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념 풀이
왜 하필 0과 1일까 — 이진법이라는 선택
우리가 십진법을 쓰는 건 손가락이 열 개라서입니다. 컴퓨터는 손가락이 두 개인 셈입니다. 그런데 컴퓨터가 이진법을 쓰는 진짜 이유는 수학이 아니라 튼튼함입니다.
두 개로도 셀 수 있을까요? 됩니다. 세는 규칙은 십진법과 완전히 같습니다. 자리가 꽉 차면 올리는 것. 다만 십진법은 9에서 올리고, 이진법은 1에서 바로 올립니다.
0, 1, 그다음은? 두 개뿐이니 자리를 올립니다. 10. 그다음 11, 그다음 또 올려서 100. 우리 눈에는 '십, 십일, 백'으로 보이지만 뜻은 '이, 삼, 사'입니다.
봉화는 이미 이진법이었다
낯선 것 같지만 사실 인류는 오래전부터 이 방식을 썼습니다. 봉화가 그렇습니다. 불이 켜졌거나 꺼졌거나. 봉화 하나로는 '적이 왔다/안 왔다' 두 가지밖에 못 전하지만, 봉화 다섯 개를 나란히 두면 서른두 가지 소식을 전할 수 있습니다.
모스 부호도 그렇습니다. 짧게, 길게. 두 가지 신호만으로 온 세상의 전보가 오갔습니다. 켜짐과 꺼짐 두 가지면, 개수만 충분하면, 무엇이든 전할 수 있습니다.
그런데 왜 굳이 두 가지일까
여기가 이 편의 알맹이입니다. 전기는 열 단계로도 나눌 수 있습니다. 전압을 1볼트면 1, 2볼트면 2, 이런 식으로요. 그러면 자릿수도 훨씬 아낄 수 있는데, 왜 컴퓨터는 두 가지만 쓸까요.
그러니까 컴퓨터가 이진법을 쓰는 진짜 이유는 수학이 아니라 튼튼함입니다. 두 가지는 가장 적게 담는 방식이 아니라, 가장 안 틀리는 방식입니다. 수십억 개의 스위치가 1초에 수십억 번씩 딸깍거리는데 거의 틀리지 않는 비결이 이 단순함에 있습니다.
여기부터 조금 더
숫자만 담는 게 아니다
글자는 어떻게 할까요. 간단합니다. 글자마다 번호를 정해버립니다. A는 65번, B는 66번. 전 세계가 같은 번호표를 쓰기로 약속했고, 한글도 이모지도 전부 번호가 있습니다. 두목님이 방금 읽은 이 문장도 컴퓨터 안에서는 긴 번호 행렬입니다.
사진은 점을 아주 잘게 쪼갭니다. 점마다 빨강 얼마, 초록 얼마, 파랑 얼마 — 숫자 세 개씩. 소리는 공기의 떨림을 1초에 수만 번 재서 그때그때의 높이를 숫자로 적습니다. 영상은 그 사진을 1초에 수십 장 넘기는 것이고요.
켜짐과 꺼짐을 참과 거짓으로 읽으면 어떻게 될까요. 숫자만이 아니라 판단도 계산이 됩니다. '비가 온다: 참', '우산이 있다: 거짓' — 이런 것끼리 더하고 곱하는 규칙을 만든 사람이 1편 끝에 나온 그 독학 수학자입니다.
도구 이진법 놀이판 — 스위치 여덟 개로 세는 법 스위치 여덟 개를 직접 켜고 끕니다. +1을 누르다 보면 자리올림이 눈에 보이고, 목표 숫자를 만들어 보고, 내 이름이 켜짐과 꺼짐의 줄로 바뀝니다. 읽어서 아는 것과 눌러서 아는 것은 다릅니다.켜짐과 꺼짐으로 수를 담는 법, 세상을 숫자로 바꾸는 법, 판단을 계산하는 법. 재료는 다 모였습니다. 다음 편은 이 재료로 기계에게 일을 시키는 법, 그러니까 컴퓨터 언어 이야기입니다.
남은 질문글도 그림도 소리도 전부 숫자로 바뀌어 들어갑니다. 그렇다면 숫자로 바꿀 수 없는 것도 있을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