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K ATLAS· 과학 아틀라스

개념 풀이

그림 그리던 칩이 왜 두뇌가 되었나 — GPU

게임 화면을 그리라고 만든 부품이 지금은 인공지능을 돌리고, 단백질을 접고, 날씨를 내다봅니다. 우연이 아닙니다. 그림 그리기와 그 계산들이 같은 모양이었기 때문입니다 — 단순한 일 × 수백만 번, 동시에.

이 글이 꿰는 질문들 13분 분량갱신 2026-09-01

요리사 한 명과 보조 수천 명

5편의 프로세서(CPU)는 아주 유능한 요리사 한 명입니다. 어떤 요리든 할 수 있고, 순서가 복잡한 일에 강합니다. 소스를 끓이면서 간을 보고, 상황 따라 다음 손질을 바꿉니다.

그런데 화면 그리기는 성격이 다른 일입니다. 점 수백만 개에 색을 칠해야 하는데, 각 점의 계산은 단순하고, 결정적으로 점끼리 서로 상관이 없습니다. 왼쪽 위 점을 칠하는 데 오른쪽 아래 점의 결과가 필요 없습니다.

그래서 게임 화면이 1초에 수십 번씩 통째로 다시 그려질 수 있는 것입니다. 점마다 보조가 한 명씩 붙는 셈이니까요.

과학자들이 게임 가게에 나타나다

2000년대 초, 이상한 손님들이 게임용 부품을 사 가기 시작합니다. 물리학자, 천문학자, 금융 계산을 하는 사람들.

그들이 눈치챈 것이 이 편의 알맹이입니다. 세상의 큰 계산 중 상당수가 알고 보면 화면 그리기와 같은 모양이라는 것. 은하 시뮬레이션은 별 수백만 개에 같은 계산을, 날씨 예보는 하늘을 쪼갠 칸 수백만 개에 같은 계산을 반복합니다. 단순한 일 × 수백만 번, 그리고 서로 독립.

문제는 게임용 칩이 '그림 그려라'라는 말밖에 못 알아듣는다는 것이었습니다. 그래서 초기의 과학자들은 계산을 그림인 척 속여서 시켰습니다. 숫자들을 색깔 데이터로 위장해 넣고, 그려진 '그림'을 받아서 숫자로 되읽는 식으로요.

칩 회사가 이 광경을 봤습니다. 그리고 2006년, 속임수 없이 계산을 곧장 시킬 수 있는 문을 열어줍니다. 그림 그리던 칩이 공식적으로 계산 기계가 된 순간입니다.

여기부터 조금 더

왜 요리사를 늘리지 않았을까

이런 의문이 남습니다. 보조 말고 그냥 유능한 요리사(CPU)를 수천 명 넣으면 안 되나?

안 되는 일이 있기 때문입니다. 국 한 솥을 끓이는 데는 요리사가 천 명 와도 빨라지지 않습니다. 끓는 시간은 순서대로만 흐르니까요. 세상 일에는 줄 서서 해야 하는 일과 나눠서 동시에 할 수 있는 일이 있고, 앞의 것은 요리사 한 명이 빠를수록, 뒤의 것은 손이 많을수록 좋습니다.

그리고 손님이 하나 더 왔다

2010년대 초, 이 보조 부대에 마지막 손님이 나타납니다. 인공지능을 연구하던 사람들입니다. 그들이 만들던 인공 신경망이라는 것의 계산이, 뜯어보면 곱하고 더하기 × 수십억 번, 서로 독립 — 정확히 GPU가 잘하는 모양이었던 것입니다.

2012년, 게임용 칩 두 장으로 훈련한 프로그램이 이미지 인식 대회를 뒤집어 놓습니다. 그 이야기, 그러니까 기계가 어떻게 배우는지는 다음 편에서 합니다.

남은 질문폭발 장면을 그리는 일과 단백질을 접는 일과 말을 배우는 일이 전부 같은 계산 모양이었습니다. 세상이 원래 그렇게 생긴 걸까요, 우리가 그 모양의 문제만 풀 수 있게 된 걸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