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K ATLAS· 과학 아틀라스

개념 풀이

불사약을 찾다가 화약을 만들다 — 실패의 기록이 발견의 기록

오래 살게 해주는 약을 찾던 사람들이 있었습니다. 온갖 것을 섞어 불에 올렸습니다. 그러다 수염을 태우고 집을 날렸습니다. 그 사고의 기록이 화약의 첫 기록입니다. 그리고 6백 년 뒤 고려의 한 사람이 그 만드는 법을 알아냅니다.

이 글이 꿰는 질문들 23분 분량갱신 2026-09-05

왜 그렇게 세게 타는가

1편에서 타려면 공기 속 산소가 필요하다고 했습니다. 유리컵으로 덮으면 촛불이 꺼지는 이유였죠. 그래서 보통의 불은 공기가 들어오는 속도만큼만 탑니다. 장작이 몇 시간 타는 이유입니다.

그런데 그 세 가지 중 하나, 초석이라는 하얀 가루는 산소를 제 몸 안에 갖고 있습니다. 공기를 기다릴 필요가 없습니다. 숯과 유황이 탈 산소를 바로 옆에서 내줍니다.

옛날 사람들은 산소라는 말을 몰랐습니다. 다만 초석이 '타는 데 필요한 무언가'를 스스로 내놓는다는 것은 겪어서 알았습니다. 그래서 비율을 바꿔가며 불꽃을 만들고, 봉화 대신 신호를 쏘고, 끝내는 무기를 만들었습니다.

만드는 법은 가르쳐주지 않았다

화약이 무기가 되자 만드는 법은 비밀이 됐습니다. 고려 말, 왜구가 바다에서 노략질을 하는데 고려에는 화약이 없었습니다. 중국은 팔지도 가르쳐주지도 않았습니다.

세 재료 중 숯과 유황은 구하기 쉽습니다. 문제는 초석이었습니다. 초석은 캐는 광물이 아닙니다. 오래된 집 마루 밑, 아궁이 주변, 가축 우리 바닥의 흙에 조금씩 쌓입니다. 그 흙을 모아 물에 우려내고, 졸이고, 걸러서 하얀 결정을 얻어야 합니다. 어느 흙을 고르고 몇 번 우리는지가 전부 요령이라, 아는 사람이 말해주지 않으면 알 길이 없습니다.

최무선은 개경을 오가는 중국 상인들에게 물어 그 요령을 조각조각 모았습니다. 그리고 1377년 나라에서 화약 만드는 관청을 열었습니다. 3년 뒤 진포 앞바다에서 왜구의 배 500척과 마주쳤을 때, 그는 배에 화포를 싣고 나가 불태웠습니다. 배 위에서 화약 무기를 조직적으로 쓴, 세계에서도 이른 일이었습니다.

여기부터 조금 더

왜 그렇게 세게 미는가

화약이 폭발할 때 세게 미는 이유가 하나 더 있습니다. 5편을 떠올려 보세요. 기체 알갱이는 넓은 방을 원합니다. 화약은 단단한 고체인데, 타는 순간 거의 전부가 기체로 바뀝니다. 같은 알갱이들이 갑자기 수백 배 넓은 방을 요구합니다. 그 밀어내는 힘이 돌을 날리고 배를 부쉈습니다.

1편의 촛불도 기체가 됐습니다. 다만 천천히, 공기가 오는 만큼만요. 촛불과 화약은 같은 일입니다. 속도만 다릅니다.

불사약은 못 찾았습니다. 그런데 이 시리즈의 마지막 편은 화학이 정말로 사람을 살린 이야기입니다. 공기로 빵을 만든 사람 이야기입니다.

남은 질문찾던 것 대신 전혀 다른 것을 찾았습니다. 그것을 실패라고 불러야 할까요?