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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념 풀이

뇌는 20와트로 돌아간다 — 뇌를 흉내 내면 전기가 줄까

사람 뇌는 전구 하나 값인 20와트로 돌아갑니다. 그러니 뇌를 그대로 흉내 내면 인공지능 전기가 백분의 일이 된다고들 합니다. 방향은 맞습니다. 그런데 뇌가 왜 그렇게 싼지 뜯어 보면, 흉내 낼 것은 뇌 전체가 아니라 세 가지 버릇입니다. 그리고 그 세 버릇에는 값이 있습니다. 뇌는 곱셈을 못 합니다.

이 글이 꿰는 질문들 25분 분량갱신 2026-09-13

그러니 뇌를 흉내 내면 된다는 말

앞 편에서 인공지능이 전기를 먹는 이유를 봤습니다. 기억 창고와 계산기가 따로 있어서 그 사이를 숫자가 오가는 데 대부분이 든다고요. 뇌는 그 둘이 한자리에 있으니 그 비용이 없습니다. 여기까지 보면 답이 뻔해 보입니다. 뇌를 그대로 만들면 되지 않나.

그런데 뇌가 싼 이유는 하나가 아니라 셋입니다. 그리고 그 셋에는 저마다 값이 있습니다. 그 값을 보고 나면 흉내 낼 것과 흉내 내면 안 될 것이 갈립니다.

뇌가 싼 첫째 이유 — 한자리에서 한다

신경세포 하나하나가 기억도 하고 계산도 합니다. 신경세포끼리 이어진 자리를 시냅스라고 합니다. 그 이음새가 얼마나 단단한지가 곧 기억이고, 신호가 그 이음새를 지나가는 것이 곧 계산입니다. 실어 나를 것이 없습니다.

신경이 전기로 움직인다는 것은 개구리 다리에서 처음 나왔습니다. 갈바니가 죽은 개구리 다리에 금속을 대자 움찔했고, 거기서 동물 몸 안에 전기가 있다는 생각이 시작됐습니다. 그 전기 신호를 240년 뒤에 반도체로 흉내 내려는 것이 지금 하는 일입니다.

둘째 이유 — 필요할 때만 켜진다

컴퓨터 칩은 시계에 맞춰 움직입니다. 1초에 수십억 번 똑딱거리고, 똑딱거릴 때마다 칩 전체가 한 번씩 깨어납니다. 할 일이 없어도 깨어납니다. 그게 전기입니다.

신경세포는 시계가 없습니다. 조용히 있다가 신호가 충분히 쌓이면 한 번 톡 쏘고 다시 조용해집니다. 뇌의 신경세포 860억 개 가운데 어느 순간에 쏘고 있는 것은 아주 일부입니다. 나머지는 자고 있습니다. 자고 있는 데는 전기가 거의 안 듭니다.

셋째 이유 — 정확하지 않아도 된다

컴퓨터는 틀리면 안 됩니다. 1 더하기 1은 백만 번 해도 2여야 합니다. 그래서 신호를 또렷하게, 켜짐과 꺼짐 둘 중 하나로만 보냅니다. 또렷하게 보내려면 세게 보내야 하고, 세게 보내면 전기가 듭니다.

뇌는 대충 합니다. 신호가 좀 약하게 가도 되고, 신경세포 하나가 틀려도 됩니다. 옆에 있는 수천 개가 비슷한 답을 내니 전체로는 맞습니다. 얼굴을 알아보는 데 소수점 열 자리는 필요 없습니다. 대충 해도 되는 일을 대충 하니까 쌉니다.

그런데 그 값이 있다

이 세 버릇을 뒤집어 보면 뇌가 못 하는 것이 나옵니다.

  1. 곱셈을 못 합니다. 대충 하는 구조라 열두 자리 곱셈을 정확히 못 합니다. 계산기가 1초에 하는 일을 뇌는 몇 분 걸려 하고 그나마 틀립니다.
  2. 느립니다. 신경 신호는 빨라야 1초에 100미터쯤 갑니다. 전선 속 신호는 빛의 속도입니다. 백만 배 넘게 차이가 납니다.
  3. 복사가 안 됩니다. 한 사람이 20년 배운 것을 다른 사람에게 옮기려면 그 사람도 20년 배워야 합니다. 인공지능은 파일 하나 복사하면 끝입니다.
  4. 기억이 정확하지 않습니다. 어제 점심에 뭘 먹었는지도 틀립니다.

그러니 뇌를 그대로 흉내 내면 곱셈 못 하고 느리고 복사 안 되는 컴퓨터가 됩니다. 아무도 그런 것을 원하지 않습니다. 흉내 낼 것은 뇌 전체가 아니라 세 버릇입니다. 한자리에서 하고, 필요할 때만 켜지고, 대충 해도 되는 일은 대충 하는 것. 그것만 가져오고 곱셈은 지금 컴퓨터에 맡깁니다.

그 세 버릇을 반도체로 만든 것을 뉴로모픽 칩이라고 부릅니다. 대전 카이스트에서 만들고 있는 것이 이것입니다.

여기부터 조금 더

그러면 무엇이 진짜이고 무엇이 과장인가

뇌를 흉내 내면 전기가 백분의 일절반

실험실 칩에서는 그런 숫자가 나옵니다. 그런데 그 칩 위에서 지금 인공지능이 하는 일을 다 하게 만드는 법이 아직 없습니다. 칩은 있는데 그 칩에 맞는 인공지능이 없습니다.

뉴럴링크가 절전형 인공지능이다아니다

뉴럴링크는 뇌에 전극을 꽂아 뇌와 기계를 잇는 장치입니다. 마비된 사람이 생각으로 커서를 움직이게 하는 것이 목적이고, 2024년에 첫 사람에게 이식됐습니다. 인공지능을 절전하는 기술이 아니라 사람을 컴퓨터에 잇는 기술입니다.

뇌는 양자로 돌아간다대체로 아니다

철새가 지구 자기장을 느끼는 데 양자 현상이 쓰인다는 것은 근거가 꽤 있습니다. 눈 속 단백질 하나에서 일어나는 일입니다. 그런데 뇌의 계산 자체가 양자로 된다는 근거는 약합니다. 뇌는 따뜻하고 축축해서 양자 상태가 버티기 어려운 곳입니다.

인공지능이 곧 뇌를 넘어선다이미, 그리고 아직

곱셈과 기억과 속도에서는 오래전에 넘었습니다. 알아듣고 알아보는 것도 여러 일에서 넘었습니다. 넘지 못한 것은 20와트로 그걸 다 하는 것입니다. 종류가 다른 시합입니다.

뇌를 통째로 컴퓨터에 올릴 수 있다아니다

2024년에 초파리 뇌의 연결 지도가 완성됐습니다. 신경세포 14만 개입니다. 사람은 860억 개입니다. 지도만 그리는 데도 아직 한참입니다.

이 생각은 어디서 왔나

뇌가 낱개의 세포로 되어 있다는 것부터가 발견이었습니다. 1888년 카할이 현미경으로 신경세포 하나하나가 따로 떨어져 있다는 것을 봤습니다. 그 전에는 뇌가 하나로 이어진 그물이라고 생각했습니다. 낱개여야 하나하나를 흉내 낼 생각이 나옵니다.

1943년에 매컬러와 피츠가 신경세포 하나를 켜짐과 꺼짐 스위치로 적었습니다. 이때부터 뇌와 컴퓨터가 같은 말로 이야기되기 시작했습니다. 1949년에 헵이 같이 켜지는 세포끼리 이어진다고 했고, 그것이 지금 인공지능이 배우는 방식의 뿌리입니다.

그 생각은 두 번 겨울을 맞았다가 2010년대에 그래픽 칩을 만나 살아났습니다. 그런데 그래픽 칩은 뇌 방식이 아니라 창고와 계산기가 따로 있는 방식입니다. 뇌를 흉내 낸 인공지능을 뇌와 정반대 구조의 칩 위에서 돌린 것입니다. 그래서 전기를 먹습니다. 지금 하는 일은 그 인공지능을 다시 뇌 구조로 옮기는 일입니다.

이 일을 하는 사람이 되려면

  1. 신경세포가 실제로 어떻게 신호를 주고받는지 재는 사람 — 신경과학 쪽입니다. 흉내 낼 대상을 정확히 아는 사람입니다.
  2. 그 버릇을 반도체 소자로 만드는 사람 — 신소재와 전자공학 쪽입니다. 대전 카이스트에서 하는 일입니다.
  3. 그 칩에 맞는 인공지능을 짜는 사람 — 컴퓨터과학 쪽입니다. 지금 가장 비어 있는 자리입니다. 칩은 있는데 이 사람이 모자랍니다.
  4. 뇌와 기계를 잇는 사람 — 의공학 쪽입니다. 뉴럴링크 같은 장치를 만들고, 그것을 사람 몸에 안전하게 넣는 사람입니다.
  5. 신경세포를 접시에서 키우고 전극으로 재는 사람 — 생명과학 실험 기술 쪽입니다.

다섯째 줄이 이 편의 뜻밖의 자리입니다. 뇌를 흉내 내려면 먼저 뇌 세포가 어떻게 움직이는지 재야 합니다. 그 세포를 접시에서 살려 두고 전극을 대고 신호를 받는 일은 박사가 아니라 실험실 기술자가 합니다. 손이 정확하고 꾸준한 사람이 필요한 자리이고, 전문대 생명과학 실험 과정이 그대로 길이 됩니다. 신경과학 논문 뒤에는 늘 이 사람이 있습니다.

그래서

뇌는 20와트로 돌아갑니다. 그런데 그 20와트는 곱셈 못 하고 느리고 복사 안 되는 값을 치르고 얻은 것입니다. 인공지능 전기를 줄이는 길은 뇌를 그대로 만드는 것이 아니라, 뇌의 세 버릇만 가져오고 나머지는 지금 컴퓨터에 두는 것입니다.

앞 편의 세 가지 답 가운데 덜 먹는 기계를 만든다가 이것입니다. 칩은 실험실에 있고, 그 칩에 맞는 인공지능은 아직 없습니다. 만드는 중입니다.

남은 질문곱셈을 못 하는 대신 20와트로 돌아가는 기계가 있다면, 그 기계에 맡길 만한 일은 무엇일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