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지 못하면 만들 수도 없다
자가 서로 다르면 무슨 일이 벌어질까요. 말로 들으면 시시한데 직접 재 보면 다릅니다. 판은 셋입니다. 남과 다른 자로 재 보기, 그 때문에 우주선을 잃은 일, 그리고 지금은 무엇으로 정하는지.
위에 나무 막대가 하나 있습니다. 아래는 자 둘입니다. 위쪽이 내 자, 아래쪽이 옆 사람 자인데 한 칸의 크기가 서로 다릅니다. 손잡이로 내 자의 한 칸을 바꿔 가며 같은 막대를 재 보세요.
내 자의 한 칸 보통
내가 잰 숫자를 그대로 불러 주면, 옆 사람은 자기 자로 그만큼 잘라서 가져옵니다.
실제로 있었던 일입니다. 우주선을 만든 회사는 자기 나라에서 쓰는 단위로 값을 계산해 보냈고, 항법을 맡은 쪽은 그 숫자를 국제 단위로 읽었습니다. 양쪽 다 계산은 정확했습니다. 자가 달랐을 뿐입니다. 두 팀의 자가 얼마나 어긋났는지를 손잡이로 벌려 보세요.
두 팀의 자가 어긋난 정도 같음
오른쪽 끝이 실제로 벌어져 있던 만큼입니다. 한쪽이 쓰던 힘의 단위가 다른 쪽 것의 네 배 반이었습니다.
세상의 모든 잴 거리는 일곱 개에서 나옵니다. 속도는 길이 나누기 시간이고, 힘은 무게와 길이와 시간을 엮은 것입니다. 그 일곱을 하나씩 눌러 보세요.
일곱 중 여섯이 오래전에 자연의 값으로 넘어갔고, 마지막까지 물건에 매여 있던 것이 킬로그램이었습니다. 그 하나가 넘어간 것이 2019년입니다. 이제 지구 위에 물건으로 정해진 단위는 하나도 없습니다.
우리나라에서 이 일곱을 지키는 곳이 대전 유성구의 한국표준과학연구원입니다. 프랑스 금고에 있던 원기를 본떠 만든 복제본도 여기 있습니다. 이제 기준의 자리는 내주었지만 여전히 소중히 보관합니다. 그리고 우리가 폰에서 보는 시각, 그러니까 대한민국 표준시를 만들고 유지하는 원자시계도 여기 있습니다. 기차 시각표도 금융 거래 기록도 다 이 시계에 맞춰 돌아갑니다.
눌러 본 다음에 읽으면 훨씬 덜 낯섭니다.
자료실로 →단위를 통일한다는 것은 서로 믿을 수 있게 만든다는 뜻입니다. 내가 잰 값을 남이 그대로 쓸 수 있어야 물건을 나눠 만들 수 있고, 남의 실험을 다시 해 볼 수 있습니다. 재는 일이 시시해 보여도 그 위에 나머지 전부가 얹혀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