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양을 땅 위에 만든다는 말
수소 둘을 붙이면 에너지가 나옵니다. 그런데 그게 칠십 년째 어렵습니다. 무엇이 어려운지는 설명을 듣는 것보다 직접 해 보는 쪽이 빠릅니다. 판은 셋입니다. 여섯 걸음으로 따라가기, 온도와 밀도 올려 보기, 태양과 케이스타 나란히 돌려 보기.
태양 속은 1500만 도인데 지구에서는 1억 도가 넘어야 합니다. 왜 그런지부터 물을 끓이는 데까지 1분에 훑습니다. 판은 그다음에 만져 보세요.
영상 「핵융합 1분 정리」 · 제작 박효순 · 유튜브에서 보기
연료를 뽑는 데서 시작해 전기가 나오는 데서 끝납니다. 화살표로 넘기세요. 그림은 계속 움직입니다.
핵융합은 원자핵 둘을 양쪽에서 쏘아 맞히는 일이 아닙니다. 수많은 원자핵을 한 통에 몰아넣고 뜨겁게 만들어, 자기들끼리 부딪힐 확률을 올리는 일입니다. 낮은 온도에서 시작해 보세요. 부딪힘은 계속 올라가는데 붙음은 거의 안 올라갑니다. 아무 일도 안 일어나는 게 아니라, 계속 부딪히는데 거의 안 붙는 것입니다. 아주 가끔 붙는 것이 태양이 타는 방식입니다.
온도 1500만 도
밀도 — 얼마나 빽빽한가 26알
판 1에서처럼 양성자와 중성자를 낱낱이 그리면 수십 개가 뛰어다니는 통이 무거워져서, 여기서는 알갱이 하나를 색 하나로 줄였습니다. 파란 것이 중수소, 주황이 삼중수소입니다. 둘이 세게 부딪히면 초록 헬륨이 생겨 안에 남고, 회색 중성자가 밖으로 날아갑니다. 헬륨은 전기를 띠어 자석에 붙잡히고, 중성자는 전기가 없어 자석을 그냥 통과합니다.
온도를 안 올리고 밀도만 올려도 붙음이 늘어납니다. 태양이 그렇게 합니다. 제 무게로 짓눌러 빽빽하게 만드는 것입니다. 지구에서는 그럴 무게가 없으니 온도로 벌충합니다. 손잡이 두 개를 번갈아 움직여 보면 그 말이 손에 잡힙니다.
같은 통 둘입니다. 왼쪽은 빽빽한데 느리고, 오른쪽은 텅 비었는데 빠릅니다. 그런데 둘 다 붙습니다. 가는 길이 다를 뿐 도착지가 같습니다. 오른쪽을 태양과 같은 온도로 내려 보세요.
태양 속
1500만 도 · 빽빽함
케이스타 속
1억 도 · 텅 빔
오른쪽 통의 온도 1억 도
손잡이는 오른쪽 통에만 걸립니다. 태양은 우리가 손댈 수 없습니다.
오른쪽을 1500만 도로 내리면 붙음이 거의 멎습니다. 왼쪽은 그대로 돌아갑니다. 같은 온도인데 한쪽만 멎는 것입니다. 차이는 밀도입니다. 태양은 제 무게로 가운데를 짓눌러 원자핵을 빽빽하게 붙여 놓으니 그다지 빠르지 않아도 자주 부딪힙니다. 지구에는 그런 중력이 없습니다. 밀도로 못 채우는 몫을 온도로 벌충해야 하고, 그래서 태양보다 몇 배 더 뜨거워야 합니다.
정직하게 적어 둘 것이 하나 있습니다. 왼쪽 태양이 실제보다 훨씬 자주 붙습니다. 진짜 태양에서는 원자핵 하나가 짝을 만나 붙기까지 평균 수십억 년이 걸립니다. 그대로 그리면 화면에서 평생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아서, 확률을 올려서 그렸습니다. 태양이 환하게 타는 것은 그 드문 일이 어마어마하게 많이 모이기 때문이고, 그 드물다는 것이 태양이 50억 년째 타고 있는 이유이기도 합니다.
눌러 본 다음에 읽으면 훨씬 덜 낯섭니다.
핵융합은 내일의 답이지 오늘의 답이 아닙니다. 핵융합으로 전기를 처음 만들어 보는 것은 2030년대, 전기를 파는 상용 발전소는 대체로 2050년대 이후로 봅니다. 연료 걱정은 사라지지만 건설비가 크고, 삼중수소를 장치 안에서 스스로 만들어 쓰는 일도 중성자를 수십 년 견디는 벽 재료도 아직 실증되지 않았습니다. 오늘의 답은 절약과 태양광과 원자력이고, 핵융합은 그 사이에 만들어 두는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