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K ATLAS· 과학 아틀라스

개념 풀이

남극 — 얼음 속에 옛날 공기가 갇혀 있다

온도계도 사람도 없던 시절의 기온을 어떻게 알까요. 얼음이 적어 뒀습니다. 남극의 얼음을 깊이 뚫으면 80만 년 전 공기가 기포째 나옵니다. 인천의 극지연구소는 그 얼음을 캐러 지구 끝까지 가는 곳입니다.

이 글이 꿰는 질문들 24분 분량갱신 2026-09-10

눈이 쌓여 얼음이 되면 공기가 갇힌다

남극에는 비가 오지 않습니다. 눈만 옵니다. 그 눈은 녹지 않고 해마다 한 겹씩 쌓입니다. 위에 쌓인 눈의 무게에 눌려 아래는 얼음이 됩니다.

눌릴 때 눈 사이에 있던 공기가 미처 빠져나가지 못하고 기포로 갇힙니다. 그해의 공기가 그해의 얼음 속에 봉해지는 것입니다.

해마다 한 겹이니 아래로 갈수록 오래된 공기입니다. 나무의 나이테와 같습니다. 깊이 파면 옛날로 갑니다.

그래서 얼음을 뚫는다

긴 원통 모양의 드릴로 얼음을 뚫어 기둥째 뽑아 올립니다. 이것을 라고 합니다. 지금까지 가장 깊이 뚫은 것은 3킬로미터가 넘고, 그 바닥의 얼음은 80만 년 전에 얼었습니다.

놀라운 대목은 이것입니다. 온도계가 생긴 것은 몇백 년 전이고 사람이 기록을 남긴 것은 몇천 년 전입니다. 그런데 얼음은 그 훨씬 전부터 스스로 적고 있었습니다. 우리는 그 일기장을 이제야 펴 본 것입니다.

왜 하필 남극인가

얼음이 가장 오래, 가장 두껍게 쌓인 곳이기 때문입니다. 남극 대륙은 평균 2킬로미터 두께의 얼음으로 덮여 있습니다. 지구 민물의 대부분이 거기 얼어 있습니다.

그리고 가장 깨끗합니다. 공장도 도시도 없어서 공기에 섞인 것이 그대로 세계 평균입니다. 남극에서 잰 것은 지구 전체의 값으로 쓸 수 있습니다.

여기부터 조금 더

얼음을 캐는 일은 얼음과 싸우는 일이다

드릴이 내려갈수록 얼음이 드릴 구멍을 도로 밀어 닫으려 합니다. 위에서 누르는 얼음의 무게 때문입니다. 그래서 구멍에 얼음과 가 같은 액체를 채워 넣습니다. 그러면 구멍이 버팁니다.

뽑아 올린 기둥은 녹으면 끝입니다. 영하 20도 아래로 유지한 채 배로 실어 오고, 연구소의 냉동 창고에서 자릅니다. 얼음 한 토막이 몇 년 치 공기이니 한 조각도 허투루 못 씁니다.

기지 세 곳과 배 한 척

우리나라는 남극에 기지 둘, 북극에 하나를 둡니다. 세종기지는 남극 반도 끝 섬에 있어 상대적으로 가고 오기가 낫고, 장보고기지는 남극 대륙 본토에 있어 겨울에는 해가 아예 뜨지 않습니다.

  1. 세종기지 (1988) — 남극 반도의 킹조지섬. 우리나라 첫 남극 기지.
  2. 장보고기지 (2014) — 남극 대륙 본토. 빙하와 운석, 우주 관측.
  3. 다산기지 (2002) — 북극 스발바르. 북극 기후와 해빙.
  4. 아라온호 (2009) — 얼음을 깨며 가는 배. 세 기지에 사람과 물자를 나릅니다.

장보고기지 사람들은 남극의 겨울 넉 달을 해 없이 지냅니다. 기지 밖은 영하 40도, 바람은 태풍급입니다. 그런 데서 일 년 내내 관측을 이어 갑니다.

얼음이 녹으면 어디로 가나

남극 얼음이 다 녹으면 바다가 60미터쯤 올라갑니다. 다 녹을 일은 당장 없지만, 가장자리부터 얼마나 빨리 녹는지가 지금 극지 연구의 가장 큰 질문입니다.

그 속도를 재려면 얼음 아래 바다가 얼마나 따뜻한지 알아야 합니다. 그래서 얼음에 구멍을 뚫고 그 아래 바다에 측정기를 내려 보냅니다. 위성으로는 얼음 표면밖에 못 보기 때문입니다.

이 일을 하는 사람이 되려면

과학자만 가는 곳이 아닙니다. 기지 한 곳에 겨울을 나는 인원이 스무 명 남짓인데, 그 절반은 과학자가 아닙니다.

  1. 얼음과 기후를 읽는 사람 — 지구과학, 대기과학, 해양학입니다.
  2. 기지를 살리는 사람 — 발전기, 난방, 통신, 중장비. 영하 40도에서 발전기가 서면 모두가 위험합니다.
  3. 배를 모는 사람 — 쇄빙선의 항해사와 기관사. 얼음 바다는 따로 배워야 합니다.
  4. 먹이는 사람 — 조리사. 넉 달 동안 보급 없이 스무 명을 먹입니다.
  5. 고치는 사람 — 의사. 병원까지 몇 달 걸리는 곳에서 혼자 판단합니다.

두 번째 줄이 이 분야의 뜻밖의 자리입니다. 남극 기지에서 가장 귀한 사람은 발전기와 중장비를 고칠 줄 아는 사람입니다. 공업계 고등학교에서 기계와 전기를 배운 사람이 그대로 이어지는 길이 있습니다.

이런 일을 맡는 곳이 인천 송도의 극지연구소입니다.

남은 질문80만 년 동안 얼음이 적어 온 일기를 지금 우리가 읽고 있다면 — 우리는 거기에 어떤 한 줄을 남기고 있는 걸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