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K ATLAS· 과학 아틀라스

개념 풀이

궤도 — 로켓은 위로 가는 게 아니라 옆으로 간다

로켓 하면 불을 뿜으며 하늘로 솟는 그림이 떠오릅니다. 그런데 우주에 닿는 것과 우주에 머무는 것은 아주 다른 일입니다. 위로 100킬로미터 올라갔다가 그냥 떨어지는 건 어렵지 않습니다. 안 떨어지려면 옆으로 달려야 합니다. 로켓이 왜 그렇게 크고 왜 몸의 대부분이 연료통인지가 여기서 나옵니다.

이 글이 꿰는 질문들 34분 분량갱신 2026-09-09

우주에 닿는 것은 생각보다 쉽다

우주가 시작되는 곳을 대개 지상 100킬로미터쯤으로 잡습니다. 서울에서 대전까지의 거리보다 가깝습니다. 위로만 올라가는 거라면 그렇게 어려운 일이 아닙니다.

실제로 위로 쏘았다가 도로 떨어지는 로켓은 오래전부터 있었습니다. 문제는 그렇게 올라간 것이 몇 분 뒤에 그대로 내려온다는 것입니다. 우주에 갔다 온 것이지 우주에 있는 것이 아닙니다.

떨어지지 않는 방법

뉴턴이 재미있는 상상을 했습니다. 아주 높은 산꼭대기에 대포를 놓고 옆으로 쏜다고 해봅시다. 약하게 쏘면 포탄이 조금 날아가다 땅에 떨어집니다. 더 세게 쏘면 더 멀리 가서 떨어집니다.

그런데 지구는 둥급니다. 포탄이 떨어지는 동안 그 아래 땅도 함께 휘어져 내려갑니다. 충분히 세게 쏘면, 포탄이 떨어지는 만큼 땅이 달아나서 영영 닿지 않습니다.

그래서 로켓은 눕는다

발사 장면을 다시 보면 로켓이 곧게 올라가는 것은 처음 잠깐뿐입니다. 곧 기울어지기 시작해서 나중에는 거의 옆으로 눕습니다. 실수가 아니라 처음부터 그렇게 하려던 것입니다.

로켓이 사려는 것은 높이가 아니라 속도이기 때문입니다. 처음에 위로 가는 것은 공기가 두꺼운 층을 빨리 벗어나기 위해서일 뿐이고, 그 뒤로는 온 힘을 옆으로 쓰는 데 씁니다.

몸의 대부분이 연료통인 이유

여기서 로켓의 생김새가 설명됩니다. 속도를 얻으려면 연료를 태워야 하고, 연료를 많이 실으려면 통이 커야 하고, 통이 커지면 그 자체가 무거워져서 또 연료가 더 듭니다.

그래서 발사대에 서 있는 로켓은 거의 전부가 연료와 통입니다. 정작 우주로 보내려는 위성은 맨 꼭대기에 아주 작게 얹혀 있습니다. 큰 로켓의 무게에서 위성이 차지하는 몫은 백 분의 몇 정도밖에 안 됩니다.

여기부터 조금 더

얼마나 빨라야 하나

지구 가까운 궤도를 돌려면 초속 8킬로미터에 가까운 속도가 필요합니다. 1초에 8킬로미터입니다. 서울에서 대전까지 20초면 갑니다. 소총 총알보다 여러 배 빠릅니다.

이 숫자 하나가 우주 개발의 거의 모든 어려움을 설명합니다. 100킬로미터를 올라가는 데 드는 힘보다, 초속 8킬로미터를 만드는 데 드는 힘이 훨씬 큽니다.

연료를 두 배 실으면 두 배 빨라질까

안 됩니다. 그리고 이것이 로켓공학에서 가장 잔인한 대목입니다.

연료를 더 실으면 그 연료를 밀고 가야 할 무게도 같이 늘어납니다. 그래서 연료를 두 배로 늘려도 얻는 속도는 두 배가 되지 않습니다. 처음에는 잘 늘다가 갈수록 덜 늘고, 어느 지점부터는 연료를 더 실을수록 손해가 됩니다.

물리 갈래의 고전역학 실험판에 로켓 손잡이가 있습니다. 연료를 늘리면 속도가 어떻게 따라오는지 직접 밀어 볼 수 있습니다. 케플러의 면적속도 판도 같이 있습니다.

어느 쪽으로 쏘느냐도 문제다

지구는 서쪽에서 동쪽으로 돕니다. 그러니 동쪽으로 쏘면 지구가 돌던 속도를 공짜로 얹어 받습니다. 적도에 가까울수록 그 덤이 큽니다. 세계의 유명한 발사장들이 적도 근처에 몰려 있는 이유입니다.

그런데 우리나라는 동쪽으로 쏘기가 곤란합니다. 다 쓴 로켓 조각이 떨어질 자리에 이웃 나라가 있기 때문입니다. 이 이야기는 다음 편에서 이어집니다.

궤도를 다루는 사람

로켓을 만드는 사람과 궤도를 그리는 사람은 다릅니다.

  1. 언제 어느 방향으로 얼마나 밀어야 원하는 궤도에 닿는지 계산하는 사람 — 비행역학과 궤도설계 쪽입니다.
  2. 올라가는 내내 지금 어디에 있고 어디로 가는지 알아내는 사람 — 유도항법 쪽입니다.
  3. 위성이 궤도에 오른 뒤 그 궤도를 지키게 하는 사람 — 위성 운용 쪽입니다.
  4. 먼저 올라가 있는 것들과 부딪히지 않게 길을 비켜 주는 사람 — 우주 물체를 추적하고 계산하는 쪽입니다.
  5. 그 계산을 사람 손으로 다 할 수 없어 프로그램으로 옮기는 사람 — 수학과 전산 쪽입니다.

이 줄에 로켓을 만지는 사람이 하나도 없다는 것이 눈에 띌 겁니다. 궤도를 그리는 일은 기계를 만드는 일과 아예 다른 일이고, 여기서는 종이와 컴퓨터로 합니다. 수학을 좋아하는데 우주는 멀게만 느껴졌던 사람이 있다면 이쪽이 그 자리입니다.

남은 질문떨어지지 않는 것이 아니라 계속 빗나가고 있는 것이라면 — 우리가 안정되어 있다고 부르는 것들 중에 사실은 계속 움직이고 있는 것은 무엇일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