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K ATLAS· 과학 아틀라스

개념 풀이

전자현미경 — 눈으로 볼 수 없는 것을 보는 법

학교 과학실에서 현미경으로 양파 껍질을 봅니다. 배율을 더 올리면 더 잘 보일 것 같은데 흐려지기만 합니다. 여기에는 렌즈 탓이 아닌 이유가 있습니다. 대전의 기초과학지원연구원은 그 한계 너머를 보는 장비를 갖춰 두고 온 나라 연구자에게 빌려주는 곳입니다.

이 글이 꿰는 질문들 26분 분량갱신 2026-09-09

크게 보이는 것과 갈라 보이는 것

흐린 사진을 손가락으로 벌려 키워 본 적이 있을 겁니다. 무엇이 나오나요. 큰 흐린 사진이 나옵니다. 없던 것이 생기지는 않습니다.

현미경도 똑같습니다. 얼마나 크게 보여주느냐와, 붙어 있는 두 점을 둘로 갈라 보여주느냐는 다른 이야기입니다. 뒤쪽을 라고 합니다. 크기만 키우는 것은 헛배율이라고 부르고 아무 쓸모가 없습니다.

본다는 것은 튕겨 받는 것이다

그러면 해상도는 무엇이 정할까요. 여기서 한 걸음 물러나 봐야 합니다. 우리가 무엇을 본다는 것은 사실 그 물건에 부딪혀 되돌아온 을 눈으로 받는 일입니다.

빛도 파동입니다. 눈에 보이는 빛의 파장은 밀리미터의 이천 분의 일쯤 됩니다. 그러니 그보다 작은 것은 빛이 그냥 지나쳐 버립니다. 세포는 보이지만 세포 안에서 일하는 부품들은 보이지 않는 이유가 이것입니다.

중요한 것은 이것이 렌즈를 잘 못 갈아서 생긴 문제가 아니라는 점입니다. 유리를 아무리 정성껏 갈아도 넘을 수 없습니다. 빛으로 보는 한 거기까지입니다. 넘으려면 렌즈가 아니라 빛을 바꿔야 합니다.

그래서 전자로 본다

는 알갱이인데 파동처럼도 굽니다(). 그리고 그 파장이 눈에 보이는 빛보다 십만 배쯤 짧습니다. 훨씬 작은 것에도 걸린다는 뜻입니다.

그래서 빛 대신 전자를 쏘아 보냅니다. 전자는 유리 렌즈를 통과하지 못하니 렌즈도 바꿔야 합니다. 대신 자석을 씁니다. 전자가 자기장을 지나면 휘어지는데, 그 휘어짐을 모으면 렌즈 노릇을 합니다.

한 가지 더 있습니다. 전자는 공기 분자에 부딪히면 흩어져 버립니다. 그래서 전자현미경 안은 입니다. 공기를 다 빼내야 합니다.

여기부터 조금 더

진짜 어려운 일은 깎는 일이다

장비를 사 오면 바로 볼 수 있을 것 같지만 그렇지 않습니다. 전자가 시료를 뚫고 나와야 하는 방식에서는 시료를 백 나노미터 아래로 깎아야 합니다. 머리카락 굵기의 천 분의 일쯤 되는 두께입니다.

살아 있는 것을 보려면 문제가 하나 더 붙습니다. 생물 시료에는 물이 들어 있어서 진공에 넣으면 끓어 버리고, 전자를 맞으면 타 버립니다.

그래서 얼려서 봅니다. 다만 천천히 얼리면 얼음 결정이 자라 안을 다 헤집어 놓기 때문에, 순식간에 얼려 결정이 자랄 틈을 주지 않습니다. 이렇게 얼려서 보는 방법이 요즘 단백질 구조 연구를 통째로 바꿔 놓았습니다.

두 번째 장비 — 무게를 재서 알아낸다

보는 것이 전부는 아닙니다. 무엇이 들어 있는지 알아내는 데는 다른 방법이 있습니다. 입니다. 보는 게 아니라 재는 쪽입니다.

같은 힘으로 탁구공과 쇠구슬을 밀면 탁구공이 훨씬 멀리 날아갑니다. 밀어 보기만 해도 어느 쪽이 무거운지 알 수 있습니다.

질량분석기가 하는 일이 이것입니다. 먼저 물질을 으로 만들어 전기를 띠게 합니다. 그다음 전기로 밀어 날려 보내고 자석으로 휘게 합니다. 가벼운 것은 많이 휘고 무거운 것은 덜 휩니다.

이 방법의 힘은 아주 적은 양을 잡아낸다는 데 있습니다. 운동선수의 도핑 검사, 과일에 남은 농약, 바닷물 속 미세플라스틱, 몸속의 어떤 이 늘었는지 줄었는지가 다 이 장비의 일입니다. 눈에도 안 보이고 냄새도 안 나는 양을 숫자로 붙잡습니다.

세 번째 장비 — 박자를 맞춰 물어본다

세 번째는 입니다. 이쪽은 보지도 재지도 않고 물어봅니다.

가운데는 팽이처럼 도는 성질()을 가진 것들이 있습니다. 이런 핵을 아주 강한 자석 안에 넣으면 비스듬히 선 팽이처럼 일정한 박자로 흔들립니다. 그 박자에 딱 맞는 의 전파를 쏘면 반응하고, 어긋난 전파에는 아무 반응이 없습니다.

쓸모는 여기서 나옵니다. 그 박자는 핵 주변에 무엇이 붙어 있느냐에 따라 아주 조금씩 달라집니다. 그래서 되돌아오는 신호를 읽으면 분자 안에서 원자들이 어떻게 이어져 있는지를 알아낼 수 있습니다. 보지 않고 배치를 알아내는 것입니다.

병원에서 찍는 MRI가 같은 원리입니다. 몸속 물에 들어 있는 수소의 핵을 봅니다. 원래 이름은 핵자기공명인데 핵이라는 말이 무섭게 들려서 뺐습니다. 방사선을 쓰지 않습니다.

세 장비를 나란히 놓고 보면 하나로 묶입니다. 눈으로 못 보는 것을 다른 감각으로 바꿔 읽는 일입니다. 전자로 그리고, 무게로 재고, 되돌아오는 신호로 듣습니다.

왜 한곳에 모아 두나

이 장비들은 비쌉니다. 수억에서 수백억 합니다. 그런데 값보다 더 큰 문제가 따로 있습니다.

  1. 진동에 약합니다. 옆 도로로 트럭 한 대가 지나가면 사진이 흔들립니다. 그래서 바닥을 따로 띄운 건물을 짓습니다.
  2. 자기장과 전기 잡음에 약합니다. 근처 엘리베이터 한 대가 방해가 되기도 합니다.
  3. 다룰 줄 아는 사람이 있어야 합니다. 기계보다 사람이 귀합니다.
  4. 그런데 늘 쓰는 것이 아닙니다. 한 연구실이 사면 대부분의 날은 놀립니다.

그래서 한곳에 모아 두고 예약해서 나눠 씁니다. 전국의 연구자가 시료를 보내거나 직접 찾아옵니다. 대전 유성구의 한국기초과학지원연구원이 그 발상 위에 서 있는 곳입니다.

이것은 과학의 오래된 방식이기도 합니다. 큰 망원경도, 가속기도, 방사광가속기도 그렇게 씁니다. 혼자서는 가질 수 없는 눈을 함께 갖는 것입니다.

이 일을 하는 사람이 되려면

장비를 쓰는 사람과 다루는 사람과 지키는 사람이 다 다릅니다.

  1. 무엇을 볼지 정하는 사람 — 화학, 생명, 재료, 지질 같은 각자의 분야입니다.
  2. 시료를 만드는 사람 — 깎고 얼리고 물들이는 일입니다. 이 손끝이 결과를 좌우합니다.
  3. 장비를 다루고 신호를 읽는 사람 — 분석화학과 계측 쪽입니다.
  4. 건물과 환경을 지키는 사람 — 진동, 온도, 전자기 잡음을 관리합니다. 설비 쪽 일입니다.
  5. 나온 자료를 다루는 사람 — 요즘은 사진 수십만 장을 컴퓨터로 겹쳐 쌓아 형태를 만듭니다.

두 번째 줄을 눈여겨보면 좋겠습니다. 논문에는 이름이 잘 안 나오지만 이 사람이 없으면 아무 결과도 안 나옵니다. 실습 시간에 손이 야무지다는 소리를 듣던 사람이 그대로 이어지는 자리입니다.

네 번째 줄도 진짜 직업입니다. 세상에서 제일 좋은 현미경도 바닥이 흔들리면 흐린 사진밖에 못 찍습니다.

남은 질문눈으로 볼 수 없는 것을 다른 감각으로 바꿔 읽었을 때 — 우리는 그것을 보았다고 말해도 될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