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K ATLAS· 과학 아틀라스

개념 풀이

누리호 — 우리가 넘은 것은 무엇이었나

앞 편에서 로켓이 사려는 것은 높이가 아니라 속도라고 했습니다. 그 속도를 내는 기계는 어떻게 생겼을까요. 왜 산소까지 싣고 가야 하고, 왜 엔진을 넷이나 묶었고, 왜 하필 고흥에서 남쪽 바다를 향해 쏘는지. 그리고 나로호와 무엇이 달랐는지 봅니다.

이 글이 꿰는 질문들 24분 분량갱신 2026-09-09

산소를 싣고 간다

답은 간단합니다. 산소도 같이 싣고 갑니다.

비행기 엔진은 공기를 빨아들여 그 안의 산소로 연료를 태웁니다. 그래서 공기가 없는 높이로는 못 올라갑니다. 로켓은 다릅니다. 태울 연료와 태우는 데 필요한 산소를 둘 다 통에 담아 갑니다. 누리호에는 등유 비슷한 연료가 든 통과 아주 차갑게 식혀 액체로 만든 가 든 통이 따로 들어 있습니다.

엔진 하나로는 모자랐다

누리호 1단에는 75톤급 엔진이 네 개 들어 있습니다. 하나로 300톤짜리를 만드는 대신 75톤짜리 넷을 묶은 것입니다.

묶는 쪽이 쉬워 보이지만 그렇지 않습니다. 네 개가 정확히 같은 순간에 불이 붙어야 하고, 힘도 똑같이 나와야 합니다. 한쪽이 조금 세면 로켓이 기울어집니다. 게다가 네 개가 함께 떨리면서 서로를 흔드는 일이 생깁니다. 이 떨림 때문에 로켓이 부서지기도 합니다.

2단에는 같은 75톤 엔진이 하나, 3단에는 훨씬 작은 7톤 엔진이 하나 들어갑니다. 위로 갈수록 밀어야 할 무게가 줄어드니 엔진도 작아집니다. 3단이 하는 일은 밀어 올리는 것이 아니라 마지막 속도를 정확히 맞춰 주는 것입니다.

여기부터 조금 더

나로호와 무엇이 달랐나

우리나라의 앞선 발사체는 나로호였습니다. 나로호는 1단을 러시아에서 사 왔고 우리는 위쪽 작은 단을 맡았습니다.

그런데 로켓에서 가장 어려운 것이 바로 그 1단, 큰 엔진입니다. 무거운 몸 전체를 땅에서 떼어 내야 하니까요. 누리호는 그 1단을 우리가 만들었습니다. 나로호와 누리호의 차이는 크기가 아니라 여기에 있습니다.

엔진 하나를 만드는 데도 지상에서 수없이 태워 봐야 합니다. 시험대에 묶어 놓고 불을 붙여 몇십 초씩 태우고, 뜯어보고, 고치고, 다시 태웁니다. 개발 기간의 상당 부분이 이 반복입니다.

왜 고흥에서 남쪽으로 쏘나

앞 편에서 동쪽으로 쏘는 쪽이 유리하다고 했습니다. 지구가 도는 속도를 얹어 받으니까요. 그런데 우리나라는 동쪽으로 못 쏩니다. 다 쓴 1단과 덮개가 떨어질 자리에 이웃 나라가 있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남쪽 바다를 향해 쏩니다. 한반도의 남쪽 끝, 그것도 바다로 튀어나온 자리라야 낙하물이 사람 사는 곳을 피해 갑니다. 고흥 외나로도가 그 조건에 맞았습니다.

다행히 누리호가 주로 가는 궤도가 그 방향과 맞습니다. 지구의 남북을 넘나들며 도는 궤도라서, 애초에 동쪽으로 쏠 일이 아닙니다. 지리적 불리함과 임무가 우연히 맞아떨어진 셈입니다.

실패한 첫 발사가 남긴 것

첫 발사에서 누리호는 목표 높이까지 갔습니다. 그런데 마지막 3단 엔진이 예정보다 일찍 꺼졌습니다. 속도가 모자랐고, 위성 대신 실었던 덩어리는 궤도에 남지 못하고 떨어졌습니다.

원인을 찾아 고친 뒤 두 번째 발사가 성공했고, 그다음부터는 진짜 위성을 실어 올렸습니다. 지금까지 네 번 쏘아 올렸고 다섯 번째가 준비되고 있습니다. 네 번째부터는 민간 기업이 제작을 맡았습니다.

큰 발사체에서 중요한 것은 한 번 성공했느냐가 아니라 다시 할 수 있느냐입니다. 한 번은 운이 좋을 수 있지만 반복은 운으로 안 되니까요. 지금 하고 있는 일이 그 반복을 확인하는 일입니다.

이 일을 하는 사람이 되려면

발사체 한 대에는 서로 아주 다른 일이 모여 있습니다.

  1. 연료와 산소를 태워 힘으로 바꾸는 사람 — 추진공학 쪽입니다.
  2. 얇고 가벼우면서 그 힘을 견디는 통을 만드는 사람 — 구조와 재료 쪽입니다.
  3. 올라가는 내내 자세를 잡아 주는 사람 — 제어공학 쪽입니다.
  4. 지상에서 수백 번 태워 보고 부숴 보는 사람 — 시험평가 쪽입니다.
  5. 발사 당일 날씨와 안전과 순서를 책임지는 사람 — 발사운용과 기상 쪽입니다.
  6. 부품 수만 개가 도면대로 만들어졌는지 하나하나 확인하는 사람 — 품질보증 쪽입니다.
  7. 그 부품을 실제로 깎고 용접하는 사람 — 현장의 숙련 기술자들입니다.

마지막 줄을 빼놓으면 안 됩니다. 로켓의 연료통은 설계도만으로 생기지 않습니다. 얇은 금속을 정확하게 말고 용접해 내는 사람이 있어야 합니다. 그 용접선 하나가 새면 로켓이 서지 못합니다. 대학에서 배우는 것만 이 일에 필요한 것이 아니라는 뜻입니다.

누리호를 만든 곳은 대전 유성구의 한국항공우주연구원이고, 쏘는 곳은 전남 고흥의 나로우주센터입니다. 지도에서 대전과 전남을 각각 열면 두 자리가 다 있습니다. 만드는 곳과 쏘는 곳이 멀리 떨어져 있다는 것도 이 일의 성격을 말해 줍니다.

남은 질문한 번 해낸 것과 다시 할 수 있는 것이 다르다면 — 우리가 이미 이뤘다고 말하는 것들 중에 아직 한 번뿐인 것은 무엇일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