 무리가 있습니다. 유산균입니다. 소금은 배추를 짜게 하려는 것이 아니라 손님을 고르는 문지기입니다.

문을 통과한 유산균이 배추와 무 속의 당을 먹습니다. 먹고 나서 신맛 나는 것을 내놓습니다. 김치가 시어지는 이유입니다. 그리고 기체도 내놓습니다. 뚜껑을 열 때 뽀글 소리, 톡 쏘는 맛이 그것입니다.

냉장고에 넣으면 왜 천천히 시어질까요. 유산균이 죽는 것이 아닙니다. 추워서 천천히 먹는 것입니다. 김치냉장고는 유산균의 식사 속도를 조절하는 기계입니다.

막걸리 — 한 항아리 안에서 두 번 일하는 술

포도주는 쉽습니다. 포도에는 당이 이미 있으니까요. 효모라는 작은 이웃이 그 당을 먹고 술과 기체를 내놓으면 끝입니다. 한 번이면 됩니다.

막걸리는 쌀로 만듭니다. 그런데 쌀에는 당이 없습니다. 녹말이 있습니다. 녹말은 당 알갱이가 길게 이어진 줄입니다. 는 그 줄을 못 먹습니다. 입이 작아서요. 그래서 막걸리에는 일꾼이 하나 더 필요합니다.

그 일꾼이 누룩입니다. 누룩은 밀을 뭉쳐 띄운 덩어리인데, 그 안에 곰팡이가 삽니다. 곰팡이는 녹말 줄을 당으로 잘게 잘라 줍니다. 그러면 효모가 그 당을 먹고 술을 만듭니다. 곰팡이가 자르고 효모가 먹는 것, 이 두 가지 일이 한 항아리 안에서 동시에 일어납니다. 포도주는 한 번, 막걸리는 두 번입니다.

김치일꾼

유산균 하나

막걸리일꾼

곰팡이 + 효모, 같은 항아리에서

된장일꾼

곰팡이 + 세균, 메주에서

빵일꾼

효모 — 기체가 반죽을 부풀린다

요구르트일꾼

유산균 — 우유가 굳고 시어진다

식초일꾼

초산균 — 술을 한 번 더 먹는다

막걸리는 살아 있는 술입니다. 병에 담긴 뒤에도 효모가 계속 먹습니다. 그래서 뚜껑을 열면 넘치고, 오래 두면 맛이 바뀌고, 유통기한이 짧습니다. 흔들면 뿌옇게 되는 것은 쌀 알갱이와 효모가 다시 떠오르는 것입니다. 뿌연 것을 마시는 술은 세계에 드뭅니다. 일꾼을 걸러내지 않고 같이 마시는 술입니다.

양조장에서 온 편지

1850년대 프랑스의 한 화학자에게 양조업자들이 찾아왔습니다. 술이 자꾸 시어진다는 것이었습니다. 그는 현미경으로 좋은 술과 시어진 술을 견주었습니다. 좋은 술에는 둥근 것이 있었습니다. 효모였습니다. 시어진 술에는 막대 모양이 섞여 있었습니다. 다른 이웃이 들어와 술을 먹고 신 것을 내놓은 것이었습니다.

여기서 그는 중요한 것을 알아냈습니다. 발효는 저절로 일어나는 화학 변화가 아니라 살아 있는 것이 하는 일이다. 그리고 상하는 것도 마찬가지다. 그럼 원하지 않는 이웃을 막으면 됩니다. 살짝 데워서 죽이면 됩니다. 우유팩에 적힌 '살균'이라는 글자가 이 사람 이름에서 왔습니다.

그런데 한 가지 더 남은 질문이 있었습니다. 그 이웃들은 어디서 오는 걸까요. 당시 사람들은 고깃국을 그냥 두면 그 안에서 저절로 생긴다고 믿었습니다. 그는 목이 백조처럼 굽은 플라스크로 이것을 끝냈습니다. 공기는 들어오지만 먼지는 굽은 목에 걸립니다. 국은 몇 달을 두어도 맑았습니다. 기울여서 국물을 목에 한 번 닿게 하자, 바로 상했습니다.

여기부터 조금 더

썩는 것이 없다면

썩는 것이 나쁜 일처럼 들리지만, 썩는 것이 없으면 세상은 멈춥니다. 가을에 떨어진 낙엽이 안 썩으면 숲은 낙엽에 파묻힙니다. 죽은 것들이 안 썩으면 흙이 안 생깁니다. 미생물은 죽은 것을 잘게 부수어 흙과 공기로 돌려줍니다. 그 흙에서 다시 배추가 자랍니다. 이 이야기는 마지막 편에서 크게 합니다.

김치의 유산균, 막걸리의 곰팡이와 효모, 우유를 상하게 한 세균. 이 편에서 이웃을 넷이나 만났습니다. 다 미생물이라고 불렀는데, 서로 얼마나 다를까요. 곰팡이와 세균은 사람과 나무만큼 다릅니다. 그리고 아직 안 나온 하나가 있습니다. 감기를 일으키는 그것, 바이러스입니다. 다음 편입니다.

남은 질문우리가 익힌다고 부르는 것이 사실은 미생물이 먹는 일이라면 — 김치를 만든 것은 사람일까요, 유산균일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