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념 풀이
플로지스톤 — 방향만 반대였던 100년
장작이 타면 재만 남고 가벼워집니다. 무언가 빠져나간 것이 분명해 보이죠. 그 무언가에 이름을 붙인 이론이 100년 동안 화학이었습니다. 그것은 틀렸는데, 틀린 방식이 흥미롭습니다. 관계는 맞았고 방향만 반대였습니다.
이 시리즈는 틀린 이론을 구경거리로 늘어놓는 자리가 아닙니다. 왜 그럴듯했는지, 무엇을 남겼는지, 그리고 무엇이 그것을 무너뜨렸는지를 봅니다.
타는 것은 무슨 일인가
지금은 답이 뻔해 보입니다. 그런데 18세기 초에는 이것이 화학에서 가장 큰 물음이었습니다.
불에 닿으면 어떤 것은 타고 어떤 것은 안 탑니다. 탄 것은 전혀 다른 물질이 됩니다. 나무는 재가 되고, 쇠는 붉은 가루가 되고, 그 가루를 숯과 함께 구우면 다시 쇠가 됩니다. 무엇이 오가는 걸까요.
1703년, 게오르크 슈탈이 답을 내놓습니다. 잘 타는 것 안에는 불의 성분이 들어 있고, 탄다는 것은 그것이 빠져나가는 일이다. 그리스어로 '태워진'이라는 말에서 이름을 따 이라 불렀습니다.
이 이론이 얼마나 잘 맞았는가
여기가 이 이야기의 핵심입니다. 플로지스톤설은 어설픈 미신이 아니었습니다. 당시의 거의 모든 관찰을 깔끔하게 설명했습니다.
- 유리종을 덮으면 촛불이 꺼진다 — 갇힌 공기가 플로지스톤으로 가득 차 더는 받아들이지 못하기 때문이다.
- 숯은 거의 남김없이 사라진다 — 숯은 거의 순수한 플로지스톤 덩어리이기 때문이다.
- 금속 재를 숯과 함께 구우면 금속이 돌아온다 — 숯의 플로지스톤이 재로 옮겨 가기 때문이다.
- 밀폐된 방에서 촛불이 꺼질 때쯤 쥐도 죽는다 — 숨 쉬는 일과 타는 일이 같은 종류의 일이기 때문이다.
그런데 금속은 무거워진다
문제는 처음부터 알려져 있었습니다. 쇠를 태우면 붉은 가루가 되는데, 그 가루가 원래 쇠보다 무겁습니다.
빠져나갔는데 무거워질 수는 없습니다. 그런데 이 이론은 살아남았습니다. 살아남은 방식이 흥미롭습니다.
- 플로지스톤은 음의 무게를 가진다. 그래서 빠져나가면 무거워진다.
- 플로지스톤은 무게가 아니라 부력을 가진다. 풍선처럼 물체를 들어 올리고 있었던 것이다.
- 무게는 그리 중요한 성질이 아니다. 중요한 것은 성질의 변화다.
여기부터 조금 더
플로지스톤을 끝낸 것은 새로운 관찰이 아니었습니다. 금속이 무거워진다는 사실은 이미 100년 전부터 알려져 있었으니까요.
끝낸 것은 저울이었습니다.
전부 재본 사람
1770년대, 앙투안 라부아지에는 남들이 안 하던 일을 했습니다. 반응 전과 후의 무게를 빠짐없이 잰 것입니다. 나온 물질만이 아니라 그릇과 공기까지 포함해서요.
밀폐된 그릇 안에서 금속을 태웠습니다. 금속은 무거워졌습니다. 그런데 그릇 전체의 무게는 조금도 변하지 않았습니다. 그리고 금속이 늘어난 만큼 정확히, 그릇 안 공기가 줄어 있었습니다.
같은 기체, 다른 세계
흥미로운 것은 산소를 먼저 만든 사람이 라부아지에가 아니라는 점입니다.
조지프 프리스틀리는 1774년에 그 기체를 얻어냈습니다. 그 안에서 촛불이 유난히 밝게 타고 쥐가 오래 살아남는 것도 확인했습니다. 스웨덴의 셸레는 더 먼저 얻었고요.
그런데 프리스틀리는 그것을 탈플로지스톤 공기라고 불렀습니다. 플로지스톤이 이미 빠져나간 공기라서 남의 것을 잘 받아들인다고 읽은 겁니다.
프리스틀리는 죽을 때까지 플로지스톤을 버리지 않았습니다. 그는 라부아지에의 실험을 알고 있었고, 그럼에도 바꾸지 않았습니다.
새로운 과학적 진리는 반대자를 설득해서 이기지 않는다. 반대자들이 결국 죽고, 새 진리에 익숙한 세대가 자라나서 이긴다.막스 플랑크
무엇이 남았는가
플로지스톤은 없습니다. 그런데 그것이 남긴 것이 없다고 하면 사실이 아닙니다.
플로지스톤을 잃는다 = 산소와 결합한다. 주고받는 짝이라는 구조는 그대로 살아남았다
타는 일과 숨 쉬는 일이 같은 종류라는 통찰은 플로지스톤 쪽에서 먼저 나왔다
무게를 따지기 시작한 것이 이 이론을 무너뜨렸다
그리고 라부아지에
그는 화학을 바꾸어놓고 20년 뒤 단두대에서 죽습니다. 세금 징수 청부업에 관여했다는 이유였습니다. 1794년, 쉰 살이었습니다.
그 머리를 베는 데는 한순간이면 족했지만, 같은 머리를 다시 얻으려면 백 년으로도 모자랄 것이다.라그랑주
- 1662보일 — 기체를 재기 시작하다
- 1703슈탈 — 플로지스톤설을 세우다
- 1774프리스틀리 — 산소를 얻고 탈플로지스톤 공기라 부르다
- 1783라부아지에 — 물이 원소가 아님을 보이다
- 1789라부아지에 — 저울로 플로지스톤을 끝내다
- 1794라부아지에, 단두대에서 죽다
남은 질문플로지스톤은 100년 동안 맞는 예측을 내놓았습니다. 관계를 바르게 붙들고 방향만 반대로 쥐고 있었죠. 지금 우리가 옳다고 여기는 것 가운데 그런 것이 있다면, 무엇이 그것을 알려줄까요? 이 시대의 저울에 해당하는 것은 무엇일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