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념 풀이
파동방정식 — 휜 만큼 되돌아간다
바이올린 줄에서 시작한 식 하나가 소리와 빛과 지진과 전자를 같은 언어로 적게 됩니다. 파동방정식이 말하는 것은 놀랄 만큼 단순합니다. 많이 휜 곳일수록 세게 되돌아온다.
줄의 한 점만 떼어놓고 생각해봅시다. 그 점을 잡아당기는 건 양옆의 줄입니다.
줄이 곧게 펴져 있으면 왼쪽이 당기는 힘과 오른쪽이 당기는 힘이 정확히 반대라 상쇄됩니다. 아무 일도 안 일어나죠.
그런데 그 점에서 줄이 꺾여 있으면, 양쪽이 당기는 방향이 살짝 어긋납니다. 어긋난 만큼의 힘이 남고, 그 힘이 점을 제자리로 끌어당깁니다.
그리고 지나쳐 가는 이유도 여기서 나옵니다. 제자리에 도착했을 때는 이미 속도가 붙어 있습니다. 되돌리는 힘은 제자리에서 0이 되지만 속도는 0이 아니니, 그냥 지나쳐 반대쪽으로 넘어갑니다. 그러면 반대쪽에서 다시 꺾이고, 다시 되돌리는 힘이 생기고 — 이 되풀이가 진동입니다.
높은 소리와 낮은 소리
여기까지가 기타 줄 이야기입니다. 그런데 이 식이 나중에 빛이 무엇인지, 그리고 전자가 무엇인지까지 답하게 됩니다.
여기부터 조금 더
18세기 중반, 수학자들이 몇십 년 동안 다툰 문제가 있습니다. 양끝이 고정된 줄을 튕기면 어떤 모양으로 움직이는가.
음악가에게는 실용적인 문제였고 수학자에게는 새로운 종류의 문제였습니다. 그전까지 방정식은 대개 '어떤 수를 구하시오'였는데, 이번에는 구해야 하는 것이 수가 아니라 모양 전체였습니다. 그것도 시간에 따라 변하는 모양이요.
식이 말하는 것
줄의 한 지점을 봅시다. 그 지점에 작용하는 힘은 무엇일까요. 양옆의 줄이 잡아당기는 장력입니다.
줄이 곧게 펴져 있으면 양쪽에서 당기는 힘이 정확히 반대 방향이라 상쇄됩니다. 그런데 그 지점에서 줄이 휘어 있으면, 양쪽에서 당기는 방향이 살짝 어긋나 되돌리는 힘이 남습니다. 많이 휠수록 어긋남이 크고, 되돌리는 힘도 큽니다.
달랑베르가 1747년에 이 식을 세우고 해를 찾았습니다. 그가 얻은 답은 아름다웠습니다. 어떤 파동이든 왼쪽으로 가는 모양 하나와 오른쪽으로 가는 모양 하나의 합이라는 것이었습니다. 오일러가 곧 뒤를 이어 더 일반적인 형태로 다듬었습니다.
논쟁
그런데 다툼이 붙었습니다. 달랑베르는 줄의 처음 모양이 매끄러운 곡선이어야 한다고 보았습니다. 반면 실제로 줄을 튕기면 손가락으로 집어 올린 자리가 뾰족합니다. 뾰족한 점에서는 기울기가 정의되지 않으니, 그의 해법을 쓸 수 없습니다.
베르누이는 다른 답을 내놓았습니다. 어떤 모양이든 여러 개의 매끄러운 사인파를 겹쳐 만들 수 있다는 것이었습니다. 기본음과 배음을 겹치는 것과 같은 얘기죠. 오일러와 달랑베르는 이것을 받아들이지 않았습니다. 뾰족한 모양이 매끄러운 곡선들의 합일 수는 없다고 본 것입니다.
이 논쟁은 반세기 뒤 푸리에가 끝냅니다. 그는 열이 퍼지는 문제를 풀다가, 뾰족하든 끊어졌든 어떤 모양이라도 사인파의 합으로 적을 수 있다는 것을 보였습니다. 베르누이가 옳았습니다.
줄에서 빛으로
이 전기와 자기의 법칙을 네 개의 식으로 정리하고 그것들을 결합했더니, 파동방정식과 똑같은 모양이 나왔습니다. 전기장과 자기장이 서로를 만들며 공간을 나아가는 파동이 있다는 뜻입니다.
그리고 그 식에서 파동의 속도가 계산되어 나왔습니다. 값을 넣어보니 이미 측정되어 있던 빛의 속도와 같았습니다.
빛은 전자기 현상이라는 결론을 피하기 어렵다.맥스웰, 1865
바이올린 줄을 풀려고 만든 식이 빛이 무엇인지를 답한 것입니다. 그리고 이 식에서 나온 속도가 관찰자에 따라 달라지지 않는다는 점이, 40년 뒤 특수상대성이론의 출발점이 됩니다.
그리고 물질로
드브로이가 물질에도 파동의 성질이 있다고 하자, 슈뢰딩거는 물었습니다. 파동이라면 파동방정식이 있어야 하지 않겠는가.
그가 세운 의 식은 줄이나 빛의 파동방정식과 형태가 조금 다릅니다. 시간에 대한 미분이 두 번이 아니라 한 번이고, 허수가 들어갑니다. 그래도 뼈대는 같습니다. 공간에서 얼마나 휘어 있는지가 어떻게 변할지를 정합니다.
휜 것이 실제로 움직입니다. 줄의 높이, 전기장의 세기 — 재면 나오는 양입니다.
휜 것이 무엇인지 아직 논쟁 중입니다. 보른은 그것을 확률이라고 읽었습니다.
슈뢰딩거 자신은 이 해석을 싫어했습니다. 그는 자기 식이 실제로 퍼져 있는 무언가를 적는 것이기를 바랐습니다. 그러나 계산은 확률로 읽었을 때만 맞았습니다.
남은 질문바이올린 줄에서 나온 식 하나가 소리와 빛과 전자를 같은 모양으로 적습니다. 서로 아무 상관없어 보이는 것들이 같은 식을 따를 때, 그것은 자연의 성질일까요 아니면 우리가 쓸 줄 아는 식이 몇 개 안 되기 때문일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