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념 풀이
양자컴퓨터 — 켜짐도 꺼짐도 아닌 스위치
이 시리즈는 '컴퓨터가 아는 것은 켜짐과 꺼짐 두 가지'로 시작해 그 문장이 끝까지 변하지 않았다로 닫혔습니다. 그 문장을 깨는 기계가 지금 만들어지고 있습니다. 비트가 확률로 움직인다는 말이 무슨 뜻인지, 그 기계가 무엇을 하고 무엇을 못 하는지.
공중에 떠서 도는 동전
동전을 위로 던집니다. 손바닥에 떨어져 멈추기 전까지, 공중에서 도는 동전은 앞면일까요 뒷면일까요. 둘 다 아닙니다. 아직 정해지지 않았습니다. 다만 앞면이 나올 가능성 얼마, 뒷면이 나올 가능성 얼마가 있을 뿐입니다.
큐비트는 이 '공중에 뜬 상태'를 가질 수 있는 스위치입니다. 켜짐 쪽으로 70%쯤 기울고 꺼짐 쪽으로 30%쯤 기운, 그런 상태로 있을 수 있습니다. 이것을 이라고 부릅니다.
그러니까 이렇게 말할 수 있습니다. 비트는 답을 저장합니다. 큐비트는 답의 가능성을 저장합니다.
가능성끼리 서로 지워진다
여기까지만이면 큐비트는 그냥 확률이 붙은 스위치, 주사위와 다를 게 없습니다. 진짜 이상한 점은 다음입니다.
동전은 몇 번을 뒤집어도 앞뒤 반반입니다. 그런데 꺼짐인 큐비트를 '반 돌려서' 반반으로 만들고, 한 번 더 반 돌리면 — 처음의 꺼짐으로 돌아옵니다. 항상요. 동전이라면 있을 수 없는 일입니다.
양자컴퓨터란 이 지우기를 계산에 쓰는 기계입니다. 문제의 답 후보들을 큐비트에 가능성으로 펼쳐 놓고, 돌림의 순서를 잘 짜서 틀린 답으로 가는 가능성끼리 서로 지워지고 맞는 답의 가능성만 남게 만든 다음, 마지막에 한 번 봅니다.
흔히 '모든 답을 동시에 계산해서 빠르다'고 설명합니다. 절반만 맞습니다. 동시에 펼쳐지긴 하지만, 읽으면 하나만 나옵니다. 그냥 읽으면 아무 답이나 튀어나옵니다. 진짜 재주는 펼치는 것이 아니라 지우는 것이고, 지우기가 잘 되는 모양의 문제에서만 빠릅니다.
도구 큐비트 놀이판 — 켜짐도 꺼짐도 아닌 스위치 판 네 개를 순서대로 따라 합니다. 큐비트를 기울이고, 반 돌리고, 묶고, 마지막에는 상자 네 개 중 보물을 양자컴퓨터 방식으로 한 번에 찾아봅니다. 누를 때마다 방금 한 일의 뜻이 적힙니다. 중학생 눈높이.둘을 묶으면
큐비트 두 개를 특별한 방식으로 묶을 수 있습니다. 묶고 나면 하나를 보는 순간 다른 하나가 정해집니다. 둘 사이가 방 하나든 대륙 하나든 상관없이요. 이것이 입니다. 아인슈타인이 '유령 같다'며 못 믿었고, 반세기 뒤 실험이 진짜라고 판결했습니다.
2편에서 스위치가 하나 늘 때마다 담을 수 있는 수가 두 배가 된다고 했습니다. 큐비트도 그렇습니다. 다만 비트 8개는 256가지 중 하나를 담고, 묶인 큐비트 8개는 256가지 가능성을 한꺼번에 한 상태에 담습니다. 300개면 관측 가능한 우주의 원자보다 많은 가능성입니다. 보통 컴퓨터가 흉내 낼 수 없는 자리가 여기서 나옵니다.
어디서 온 생각인가
1981년 한 물리학자가 이렇게 말했습니다. 자연은 양자 규칙으로 돌아가는데 보통 컴퓨터는 그걸 흉내 내려면 힘이 너무 든다. 자연을 흉내 내려면 자연과 같은 규칙으로 도는 기계가 필요하다. 양자컴퓨터라는 생각의 출발점입니다.
그 뒤로도 십여 년 동안 이 기계는 사고실험이었습니다. 무엇에 쓸지 아무도 보이지 못했으니까요. 1994년, 한 수학자가 종이 위에서 증명합니다. 이 기계라면 큰 수를 소수의 곱으로 쪼개는 일을 압도적으로 빨리 할 수 있다. 그 문제가 하필 인터넷 암호의 기둥이었습니다.
여기부터 조금 더
무엇을 할 것인가, 무엇을 못 하는가
양자컴퓨터가 보통 컴퓨터를 대체하는 일은 없을 것입니다. 이메일, 문서, 게임, 영상 — 이런 일에는 이득이 없습니다. 6편의 GPU가 그림 모양의 일만 맡았듯, 양자컴퓨터는 지우기가 잘 되는 모양의 일만 맡는 세 번째 일꾼이 될 겁니다.
약, 비료 촉매, 배터리 재료 — 자연이 양자라서 양자로 흉내 내야 맞는다
지금 자물쇠를 열 수 있다 — 그래서 세계는 이미 새 자물쇠로 갈아타는 중
수많은 경우 중 최선을 찾는 일 — 물류, 설계, 일부 인공지능 계산
이메일 · 문서 · 게임 · 영상 — 지우기 모양이 아니라 이득이 없다
왜 아직 못 쓰나
큐비트는 너무 예민합니다. 조금의 열, 작은 진동, 지나가는 전파 하나에도 '공중에 뜬 상태'가 깨져 그냥 켜짐이나 꺼짐으로 떨어져 버립니다. 그래서 큐비트는 우주 공간보다 차가운 냉장고 안에 삽니다. 그래도 몇 분의 1초를 못 버팁니다.
5편에서 본 검산 숫자가 여기서도 필요한데, 훨씬 비쌉니다. 큐비트 하나를 믿을 만하게 지키는 데 큐비트 수백에서 수천 개가 든다는 계산입니다. 지금 있는 기계는 1편의 진공관 시대 컴퓨터쯤입니다. 방 하나를 채우고, 하루가 멀다 하고 어딘가가 나가고, 그러나 원리는 이미 돌고 있는.
시리즈의 첫 문장으로 돌아갑니다. 컴퓨터가 아는 것은 켜짐과 꺼짐, 두 가지. 큐비트는 그 두 가지 사이를 압니다. 그리고 우리가 보는 순간 다시 두 가지 중 하나로 돌아옵니다. 아는 것은 여전히, 그것을 읽는 우리입니다.
남은 질문보기 전까지는 답이 여럿인 기계 — 그 기계의 답은 언제 답이 됩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