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K ATLAS· 과학 아틀라스

개념 풀이

나노 — 작게 만들면 왜 다른 것이 되나

나노라는 말은 작다는 뜻입니다. 그런데 작게 만드는 것이 왜 대단한 일일까요. 작아지면 같은 물질이 다른 물질처럼 굴기 시작하기 때문입니다. 대전의 나노종합기술원은 그것을 실제로 만들어 볼 수 있는 공장을 갖춰 두고 빌려주는 곳입니다.

이 글이 꿰는 질문들 25분 분량갱신 2026-09-09

잘게 나누면 겉이 늘어난다

녹는 일은 물과 맞닿은 자리에서만 일어납니다. 각설탕은 속이 갇혀 있어 차례를 기다려야 하고, 가루는 거의 모든 알갱이가 이미 물에 닿아 있습니다.

여기에 재미있는 셈이 있습니다. 잘게 나누어도 양은 그대로인데 겉넓이는 늘어납니다. 정육면체 하나를 반씩 잘라 여덟 개로 만들면 이 두 배가 됩니다. 또 자르면 또 두 배가 됩니다.

끝까지 잘게 나누면 무슨 일이 생기나

계속 자르다 보면 어느 지점에 닿습니다. 알갱이 속에 숨을 자리가 없어지는 지점입니다. 원자들이 거의 다 겉에 나앉게 됩니다.

그 지점이 크기입니다. 머리카락 한 올을 십만 번 쪼갠 굵기, 몇 개를 늘어놓은 폭입니다.

그런데 겉에 있는 원자는 속에 있는 원자와 사는 형편이 다릅니다. 속의 원자는 사방이 이웃으로 둘러싸여 있지만, 겉의 원자는 한쪽이 비어 있습니다. 붙잡을 손이 남아 있다는 뜻입니다.

그래서 성질이 달라진다

금은 노랗습니다. 그런데 금을 나노 크기 알갱이로 만들면 붉게 보입니다. 성당의 붉은 스테인드글라스가 실은 유리에 섞인 금 알갱이입니다. 천 년 전 사람들은 이유를 모르고 색만 얻어 썼습니다.

금은 또 아무와도 잘 반응하지 않는 금속입니다. 그런데 나노 알갱이로 만들면 훌륭한 촉매가 됩니다. 반응하지 않는다는 성질조차 크기가 바꿔 놓습니다.

그러니 나노기술은 작은 것을 다루는 기술이라기보다 크기를 바꿔 성질을 바꾸는 기술입니다. 새 물질을 찾아내는 대신 있던 물질을 다른 물질로 만드는 셈입니다.

여기부터 조금 더

만드는 방법은 깎기가 아니라 그리기다

그러면 나노 크기의 물건을 어떻게 만들까요. 손으로 깎을 수는 없습니다. 그 크기에서는 칼날이 통나무만 합니다.

그래서 찍습니다. 라는 둥근 판 위에 빛에 반응하는 막을 바르고, 그리고 싶은 무늬가 뚫린 판을 대고 빛을 쬐고, 빛을 받은 자리만 씻어 내고, 드러난 자리를 깎아 냅니다. 그다음 다른 성질을 주고 싶은 자리에는 을 쏘아 박습니다. 이것을 수백 번 되풀이해 층을 쌓습니다.

이 방식이 왜 대단한지는 앞의 이야기와 이어집니다. 부품을 하나씩 만들어 잇는 것이 아니라 판 한 장에 수백억 개를 한꺼번에 그립니다. 만든다는 말의 뜻이 조립에서 인쇄로 바뀐 것입니다.

먼지 한 톨이 회로를 끊는다

여기서 문제가 하나 생깁니다. 그리는 선이 나노 크기인데 공기 중의 먼지는 그보다 수백 배 큽니다. 먼지 한 톨이 앉으면 그 자리 회로는 끊어집니다.

그래서 이 필요합니다. 공기를 계속 걸러 위에서 아래로 흘려보내는 방입니다.

만들 데가 없으면 생각이 죽는다

이런 공장을 하나 지으려면 수천억에서 수조 원이 듭니다. 장비값보다 건물이 더 어렵습니다. 진동이 없어야 하고, 특수한 가스와 화학약품이 배관으로 들어와야 하고, 그 배기가 안전하게 나가야 합니다.

그러니 대학 연구실이나 작은 기업은 이것을 가질 수 없습니다. 문제는 여기서 생깁니다. 좋은 생각이 있어도 만들어 볼 데가 없으면 그 생각은 종이에서 끝납니다.

그래서 공장을 지어 놓고 빌려줍니다. 대학원생이 설계한 소자 하나를 시험 삼아 만들어 보고, 작은 기업이 시제품을 뽑아 보는 자리입니다. 대전 유성구의 나노종합기술원이 그 일을 합니다. 옆의 전자통신연구원과도 이어집니다.

만든 다음에는 봐야 한다

만들었다고 끝이 아닙니다. 나노 크기로 만들면 눈으로는 물론이고 보통 현미경으로도 확인할 수 없습니다. 제대로 그려졌는지 알 방법이 있어야 합니다.

그래서 만드는 곳 옆에는 늘 보는 장비가 붙어 있습니다. 전자로 보는 현미경과 무게로 성분을 재는 장비들입니다. 만드는 기술과 보는 기술은 한 몸입니다. 볼 수 없으면 만들었는지도 알 수 없으니까요.

반도체만 만드는 곳은 아니다

같은 방식으로 만드는 것이 여럿 있습니다.

  1. 센서 — 휴대전화가 기울어진 것을 아는 것은 안에 아주 작은 저울이 들어 있기 때문입니다.
  2. 바이오칩 — 손톱만 한 판 위에 가느다란 물길을 파 놓고 피 한 방울로 검사합니다.
  3. 빛을 다루는 소자 — 아주 작은 발광 소자와 광통신 부품입니다.
  4. 새 소재 — 잘게 만들면 성질이 달라진다는 앞의 이야기를 그대로 쓰는 자리입니다.

작아서 좋기만 한 것은 아니다

한 가지는 짚고 가야 합니다. 나노 알갱이는 반응을 잘합니다. 그 말은 몸에 들어갔을 때도 잘 반응한다는 뜻입니다.

너무 작아서 폐 깊은 곳까지 들어가기도 하고, 덩어리일 때는 아무 해가 없던 물질이 나노 크기에서는 다르게 굴 수도 있습니다. 그래서 나노 물질을 만드는 연구 옆에는 그것이 안전한지 따지는 연구가 함께 갑니다. 새로 생긴 물질은 새로 확인해야 합니다.

이 일을 하는 사람이 되려면

공장을 다루는 일은 여러 손이 나눠 맡습니다.

  1. 무엇을 만들지 설계하는 사람 — 전자공학, 재료공학, 물리 쪽입니다.
  2. 공정을 잡는 사람 — 어떤 순서로 몇 번 찍고 깎을지 정합니다. 화학공학이 크게 걸립니다.
  3. 무늬가 뚫린 판을 만드는 사람 — 원본이 틀리면 수백 장이 다 틀립니다.
  4. 가스와 화학약품을 대는 사람 — 위험한 물질을 배관으로 안전하게 보내고 빼내는 설비 일입니다.
  5. 만든 것을 재고 확인하는 사람 — 계측과 분석 쪽입니다.
  6. 클린룸 자체를 지키는 사람 — 공기, 온도, 습도, 진동을 관리합니다.

네 번째 줄을 눈여겨보면 좋겠습니다. 반도체 공장에서 사고가 나는 곳은 대개 설계실이 아니라 배관 쪽입니다. 그래서 이 자리는 설비와 안전을 아는 사람이 맡고, 대학이 아니라 공업계 고등학교에서 이어지는 길이 넓게 열려 있습니다.

세 번째 줄도 그렇습니다. 원본 판을 만드는 일은 정밀함이 전부인 자리입니다. 손끝이 야무진 사람이 오래 대접받습니다.

남은 질문크기를 바꾸는 것만으로 물질의 성질이 달라진다면 — 우리는 무엇을 두고 같은 물질이라고 부르는 걸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