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K ATLAS· 과학 아틀라스

개념 풀이

컴퓨터는 사실 아무것도 모른다 — 스위치 수백억 개

지금 이 글을 보여주고 있는 컴퓨터는 이 글을 읽을 수 없습니다. 컴퓨터가 아는 것은 딱 두 가지, 켜짐과 꺼짐뿐입니다. 그런데 그 두 가지로 여기까지 왔습니다.

이 글이 꿰는 질문들 13분 분량갱신 2026-08-28

전등 스위치를 생각해보세요. 켜져 있거나 꺼져 있거나, 둘 중 하나입니다. 컴퓨터는 그 스위치를 아주아주 많이 모아놓은 것입니다.

얼마나 많이냐면, 손톱만 한 칩 하나에 수백억 개가 들어 있습니다. 지구에 사는 사람 수보다 많은 스위치가 손톱 위에 있는 겁니다.

스위치가 스위치를 누른다

그런데 벽의 전등 스위치와 결정적으로 다른 점이 하나 있습니다. 벽 스위치는 사람 손가락이 눌러야 합니다. 컴퓨터 속 스위치는 전기가 누릅니다.

스위치 하나가 켜지면 그 전기가 다음 스위치를 켜고, 그 스위치가 또 다음을 켭니다. 도미노처럼요. 사람 손 없이 스위치들이 서로를 켜고 끄는 것, 그게 컴퓨터가 하는 일의 전부입니다.

이 '전기로 눌리는 스위치'를 만드는 게 오랫동안 숙제였습니다. 처음에는 진짜 금속 조각이 딸깍거리며 움직였습니다. 느리고 시끄러웠습니다. 다음에는 전구를 닮은 유리관을 썼습니다. 빨랐지만 뜨겁고 잘 터졌습니다. 초기 컴퓨터는 방 하나를 가득 채우고도 하루가 멀다 하고 어딘가가 나갔습니다.

1947년 겨울, 손톱보다 작은 돌멩이 같은 부품이 그 자리를 대신하게 됩니다. 움직이는 부분이 없고, 뜨겁지 않고, 거의 닳지 않는 스위치. 트랜지스터입니다.

여기부터 조금 더

그런데 스위치로 어떻게 '계산'을 하나

여기가 제일 신기한 대목입니다. 스위치 몇 개를 이어 붙이는 방법을 바꾸면, 판단 비슷한 것이 생깁니다.

'그리고' 배선

스위치 두 개를 한 줄로 이으면, 둘 다 켜져야 끝의 불이 켜집니다. '비가 오고 그리고 우산이 없다'처럼, 두 조건이 모두 참일 때만 반응하는 부품이 됩니다.

바꿔 이으면
'또는' 배선

스위치 두 개를 나란히 이으면, 하나만 켜져도 불이 켜집니다. '엄마가 부르거나 또는 아빠가 부른다'에 반응하는 부품입니다.

'그리고', '또는', '아니다'. 이 세 가지 배선이 생각의 최소 부품입니다. 이걸 수십억 개 쌓으면 더하기가 되고, 더하기를 쌓으면 곱하기가 되고, 그 위에 글자가, 그림이, 소리가 올라갑니다.

놀라운 것은 순서입니다. 이 사실은 컴퓨터가 발명되기 백 년 전에 먼저 나왔습니다. 기계가 아니라 종이 위에서요. 아일랜드의 한 독학 수학자가 '생각에도 계산 규칙이 있다'는 것을 보였고, 그때는 아무 쓸모가 없어 보였습니다.

백 년 뒤, 스위치를 어떻게 이어야 할지 고민하던 사람들이 그 낡은 책을 다시 폈습니다.

그런데 스위치는 켜짐과 꺼짐, 두 가지뿐입니다. 두 가지밖에 없는 것으로 어떻게 세상의 숫자를, 글자를, 사진을 담을까요. 다음 편은 거기서 시작합니다.

남은 질문스위치 수백억 개가 서로를 켜고 끄는 것이 전부라면, '컴퓨터가 안다'는 말은 도대체 무슨 뜻일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