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념 풀이
땅을 읽는다 — 지진은 왜 예보가 안 될까
지구 속을 직접 본 사람은 아무도 없습니다. 사람이 가장 깊이 판 구멍도 지구 반지름의 오백분의 일밖에 안 됩니다. 그런데 우리는 지구 속이 어떤 층으로 되어 있는지 알고 있습니다. 어떻게 알았을까요. 그리고 날씨는 예보하면서 지진은 왜 못 할까요.
땅속을 보는 방법
지진이 나면 그 흔들림이 지구 속을 통째로 지나갑니다. 이것을 라고 합니다.
세계 곳곳에 놓인 관측소가 그 파동이 언제 도착했는지를 받아 적습니다. 어디서 빨라졌고 어디서 휘었고 어디서는 아예 도착하지 않았는지를 모아 보면, 지구 속이 어떤 층으로 되어 있는지가 그려집니다. 한가운데가 액체라는 것도 이렇게 알아냈습니다. 어떤 종류의 파동이 그 구간을 통과하지 못하고 사라졌거든요.
층은 시간의 순서다
땅을 읽는 다른 방법은 잘린 절벽을 보는 것입니다. 켜켜이 쌓인 이 보입니다.
쌓이는 것은 아래부터 쌓이니, 아래 층이 먼저이고 위 층이 나중입니다. 너무 당연해 보이지만 이 한 줄이 지질학의 시작이었습니다. 돌에서 시간을 읽을 수 있게 됐으니까요.
그 층 사이에 이 들어 있습니다. 어느 층에 무엇이 들어 있느냐를 견주면 순서가 나옵니다. 대전의 지질박물관에 걸린 것들이 그 순서의 조각들입니다. 박물관은 지질자원연구원이 함께 운영합니다.
여기부터 조금 더
지진은 왜 예보가 안 되나
내일 비가 올지는 알려 줍니다. 그런데 다음 달에 지진이 날지는 아무도 못 말합니다. 둘 다 자연현상인데 왜 다를까요.
날씨는 지금 상태를 잴 수 있기 때문입니다. 온도와 기압과 바람을 곳곳에서 재서 넣으면 몇 시간 뒤가 계산됩니다. 대기는 우리 눈앞에 펼쳐져 있습니다.
땅속은 그렇지 않습니다. 지진이 일어나는 곳은 지하 수십 킬로미터입니다. 거기에 지금 얼마만큼 힘이 쌓여 있는지를 잴 방법이 없습니다.
그래서 대신 하는 두 가지
예보를 못 하니 다른 것을 합니다.
하나는 어디가 위험한지를 알아 두는 일입니다. 어디에 단층이 있고 과거에 얼마나 자주 얼마나 크게 흔들렸는지를 조사해 두면, 언제인지는 몰라도 어디를 튼튼하게 지어야 하는지는 알 수 있습니다. 지금 우리나라에서 활성단층을 찾아 지도를 만드는 일이 이것입니다.
다른 하나가 조기경보인데, 이건 예보가 아닙니다. 지진이 이미 난 뒤에 하는 일입니다.
안 파고도 아는 법
이 연구원의 다른 축은 자원 탐사입니다. 땅속에 무엇이 얼마나 묻혀 있는지를 알아내는 일인데, 여기서도 파 보는 것은 마지막 순서입니다.
무거운 광물이 묻혀 있으면 그 위에서 이 아주 조금 셉니다. 철이 많으면 자기장이 흐트러집니다. 물이 있는 곳과 없는 곳은 전기가 통하는 정도가 다릅니다. 이런 차이를 지표에서 재서 땅속 그림을 그린 다음, 가장 가능성 높은 자리 한 곳만 뚫어 봅니다.
이 일을 하는 사람이 되려면
돌을 좋아해야만 하는 분야가 아닙니다.
- 지층과 암석을 읽는 사람 — 지질학 쪽입니다.
- 파동으로 땅속 그림을 그리는 사람 — 지구물리 쪽입니다. 물리와 계산이 절반입니다.
- 돌과 물의 성분을 갈라내는 사람 — 지구화학과 분석 쪽입니다.
- 쏟아지는 관측 자료를 다루는 사람 — 전산과 통계 쪽입니다.
- 산과 바다에 나가 직접 재고 시추하는 사람 — 현장 조사와 시추 쪽입니다.
- 표본을 정리하고 보관하고 전시하는 사람 — 박물관과 표본 관리 쪽입니다.
두 번째 줄이 뜻밖일 수 있습니다. 지구과학이라고 하면 야외를 떠올리지만, 지구물리는 하루 종일 파동 자료를 계산하는 일입니다. 수학을 좋아하는 사람이 지구를 다루는 방법이 여기 있습니다.
마지막 줄도 실제 직업입니다. 화석과 광물은 누군가 번호를 붙이고 조건을 맞춰 보관해야 백 년 뒤에도 남습니다. 지질박물관에 걸린 것들이 그 손을 거친 것들입니다.
이 일을 하는 곳이 대전 유성구의 한국지질자원연구원이고, 지질박물관이 그 안에 있습니다.
남은 질문언제인지는 몰라도 어디인지는 알 수 있다면 — 우리가 대비한다고 말할 때 실제로 할 수 있는 일은 어디까지일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