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념 풀이
날씨 — 내일은 맞히면서 다음 주는 왜 못 맞히나
우산을 챙긴 날은 비가 안 오고 안 챙긴 날은 옵니다. 예보가 엉터리라서가 아닙니다. 날씨에는 아무리 좋은 컴퓨터를 사도 넘을 수 없는 벽이 하나 있고, 그 벽을 알아낸 사람도 날씨를 계산하던 사람이었습니다.
날씨는 결국 공기가 움직이는 일이다
머리 위에 공기가 쌓여 있습니다. 눈에 안 보여도 무게가 있어서 우리를 누르고 있습니다. 이 누르는 힘이 입니다.
그런데 이 힘이 어디나 똑같지는 않습니다. 어떤 자리는 공기가 두껍게 쌓이고 어떤 자리는 얇게 쌓입니다. 그러면 공기는 많은 쪽에서 적은 쪽으로 흘러갑니다. 그 흐름이 바람입니다. 일기도의 동그란 줄이 촘촘한 자리가 바람이 센 자리입니다.
왜 어떤 자리는 두껍고 어떤 자리는 얇을까요. 해가 땅을 고르게 데우지 않기 때문입니다. 아스팔트와 논, 산과 바다가 다 다르게 데워집니다. 더 데워진 자리의 공기는 부풀어 가벼워져 위로 뜹니다. 이것이 입니다.
올라간 공기는 식습니다. 식으면 품고 있던 를 다 담아 둘 수 없어서 아주 작은 물방울로 맺힙니다. 그 방울이 모인 것이 구름입니다. 방울끼리 부딪쳐 커지면 더는 못 버티고 떨어집니다. 그게 비입니다. 여기까지가 입니다.
그런데 왜 사흘이 지나면 흐려지나
계산이라면 답이 하나로 나와야 할 것 같습니다. 실제로 하늘은 아주 분명한 법칙을 따릅니다. 그런데도 다음 주는 못 맞힙니다. 여기에 이 편의 놀라움이 있습니다.
어떤 사람이 컴퓨터로 날씨를 계산하고 있었습니다. 앞서 돌린 계산을 중간부터 다시 돌리려고 숫자를 종이에서 옮겨 적었습니다. 소수점 아래 몇 자리를 잘라 넣었을 뿐인데, 몇 달 뒤의 날씨가 완전히 다른 날씨로 나왔습니다.
처음의 아주 작은 차이가 시간이 갈수록 커지는 성질, 이것이 입니다. 법칙이 없어서가 아닙니다. 법칙은 분명한데도 그렇습니다.
글로 읽으면 잘 안 믿깁니다. 아래 판에서 직접 해 보세요. 오늘 아침 기온을 두 사람이 20.000도와 20.001도로 쟀다고 치고 각자 계산을 돌립니다. 두 사람이 잰 값을 더 비슷하게 만들수록 갈리는 날이 뒤로 밀릴 뿐, 없어지지는 않습니다.
도구 갈라지는 하늘 — 예보는 왜 사흘이 지나면 흐려질까 오늘 하늘을 거의 똑같은 조건으로 두 번 돌려 봅니다. 처음엔 겹쳐 가던 두 줄이 며칠 뒤에는 다른 날씨가 됩니다. 티끌만 한 차이가 어디서 갈라지는지, 그래서 예보가 왜 사흘을 넘기면 흐려지는지를 손으로 봅니다.이 한계를 인정하고 나서 나온 방법이 지금의 예보입니다. 한 번만 계산하지 않고, 오늘 아침을 잰 값을 아주 조금씩 다르게 해서 수십 번 계산합니다. 그중 몇 번에서 비가 왔는지를 셉니다. 그것이 강수확률입니다.
강수확률 60퍼센트는 그 지역의 60퍼센트에 비가 온다는 말이 아닙니다. 시간의 60퍼센트 동안 온다는 말도 아닙니다. 이런 조건이 열 번 있으면 여섯 번은 비가 온다는 뜻입니다. 예보관이 자신 없어서 확률로 말하는 것이 아니라, 확률이 정직한 답이기 때문에 그렇게 말합니다.
여기부터 조금 더
재는 일 — 하늘은 생각보다 덜 관측되어 있다
계산을 시작하려면 지금 하늘의 상태를 알아야 합니다. 땅 위에는 관측소가 촘촘하지만 하늘 위는 사정이 다릅니다.
- 지상 관측소 — 기온, 바람, 비, 기압. 전국에 수백 곳이 있고 대부분 무인입니다.
- 라디오존데 — 풍선에 작은 관측 장비를 매달아 날립니다. 올라가면서 높이별 기온과 바람과 습도를 보내다가 터집니다. 하루 두 번, 명절에도 날립니다.
- 기상레이더 — 전파를 쏘아 되돌아오는 것으로 빗방울의 위치와 움직임을 봅니다. 대개 산꼭대기에 있습니다.
- 기상위성 — 천리안 위성이 우리 하늘 위에 머물며 구름을 계속 내려다봅니다. 바다 위처럼 사람이 못 가는 곳을 여기서 메웁니다.
- 해양 관측 부이와 배 — 바다 위의 기압과 파도. 태풍이 오는 길목이 대부분 바다입니다.
- 여객기 — 하늘길을 오가며 높은 곳의 바람과 기온을 함께 재서 보냅니다.
이렇게 모아도 하늘 전체에 비하면 성깁니다. 앞에서 본 벽이 여기서 생깁니다.
계산하는 일 — 하늘을 칸으로 나눈다
하늘을 바둑판처럼 칸으로 나눕니다. 칸마다 지금의 기온과 바람과 습도를 적어 넣고, 공기가 따르는 법칙으로 조금 뒤의 값을 구합니다. 그것을 다시 조금 뒤로 밀고, 또 밀어 냅니다. 이것이 입니다.
칸을 작게 잡을수록 골짜기 하나와 산등성이 하나까지 담을 수 있어 정확해집니다. 그런데 칸을 반으로 줄이면 계산할 양은 열 배 넘게 늘어납니다. 그래서 기상청은 큰 슈퍼컴퓨터를 씁니다. 14편에서 본 그 기계입니다.
이 계산법을 만드는 일은 나라마다 하지 않습니다. 남의 것을 받아 쓰는 나라가 대부분입니다. 우리나라는 제주의 국립기상과학원을 중심으로 우리 손으로 만든 모형을 갖췄고, 지금 그것으로 예보합니다. 우리 지형과 우리 바다에 맞게 고칠 수 있다는 것이 남의 것을 쓸 때와 다른 점입니다.
태풍 진로 예보가 선 하나가 아니라 부채꼴로 그려지는 것도 같은 이야기입니다. 여러 번 계산한 결과가 벌어진 만큼이 그 부채꼴입니다. 날이 갈수록 넓어지는 것은 예보가 부실해서가 아니라 정직해서입니다.
사흘 뒤도 모르는데 백 년 뒤는 어떻게 말하나
자주 나오는 물음입니다. 답은 날씨와 기후가 다른 것이기 때문입니다.
주사위를 생각하면 쉽습니다. 다음 한 번에 몇이 나올지는 아무도 모릅니다. 그런데 천 번 던지면 평균이 얼마쯤 될지는 압니다. 날씨는 다음 한 번이고 기후는 천 번의 평균입니다. 다른 질문이라 답하는 방식도 다릅니다.
그리고 기후 쪽 계산에는 처럼 방향이 정해진 힘이 들어갑니다. 주사위를 살짝 기울여 놓은 셈이라, 한 번의 눈은 몰라도 평균이 어느 쪽으로 밀리는지는 말할 수 있습니다.
이 일을 하는 사람이 되려면
날씨를 다루는 자리는 예보관 하나가 아닙니다. 재는 사람, 계산하는 사람, 장비를 살려 두는 사람이 따로 있습니다.
- 예보관 — 대기과학입니다. 계산 결과를 놓고 마지막에 판단하는 사람입니다. 기계가 내놓은 여러 답 가운데 무엇을 말할지 정합니다.
- 모형을 만드는 사람 — 수학과 계산이 중심입니다. 하늘의 법칙을 컴퓨터가 풀 수 있는 형태로 옮깁니다.
- 관측 장비를 고치는 사람 — 산꼭대기 레이더와 무인 관측소를 살려 두는 일입니다. 눈 쌓인 산길을 올라가 발전기와 통신을 손봅니다. 이 사람들이 없으면 계산에 넣을 숫자 자체가 안 들어옵니다.
- 라디오존데를 날리는 사람 — 정해진 시각에 빠짐없이 날립니다. 태풍이 오는 날에 특히 더 날립니다.
- 위성 자료를 다루는 사람 — 위성이 보낸 것을 예보에 넣을 수 있는 숫자로 바꿉니다.
- 민간 기상 일 — 항공사, 해운사, 농업, 전력 회사가 각자 필요한 날씨를 삽니다. 기상기사 자격이 있고 기상감정이라는 일도 있습니다.
- 군과 공항의 기상 — 비행과 작전은 날씨가 곧 안전입니다.
셋째 줄이 이 분야의 뜻밖의 자리입니다. 기계나 전기를 다루는 사람이 갈 수 있는 길이고, 실제로 예보의 정확도는 이 사람들 손에 상당 부분 달려 있습니다. 아무리 좋은 슈퍼컴퓨터가 있어도 넣을 숫자가 없으면 아무것도 계산하지 못합니다.
가 볼 만한 곳도 흩어져 있습니다. 기상청이 세운 과학관이 대구와 밀양, 여수, 충주, 정읍에 있고, 서울에는 옛 관측소 건물에 만든 기상박물관이 있습니다. 여수의 것은 바다 날씨를 따로 다룹니다.
남은 질문우리는 확률로 말해 주는 예보를 어떻게 들어야 할까요. 여섯 번 중 네 번은 비가 안 왔다는 뜻이기도 한데 말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