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념 풀이
원주율은 어떻게 계산되었나
원의 둘레를 지름으로 나누면 항상 같은 수가 나옵니다. 문제는 그 수가 얼마인지 정확히 적을 수 없다는 것입니다. 2000년 넘게 사람들은 이 수를 조여왔습니다.
지름에 3.14를 곱하면 됩니다. 120 곱하기 3.14는 376.8. 넉넉히 380센티미터쯤 사면 되겠네요.
여기서 곱한 3.14가 원주율입니다. 그리고 이 수의 정체는 생각보다 단순합니다.
직접 해봐도 됩니다. 컵 하나를 놓고 바닥 둘레에 실을 감았다 펴서 재고, 컵의 지름도 재서 나눠보세요. 3.1 언저리가 나올 겁니다. 손이 떨려서 소수점 아래 두 자리를 넘기기는 어렵습니다.
3.14 다음은 왜 안 끝날까
학교에서는 3.14라고 배우고 계산기에는 3.141592…가 뜹니다. 어디까지가 진짜일까요.
놀랍게도 끝이 없습니다. 3.14159265358979… 하고 영원히 이어지며, 되풀이되는 마디도 없습니다. 3분의 1처럼 0.333…이 반복되는 것도 아닙니다. 분수로는 아예 적을 수 없는 수입니다.
그렇다면 문제는 이겁니다. 끝나지 않는 수를, 자를 대볼 수도 없는데, 어떻게 세 자리 네 자리까지 알아냈을까요? 2000년 전 사람들이 이걸 해냈습니다.
여기부터 조금 더
원의 둘레를 재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요. 자는 직선이고 원은 굽어 있습니다. 실을 감았다 펴서 재면 되겠지만, 그렇게 재면 실이 늘어나고 손이 떨립니다. 소수점 아래 두 자리 이상은 나오지 않습니다.
고대 문명들은 대개 3 언저리의 어림값을 썼습니다. 바빌로니아는 3과 8분의 1, 이집트의 파피루스에는 3.16에 해당하는 계산이 남아 있습니다. 실용에는 충분했지만 어디까지 맞는지는 아무도 몰랐습니다.
굽은 것을 곧은 것으로 가두다
아르키메데스의 착상은 원을 직접 재지 않는 것이었습니다. 원 안에 다각형을 그려 넣고, 원 밖에도 다각형을 그립니다. 안쪽 다각형의 둘레는 원보다 짧고, 바깥 다각형의 둘레는 원보다 깁니다.
다각형의 둘레는 직선의 합이니 계산할 수 있습니다. 그러면 원주율이 어느 두 수 사이에 있는지 확실하게 말할 수 있습니다. 변의 개수를 늘릴수록 두 값이 가까워지고, 원주율은 그 사이에 갇힙니다.
중요한 것은 자릿수가 아닙니다. 그는 어림값을 내놓은 것이 아니라 틀릴 수 없는 범위를 내놓았습니다. 그리고 변의 개수를 계속 늘리면 원하는 만큼 좁힐 수 있다는 방법까지 함께 내놓았습니다.
같은 방법, 여러 곳에서
- BC 250아르키메데스 · 96각형 · 소수 둘째 자리
- 263유휘 · 3072각형 · 3.1416
- 480년경조충지 · 12288각형 · 소수 여섯째 자리까지. 이 기록은 900년간 깨지지 않는다
- 1424알카시 · 사마르칸트 · 소수 열여섯째 자리
- 1630다각형 방식의 마지막 기록 · 서른여덟째 자리
눈여겨볼 것은 이 계산이 서로 떨어진 곳에서 각각 이루어졌다는 점입니다. 조충지가 어떤 방법을 썼는지 적은 원문은 남아 있지 않지만, 얻어낸 값의 정밀도로 미루어 다각형을 극단까지 밀어붙였다고 봅니다.
이 모든 계산에는 자릿수를 쓰는 기수법이 필요했습니다. 소수점 아래 여섯 자리를 다루려면 0이 자리를 지켜줘야 합니다. 원주율 계산의 정밀도는 그 문명이 쓰던 수 체계의 정밀도이기도 했습니다.
다각형을 버리다
17세기에 방식이 완전히 바뀝니다. 다각형 대신 무한히 이어지는 덧셈으로 원주율을 적을 수 있다는 것이 밝혀졌습니다. 항을 더할수록 값이 원주율에 가까워지는 식입니다.
오일러는 이런 급수를 다루는 데 특히 능했습니다. 1부터 시작해 모든 자연수의 제곱의 역수를 끝없이 더하면 원주율의 제곱을 6으로 나눈 값이 나옵니다. 원과 아무 상관없어 보이는 덧셈에서 원주율이 튀어나온 것입니다.
적을 수 없다는 증명
1761년, 원주율을 분수로 적을 수 없다는 것 — 곧 라는 것이 되었습니다. 1882년에는 그보다 강한 사실이 증명됩니다. 원주율은 정수 계수 방정식의 해가 될 수 없다는 것입니다.
이 증명으로 2000년 묵은 문제 하나가 닫힙니다. 자와 컴퍼스만으로 원과 넓이가 같은 정사각형을 그리는 일 — 그것은 어려운 게 아니라 불가능한 일이었습니다.
남은 질문아르키메데스는 답을 몰랐지만 답이 어디와 어디 사이에 있는지는 확실히 알았습니다. 모르는 것을 정확히 모르는 방법을, 우리는 어디에 쓸 수 있을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