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념 풀이
콘택트 — 소수로 말을 거는 이유
영화가 빌려온 과학 이론을 따라가는 시리즈입니다. 고증을 따지려는 것이 아니라, 어떤 이론을 가져왔고 그것을 이야기로 어떻게 옮겼는지를 봅니다. 첫 편은 《콘택트》. 수학이 공용어가 되는 자리, 전파로 하늘을 듣는 일, 휜 공간, 그리고 증거가 없을 때 우리가 무엇을 할 수 있는가에 관한 영화입니다.
이 시리즈는 영화의 고증을 따지지 않습니다. 영화는 영화입니다. 대신 이렇게 묻습니다. 이 영화는 어떤 과학 이론을 가져왔는가. 그리고 그 이론을 이야기로 어떻게 옮겼는가.
《콘택트》는 그 질문을 하기에 좋은 영화입니다. 원작 소설을 쓴 사람이 천문학자였고, 이야기의 뼈대 자체가 이론에서 나왔기 때문입니다.
첫 번째 이론 — 수학은 공용어인가
영화의 출발점이 되는 생각은 이것입니다. 말이 통하지 않는 상대와도 수로는 이야기할 수 있다.
는 1과 자기 자신 말고는 나누어지지 않는 수입니다. 2, 3, 5, 7, 11, 13, 17…
우주에는 규칙적인 신호가 널려 있습니다. 별은 규칙적으로 밝아졌다 어두워지고, 어떤 천체는 시계처럼 정확한 주기로 신호를 보냅니다. 규칙적이라는 것만으로는 아무 뜻도 없습니다.
이 생각은 영화가 지어낸 것이 아닙니다. 1974년 아레시보 전파망원경에서 실제로 쏘아 보낸 메시지는 1,679개의 신호로 되어 있는데, 이 수는 73 곱하기 23입니다. 둘 다 소수라 이렇게 나누는 방법밖에 없고, 그래서 가로 23 세로 73으로 늘어놓으면 그림이 됩니다.
이론이 이야기가 되는 방식
영화는 이 생각을 세 겹으로 쌓아 보여줍니다. 그리고 그 세 겹이 그대로 이야기의 구조가 됩니다.
- 소수 — 여기 누군가 있다. 뜻은 없고 존재만 알린다.
- 옛 텔레비전 영상 — 우리는 너희를 알고 있다. 너희가 보낸 것을 되돌려준다.
- 설계도 — 이제 우리가 할 말이 있다.
인사, 신뢰의 증명, 그리고 본론. 낯선 상대에게 말을 거는 순서를 그대로 따랐습니다. 이론을 설명하는 장면을 따로 넣지 않고 이야기의 진행 자체가 그 순서가 되게 만든 것이 이 영화의 솜씨입니다.
두 번째 이론 — 하늘을 듣는다
전파망원경은 눈에 보이는 대신 파장이 긴 전파를 받습니다. 별과 가스구름과 은하가 저마다 전파를 내놓기 때문에, 이것으로 하늘을 다시 그릴 수 있습니다.
그럼 어느 주파수를 들어야 할까요. 하늘은 넓고 주파수는 무한합니다.
영화에서 엘리는 헤드폰을 끼고 직접 듣습니다. 실제로는 전파가 소리가 아니라서 사람이 그냥 들을 수 없고, 컴퓨터가 수백만 개의 주파수를 동시에 훑습니다.
그런데 이 장면은 실수가 아니라 번역입니다. 화면에 쏟아지는 숫자를 보여주는 대신, 관객이 곧바로 알아들을 수 있는 감각으로 옮긴 것이죠. 초창기 연구자들이 실제로 스피커에 연결해 듣기도 했으니 근거도 있습니다.
실제로 있었던 밤
영화의 첫 장면 같은 일이 실제로 일어난 적이 있습니다.
1967년, 케임브리지의 대학원생 조슬린 벨 버넬은 자기가 만든 전파망원경 기록지에서 이상한 신호를 발견합니다. 1.337초마다 정확히 반복되는 맥박이었습니다. 너무 규칙적이라 자연의 것으로 보이지 않았습니다.
연구실은 이 신호에 LGM-1이라는 이름을 붙였습니다. Little Green Men, 초록 외계인의 줄임말이었습니다.
여기부터 조금 더
소설을 쓴 사람은 칼 세이건입니다. 행성 대기를 연구한 천문학자였고, 금성이 온실효과로 뜨거워졌다는 것을 일찍 밝힌 사람이기도 합니다.
그는 외계 문명을 찾는 일에 평생 매달렸습니다. 아레시보 메시지를 만들었고, 보이저 탐사선에 실려 태양계 밖으로 나간 금박 음반의 내용도 그가 골랐습니다. 이 소설은 그가 평생 다룬 주제를 이야기로 옮긴 것에 가깝습니다.
세 번째 이론 — 휜 공간
주인공을 26광년 떨어진 곳으로 보내려면 방법이 필요합니다. 빛보다 빠를 수 없다는 것은 물러설 수 없는 조건이니까요.
영화가 가져온 답은 입니다.
영화는 이 설명을 대사로 늘어놓지 않고 종이 한 장으로 보여줍니다. 접고, 연필로 뚫습니다. 이론에서 가장 어려운 부분을 손에 잡히는 동작 하나로 옮긴 장면입니다.
기계가 회전하며 떨어지고, 통로를 지나 순식간에 다른 곳에 닿는다. 바깥에서는 아무 시간도 흐르지 않았다.
공간이 휘어 두 곳이 짧은 길로 이어지는 풀이는 있다. 다만 그 구멍은 만들어지자마자 닫히고, 열어두려면 밀어내는 성질의 물질이 필요하다. 그런 것이 있는지는 아직 아무도 모른다.
영화가 조용히 잘한 처리가 하나 더 있습니다. 기계의 설계도를 저쪽에서 받아 옵니다. 만드는 법을 우리가 알아낸 것이 아니라요. 우리가 못 만드는 것을 억지로 만들게 하지 않고, 만들 줄 아는 누군가가 있다면이라는 가정만 세우고 넘어갑니다.
네 번째 이론 — 무엇이 증거인가
이 영화가 가장 깊이 다루는 것은 웜홀이 아니라 과학의 방법 자체입니다. 마지막 30분이 거기에 쓰입니다.
엘리는 무언가를 겪고 돌아옵니다. 그런데 바깥에서 보기에는 아무 일도 없었고, 기록장치는 아무것도 남기지 못했습니다. 그가 겪은 일에는 증거가 없습니다.
청문회에서 그는 자기 경험을 믿어달라고 요청하는 처지가 됩니다. 영화 내내 증거 없는 믿음을 거부해온 사람이요.
영화는 어느 쪽 손도 들어주지 않습니다. 다만 관객에게만 한 가지를 알려줍니다. 기록장치에 영상은 없었지만 18시간 분량의 잡음이 녹음되어 있었다는 것을요.
60년째 아무 소리도 없다
1960년 프랭크 드레이크가 두 개의 별을 향해 안테나를 돌린 이래, 사람은 계속 듣고 있습니다. 아직 아무것도 못 들었습니다.
1977년에 딱 한 번, 오하이오의 망원경이 72초 동안 아주 강한 신호를 잡은 적이 있습니다. 기록지를 본 연구자가 여백에 Wow! 라고 적어 그 이름이 붙었습니다. 그 뒤로 같은 자리를 수없이 다시 봤지만 다시는 잡히지 않았습니다.
- 1960드레이크 — 처음으로 안테나를 별에 돌리다
- 1961드레이크 방정식 — 모르는 것을 항목으로 나눠 적다
- 1967벨 버넬 — LGM-1. 외계인이 아니라 펄서였다
- 1974아레시보 메시지 — 1,679개(73 × 23)의 신호를 쏘다
- 1977Wow! 신호 — 72초. 다시는 잡히지 않았다
- 1985세이건, 《콘택트》 출간
- 1988킵 손 — 통과 가능한 웜홀 논문. 이 소설이 계기였다
- 1995첫 외계행성 확인 — 드레이크 방정식의 빈칸 하나가 채워지다
영화가 나온 뒤 사정이 하나 크게 달라졌습니다. 별에 행성이 딸려 있는지조차 모르던 시절이 끝났습니다. 지금까지 확인된 이 수천 개이고, 그중 상당수가 물이 액체로 있을 만한 거리에 있습니다.
의 빈칸 하나가 이렇게 채워졌습니다. 나머지 빈칸들 — 생명이 생길 확률, 지능이 생길 확률, 문명이 지속되는 기간 — 은 여전히 비어 있습니다. 마지막 항목은 특히 그렇습니다. 우리 자신의 문명이 얼마나 오래갈지도 모르니까요().
남은 질문소수는 세는 법을 아는 누구에게나 같은 소수입니다. 그래서 우리는 그것을 공용어로 삼았습니다. 그런데 만약 저쪽이 우리와 아주 다른 방식으로 생각한다면, 우리가 골라 보낸 그 인사말은 무엇으로 들릴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