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K ATLAS· 과학 아틀라스

개념 풀이

인공태양이라더니 결국 주전자 — 1억 도는 어떻게 전기가 되나

1억 도를 몇 초 유지했다는 소식은 여러 번 들었는데, 그래서 그 열이 어떻게 전기가 되는지는 아무도 말해 주지 않습니다. 답이 좀 허무합니다. 물을 끓입니다. 그런데 그 허무한 대목에 이 기술에서 가장 대답하기 곤란한 질문이 숨어 있습니다. 넣은 전기보다 나온 전기가 많기는 한가.

이 글이 꿰는 질문들 211분 분량갱신 2026-09-13

전기를 만드는 방법은 사실 거의 하나뿐이다

발전소를 떠올려 봅시다. 석탄, 가스, 중유, 원자력, 땅속 열. 태우는 것이 저마다 다릅니다. 그런데 그 뒤는 전부 똑같습니다. 물을 끓여 증기를 만들고, 그 증기로 커다란 바람개비를 돌립니다.

그 바람개비가 입니다. 축 끝에 발전기가 달려 있고, 그 안에서 자석과 코일이 서로 스치면서 전기가 생깁니다. 자전거 바퀴에 대는 발전기와 원리가 똑같습니다. 크기만 다릅니다.

핵융합도 예외가 아닙니다. 1억 도짜리 플라스마를 만들어 놓고 하는 일이 결국 물 끓이기입니다. 인공태양이라는 별명과 주전자 사이의 이 간격이 좀 허무하게 느껴지는데, 이 간격 안에 공학이 전부 들어 있습니다.

물을 끓이는 다섯 걸음

앞 편에서 붙고 나면 헬륨과 중성자가 나오고 그중 중성자만 밖으로 날아간다고 했습니다. 그 중성자가 장치의 벽을 때립니다. 때려서 벽을 상하게 하는데, 동시에 벽을 뜨겁게 만듭니다. 이 열이 우리가 쓰려는 열입니다.

  1. 벽 안쪽에 배관이 촘촘히 박혀 있고 그 안으로 물이 흐릅니다. 중성자에 얻어맞아 뜨거워진 벽의 열을 이 물이 받아 냅니다.
  2. 그런데 이 물은 끓지 않습니다. 백오십 기압쯤으로 세게 눌러 두기 때문입니다. 세게 누르면 물은 300도가 넘어도 끓지 못합니다.
  3. 그 뜨거운 물을 증기발생기라는 커다란 통으로 보냅니다. 통 안에는 가느다란 관 수천 개가 지나가고, 관 바깥에는 전혀 다른 물이 채워져 있습니다.
  4. 관 속의 뜨거운 물이 관 바깥의 물을 데웁니다. 바깥 물은 누르지 않았으니 그냥 끓습니다. 증기가 올라옵니다.
  5. 그 증기가 터빈으로 갑니다. 단단한 금속 날개가 층층이 달린 축인데, 증기가 날개 사이를 때리며 지나가면서 축을 돌립니다. 축 끝에 발전기가 붙어 있습니다.

그 벽에는 일이 하나 더 있습니다. 벽에 리튬을 섞어 두면, 날아온 중성자가 리튬을 때려 삼중수소로 바꿉니다. 삼중수소는 자연에 거의 없어서 어디선가 만들어야 하는 연료인데, 바로 그 자리에서 만들어지는 것입니다. 붙을 때 나온 중성자 한 알이 물도 끓이고 다음 연료도 만듭니다.

물이 왜 두 겹인가

이상하게 들립니다. 벽에서 데운 물을 바로 터빈으로 보내면 될 텐데, 왜 굳이 다른 물을 한 번 더 데워서 보낼까요.

안쪽 물은 중성자가 쏟아지는 자리를 돌고 온 물이기 때문입니다. 그런 물을 발전기가 있는 건물 쪽으로 내보낼 수는 없습니다. 그래서 안쪽 물과 바깥 물은 서로 손을 잡지 않습니다. 관 벽을 사이에 두고 열만 건네주고, 안쪽 물은 다시 벽으로 돌아갑니다. 같은 물이 갇힌 채로 계속 돕니다.

원자력발전소가 정확히 이 구조입니다. 7편에서 본 그 장치입니다. 핵융합 발전소를 짓는다는 것은 앞부분만 새것이고 뒷부분은 이미 수십 년 돌려 온 기계를 그대로 쓴다는 뜻이기도 합니다.

그리고 여기서 카르노가 말한 한계가 그대로 걸립니다. 열을 남김없이 일로 바꾸는 기계는 아무리 잘 만들어도 없습니다. 일부는 반드시 버려야 합니다. 발전소 옆의 냉각탑이나 옆을 흐르는 바닷물이 그 버리는 자리입니다. 핵융합 발전소도 마찬가지여서, 받아 낸 열의 절반 이상은 전기가 되지 못하고 버려지게 됩니다.

글로 읽으면 순서가 잘 안 그려집니다. 아래 판에서 직접 따라가 보세요. 벽을 때린 중성자에서 시작해 물과 증기와 터빈을 지나 콘센트까지 한 걸음씩 가 봅니다.

도구 1억도를 담는 그릇 — 핵융합은 왜 이렇게 어려울까 맨 위 1분 영상으로 한 번 훑고, 연료를 뽑는 데서 전기가 나오는 데까지 여섯 걸음을 움직이는 그림으로 따라가고, 수많은 원자핵이 든 통의 온도와 밀도를 직접 올려 보고, 태양과 케이스타를 나란히 돌려 봅니다. 온도만 올려서는 왜 안 되는지, 태양보다 왜 더 뜨거워야 하는지가 손에 잡힙니다.

여기부터 조금 더

넣은 전기와 나온 전기

1억 도는 저절로 되지 않습니다. 데우는 방법이 크게 셋입니다.

  1. 플라스마 자체에 전류를 흘립니다. 저항 때문에 뜨거워집니다. 전기난로와 같은 방식인데, 뜨거워질수록 저항이 줄어들어 어느 선을 넘으면 잘 듣지 않습니다.
  2. 전파를 쏘아 넣습니다. 전자레인지가 음식을 데우는 것과 비슷한 방식입니다.
  3. 아주 빠른 원자 다발을 밖에서 쏘아 넣습니다. 뜨거운 것을 던져 넣어 전체를 덥히는 셈입니다.

셋 다 전기를 잡아먹습니다. 그래서 핵융합 이야기에는 늘 배수가 따라다닙니다. 넣은 것의 몇 배를 냈느냐.

프랑스 남부에 여러 나라가 함께 짓고 있는 국제 실험로가 겨냥하는 목표는 열 배입니다. 5천만 와트를 넣어 5억 와트를 얻겠다는 것입니다.

그 장치가 케이스타보다 훨씬 큰 데는 이유가 있습니다. 플라스마를 가두는 힘은 장치가 클수록 좋아지는데, 그냥 좋아지는 것이 아니라 크기의 제곱으로 좋아집니다. 케이스타가 폭 10미터쯤이고 프랑스 장치는 30미터쯤입니다. 세 배 크면 아홉 배 잘 가둡니다. 영화에 나오는 손바닥만 한 원자로가 왜 어려운지도 여기서 풀립니다. 작게 만드는 것이 가장 나중에 되는 기술입니다.

미국에서 레이저로 융합에 성공했을 때가 이 차이를 보여 주는 좋은 예입니다. 목표물에 2메가줄을 넣어 3메가줄을 얻었다고 발표했습니다. 연료가 받은 것보다 더 내놓은 것이 처음이었으니 분명한 성과입니다.

그런데 그 레이저를 켜려고 콘센트에서 끌어다 쓴 전기는 300메가줄쯤이었습니다. 발전으로 치면 백 배쯤 모자랍니다. 그렇다고 의미가 없는 것은 아닙니다. 처음으로 문턱 하나를 넘은 것이고, 남은 백 배는 물리가 아니라 공학의 몫입니다.

점화 — 스스로 타기 시작하는 자리

여기에 희망이 하나 있습니다. 앞 편에서 헬륨은 전기를 띠어 자석에 붙잡혀 안에 남는다고 했습니다. 그 헬륨이 플라스마를 계속 데웁니다. 안에 켜 둔 난로인 셈입니다.

핵융합이 활발해질수록 이 난로가 커지고, 난로가 커질수록 밖에서 데워 줄 몫이 줄어듭니다. 이 안쪽 난로만으로 불이 유지되는 상태를 라고 합니다.

모닥불을 피울 때와 같습니다. 처음에는 신문지와 잔가지를 계속 넣어 줍니다. 그러다 어느 순간 장작 자체가 타기 시작하면 더 넣지 않아도 됩니다. 성냥을 치워도 되는 그 순간이 점화입니다.

자석으로 가두는 방식에서는 아직 아무도 여기에 이르지 못했습니다. 앞에서 본 레이저 쪽 실험이 그 문턱을 처음 넘었다고 발표된 것이고, 가두는 방식이 달라 곧바로 견주기는 어렵습니다.

남는 것은 없나

깨끗한 에너지라는 말을 자주 듣습니다. 절반만 맞습니다.

맞는 쪽부터 보면, 원자력발전소에서 나오는 사용후핵연료 같은 고준위 폐기물은 나오지 않습니다. 그리고 앞 편에서 본 대로 조건이 흐트러지면 반응이 그냥 꺼지므로 폭주할 구조가 아닙니다.

그런데 0은 아닙니다. 중성자를 오래 얻어맞은 벽과 구조물은 그 자체가 방사성을 띠게 됩니다. 수명이 다한 장치를 뜯어내면 중저준위 폐기물이 나옵니다. 연료의 하나인 삼중수소도 방사성 기체여서, 새어 나가지 않게 가두고 회수하는 일이 만만치 않습니다.

수소폭탄과 무엇이 다른가

같은 반응입니다. 수소를 붙이는 일이라는 점에서 똑같습니다. 그런데 방식이 정반대입니다.

수소폭탄

순식간에 전부를 한꺼번에 붙입니다. 그만한 온도를 만들려고 안에 원자폭탄을 먼저 터뜨립니다. 원자폭탄이 성냥이고 수소가 장작인 셈입니다.

같은 반응인데
핵융합 발전소

붙잡아 두고 조금씩 태웁니다. 방 안에 들어 있는 연료가 한 번에 몇 그램이 안 됩니다. 연료를 계속 넣어 줘야 겨우 타는 불이고, 뭔가 잘못되면 폭주가 아니라 그냥 꺼집니다.

앞 편에서 조건이 조금만 흐트러지면 꺼진다고 한 것이 여기서는 약점이 아니라 안전장치가 됩니다. 불을 붙이기 어렵다는 성질과 끄기 쉽다는 성질이 같은 성질입니다.

위험한 반응들의 공통점은 상온에서도 잘 일어난다는 것입니다. 우라늄은 중성자가 때리기만 하면 방 안 온도에서도 쪼개집니다. 그래서 너무 많이 일어나기 시작하면 멈추기가 어렵습니다. 핵융합은 반대입니다. 1억 도라야 겨우 일어나니, 무슨 일이 생겨 온도가 떨어지면 그 순간 그냥 멈춥니다. 장치가 깨지면 바깥 공기가 빨려 들어와 불이 꺼집니다. 물속에 상자를 짓고 그 안에 불을 피운 것과 같습니다. 상자가 깨지면 물이 들어와 꺼집니다.

달에 있다는 헬륨3는 무엇인가

자주 나오는 이야기입니다. 사실부터 정리하면, 달 표토에 헬륨3가 쌓여 있는 것은 맞습니다. 태양에서 날아온 바람이 수십억 년 동안 실어다 놓은 것입니다. 지구에는 거의 없는데, 지구는 자기장이 그 바람을 막아 주기 때문입니다.

그런데 케이스타도 프랑스의 국제 실험로도 헬륨3를 쓰지 않습니다. 중수소와 삼중수소를 씁니다. 그러면 왜 자꾸 달 이야기가 나올까요. 나오는 것이 다르기 때문입니다.

지금 방식

에너지의 대부분을 중성자가 들고 나갑니다. 전기가 없어 자석이 못 잡고 벽을 때립니다. 그래서 벽을 데워 물을 끓여야 합니다. 주전자가 필요한 이유입니다.

헬륨3를 쓰면
헬륨3 방식

나오는 것이 주로 전기를 띤 것입니다. 전기를 띤 것이 자석 사이를 빠져나가면 그 자체로 전류가 됩니다. 물을 끓이지 않고 바로 전기를 얻는 셈입니다.

주전자를 건너뛴다는 것. 사람들이 달에 눈길을 주는 진짜 이유가 이것입니다. 앞에서 본 카르노의 한계, 그러니까 열의 절반을 버려야 한다는 대목을 통째로 우회하는 길이니까요.

다만 셈이 만만치 않습니다. 헬륨3 방식은 훨씬 더 뜨거워야 합니다. 지금 방식이 1억 도대라면 그보다 몇 배입니다. 달 흙 속 농도도 지독하게 낮아서 어마어마한 양을 파서 데워야 합니다. 게다가 곁반응 때문에 중성자가 아예 안 나오는 것도 아닙니다. 먼 훗날의 후보로 두는 편이 정직합니다.

덧붙이면, 지금 사람들이 달 남극에서 실제로 노리는 것은 헬륨3보다 얼음입니다. 그러니까 물입니다. 물이 있으면 마실 것과 숨 쉴 것과 연료가 한꺼번에 풀립니다.

이 일을 하는 사람이 되려면

1편에서 본 사람들이 불을 붙이는 쪽이었다면, 이 편에 나오는 사람들은 그 불에서 전기를 꺼내는 쪽입니다. 서로 다른 자리입니다.

  1. 벽에서 열을 어떻게 받아 낼지 설계하는 사람 — 기계공학과 열유체 쪽입니다. 녹지 않으면서 열은 다 받아 내야 하는, 서로 밀어내는 두 조건을 동시에 맞춰야 합니다.
  2. 증기발생기와 터빈을 다루는 사람 — 발전 설비 쪽입니다. 지금 화력과 원자력 발전소에서 하는 일과 거의 같습니다.
  3. 삼중수소를 가두고 회수하는 사람 — 화학공학과 방사선 관리 쪽입니다. 새는 것을 막는 일이 곧 안전이고 곧 연료 확보입니다.
  4. 발전소를 실제로 돌리는 사람 — 발전 기술직입니다. 계기판을 읽고 밸브를 여닫고 설비를 정비합니다. 전기기사나 에너지관리기사 같은 자격이 그대로 길이 됩니다.
  5. 안전을 심사하고 감시하는 사람 — 규제 쪽입니다. 만드는 곳과 감시하는 곳이 나뉘어 있어야 한다는 원칙이 여기에도 적용됩니다.

넷째 줄이 이 편의 뜻밖의 자리입니다. 언젠가 핵융합 발전소가 실제로 서면, 그 안에서 날마다 일하는 사람의 다수는 물리학자가 아니라 발전소를 돌려 본 사람일 것입니다. 지금 화력발전소와 원자력발전소에서 쌓는 경력이 그때 그대로 쓰입니다. 공업고등학교에서 배우는 전기와 계측과 배관이 끊기지 않고 이어지는 길입니다.

가 볼 만한 곳은 대전 유성구의 한국핵융합에너지연구원입니다. 요일을 정해 견학 프로그램을 운영하니 미리 확인하고 가면 됩니다. 케이스타 본체를 유리 너머로 봅니다.

그래서 언제 쓰나

정직하게 말하면, 핵융합은 내일의 답이지 오늘의 답이 아닙니다. 다만 내일이 언제냐는 두 가지를 갈라서 말해야 합니다. 핵융합으로 전기를 처음 만들어 보는 것과, 발전소가 그 전기를 팔기 시작하는 것은 다른 일입니다.

앞의 것을 케이스타를 책임지는 사람은 2030년대로 잡습니다. 그때쯤 핵융합으로 만든 전기를 실생활에서 한번 써 보고, 2040년대 안에 시범 발전소의 윤곽을 보이겠다는 목표입니다. 뒤의 것, 그러니까 전기를 파는 상용 발전소는 국제적으로 대체로 2050년대 이후로 봅니다. 지금 학교에 다니는 아이가 어른이 되어서야 그 발전소를 보게 됩니다.

오늘의 답은 다른 데 있습니다. 덜 쓰는 것, 태양광과 풍력, 그리고 이미 돌아가고 있는 원자력입니다. 핵융합은 그 사이에 만들어 두는 것입니다.

그러니 지금 케이스타에서 하는 일은 발전소를 짓는 일이 아닙니다. 언젠가 지을 사람들에게 넘겨줄 답을 하나씩 만들어 두는 일에 가깝습니다. 벽을 무엇으로 만들지, 자석을 어떻게 식힐지, 흐트러지는 플라스마를 어떻게 붙잡을지. 그 답이 모여야 첫 발전소가 섭니다.

마지막으로 하나. 플라스마가 붙잡기 어려운 이유는 물과 공기의 움직임에 전기와 자석의 힘까지 겹쳐 있어서 계산이 지독하게 복잡하기 때문입니다. 그런데 이 복잡한 문제를 최근에 인공지능이 풀기 시작했습니다. 흐트러지려는 플라스마를 인공지능이 실시간으로 잡아 주는 연구가 이미 나오고 있습니다. 인공지능은 전기를 어마어마하게 먹고, 핵융합은 그 전기를 만들 후보이고, 핵융합은 인공지능이 있어야 붙잡힙니다. 서로가 서로를 필요로 하는 사이입니다.

남은 질문이 기술은 지금 만드는 사람들이 쓰지 못할 기술입니다. 그래도 만들어야 한다면, 그 이유는 무엇일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